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에 여원재~복성이재, 그리고 복성이재에서 육십령까지 끊어서 산행했던 경험이 있는 나는 이번 구간은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지, 무더운 여름 날씨에 12시간의 긴 시간을 산행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이 되어 배낭의 무게를 최대한 줄이고 식수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문제였다.
배낭에서 이번산행에 필요 없는 물건들은 가급적 모두 빼놓고 물은 평상시 보다 많은 500㎖짜리 5개를 가지고 산행을 한다는 계획아래 3개는 물을 꽁꽁 얼리고 빈 물병 두개는 예비로 가져 가고 음식도 무게가 적게 나가는 샌드위치로 준비하여 배낭을 꾸렸다.
약속시간 약 10여분 전에 체육관앞에 도착하여 억수와 같이 쏟아 붓는 소낙비를 뚫고 차에 오르니 벌써 여러분이 탑승하여 기다리신다. 출발시간인 12시에 인원파악을 하고 약 10여분을 더 기다린 후에 19명의 대원을 태운 버스는 음성에서 세명을 더 태운 후에 이내 차안의 모든 등은 꺼지고 대원들은 말없이 의자에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잠을 청한다. 얼마를 잤는지 몰라도 오래도록 잠들지는 못했지만 달콤한 잠을 자다가 깨어보니 육십령 터널 직전을 달리던 버스는 대진고속도로 함양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가 산행 들머리인 여원재에 새벽 3시 30분경에 도착하였다. 낮선 이방인의 방문에 개짖는 소리가 마을 멀리에서 들려오고 맑은 하늘의 밝은 달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준다.
이번 구간은 길이 혼동되는 구간이 몇군데 있다. 고남산을 오르면서 임도에서 갈라지는 구간도 그렇고 산행안내에는 중재로 안내되었지만 이정표는 중재가 아닌 중치로 되어 있어 하산지점을 잘 찾는 것도 그렇고 ~~~알바없이 모두 잘 산행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여원재에서 출발에 앞서>
약30Km의 긴 산행코스를 모두 무사히 마치기를 기원하는 단체사진을 찍은 후 3시 36분경에 여원재를 출발한 일행은 비교적 완만한 대간길을 지나 고남산의 비탈길을 청솔님, 경포대님, 총무님 뒤를 쫓아 열심히 오르다 보니 이마와 등에서 땀이 흐를 즈음에 고남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고남산의 여명>
동녘하늘에 환상적인 여명을 잠시 감상하며 사진을 찍는 사이 매요마을에 가서 아침을 먹겠다며 경포대님은 먼저 앞서 가신다. 언제나 경포대님과 함께 발을 맞춰보나? 무척이나 부럽다~~
서서히 밝아오는 동녘의 여명과 산아래로 운해가 끼어 있는 평화로운 경치를 감상하다보니 몇몇사람들이 정상에 도착한다. 아침 먹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에 매요마을까지 목표로 하고 또다시 출발한다. 여원재부터 선두에 서서 온 청솔님과 총무님 부부는 또다시 빠른 속도로 대원들을 앞서 간다. "두사람 보약을 먹고 왔나?" 라는 농담을 던지며, 안개가 약간 끼고 풀잎에는 이슬이 송글송글 맺힌 대간길의 신선한 숲의 상쾌함을 느끼며 걷다보니 새벽이슬 머금고 자주꽃 흰꽃을 예쁘게 피운 도라지밭과 옥수수받을 지나 매요마을에 다다랐다. 마을회관앞 버스정류장에는 이른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골노인 여러분께서 우리를 반겨 주고 시골 할머니가 운영하는 매요휴게소에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대간꾼들 여러명이 모여 아침을 먹고 있다. 여유만 있다면 막걸리 한잔 마시고 가고 싶었건만 벌써 막걸리가 동이 났다는 말이 전해지고 ...여유가 있는 다른팀의 한가함을 부러워하며 갈길이 먼 우리는 참을수 밖에 없었다.
빈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운영진에서 나눠준 김밥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 후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빈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운다. 남은 구간에는 물을 보충할 곳이 없기에 물을 최대한 채우고 남은 물을 잘 관리해야 한다. 우리를 안내하듯 쫄랑쫄랑 앞서가는 애완견이 귀여워 백두대간견이라 나름대로 이름을 지어주고, 길가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던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내니 저쪽으로 가면 된다며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는 모습이 돌아가신 외할머니 모습같이 느껴진다. 유치삼거리를 지나 88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고 안개낀 능선길을 걸어 복성이재까지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도착하였다. 약20킬로미터를 6시간 25분경에 마쳤으니 시간당 3km이상을 걸은 셈이니 상당히 빠른 걸음이다.
그늘을 찾아 염치불구하고 아스팔트 바닦에 누으니 피로도 풀리고 편안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총이 따가워 마냥 누워 있을수 없음을 아쉬워 하며 일행을 기다린다.
<복성이재에서 아침식사>
아침먹고 휴식취하고...복성이재에 도착한지 1시간이 지났건만 뒤늦게 도착한 일행의 휴식은 계속되고 있는데 갈길이 멀기에 일행들에게는 많이 미안하지만 먼저 일어난다.
남은 거리 10여km~~
지금까지 온 거리에 비하면 얼마되지 않는 거리지만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것이 무더위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행을 마친 에베레스트 산악회 일행에게 남은 물을 얻어 식수통에 보충하고 봉화산을 향해 오르는데 무척이나 힘겹게 느껴진다.
좁다란 철쭉군락지의 사이를 빠져 나가는 것도 힘들지만 나무가 없어 이마위에 내려꼿는 햇빛은 무척이나 뜨겁고 간간히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은 숨을 못쉴 정도로 막아 버린다. 게다가 왠 가시덤불은 그리도 많은지~~다리와 팔뚝은 온통 다 긇히고 다리는 점점 피곤하여 걷다 쉬다 하기를 어려번~~~매봉을 지나고 봉화산으로 가는 중간 즈음에 매요마을부터 약간씩 거슬렸던 새끼 발가락의 통증이 무척이나 심하게 느껴진다. 등산로 옆에 앉아 PT병을 잘라 응급조치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여러분들께서 걱정을 해 주신다. 양말을 뒤집어 신으라던 소나무님, 샌달을 빌려주신다는 몽벨님 등등...모두 고맙습니다.
새끼발가락의 응급조치를 하고 걸어보니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한결 걷기에는 편해졌다.
복성이재를 출발한지 1시간 50분만에 봉화산 정상에 도착했다. 지난번 산행때는 1시간 10분 걸렸던 구간인데 무려 40분이 더 소요된 것이다.
산 정상에서의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그늘이라도 있으면 쉬어가련만...
두리번 거리다 보니 멀리 정자가 눈에 띤다...
정자에 올라 윗옷을 벗어 바람에 말리고 마루바닥에 누우니 무척이나 시원하여 잠이 솔솔온다.
"출발 합시다"라는 소리에 눈을 뜨니 잠깐동안 잠들은 것 같은데 약30분 이상을 잤다고 한다(몽벨님 사진에 찍힌 시간을 보니 20여분간 잠들었던것으로 추정됨)
얼떨떨한 잠결에 대충 배낭을 짊어지고 먼저 출발하는 일행을 뒤따라 나서는데 피로감은 많이 풀렸지만 무더위는 한층 더 심해진 것 같다. 한봉우리 넘고 두봉우리 넘어도 쉽게 다가오지 않는 광대치 까지 몇번을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기도 하고 왜 이토록 힘든 산행을 하는 것인가를 여러번 생각하며 광대치에 도착하니 이제 욕심인지 오기인지 모르지만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광대치에서 월경산 삼거리까지 단숨에 올라 잠시 쉬며 한숨을 고르니 이제는 굴러가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빠른속도로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그토록 멀게만 느껴졌던 중치의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감격에 겨워 하이파이브라도 하자는 소나무님의 말도 흘려 보내고 중치 이정표와 기념사진을 열심히 찍고 뒷사람들이 헤메지 않도록 바닦에 화살표를 그려놓고 지지리로 내려오는데 경포대님이 올라 오신다. 후미에 오는 분들이 식수가 바닦나 고생을 한다며 물을 들고 험한길을 올라오시는 경포대님이 고맙게 느껴지면서 뒷사람들이 무척이나 걱정이 된다.
무더위와 풀이 유난히도 많았던 이번 산행은 마지막 구간까지도 쉽지 않았다. 지지리로 내려오는 길은 유난히도 산딸기 덤불이 많아 반바지를 입고 내려오는 나에게는 고통의 구간이였다. 마지막까지도 무척이나 힘겨웠던 제3구간의 산행은 지지리 계곡의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땀을 씻어내니 피로감이 확 풀린다.
유난히도 힘들었던 제3구간...
함께 완주한 일행들이 정말 위대해 보인다....
22명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완주를 할 수 있도록 많이 힘써준 민아님과 총무님등 운영진과 옆에서 함께 산행을 한 몽벨님, 소나무님, 청솔님, 총무님을 비롯한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중간(복성이재)에서 탈출한 분이 몇분있고...중치에서 중기리를 거처 운산마을까지 갔다가 다시 지지리로
돌아오신 분이 몇분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고맙습니다.
<중치에서 하산할 방향을 화살표 표시를 하고 있는 사진...몽벨님이 촬영>
<지지리 계곡>
□ 구간별 통과시간
- 00:10 충주 출발 : 중부, 경부, 대진고속도로 경유
- 02:44 대진고속도로 함양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 03:28 여원재 도착
- 03:36 여원재 출발
- 03:47 마을 뒤 고개 통과
- 05:04 고남산 정상 도착
- 06:21 매요마을 매요휴게소 도착 : 간단하게 아침식사 후 출발
- 06:37 매요휴게소 출발
- 06:45 매요삼거리 통과
- 08:23 새맥이재 통과
- 09:44 아막성터 통과
- 10:01 복성이재 도착 : 휴식 및 식사 후 출발
- 10:56 복성이재 통과
- 11:12 봉화산 철쭉군락지(매봉) 통과
- 11:22 4각정에서 잠시 휴식후 출발
- 11:40 새끼 발가락이 너무 아파 응급조치 후 출발 (약50분 지체)
- 12:46 봉화산 정상 통과
- 14:53 광대치 통과
- 15:22 월경산 삼거리 통과
- 16:01 중치 통과
- 16:24 지지리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