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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말했듯 에이레네는 파라 왕비의 무릎까지 꿇는 굴욕 끝에 콧대 세우고 궁에 들어와 왕자 비욘의 유모가 된다. 그리고 자기 딸 비이를 궁에 데려와 왕자와 같이 키우는데 만화에서 에이레네는 본인 딸을 제껴놓고 그저 왕자만 우선으로 돌보고 싸고 도는 스타일로 그려진다. 자기 혹은 작가 딴에는 에이레네가 애인의 자식인 비욘을 너무 잘 돌보는 나름 괜찮은 여자고, 비이가왕자에 미친 친모에게서 외면당해도 착하고 밝게 잘 자란 캐릭터로 그려 어째서 그렇게 사랑받아야하는지 독자들에게 어필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에이레네는 왕자의 유모라는 직책에 적합한 인물인가? 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올시다.> 그것도 영 아니올시다. 뭐 라미라를 비롯한 한 작가 월드 3국이 근본없는 중구난방이긴 해도(...) 대통을 이어나갈 왕족을 돌보고 기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왕자를 먹이고 입히고 안아주고 놀아주고 그런 일이야 유모가 아니라 궁정 시녀도 할 수 있는 일. 문제는 왕실 유모란 직책은 짬밥 되는 궁녀 중 아무나 하나 골라 턱 앉을 수 있는 자리냐하는 것이다.
<프린세스>에서 에이레네는 왕자의 유모로 궁정을 휘어잡는 존재로 등장한다. 궁의 안주인인 왕비가 없는 궁에서 유일한 왕위 계승자의 유모 자격으로. 그런데 이 여인네가 하는 짓을 보면 비욘을 키우면서 애 먹이고 입히고 등 기본적인 양육 외에는 별로 하는 게 없다(...) 심지어 왕실 유모라는 여자의 딸로 1살 때부터 궁에서 자랐으면서도 예의범절조차 팔아먹은 딸 비이만 봐도 그렇다. 아무리 젖형제로 가깝게 성장했다해도 지가 공주도 공녀도 아니라는 것쯤 알 나이에, 분명 에이레네나 다른 시녀들이 왕자 이름 부르지 마라 말 까지 마 입이 닳도록 얘기했을 텐데도 이 딸년은 선천적 무개념인지 도무지 뭐가 문제인지 생각을 안 하고 오히려 그런 소리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면서 다 똑같은 것들로 여긴다(...)
그것도 작품 초반에서 이미 그 무개념의 싹을 될 성 부르게 보여주는데, 왕자에게 말 까는 걸로 한 소리 들은 비이는 숨어서 쳐울고 있다가 찾아온 레오에게 묻는다.
<이 꼴 보고도 왜 비이가 무개념 2세인지 모르는 자들은 조선시대로 치환해서 보시락.
편의상 비욘 이름은 이훤/레오 이름은 도민준으로 로컬라이징(-_-);;;
왕자의 보모 상궁 조카쯤 되는 연줄로 궐에 들어와 자란 천민 계집애가 그 뭐냐 생각시? 아기나인?으로 왕세자 이훤과 그 글동무인 영의정 아드님 도민준에게 반말까고 이름 부르는 상황을.
당시 궁녀는 후궁 예비군 집단(...) 특성상 후손의 외가쪽 신분을 위해 양인 가에서 뽑는 게 원칙이었으나 다들 튀는 일이 많아 천민 출신들이 많이 들어왔다 하는데
천민 궁녀 주제에 영의정 아들한테 민준아 우린 벗이지? 따위의 말을 하는 광경을.
"민준아, 민준이도 내가 나인이라 세자 저하와 가까이 하면 안 된다고 봐?
아니지? 우리 셋은 언제까지나 동무지? "
이런 개념 팔아먹은 녀언.............
"세자 저하는 세자 저하지... 속으로는 동무지만..." 남이 듣는 순간 아버지 장 변호사 아니 영의정도 인생 퇴갤 확정
"그만둬! 민준이 너도 실은 내가 훤이랑 동무처럼 지내는 게 못마땅했던 거야. 영의정 대감 아들이면서 민준인 꼭꼭 훤이한테 세자 저하라고 부르니까!!"
"그게 아니고..." 고마해 미친 것아 ㅜㅜㅜㅜㅜ
"듣기 싫어! 다 보기 싫어!"
이러면서 영의정 아들에게 반말하며 확 밀치고 뛰어가는 11살짜리 생각시의 개같은 패기를...
"헐 저런 미친 녀언 상궁 마마님 쟤 좀 보래요!!"
후에 몰아칠 피바람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11살 되도록 살아남은 게 기적이다.>
이 때문에 잔소리 듣고도 정신 못 차린 딸년이 왕자와 공작 아드님인 레오 바이다에게 반말 까면서 우린 친구지? 이따우 소리 짖어대고 보기 싫다는 막말과 함께 후려치고 다니니 되레 에이레네는 남에게 얼굴도 못 들어야 할 상황. 작품 1화부터 에이레네는 비이에게 왕자에게 말 까지 말라 니 신분 상기하라고 주의시키지만 씨도 안 먹힌다. 훈계 안 먹힘이 당연한 게, 갓난애 때부터 궁정에서 성장해 남들 하는 것도 봤을 테고 11년이면 어렸을 때부터 몇번을 후려잡아 예의범절을 강제로 머리에 쑤셔박아놓기 충분한 시간인데도, 딸내미야 뱃속에서부터 무뇌충이라 선천적 무개념으로 났다 쳐도 에이레네는 11년 간 딸래미가 실컷 왕자한테 반말하고 기어오르고 나대게 냅두고는 머리 좀 크니까 입으로만 하지 말라 얘기하고는 그걸로 끝이니 말을 들어먹을 리가 있나.
자기도 궁에서 살아 오래 물 먹은 궁녀였으니 예의는 몸에 배었을 텐데 그냥 시녀도 아니고 왕자를 기르고 가르칠 유모이면서 정작 자기 딸에게 기본적인 예의범절 교육조차 안 시킨 에이레네. 버릇 안 잡고 11년간 대체 뭐한 건지 귀족들이 득시글한 궁에서 왕자한테 반말까고 공작 아들도 팩 밀치고 성질 내는 딸년 저 따우로 키우는데 유모 씩이나 하면서 딸을 자알 기르신다는 뒷담도 안 듣고 잘도 살아남았지 싶다.
신분은 천하고, 가만 보니 교양이나 학식이 있을 리도 없고 딸 하나 제대로 못 가르치는 여편네가 대체 누굴 가르치나? 허니 왕자가 제대로 자랄 리 없고, 남의 자식 키우느라 자기 딸 팽개친 결과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켜 비욘이 '자기 때문에 내팽개쳐진 불쌍한 비이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연민과 의무감이 사랑 타령으로 변질, 비이에 대한 의무감을 백성과 나라에 대한 의무감보다 앞세워 나라를 말아먹었으니 라미라 멸망 단초를 제공한 만악의 근원 2는 바로 에이레네인지도 모른다. 1은 파라 왕비 현실에서 이런 여자는 왕자의 유모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프린세스>에서처럼, 유모는 신분과 상관없이 아무나 되고 학식 같은 건 없어도 되고 왕실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돌봐주는 것만 하면 되는 그런 쉬운 땡보 직책이었을까?
유모는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태양왕으로 불리는 루이 14세는 이 시기 유럽에서 가장 행복한 왕으로 스스로를 자축했다. 적자인 왕세자 르 그랑 도팽이 있었고 손자인 부르고뉴 공작 프티 도팽(왕세손)이 1704년 첫 아들 부르타뉴 공작을 낳는다. 루이 14세는 생전 아들, 손자 셋(프티 도팽, 앙주 공작, 베리 공작), 증손자까지 얻은 유럽 최초이자 유일한 국왕이 되어 왕실의 후사를 강건히 하게 된 것이다. 비록 이 때 태어난 브르타뉴 공작은 1년 후 요절에 앙주 공작은 후사가 끊긴 스페인 왕실에서 영구 대여로 빌려가 스페인 국왕이 되어 프랑스를 떠나지만 곧 1707년 새 브르타뉴 공작 루이가, 1710년 새 앙주 공작(훗날의 루이 15)이 태어난다. 루이 14세, 그랑 도팽, 프티 도팽, 브르타뉴 공작 4대가 모여있는 이 초상화는 루이 15세가 될 앙주 공작이 태어난 1710년 그려졌다.
그런데 초상화 가장 왼쪽에 끼어있는 검은 옷의 노부인은 누구인가? 부르봉 가의 시조인 앙리 4세와 루이 13세의 흉상부터 시작해 루이 14세와 그 후계자들이 줄줄이 등장한 초상화에 당당하게 끼어있는 노부인. 부르봉 왕가의 위엄을 강조한 초상화에 가족처럼 끼어있어 왕족이나 태후, 왕비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노부인의 정체는 바로 왕실의 유모 되시는 마담 드 방타두르.
어찌 한낱 유모가 왕실 초상화에 버젓이 끼어있는가? 유모라고 해서 그녀의 신분이 에이레네 마냥 낮은 것ㄴ 결코 아니다. 이 노부인은 무려 방타두르 '공작부인'으로, 왕실의 적자들을 돌보고 보호할 '막중한' 의무가 있는 왕실 유모의 중요성을 상징다. 1653년 생으로 이미 다 자란 외동딸을 두고 있던 이 노부인은 초상화 그려진 1710년 이미 67세. '유모'라 하지만 브르타뉴 공작과 앙주 공작에게 실제로 젖을 먹여 기르기는 불가능한 나이다.
부르봉 가의 튼실함을 만방에 자랑한 이 위풍당당한 초상화가 그려진 지 1년만에 루이 14세 자부심은 박살이 나고 만다. 먼저 아들인 그랑 도팽이 1711년 급사하더니 곧이어 손자 며느리인 사보이의 아델라이드가 사망, 연이어 왕세손 프티 도팽마저 사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증손자 브르타뉴 공작 루이와 앙주 공작마저 천연두에 걸리고, 브르타뉴 공작이 요절하자 방타두르 공작부인은 다른 보모들과 겨우 2살 된 앙주 공작을 안고 다른 방으로 피해 의사들과 파이트를 뜨고 있었다. 브르타뉴 공작을 사망하게 한 것은 의사들의 과도한 사혈이었고 앙주 공작마저 사혈로 죽일 가능성이 150% 정도는 거뜬했기 때문.
태양왕 시대 의사들이 사람 잡는 족속이라는 건 유명한 사실이고, 왕실 주치의들에게 아이를 맡겼다간 이 돌팔이들이 왕손을 멸종시키고 말 거라고 판단한 마담 드 방타두르는 곧장 왕자를 안고 문을 걸어잠근 채 부인들과 함께 아이를 돌보았다. 밖에선 의사들이 몰려와 애를 내놓으라 난리를 쳤지만 방타두르는 쌩까며 아이를 따뜻하게 해주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이는 등 매우 정상적 간호로 살려내 이 아이가 훗날 루이 15세로 즉위한다.
(스페인에서 빌려간 펠리페 5세 제외하고 프랑스에 남은) 마지막 남은 적손인 베리 공작마저 낙마 사고로 잃은 루이 14세에게는 이 아이만이 남은 희망이었다. 국왕은 공작부인에게 앙주 공작을 살려준 것을 감사하며 임종 자리에서 새 국왕을 잘 돌봐줄 것을 당부하고 루이 15세는 생명의 은인으로 크게 의지해 그녀를 마망(엄마), 마망 방타두르로 불렀다. 1727년에도 그녀는 루이 15세의 자녀들까지 돌보는 등 왕실에서 크게 한 자리 차지했다. 1710년의 초상화에서 가족의 상을 당해 상복을 입고 있었던 이 방타두르 부인은 부르봉 왕가의 끊어질 뻔한 대통을 이어준 공로자이며 '또 하나의 가족'으로 왕실 초상화에 낄 자격이 충분히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마담 드 방타두르가 고령에도 왕자들의 유모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귀족부인들이 아이들에게 젖을 먹여 키우지 않는 당시의 풍조가 일조했다. 귀부인들은 대개 사교생활에 바빠 아이를 낳으면 유모에게 맡겨 몇년 씩 얼굴도 안 본 채 유모에게 학대를 당하는지 굶지는 않는지도 모른 채 관심 끄고 있다가 좀 자라면 데려와 자식이라고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 이런 초 무관심형 양육 패턴이 대물림 되는 일도 흔했고(사랑도 받아봐야 안다고 모성은 무조건적 본능이 아니라 학습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좋은 예다) 가슴 망가진다고 수유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특히 루이 15세는 부인네들 가슴에 공공연히 집착해 난 모유 수유 완전 시름!이라 공언하고 손자 며느리 처음 대면했을 때 젤 관심 가진 게 '가슴 크기가 별로'라고 실망을 표했을 정도니 누구 말씀이라고...
그 손자 며느리인 마리 앙뜨와네트가 왕비가 된 후 첫 딸 마리 테레즈를 낳았을 때 기쁨에 젖은 왕비는 유모의 손에 넘기기 거부하고 직접 젖을 먹여 기르는 파격을 선보였다. 유모를 활용해 16명 출산의 대업을 이뤄낸 친정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는 당장 젖 끊고 빨리 왕자를 낳으라고 잔소리 폭탄이었지만 왕비는 상큼하게 씹어주시고 대신 공주를 돌보고 길러줄 왕실 가정교사로 게메네 공작부인이 선발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로앙-게메네 가가 추문과 함께 대파산으로 몰락하면서 교체되었고, 새 가정교사가 된 이는 왕비의 친구인 폴리냑 백작부인. 마리 테레즈가 성장하면서 가정교사는 투르젤 후작부인으로 바뀐다.
왕비가 대망의 왕세자 루이 조세프를 낳았을 때 그 소중한 왕세자는 궁의 정원사 부인의 젖을 먹고 자란다. 안토니아 프레이저의 전기에 따르면 귀족들은 정원사 부인을 <마담 푸아트린느(젖소부인 유방부인)>라는 별명으로 불렀고 그녀가 왕세자를 안고 젖을 먹이며 루이 14세 시절 활약한 영국 장군의 고향마을 민요 불러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즉 젖을 먹이는것은 천한 출신이어도 상관없었으나 실제로 아이를 돌보고 감독하는 실제적 유모는 귀족부인이 아니면 안되었다는 것. 대부분 왕족의 아이, 특히 후계자를 맡아 기를 유모는 귀족 가문의 품위 있고 평판 좋은 부인으로 앙리 2세의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첫 아들 프랑수아를 낳았을 때 유모가 된 사람은 디안 드 푸아티에 공작부인이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 푸아티에 공작부인은 앙리 2세의 가장 사랑하는 애첩으로 궁정을 휘어잡고 정치에도 소질 없으면서 꼭 껴드는 야망녀였고 자기 애인의 본처가 낳은 아이의 유모가 된 것. 당연 인격면에서는 심히 할 말 없는 수준으로 아들 같은 왕을 치마폭에 독점해 왕비의 인생을 작심하고 망쳐놓은 천하의 개미년에 왕의 애첩이라는 빽을 내세워 본인이 해먹겠다고 나서 차지한 유모 자리지만 적어도 신분면에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문제는 푸아티에 공작부인이 그 후로도 카트린 왕비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유모장이 되겠다고 우겨 아들들을 죄다 빼앗아가 자기 치마폭에 싸안아 앙리 2세와 똑같은 천하의 쓸모없는 잉여로 만들고 어린 며느리 메리 스튜어트마저 버려놓아 인생 막판까지 카트린의 가슴에 박힌 대못이 된 것. 물론 이 푸아티에 역시 이 아이들에게 자기 젖을 물려 키우지는 않았다. 이 여인은 왕보다 무려 19세 연상이었고 이미 장성해 시집간 두 딸을 둔 초로의 노부인이었으니.
앙투아네트 역시 태어났을 때 젖을 주고 기른 유모는 콘스탄체 베버 부인이었다. 행정장관의 부인으로 미인에 성품도 훌륭했던 그녀는 갓 태어난 아들 요제프와 같이 앙뜨와네트에게 젖을 먹여 키웠고 젖형제 요제프는 덕분에 황실 아이들과 평생 가까이 지내며 많은 특권을 누렸다고 한다.
이러한 관례는 근대까지 이어져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베트(시씨)가 아이를 낳았을 때 시어머니 조피는 곧장 아이를 데려가 자기가 모든 육아를 담당했다. 아이를 돌보는 이 역시 일방적으로 정해 1848년 혁명 때 황실에 충성한 장군의 미망인인 샤를로트 벨덴을 내정한다. 벨덴 부인은 아이를 출산하고 기른 경험 자체가 없었지만 다행히 애정 깊고 성실한 성품이라 황태자 루돌프는 6살 무렵 군인 교육을 받게 되어 이 할머니 보모와 떨어질 때 울고 불고 난리를 부렸고 되고 죽을 때까지 그녀를 '보보'라고 친근히 부르며 애정 넘치는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죽기 전 황태자가 가족 외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유서에 가까운 편지를 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물론 벨덴 부인 역시 고령의 과부로 루돌프에게 젖을 먹인 사람은 모라비아 출신의 한 농부 아내였다고 한다.
<황후, 루돌프, 기젤라, 뒷사람이 벨덴 부인>
동양에서는 좀 달랐지만 유모의 지위가 막중하긴 마찬가지였다. 천년 전 소설 <겐지모노가타리>에서 주인공 겐지는 첩 아카시노키미가 딸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미 꿈을 통해 자식 중 하나가 왕비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던 겐지는 곧장 장래 중궁이 될 딸으ㄹ 키워줄 유모를 알아보기 시작, 마침 딸을 낳고 미혼모 신세로 좌절해있는 시녀가 괜찮다고 낙점하는 얘기가 있다. 또 이 미친 놈은 갓 애 낳고 누워있는 이 유모가 마음에 들어 껄떡거린다 이 소설에서 유모들은 돌보는 아가씨 도련님들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맺어졌다고 믿고 어린 상전을 위해 고생을 마다 않는다. 혹시 친부모를 못 믿겠다거나 위험하다 싶으면 애를 들고 튀는 짓도 마다 않고(무라사키노우에 생부인 효부쿄노미야는 딸래미 데리러 갔더니 이미 겐지가 납치해간 줄 모르고 아이고 유모가 날 못 믿어서 데리고 날랐구나 어디 가서 고생이나 안 해야 할 텐데ㅜㅜㅜ 중요한 건 이러고는 찾지도 않음...) 가끔은 친자식보다 상전에게 헌신하는 좋지만 흠좀무 사람들로 나온다. 겐지의 유모 아들인 고레미쓰나 타마카즈라의 유모 자식들처럼 유모의 친자들은 어머니가 돌보는 상전과 형제자매처럼 가깝고 시종, 시녀로 그림자처럼 헌신해서 사정이 생겨 떨어질 때는 울며불며 자책하고 헤어지는 등 헤이안 시대 유모 파워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오오쿠>로 유명한 카스가노 츠보네도 있었다. 친자식들을 두고 이혼한 카스가노 츠보네는 쇼군 이에야스의 장손자인 다케치요의 유모가 되어 온갖 정성을 쏟아기르고, 차기 쇼군 자리를 놓고 차남을 미는 미다이도코로와 대립하던 그녀는 결국 자기가 키운 도련님을 쇼군으로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해 3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의 유모로서 오오쿠를 지배하고 권력을 휘두른다. 그리고 그녀를 찾아온 친아들들도 이에미츠를 위해 희생을 마다않는다.
조선에서도 유모는 <내훈> 등에서 말하듯 왕손의 유모는 사대부 부인들을 들이는 게 마땅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유교 사상으로 양반가 유부녀에게 자식 놔두고 별거나 이혼하고 궁에 들어와 왕손만 돌보라고 하기는 무리였기 때문에 왕실 유모는 대개 천민층에서 선발했다고 한다. 그래도 평판 좋고 행실 올바르기로 인증된 여인들을 들였는데 건강에 문제가 있어 왕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젖을 먹임으로서 이미 그 왕손의 팔자와 연결되어 함부로 바꿀 수 없는 것이 유모였다는 것.
동양 왕실의 유모들이 신분과 상관없이 선발되고 '아이와 떨어질 수 없는 연'으로 맺어지는 것을 중시했다면 서양 왕실에서는 '젖 먹이는 Wet nurse'와 '기르며 돌보는 nanny'의 확실한 구분을 두었다고 한다. 젖을 먹이는 것은 천민 여자여도 상관없지만 그 Wet nurse의 임무는 그 뿐, 기르면서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고 가르치는 보모 겸 교사를 겸해 젖을 챙기는 것 외에도 아이를 세심히 살피고 감독하는 것, 왕족으로서의 소양을 길러주고 가르치는 주 임무는 귀족부인들 차지였다. 왕족의 시중을 드는 '시녀'들이 청소나 요리같은 잡일을 하는 하녀가 아니라 옷을 건네고 입혀준다든지 장갑이나 장신구를 걸쳐주는 일상 소소한 일을 거들고 월경 주기 관리하는 귀족 여성들이었던 것처럼 왕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육아실에서 귀족 여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둘러싸여 자랐다. 왕족들의 지나칠 정도의 특권 의식, 그러나 당대에는 왕족으로서 당연한 자긍심이었던 그 우월감은 바로 이들에게서 영향을 받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 일화 중 하나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딸 마리 테레즈를 만난 오베르키르슈 남작부인의 굴욕이 있는데 실제로 마리 테레즈를 본 남작부인은 탄성을 질렀다.
<특별출연: 베르바라의 뒤바리 부인, 라 모트 백작부인;>
"세상에 님아 너무 너무 귀여움!"
조낸 거만하게 "헐 날 그렇게 봐주다니 고맙긴 한데-_- 님 내가 듣는 데서 그런 말 하다니 간이 부으셨음?"
불쌍한 남작부인이 허둥거리자
옆에 있던 교사 마담 드 마쇼 왈.
"마담, 마담께선 전 프랑스의 딸입니다. 이들이 마담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으로 칭찬 받는 걸 방해하면 못 씀요."
마리 앙뜨와네트는 귀족과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아부 받고 자라 인간성이 망가진 시고모들을 보고 귀족들의 과도한 경의가 딸의 기질을 더욱 부추기는 것을 걱정해 딸의 시건방을 잡으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에제크 백작이 '오스트리안다운 자만심'이라며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고 말했듯 프랑스 귀족들은 마리 테레즈의 거만함은 오스트리아 왕비 쪽에서 온 것이고 위엄 등 좋은 점은 프랑스 왕족다운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왕비가 딸의 두번째 관리자로 폴리냑 백작부인을 임명했을 때도 이건 왕비의 편파다, '백작부인' 급에게 마담 루아얄을 맡기는 게 말이 되냐는 항의가 빗발쳐 나중에 모범적인 결혼생활과 성품으로 인정받는 투르젤 후작부인으로 바뀌는데 이렇듯 <프린세스>가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는 라미라 왕족이나 귀족들이 그 시대 너무나 당연히 갖고 있어야할 자신들의 신분에 대한 개념이나 의무, 귀족의 자부심 등을 매우 일찌감치 갖다 팔아먹은 채 시작하기 때문(........) 즉 평민은 절대 왕비가 될 수 없는 등 신분제도가 철저한 사회이면서 정작 왕후귀족들이 자기들 신분에 대한 자각이 없는 이상한 나라라는 것.
<시녀랑 결혼 못하게 했다고 고자 되겠다는 왕이나 시녀 앞에서 무릎 꿇는 왕비나 유모 딸한테 반말 까라며 왕자님이라 부르면 화낸다는 왕자나 그 유모 딸하고 말 까며 친구라는 공작 아들이나 그 꼴을 가만 보는 귀족들에 평민 남자애들하고 막 이름 부르며 노는 총리 딸 등... 현실 세계 왕족들, 뭐 루이 14세나 그 왕비가 애첩 멩트농 부인 앞에서 무릎 꿇을 수 있다는 의식 자체가 있었을까?>
왕족과 귀족들의 세계는 '그사세'로 대표된다. 철저한 신분의식과 우월감을 갖도록, 대신 개인 행복을 버리고 나라와 왕실에 의무를 다 하라고 교육받는 대부분 왕족의 유모는 평판이나 가문, 소양을 필수로 보는 지위일 수 밖에 없었다. 글과 학식을 가르쳐야하고 왕족으로서의 에티켓, 의무감 등을 어릴 때부터 몸에 배이게 하는 역할로, 라미라의 모델이라는 프랑스에서는 이 아이들을 돌보는 시녀들조차 모두 귀족 부인들이고 이들을 총괄하는 게 유모 겸 가정교사니 젖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평민 여자나 정원사 부인 등에게 만사 다 맡겨버릴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또 왕자와 가장 가까이 지낼 수 있으니 왕이나 왕자에게 제일 말이 잘 먹힐만한 존재도 유모인데 평민 출신 유모가 애 돌보는 귀족 부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통솔할 수 있고 왕자를 독차지한다면 이미 역사적으로 그 속좁음과 질투심, 총애 다툼 능력을 인증받은 귀족들이 그 꼴을 보고 있을 리가 만무.
헌데 에이레네는? 솔직히 말해 이도 저도 아니다. 신분은 잘 해봐야 평민이고 하는 걸 보니 학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교양이 있는 것도 아니며 비이 에미답게 오랜 궁정 생활에도 불구하고 주제 파악 능력조차 현저히 떨어지는 한편, 짬밥에 비해 에티켓도 말아먹어 지 자리 뺏었다고 왕비에게 개기기까지 하는 안드로메다급 무개념을 자랑한다. 심지어 애 키우는 능력도 딸년의 통탄할만한 사고 수준, 행동, 지적 능력을 보나 그걸 방치하면서 그 딸을 훈계하는 거 보나 답이 나오고 에이레네가 그토록 싸고 돌며 키운 비욘이 종내는 나라를 말아드시는 지경에 이르면(.....)
그렇다고 남편 신분이 높으면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려다가도, 에이레네의 남편이 한 가닥 하던 인간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궁에 있을 때부터 에이레네를 짝사랑하던 남편은 궁성의 일개 졸병에 불과했고 그나마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돌아가야할) 부인과 (당장 궁에 가서 왕자와 눈이 맞아야 할) 딸에게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전락해 집 나간 불량가장. 에이레네 같은 신분의 유모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적으로 모유셔틀에 불과했던 저 유방부인이나 모라비아 농부의 아내 Wet nurse 정도로, 이 정원사 부인이나 농부의 아내들이 공작부인 급의 귀족 부인네들을 제끼고 육아실과 비워진 안주인 대신 왕궁 통솔권을 차지하고 왕자의 어머니처림 세도를 누린 셈이다.
역사상 세계 어느 왕실을 봐도 이런 상황이 가능한가? 그런 여자에게 왕자를 기를 모든 권한을 그것도 왕비 마음대로 준다고 하면 귀족들이 가만 있었을까? 처음부터 젖 먹이고 입히고 하는 것 말고는 권한도 능력도 없는 여편네가 모든 권한을 차고 앉아 왕자를 기르더니 저 여자가 기른 애새끼들이 죄다 이 지경되고 합심해 결국 나라를 멸망해먹은 것이다. 자기 딸까지 내팽개치고 지극정성으로 왕자를 길렀다면서 대체 뭘 가르친 건가? 홀애비 표르도바랑 애절한 행세하느라 정신을 놨는지 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게 없다!
작가는 파라 왕비가 에이레네에게 굴욕받으면서까지 에이레네를 아들 유모로 들인 이유가 '바르데르 총리를 믿지 않아'서라며 나중에 바르데르가 치게 될 대형사고로 미움받아야할 핑계를 만들어줬는데 중요한 건 왕이나 파라 왕비가 대체 왜 바르데르를 안 믿는지, 뭘 보고 믿을 수 없는 작자라고 푸대접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되레 잘 읽어보면 파라 왕비 생전부터 국가적 위기를 외교적으로 수습해서 구해내고 또 나라 경제에도 기여해 국민들 신망도 얻었겠다, 총리 본인의 독백도 자기는 충신이었는데 보답도 못 받고 내 모든 것을 바친 라미라를 저 미친 아새끼한테 줄 수 없다하지, 바이다 공도 '왕의 장인이 됐으면 총리 사병들은 나라 위해 쓰일 것을...' 식으로 실은 괜찮은 놈이었다는 뉘앙스로 얘기하는데 대체 표르도바와 파라는 왜 그를 안 믿는지 이유가 안 나오고 걍 '난 걔 못 믿어ㅠㅠ' 한 마디가 이유가 되는 것이다. 웃긴 건 바르데르 총리가 원래 역심을 품고 있었으니 선왕과 왕비가 못 믿은 거다 바르데르가 나쁜 거지 비욘 비이 탓에 전쟁 터지지 않았다 주장하는 플센 빠순들도 부정을 못하는 것이, 대체 바르데르 총리가 뭘 잘못했길래 왕이고 왕비고 쌍으로 바르데르 못 믿겠다고 박대를 하는지 내내 작중에 그 이유가 전혀 안 나온다는 점이다! 총리가 야심을 보였든 왕 앞에서 나댔든 뭔가 본래 역심을 품은 나쁜 놈이라는 게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작중 초반 내내 총리는 그야말로 엄친아에 나라 사랑하고 충성스런 대신으로 명망이 높다고 나올 뿐 그런데도 왕과 왕비는 눈이 삔 건지 작가에 의해 바르데르 나쁜 놈 인증에 이용당한 건지 끝까지 바르데르를 의심하고 푸대접한다. 그렇다고 공인된 충신 바이다 부인에게 왕자를 왜 안 맡기는지도 설명 없다. 이렇게 뜬금없이 그냥 그렇게 알아라 식으로 넘기며 '아무 것도 안 했지만 장차 개자식 될 놈'으로 예약시키고 주인공 띄워주기용으로 쓰면 그만이라는 연출은 <프린세스> 전면에 걸쳐 몇번씩 나온다.
<헌데 가만 생각하니 파라 왕비가 표르도바 놈과 결혼당해 개무시 당하고 살게 된 게 라미라 왕자비 자리 둘러싸고 박 터지고 있을 때 총리가 코르시카랑 국혼시킨 거라 그것 때문에 감정이 영 안 좋았...........을 가능성은?>
그리고 바이다 부인은 임신까지 해서 애 낳으면 젖형제로 사이좋게 키울 수 있는데도 파라 왕비는 그냥 무시하고작가에게 조종당해 에이레네한테 무릎꿇어가며 환궁시켜 유모로 들인다. 현실적 전개대로라면 비욘에게 어울리는 유모는 바이다 부인이나 바르데르 부인, 정 마음에 안 차면 그에 준하는 귀족부인들에게 맡길 수도 있었다. 넘쳐나는 귀부인 중에서 몇 선발하거나시집 와서 믿고 애 맡길 하나 못 사귀었으면 본인 친정에서 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부르거나 추천받을 수도 있는데 정말 믿을 수 있는 친구 하나 못 사귄 건지 파라 왕비는 굳이 에이레네를 찾아간다. 가장 현실적으로는 왕의 다른 후궁들에게 맡기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일 수도 있었다. 표르도바와 에이레네 두 마리가 하도 청승을 떨어 표가 안 나서 그렇지, 왕에게는 다른 후궁'들'이 있다는 언급이 작품 초반에 분명히 나온다.
궁녀에게 미쳐있는 상태에서 떠맡은 부인한테도 안 가는데 또 떠맡은 게 매우 분명한 표르도바 왕의 후궁들. 일부일처제에 후궁제도가 합법적 존재해 적서의 구별도 없어 왕위 싸움나기 딱이고 서양식도 동양식도 아닌 이상한 나라(...) 3국 일부인 라미라에서 표르도바 왕은 분명 후궁을 두고 있다. 에이레네 때문이든 허약한 체질 때문이든 찾지 않는 왕 때문에 사이좋게 생과부로 늙어가던 파라 왕비와 후궁들은 동병상련인지 그래도 사이가 좋았다고 하고, 10여년 후 왕이 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후궁들은 총애만 못 받을 뿐 엄연히 있다고 나온다. 그런데 한 작가는 도중에 까먹은 건지(...) 저 후궁들은 존재조차 안 나오고 에이레네가 유모랍시고 궁을 휘젓고 다니는 중. 사실 표르도바 왕이 택하지도 않았는데 후궁으로 뽑힐 정도면 에이레네보다 어느 정도 집안, 신분이 된다는 얘기인데 파라 왕비는 그나마 친하게 지낸 이 후궁들까지 제끼고 뒷배도 없는 에이레네같은 말종에게 목숨같은 비욘을 맡겨 평민 유모가 신분 있는 후궁들 대신 왕자의 어미 겸 궁 안주인 행세를 하는 비현실적 전개로 이어지더니 결국 나라 말아먹는 단초를 제공하고야 만 것이다.
왕비가 왕자를 지켜달라고 무릎까지 꿇어가며 에이레네를 청한 것도 참 억지스러운 부분인 게 도대체 왕비는 왜 이 여자가 나라의 최고 권력가이자 정치 200단급인 명문 출신 바르데르 총리에 맞서 왕자를 지켜줄 수 있다고 믿은 것인가? 가문이 좋아? 신분이 높아? 남편 빽이 있어? 재산이나 사병이 많아 왕자의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나? 그렇다고 그걸 커버해줄 만큼 지략 쩔고 많이 배워 머리가 좋아? 왕자를 바르게 가르칠만큼 교양이 높아? 뭣보다 성격이 좋아(!)? 객관적으로 따지면 에이레네는 그야말로 사회적 지위나 입지, 인간적인 모든 면에서마저 최악을 달리고 깊은 산중에서 약초나 캐먹고 사는, 바르데르에 비교하면 발끝에 비교하는 것조차 미안한 버러지 수준이다. 그런데 파라 왕비는 이런 여자를 찾아와 바르데르를 믿지 않는다며 그에게서 왕자를 지켜달라고 애걸을 하는데, 사실상 에이레네가 바르데르에 맞설 수 있는 행동은 총리가 자는 왕자 침실에 자객이라도 보냈을 때 비명 지르며 왕자 감싸다 대신 칼 맞고 한 방에 가는 엑스트라 1 정도의 역할 밖에 안 되는 게 자명하다. 왜 때문에 에이레네가 자기 아들을 잘 키워줄 거라 믿는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설명 따위 없이 넘어간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자. 파라 왕비는 에이레네를 유모로 다시 들였는데, 만일 이 여자가 왕과 다시 불 붙을 가능성은 생각한 것일까? 그냥 시녀도 아닌 유모라면 왕자 빌미로 왕과 얼굴 매일 보는 것도 당연할 테고 ㅅㅣㄹ제로 왕이 유모든 뭐든 여자 하나 건드는 건 일도 아닌 경우가 태반이었음을 생각하면, 그러다 사생아를 낳은 경우도 있었음을 짚어보면 표르도바가 에이레네를 건드릴 가능성은 영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유모랍시고 들어왔다가 후궁으로 들어앉는 사태가 생기는 건 그렇다 쳐도 혹 아들이라도 낳는다면?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사랑하지 않는 여자가 낳은 자식에게는 의무감이 아닌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라고 한다. 여자는 사랑없이 낳아도 조건없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지만 남자는 자식을 평가하는 기준에 잣대를 들이대서 비교하는 존재라는 것. 현실에서 비슷한 예가 있는데 동아제약 모 회장은 본처와 그 소생들에게 줄 애정까지 첩과 첩자식들에게 대놓고 다 쏟아부어 본처 자식들을 돌아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첩 자식에 대한 애정이 과해 결국 본처의 맏아들을 밀어내고 능력 그닥인 첩의 자식을 후계자로 삼아 세간 입방아에 올랐던 노망난 회장이나 그 첩의 예가 존재하듯, 표르도바 왕이 사랑한 애인이 낳은 여자의 아들에게 마음이 쏠리고, 에이레네가 만일 이 아들을 왕위에 올리겠다 욕심 낸다면 비욘의 정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잘 봐왔듯 에이레네는 결단코! 성품이 어질고 훌륭한 여자가 아니고 오히려 신분을 망각하고 왕비가 되길 꿈꾼 주제 파악 꽝에 배은망덕과 열폭과 독함으로 무장한 몹쓸 성품의 소유자고, 표르도바 2세는 약체에다 우유부단에 라미라 신하들이야 첨엔 반대하더라도 (비욘 결혼 때 보면) 무개념 천지라서 결국은 왕이 원하니까 해줘야한다는 식으로 편들어줄 게 뻔하고(...) 생모 왕비도 없고 외가도 돈 없는 약소국인 비욘 왕자는 찬밥 신세로 왕위계승 분란 날 상황까지 갈 수 있는 것. 대체 파라 왕비는 뭘 믿고 이런 위험요소를 제발로 찾아가 궁에 끌어들인 것일까?
그런데 작가 가치관대로 추정해보자면 그 와중에 비욘과 비이는 동생 한명을 공유하는 의붓남매 비슷 처지로 금단에 사랑에 빠져 왕위는 될대로 되라 식으로 던져주거나(애초에 비이랑 농사짓고 쳐박혀 살고 싶다며 형제 하나 있었으면 하던 놈이니) 에이레네 아들도 착한 사랑의 결실답게 쓸데없는 왕위 욕심 없어 이복형과 이부누나의 절절한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누이를 왕비로 만들어 달라며 알아서 꺼져주고, 사랑이 나라를 구했다 시즌 1로 끝날 가능성 100%. 왜냐면! 사랑이 나라보다 백성보다 제 1의 가치인 한 작가 만화니까 !!-_-
비욘과 비이는 사랑하니까 무조건 정식으로 결혼해야 함->그런데 비이 때문에 왕위를 버리면 비이가 화사한 왕비가 되지 못함-> 그러니 비욘은 왕위와 비이 둘 다 갖겠다고 땡깡쓰는 게 당연-> 주변 사람들도 이를 당연히 생각하고 못 도와줘서 야단이어야하고 결혼에 방해되는 놈은 알아서 꺼져야 함-> 결혼함서 비이 왕비 등극!-> 이 둘의 사랑의 결실인 자식은 먼치킨이어야 함!=한 작가 공식(................)
벗뜨 표르도바 왕은 결국 에이레네를 후궁 삼지 않고, 건드리지도 않는다. 본래 병약했던지 어린 아들을 두고 골골하던 왕은 있는 후궁도 건사 못하고 막판엔 누워지내다 사망하는데
... 파라 왕비는 아무래도 허약한 남편이 복상사 우려가 있어 안 건들 것까지 예상하고 에이레네 들인 게 아닐까 싶은 부분이다-_-;; 아니면 사랑이 전부라는 작가가 표르도바 왕과 에이레네는 사랑하는 커플이고 정신적 불륜 중이니 어떻게든 이어줘야하기 때문에 파라 왕비를 이용해 굴욕 줘가면서까지 말같지도 않은 이유로 바르데르에게서 지켜줄 사람은 에이레네 밖에 없다는 식으로 억지 설정을 만드는 통에 결국 죄 없는 파라 왕비를 스스로 남의 자리 뺏은 죄인처럼 말하며 추락시켰던가. 얘기가 심하게 샜음
그럼 누구 탓이냐?
이 여인이 기른 탓인지 일찍부터 개념없는 왕자 새키는 멋도 모르고 이 유모의 딸에게 덜컥 왕자비로 맞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를 들은 에이레네는 한번 쓰러졌다가 일어나 그 길로 딸자식을 납치해 산골짝 자기 옛 집에 가둬버렸다. 옛날 자신이 개념없음의 정점을 찍기 직전인 궁녀 시절 주제도 모르고 왕자 전하랑 결혼하겠거니 헤헤거리다 족됐던 때를 상기하고 자신보다 한층 개념없는 딸자식이 정말 왕자랑 결혼할 줄 알고 나대다 진짜 뒈지는 수가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
그러나 죽어도 정신 못 차릴 비이년은 제 발로 왕궁에 돌아와 왕 곁에 눌러앉고 비이를 살리려면 같이 떠나게 해달라는 에미 말에 죽기 전엔 왕 곁에서 못 나간다고 버팅기기까지 한다. 신종 무개념 두 마리의 협공에 원조 무개념은 결국 굴복해 애나 낳아보라는 말로 둘 사이를 인정한다. 그러다 찾아온 에스힐드에게 모녀가 쌍으로 쌍욕 먹고(헌데 틀린 말은 전혀 안 했다-_- 꼴에 주제 파악 못하기가 특기인 비이 모녀가 표정 썩어서 그렇지 다 맞는 말) 싸대기 맞더니 에이레네는 앙심 품었다가 눈에 뵈는 게 없어졌는지, 찾아온 에스힐드에게 대고 지시한다.
"공녀께서는 마마께 인사를 올리십시오x2"
이 여편네가 돌았나 싶어 눈알 동공 비우고 째리는 에스힐드와 레오의 시선 따윈 개무시하고 무려 두번씩이나 지 딸한테 고개 숙여 인사하라고 무려 '시키는' 에이레네. 결국 에스힐드는 끓는 속을 참으며 비이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프린세스 통틀어 최고의 열통 치받치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 꼴을 본 독자들의 마음-감격해 우는 게 아니다 이 만화 결국 갈 데까지 갔구나 저런 비이년 따위한테 엎어져야하는 꼴을 보게 된 것에 정신을 놓은 것.>
대체 누가 죄인인가? 일찌감치 정략에 의해 왕비로 내정되어 있던 에스힐드지만 사실 방패막이로 이용당했을 뿐이다. 비욘을 사랑하진 않지만 자기가 시집 안 가면 나라 전체가 매우 골룸해지는 상황을 파악하고 나라를 위해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희생시키려 했던 에스힐드. 그런데 그 비욘놈은 정작 그런 희생 따윈 할 마음이 전혀 없이, 에스힐드와 결혼할 마음도 전혀 없이 비이를 찾을 때까지 말 같지도 않은 구실까지 붙여가며 혼인을 미루기만 하다 비이를 찾자마자 내버린다. 한 마디로 에스힐드는 만인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공개적으로 차인 것이다. 라미라 최고의 귀족 여성으로서의 체면은 물론 그 드높은 존심마저 시궁창 행이 되어 전국의 동정을 받는가하면 왕이랑 공개적 약혼해서 국내외 실질적 왕비였다가 왕한테 차였으니 딴 데 시집가기도 당분간 글렀다. 여기다 스카데이 토르는 다 들으라고 '라미라 왕에게 파혼당한 처지로 시집가긴 어려울 테니 내 차비로 들어오셈'이라고 족같은 뻐꾸기 까지 날리는 개쪽팔림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
그런데도 에스힐드는 그 굴욕의 원인 된 비이, 천한 유모 딸을 왕비로 인정하고 인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것도 유모 따위에게서. 이 상황을 실제 시대로 로컬라이징 해보면
1. 평민 출신 유모 봉보부인의 딸이 임금과 눈이 맞아 임신부터 했는데 신분이 너무 천해 중전은 개뿔 후궁 첩지조차 못 받은 상황. 간택 치러서 최고 대신 영의정 댁 딸이 중전으로 간택됐는데 임금이 나 이 여자 말고 용종을 가진 봉보부인 딸을 중전 삼아 그 뱃속 애만 세자로 삼겠다고 해서 조정 뒤집힘. 이 예비 중전이 간택 후 인사드리러 궁에 들어와 그 봉보부인의 딸을 불러들여 기선 제압 좀 할라는데 봉보부인이 따라와 자기 딸이 중전이니 절 올리라고 영의정 딸한테 주댕이 놀림
2. 서양 어느 나라 왕실 간 국혼으로 조약 맺고 공주가 시집왔는데 왕의 임신한 평민 정부가 떡 버티고 있음. 거기다 왕은 공주가 오기 전 이 정부와 비밀 결혼식 하고 애까지 가졌으므로 이 여자와 정식 결혼했고 그 뱃속의 아이가 합법적 후계자라 우겨 신하들과 파이트 중. 국가 조약 때문에 왕비와 결혼은 했지만 먼저 결혼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우기는 왕에다 그 임신한 정부의 에미가 공주에게 '왕비'인 내 딸 앞에 머리 숙이라고 함.
...........................그 결과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
이런 개같은 상황 앞에 놓인 에스힐드. 마음 같아서는 이 미친 모녀가 앞머리 뽕 솟구치고 다니더니 뵈는 게 없냐고 머리채 잡아 풍차돌리기 하고 나서 엎어쳐 머리채로 목졸라 저승구경 시켜도 모자랄 판, 이 모녀가 드럽게 머리 긴 건 이렇게 매를 벌 때 머리부터 쥐어뜯기고 쳐맞기 위해서라 믿어도 위화감 없다!
그런데 에스힐드는 결국 순순히 그 굴욕을 받아들인다. 이건 아무리 봐도 비이를 띄워주려는 작가의 농간, 비이를 에스힐드보다 위에 놓아주려하면서도 직접 내가 왕비니까 숙여!라고 말하면 안 착해 보이니 에이레네 입을 빌려 시킴으로써 왕비로 예우를 받게 하려는 수작, 본처가 첩에게 무릎꿇고 빌어 눈 트인 여성 독자들의 공분을 샀던 파라 왕비와 에이레네의 재현이었고 독자들은 완전 대폭발했다. 에스힐드의 인사를 받으며 황송해하는 것으로 비이를 착하고 겸손하게 보이려던 작가의 의도와 달리 완전 욕으로 점철되어 비이년 저거 입 가리고 놀란 척 하는 게 더 가증스럽다고-_-
<에이레네가 파라 왕비한테 당했어야하고
비이 모녀가 저 순간 에스힐드에게 당했어야 할 상황.
빙그레 썅년 모녀의 빗치 퐈이트>
저 개미친 유모나 초가증 딸년보다 더 짜증나는 건 이 꼴을 옆에서 쳐보고 있는 레오 바이다. 문제는 저 인간이 에스힐드의 실질적 남친이면서 정작 지 애인보다는 비이년을 더 챙겨서 비이년에게 굽히는 꼬라지를 멀거니 구경만 하고 자빠진 꼴을 보라!
사람들은 비욘이 워낙 병신끼가 작렬하는 나머지 차라리 레오가 낫다고 하지만 하는 거 보면 이 인간이 더 최악인 게 명색이 에스힐드 남친이고, 심녀가 남의 나라 첩으로 팔려갈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막상 뭔 일 터지면 정신 놓고 비이년만 챙겨 나올 인간이라는 게 더 심각하다. 거기다 지 여친이 딴 나라 첩으로 가게 된 그 원인이 바로 비이 비욘이란 점을 생각하면 도대체 이 인간이 정상이긴 하며-_- 저 비이가 왕비 소리를 들으려면 그 심녀가 아나토리아에 후궁으로 팔려가야 정식 왕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데 명색이 남친이라는 놈이, 유모 따위가 아직 왕비도 아닌 지 딸을 '왕비'라고 칭하며 그 팔려가야할 여자에게 인사를 하라고 시키는 꼴을 멀거니 구경하는 꼬라지를 보라! 비욘 비이한테 하는 거 반의 반만큼이라도! 도대체 에스힐드에게 해준 건 뭐냐?
이 행태들을 보고 있자면 결론은 프린세스 세계 남자들은 몽땅 병신 천치이고 티 나는 병신과 티 안 나는 병신 부류로 나뉘어 비욘은 티 나는 병신이요 레오는 티 안 나는 병신이라 할 수 있는데 참 여자 한 명 주변을 둘러싼 남자가 죄다 병신덩어리들이고 그 병신들이 죄다 그 여자한테 환장해 지 여친도 팽개치는 걸 보고 있자면 이것도 중증 질환이라는 결론에 도달게 된다.
병명은 이(건)뭐(집단적)병(신들)-
병원균 비이
둘이 독대하게 된 에스힐드는 기대한 대로 비이의 모가지를 꺾어놓으려다 그럴 가치도 없는 년이라 살려주고, 그 와중에도 현명한 니가 너도 같이 망할 짓은 안 하리라 믿는다고 애써 태연한 척 하던 비이는 디질 뻔 한다. (덤으로 독자들에게 욕은 배로 쳐먹었다)에스힐드는 비이를 놔주고 심지어 충고까지 해준다.
"댁이 앉으려는 왕비 자리는 개인 자리가 아님. 나약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심성으로는- 그저 눈물에 기대기만 하려는 마음자세로는 지키지 못할 자리. 라미라의 어머니가 되려거든 더 강해지고 더 굳세야하고 - 그래야 내가 당신을 인정하고 마음으러부터 물러나는 것에 억울하지나 않지.
스스로 지키려는 마음 없이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자리라고 혹시라도 생각했다면 이제라도 정신 차리쇼. 내가 보잘 것 없는 상대에게 밀려났단 수모는 당하기 싫음!"
근데 한 작가가 비이에게 도취되어 정신 놓고 감싸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음이 여기서 드러나는데, 비이가 얼마나 왕비 자리에 걸맞지 않은 계집이고 사내들에게 기대 눈물이나 질질 짜는 쓸모없는 민폐 캐릭터인지, 고쳐야할 게 어떤 점인지 작가는 에스힐드를 통해 정확히 꼬집었다. 그런데 문제는 작가는 본인이 써놓고도 자각을 못한 건지, 정작 비이의 저런 개같은 점을 고칠 생각이 전혀 없다느 점이다. 요태까지도 그랬고 아푸로도 계속. 여주가 청순 가련하고 남주만 바라보는 착한 여자라 등장인물 모두에게서 사랑받는 게 당연하게 보이려 한 작가 의도와 달리 독자들이 진짜 책 속에 쳐들어가 미친 모녀 쌍싸닥션을 날리고 싶게 만들어놓고는 비이 비욘이 왜 욕 먹는지 모르겠다 속상하다는 작가의 말 자체가 이미 미치도록 개그 수준.
이 모녀의 작당한 빙그레 썅년 짓은 전개가 거듭할 수록 업그레이드 되어 비이는 지 때문에 전쟁이 나네 마네 하는 상황에서도 나 왕비 안 되도 괜찮다, 왕비 되서 전쟁 나느니 그냥 첩으로 살아도 된다 죽는다 난리 피지는 못 할 망정 입 꼭 다물고 보석 왕관 쓰고는 편하게 배에 이불 덮고 일광욕 한가하게 하고 계시더니 전쟁 터지니 마침내 빙썅 짓이 정점을 찍는다.
무슨 현자마냥 "전쟁은 니 탓이 아니에염~ 주변국들은 처음부터 라미라 노려왔으니 터질 전쟁이 터진 것 뿐이에염~ 그러니까 니 잘못 하나 없으니 자책은 스탑!"
...이라고 말씀하시는 에이레네. 저 심어놓은 듯한 하늘 찌르게 솟구친 앞머리를 잡아 교수형으로 매달아버려야할 저 여자의 대사를 읽은 순간
<독자들의 반응 "호롤롤 그러셨쎄여 미친 녀나?">
결국 라미라와 비욘, 지 딸은 잘못한 거 없는데 주변 나라가 못 되먹어서 일어난 전쟁이란다. 아니 주변국이 호시탐탐 노리는 거 알면서도 질 수 없다며 억지 결혼 추진하고 국가 간에 맺어진 아스라 조약 어겼다는 건 생각도 못하는 건지, 자기 나라 노린다는 거 알면서도 명분 던져준 놈이 누구인지는 싹 빼놓고 에이레네의 입을 빌어 주변국은 원래 라미라를 노려서 쳐들어오려고 했다 그러니 니가 후궁되고 에스힐드랑 결혼했어도 일어날 전쟁이었으니 비이는 잘못 없다고 세뇌시키려는 한작가의 시도를 보라!
바로 전대에 라미라 왕자비 자리를 둘러싸고 전쟁 직사하게 날 뻔 했는데도, 라미라를 먹으려는 나라들이 눈을 번득이며 트집거리를 찾고 있다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니라면서 나라를 건사할 국가 조약을 대놓고 무시하고 라미라 최고위 숙녀를 걷어차는 걸로 (왕비인 딸과 외손에게 충성하며) 아들 없는 가문을 보전하려던 그 아비를 자극하고 주변 나라에 떡하니 그 트집거리를 던져준 주제에, 왕으로서 해선 안 될 짓을 하고 말려야 할 신하놈들도 충성이랍시고 왕의 뻘짓거리를 도와주는가 하면 저 개념없는 색히를 길러낸 유모는 머리 빈 딸에게 앞뒤 싹 빼먹고 니 탓 아니라고 세뇌시키고 있다. 뭐 원래 일어날 전쟁이었고 주변 나라가 못 된 것들이며 바르데르는 딸이 왕비가 됐든 말든 반란 일으켰을 거다 라미라는 인구 적고 건국 이래 전쟁 한번도 안 해봤다는 등 남탓하며 뻘소리로 때우려 드는데 애초에 못 이길 전쟁인 거 알면 안 일어나게 외교적으로 막아보든가-_- 트집거리를 안 줬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인간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웃긴 게 이 3국은 분명 현실 세계에 바탕을 둔 가상국가로 유럽 어딘가에 붙어있는데 그 수많은 유럽 국가들 중 누구와도 접점이 없이 지들 3국끼리 놀기 바쁘다. 분명 중국, 베네치아, 로마 등 실제 유럽 지명이 나오는데 이들 3국은 이 유럽국가들과 문화, 경제적으로 교류한다는 건 있으나 수교나 동맹, 외교하는 것도 없다. 스가르드 아나토리아가 라미라를 먹으려고 번득대고 있고 그걸 알았다면 비욘은 카르타, 코르시카처럼 주변에 널려있는 가상 나라들이나 소위 서유럽, 남유럽 국가들과 손을 잡아 이 두 나라를 견제할 수도 있는 건데 비욘이 외교에 대한 재능마저 팔아먹었는지 작가 능력의 한계인지 그 딴 거도 없다.
아무튼 주변국이 노리고 있었으니 언제 일어날 전쟁이라고 백보 양보해 이해해준대도, 그 정도로 정세를 이해하고 있는 여자라면 자기 딸 간수라도 잘 해서 이 침략의 명분이 될 계기를 없애고도 남았을 텐데 에이레네는 지 딸 납치해서 산에 감금해놔서 비욘이 비이한테 더 집착하게 만들고는 돌아오니 이제 왕비마마랍시고 눈에 뵈는 게 없는지 에스힐드마저 후려치고 다닐 수준. 왕자는 물론 딸 하나도 제대로 못 가르치고 간수 못해서 주제 파악도 못한 골빈 녀로 키운 주제에 어디서 누구한테 훈계질 세뇌질이야 이 아줌마가??????????? 와 진심 저 뽕 넣어 하늘로 솟구칠 앞머리 잡고 외치고 싶은
결론적으로 에이레네는 여러 모로 비현실적인 캐릭터였다. 현실을 바탕으로 만드는 척 하면서 비현실의 정점에 달한 이 만화에서 에이레네는 오직 사랑 하나만 믿고 평민의 신분으로 왕과 결혼해 왕비가 되기를 꿈꾸었으며 이게 틀어지자 현실을 원망하고 공주인 파라 왕비의 상대가 되지 않음을 느끼자 열폭해 궁을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홧김인지 아무나하고 결혼 후 찾아온 왕비가 자기 아들 유모가 되어달라고 하자 지가 열등감 폭발해 나왔으면서도 파라 왕비가 잡지 않고 내쫓은 것처럼 죄없는 왕비에게 화풀이 한다. 심지어 왕비가 자신 앞에서 무릎을 꿇어도 말리긴 개뿔 당연하다는 듯 마주 짯짯이 내려다보는 개싸가지를 발휘하고 남편이 제 발로 나가게 한 후 궁에 들어와 왕과 이뤄지지 못한 애절한 로맨스를 이어나가는데 정신이 나갔는지 자기 딸 교육도 팽개쳐 딸이 무식의 절정에 자기 연민병에 쩔게 만들고 왕자의 인격과 사상 모든 면을 얄짤없이 망쳐놓은 장본인이다.
오직 왕비의 의사 하나로 턱하니 왕자를 독점하는 유모로 들어앉는 여자, 평민 신분에 일개 병졸의 아내 주제에 왕의 후궁과 귀족 부인들을 젖혀놓고 왕자의 양육과 교육, 궁정 살림을 몽땅 틀어쥐고 왕의 어미 겸 안주인 행세로 세도를 누린 에이레네. 하지만 정작 왕족의 유모에 걸맞는 신분, 학식, 교양이나 양육 능력은 아예 갖추지도 못한 그녀는 자기 딸 교육 하나 제대로 못 시켜 나이 먹고도 왕자와 놀러다닐 생각만 하는 딸을 방치하고 버릇조차 잡지 않아 장래의 사단을 만들었다. 현실에서라면 애초에 그런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을 신분, 교양과 학식과 소양은 고사하고 주제 파악이나 개념조차 상실해 왕비와도 맞먹으려 든 여자가 그 자리를 차고 앉더니 딱 자기 수준에 맞게 왕자와 자기 딸 모두를 망쳐놓아 결국에는 라미라를 식민지로 전락하게 만든 전쟁을 유발한 에이레네. 그러고도 끝까지 비이를 감싸고 그녀 때문에 인생 꼬인 피해자를 비롯한 모두가 비이에게 숙이게 만들면서 전쟁조차 비이나 비욘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 에이레네의 말은 곧 줄기차게 독자들에게 비이는 아름답고 선량해 그런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여자임을 주지시키려는 작가의 말이나 다름없었다. 파라 왕비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주변 사람들 아무도 못 믿게 설정된 것도, 에이레네 앞에 무릎 꿇어가며 굳이 궁으로 끌어들이는 등 파라 왕비가 병중에다 우울증으로 정신이 나가서 저러나 싶었던 것(...)도 다 에이레네가 작가의 수준과 사상을 보여주는 사실상의 아바타, 비비 커플의 죄 많은 사랑을 대신 옹호해주려는 작가의 분신이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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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여기까지 썼을 때 프린세스 웹툰으로 연재 재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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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4편! 비욘과 비이, 이 연놈은 성자인가 악마인가 착한 척하는 인간 쓰레기! 그것이 알고 싶다!
첫댓글 그냥 봐도 어이가 없는데, 찬찬히 뜯어보니 점입가경의 말뜻을 절절히 체감하게 되네요.
볼 때마다 의아한 건, 차라리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면 대충 그려러니 넘어갈 수 있는 대목인데, 에이레네가 괜히 비극적인 척 해대는 바람에 긁어 부스럼 되는 장면이 정말 많다는 거예요. 작가는 무슨 생각이었던 건지 물어보고 싶어질 정도예요.
저도 심히 궁금합니다 작가가 대체 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인지. 굶어도 사랑만 먹고 살거나 나라도 사랑만 하면 주변인들이 다 도와줘서 잘 굴러간다는 그런 생각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만화인데 다음에 쓰겠지만 작가는 진짜 비이가 자기 자신인 줄 아는 거 같음요-_-
4편도 너무 기대됩니다. ^^
이놈의 <프린세스> 고등학교 때인가 아주 옛날에 보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안 끝났다는...
욕하면서도 결말이 궁금한 막장 드라마 같은 만화예요.
감동은 없지만 호기심은 자극하는...
주인공 언제 망하나 열망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같은 매력이져ㅋㅋㅋ
제가보기엔 작가의 분신은 비이고 에이레네는 작가가 원하는 독자상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은 비이 편 들어주는. 덧붙여 프레이야는 작가의 자식같은 존재.
그래서 다다음편 쯤엔 예고한대로 비이는 작가의 딸인가 자기 자신인가 한번 써보게요. 문제는 비비가 싸질러놓은 게 너무 많아 끝이 안 난다는
@그라니아 힘내세요!완전 기대하고 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