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일) 교회, 피씨방 대신 산행 「송광사~종남산~서방산~오도재~송광사」

어제 모악산에 다녀왔는데 오늘도 또 산에 가게 된다.   오늘은 안선생님 큰아들 한신의 제안으로 시작된 산행인데 고3의 새해를 맞아 그간 일요일마다 다니던 예배당을 대신해서 등산을 가게 된 것.   나 또한 큰아들 강산의 생활이 이제 막 안정적으로 잡혀가려는 참인데, 훌륭한(?) 친구의 꾀임으로 피씨방에서 약속이 잡힌 것 같아 급 산행을 추진하게 되었다.   안선생님은 아들과 둘이서 산에 가본게 평생 손에 꼽을 만큼 적다고... 그 이유가 놀랍게도 일요일마다 가는 예배당 때문이었다니 주님의 은혜인지? 마님의 믿음 때문인지?...   하여간 얼떨결에 이루어진 '부자산행'에 산을 가는 코스 또한 누구도 가보지 않은 초행길을 택한다.   지난 연말에 장영형님과 함께 셋이서 둘러봤던 안수산, 오도재 중심의 일주를 이번에는 송광사를 기점으로 종남산, 서방산, 오도재를 돌아오는 순환코스로 잡은 것.   전주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고 늘 전주역 뒷편으로 바라보던 산맥인데 이제서야 가는 것도 놀랍지만 가게 된 사연이며 구성된 맴버 어느것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 게 없다.   소양 송광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대충 입구로 보이는 눈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 게 9시20분 무렵.   지금은 폐쇄가 되어 음산하게 잔해만 남은 송광야영장을 거쳐 산에 오르게 된다.   종남산은 송광사 부근에서 바라볼땐 봉우리가 단순하게 하나로만 된 것처럼 솟아 있지만 막상 올라가보니 세개 정도 되는 중간봉이 늘어선 연봉(連峯) 개념.   초반부터 줄기차게 올라가는데다 마치 약을 올리듯 정상이 자꾸 뒤로 물러서는 구조라 왕초짜 한신이는 종남산에 오르는 그것만으로도 극한체험 그 자체.   1시간 가까이 리본을 따라 눈길을 더듬어 종남산에 올라 유일한 먹거리인 귤 다섯개를 나눠서 먹는다.(10:18)   아빠들이 무심해도 너~~무 무심해요! 물 한병, 그 흔한 초코파이 하나도 없이 달랑 귤 다섯개가 전부라니... 자기들 다니던 대로만 머릿속에 꽉 박혀서...끌!   서방산까지 가는 길은 눈이 수북히 쌓인 북쪽 방향으로 응달면을 가게 되는데 길은 험하지 않지만 역시나 올라갔다 내려갔다 봉우리를 타는 그것이...ㅎㅎ 맨날 거짓말만 하게 된다.   "다왔어!" "다 왔다니까! 저기봐 봐 저기잖아!"   서방산은 정상부가 고덕산과 비슷하게 핼기장이 있는 평평한 구조로 되어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날카로운데... [11:07]   이제 산 봉우리를 타는 산행은 정점을 찍었고 오도재로 내려가 이후부턴 임도와 도로를 따라 트레킹만 하면 된다고 독려를 했는데...   오도재로 가는길은 눈이 푹푹 빠지고 미끄러지는 내리막이 마치 지리산 연하천에서 벽소령도로로 내려가는 그길을 연상케 한다.   아빠들이 또 사기를 쳤네요!   오도재에 도착하니 11시48분, 산행이 다 끝난 것 같지만 등산화 속에 들어간 눈을 털고 젖은 양말을 갈아신고... 여러가지로 산행의 잔재를 털어내느라 부산하다.   결코 만만치 않은 길이의 임도를 내려오니 오스갤러리와 기도원이 기다리고 있다. [12:40] 이후부턴 다소 허전한(갑자기 발의 미끄러짐이 없어져서) 포장도로 위를 걸어 송광사 주차장 기점까지 [13:15]   총 4시간에 가까운 결코 짧지 않은 산행과 트레킹이었다. 특별한 의미를 가졌던 산행이니만큼 오래도록 기억된 것이다.   고산으로 넘어가 소고기 사먹고, 비봉 백도리에선 어제 수리한 화목보일러를 다시 손보고... 전주에 넘어와선 아빠들끼리만 저녁에 뒤풀이.   아들과 함께 산에 가보는 것.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등을 밀어주는 것.   버킷리스트 처럼 들리지만 안선생님이 결혼하고 아들이 생기면서 가졌던 소박한 소망이었단다. 거창한 것도 아닌데... 오늘 그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졌다니 기념할 만한 날인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