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직장 만들기(강원매거진 3월호 게재)
춘천서인정신병원 감사 홍 상 표
최근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자들의 화두(話頭)는 "일자리 창출"이다. 지덕체를 겸비한 싱싱한 젊은 인재들이 나이 삼십이 넘도록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느라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할진대 노인들이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제조업이 뒷받침하고 있는 2차 산업에서 이미 국제 경쟁력을 잃은 우리 경제는 3차 산업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다. 금융, 증권, 보험, 유통, 의료, 법무, 부동산, 사회복지사업, IT(정보통신) 등에 인재가 많이 몰려있고, 특히 공무원의 인기는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유흥업, 광고업, 상업, 서비스업 등 대체적으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들도 인기가 있다.
하지만 3D 산업은 물론이요, 웬만한 제조업에 인재는커녕 지원하는 사람들조차 구경하기 힘든 게 작금의 현실이고 보면 대학진학에 있어서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도자들은 "일자리 창출"을 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유수한 공단의 중소제조업체의 현장을 찾아가 한국 사람같이 생긴 근로자를 한번 찾아보시라. 찾는 게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눈이 크고 가무잡잡한 얼굴을 한 필리핀, 네팔,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국가에서 온 고학력의 외국인들이 그 자리를 완벽하게 메꾸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끔 한국사람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사람도 중국교포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우리나라 2차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중소제조업체의 모순이자 현주소다. 이러한 모순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연두(年頭)에 쏟아져 나온 "일자리 창출"이 이번 총선을 의식한 공염불로 끝날 것은 자명한 이치.
한때 벤처거품이라는 것이 있었다. 인터넷 하나면 이 세상을 모두 움켜쥘 수 있다는 이상한 거품에 휩쓸렸던 젊은 인재들은 거품이 가라앉은 지금까지 아직껏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인터넷 쇼핑몰이나 다단계 등의 사업을 통하여 일확천금을 벌고자 그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제 정부는 3차 산업에 몰려 있는 웬만한 인재들을 2차 산업 쪽으로 눈길을 돌리게 하여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그 자리를 우리 젊은이들로 대체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고 실제로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떠난 그 자리는 누가 메울 것인가? 인생경험이 풍부하고 사리판단을 잘 할 수 있는 노인들로 메워도 문제될 것이 없다.
"나이 오십에 지천명" 이라 함은 "지금 새로운 천직을 명령받을 50세"라고 한다나? 세간에 떠도는 이 말은 공자님께서 주무시다가 하품할 만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요즈음 세상은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의 적령기가 오십 세라는 사회적 위기를 암시하고 있는 하나의 paradox다.
정말이지 요즈음에는 이미 40대에 퇴직을 하고 노인행세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하물며 나이가 오십 줄에 접어들었다면 오죽하랴. 직장에서 밀려나니 젊은 시절부터 갈고 닦았던 전문지식은 사장되어버리고, 별 수 없이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는데 나이는 자꾸만 늘어가고, 환갑을 넘어 노인소리를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직장 구하기는 사실상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취직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오라고 손짓하는 곳이 일을 리 만무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있던 직장에서도 명퇴니 뭐니 해서 밀려난 사람을 노벨상을 탈만한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지도 못할 바에야 누가 오라고 손짓을 하겠는가? 기껏해야 아파트경비원, 빌딩관리원, 주차관리원 등의 직업을 소개받을 뿐이다.
나이가 더 많은 노인들이 직장을 구하기에는 그나마도 하늘의 별따기다. 주로 예절지도선생, 가훈써주기, 사회복지시설 공동작업장 취업하기, 노인정 한문서예선생 등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고령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의 현주소다. 각 지역에 노인들을 위한 이용시설인 노인종합복지관에는 "고령자 취업알선센터"라는 것이 있는데 주로 이 기구를 통하여 소개되는 분야가 바로 그것들이다. 하물며 예순이 지나 칠십이 넘었어도 정신과 신체가 멀쩡한 노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노인관련사업이란 "노인요양시설, 노인전문요양시설, 실비노인요양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의 신,증축과 장비지원 그리고 운영에 따른 지원과 공립치매요양병원 건립, 경노당무료급식, 거동불편재가노인 식사배달, 노인건강진단, 치매상담센터, 주간보호사업 등 주로 시설이나 건강 지원사업 위주로 짜여져 있으며, 노인의 직업을 장려하는 사업은 거의 전무하다. 있다면 그저 "고령자취업알선센터"에서 주선하는 위와 같은 직업안내가 거의 다라고 해도 아무런 이의가 없으리라.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재력이 남아있는 유한(有閑)노인들은 등산, 낚시, 골프니 하는 취미생활이라도 하고 있지만 그나마 능력도 없는 노인들은 경로당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직장생활이나 경로당 이상의 거취마저도 어려운 노인들은 나라에서 마련한 양로시설에라도 입원하여 혜택을 좀 받아야 할찐대, 우리나라에서는 노인복지법상 노인유료요양 및 양로시설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1만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국과 스웨덴의 보급률 9.6%와 7.7%에 비하면 30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물론 그런 선진 복지국가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 차이를 보면 해도 너무 한다는 느낌이다.
2003년 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8.3%인 397만 명에 이르고 있고, 핵가족화로 노인 단독세대가 70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이미 지난 2000년에는 UN이 정한 7%의 고령화사회 기준을 넘어섰다.
전체인구의 8.3%이면 커다란 세상 한 부분을 차지하는 하나의 세대이다. 그렇다면 그 세대를 구성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지금 노인들을 위한 세태는 "孝사상"에 입각한 무조건적인 "노인보호"에만 기울어져 있다. 정부의 노인정책도 오로지 "노인보호"만을 위한 정책들이다. 물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잠시 뒤돌아 생각해보면 뭔가 하나 허전한 게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즈음 주말이 아닌 평일,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의 웬만한 산에는 알록달록한 차림의 등산객들과 바닷가나 호수에 낚싯대를 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물론 대다수가 노인들이다. 또한 이곳 저곳에서 노인을 위한 직장도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들이 최근 고령화사회의 핵심인 노인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성된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흐름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기에 뭔가 허전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세상을 이끌어가고 있는 기성세대는 노인의 직업과 취미생활, 그리고 그 후 노인요양시설의 보호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우리 나라의 정년퇴직은 대부분 60세 정도다. 따라서 이들이 퇴직을 하면 갈 곳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폐품이 아닌 재활용품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장애인의무고용제" 같은 제도를 노인들에게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요양원, 장애인요양원이나 고아들을 위한 아동복지시설 등의 직원고용에 있어서 의무적으로 50%이상을 60세 이상의 노인들로 채용토록 만들 수도 있다. 최근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율이 무척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학생들의 의무적인 봉사활동이나 사회봉사명령 등의 제도가 한 몫을 하고 있지만, 사회복지시설들의 입장에서 보면 봉사활동 참여율이 높은 만큼 자체적으로는 잉여 인력이 생기게 마련인데, 그러한 모순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 노인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아파트 관리원이나 주차 관리원 등도 노인전문직업으로 법제화하여 직장을 구하고 싶은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65세 이상의 노인이면 교통비감면이나 국립공원무료입장 등의 혜택이 있다. 하지만 콘도나 호텔의 이용료는 물론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점이나 시설을 이용하기에는 경제력 없는 노인들이 너무나 많다. 근대 산업발전의 주역이었던 지금의 노인들을 위하여 대기업이나 독지가가 이러한 비용을 대신 지불해줄 수 있는 제도나 기금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몇 가지 들었으나 절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발상을 모아서 제도화하고 실행에 옮겨 새로운 노인문화를 만들어 나아갈 때에야 비로소 노인복지정책의 완성도도 높여질 수 있는 것이다.
첫댓글 또 있어요 현재 축산과에서 유기견들을 모아두는곳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일손이 모자르다고 하지요 그곳에 저희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주면 노인에게는 일자리를 시에서는 인력난이 해결되지 않을까요... 유기견들도 행복하고...실은 우리집에서 같이 사는 얼큰이도 유기견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