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2005-07-27
수업 중에 A 회사 직원들이 일괄 사표제출하고 다음날 일괄 입사하는 예를 들어 .
이것은 비진의 표시(107조) 예외에 해당한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회사측과 직원들간에 통모한 허위표시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요 ?
결과는 "무효"로 같은데요.
<답변>
안녕하세요, kingkong7588님.
말씀하신 대로 이 사안에서 직원들이 상대방(회사)과 통모하여 사직의 의사도 없이 사직서를 썼다고 보아 통정허위표시의 성립 여부를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의문을 갖는 것은 매우 훌륭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kingkong7588님의 의문은 민사소송의 변론주의라는 원칙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비로소 풀릴 수 있습니다.
변론주의란 민사소송법상의 용어로서, 민사소송에서 당사자는 소송자료로서 사실 및 증거를 제출해야 하며, 법원은 당사자가 제출한 소송자료에 근거하여 판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직권증거조사의 원칙적 금지), 법원은 당사자가 진술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판결을 내릴 수 없으며(사실의 주장책임), 당사자가 진술한 사실을 두고 상대방과 다투는 경우에 한해서 법원은 그 증거를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법원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은 그것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자백의 구속력).
이 문제에 변론주의를 적용시켜서 풀이하면, 원고(회사방침에 따라 사직서를 쓴 직원들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가 통정허위표시를 주장하지 않고 비진의표시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법원이 통정허위표시로써 무효라는 판단을 할 수는 없게 됩니다. 즉, 비진의표시와 허위표시는 엄연히 다른 사실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실인 허위표시에 대해서는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효과에 있어서는 다 같이 무효로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왜 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주장을 하지 않고 비진의표시의 예외 주장을 하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그것은 입증의 어려움과 용이함이라는 현실적 문제로부터 기인된다고 보입니다. 두 경우를 나누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1. 먼저 직원들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 회사측으로서는 당연히 통정한 사실을 부인할 것입니다. 통정한 사실이 인정되면 퇴직은 무효가 되고 퇴직금 계산에 있어서 회사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상대방(회사)이 통모사실을 부인하므로 그 사실(즉, 통모한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직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직원들이 부담할 것입니다. 당연히 입증의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2. 반면, 직원들이 비진의표시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주장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때에도 회사측은 자신의 선의·무과실(즉, 사직의 진의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것을 몰랐음)을 주장할 것이고, 이제 직원들은 회사측의 악의 또는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 경우에는 회사측의 통모까지는 입증할 필요 없이 회사측이 알고 있었다거나 또는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 입증하면 족합니다. 특히 과실에 대한 입증은 승산이 큽니다. 어느 회사 직원들이 일괄사표 내고 그 다음날 즉시 재입사하는 기괴한 행동을 하겠습니까? 사직의 진의가 없음을 회사측이 몰랐을 리가 없고 백보양보하여 몰랐다 하더라도 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사직의 무효를 주장하는 직원들 입장에서 볼 때 허위표시와 비진의표시의 단서 중 어떤 쪽이 입증이 용이하겠습니까? 당연히 후자이겠지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저의 개인적인 추측이 좀 가미된 것이지만) 대부분의 유사 사건에서 사직의 무효를 주장하는 자들은 허위표시가 아닌 비진의표시를 주장하고 있고 그에 따라서 대법원 판례도 거의 다 민법 제107조를 적용법조로 해서 나와 있습니다. (이례적이긴 하지만 허위표시를 주장하여 인정된 사안도 있긴 합니다.)
이해가 되셨는지요?
그럼 즐공하십시오.
YOU CAN DO IT!!!
첫댓글 입증책임의 문제때문이군요.. 지난번 배운내용인데.. 벌써 또 새롭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