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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비유품
목차
제 3품 비유품
1. 사리불이 깨달음을 얻다
2. 게송으로 다시 표현하다
3. 사리불에게 수기하다
(1) 과거의 인연을 밝히다
(2) 화광여래라고 하리라
(3) 게송으로 다시 밝히다
(4) 사부 대중들이 기뻐서 공양 올리다
(5) 천신들이 기쁨을 노래하다
4. 사리불이 방편과 진실의 법을 청하다
5. 삼계화택의 비유
6. 비유에서 법을 밝히다
7. 다시 게송으로 밝히다
(1) 비유를 들다
(2) 비유에서 법을 밝히다
8. 경전을 믿고 널리 전하기를 권하다
(1) 함부로 설하지 말라
(2) 경을 들을 수 없는 근기
(3) 경을 들을 수 있는 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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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리불이 깨달음을 얻다
1 그 때에 사리불이 뛸 듯이 기뻐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의 존안을 우러러보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2 "이제 세존께 이러한 법문을 듣고 마음이 크게 기쁘고 전에 없던 일을 얻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예전에 이런 법문을 들었는데, 보살들은 수기를 받아 성불하리라 하였으나, 저희들은 그 일에 참여하지 못하여 매우 슬프고 상심하여 여래의 한량없는 지견을 잃었다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산림에나 나무 밑에 홀로 앉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생각하기를, '우리들도 법의 성품에 함께 들어갔는데,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소승법으로 제도하시는가. 이것은 우리의 허물이요, 세존의 탓이 아니라.'하였습니다. 그 까닭은, 만약 저희들이 성불의 원인까지 말씀하시기를 기다려서 최상의 깨달음을 성취하였더라면, 반드시 대승으로써 제도하였을 것이지만, 저희들은 방편으로 마땅함을 따라 말씀하신 것을 알지 못하고 부처님의 법문을 처음 듣고는 곧 그대로 믿어서 결과를 얻으려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예전부터 지금까지 밤낮으로 스스로 책망하였는데 이제 부처님께 듣지 못하던 미증유의 법문을 들었습니다. 이제 모든 의혹과 회한을 버리고 몸과 마음이 태연하여 편안함을 얻었습니다. 오늘에야 진정한 부처님의 아들이며,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다시 태어났으며, 법에 화생하였고, 불법을 얻은 줄을 알았습니다."
2. 게송으로 다시 표현하다
3 이 때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제가 이 법문을 듣고 미증유를 얻었습니다. 마음은 매우 기쁘고 의심은 모두 없어졌습니다. 예전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대승법을 잃지는 않았지만 부처님의 말씀이 매우 희유하여 능히 중생들의 번뇌를 없앴습니다. 저도 번뇌가 이미 다하였지만 듣고는 역시 근심과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4 제가 산골짜기에도 있고 나무 밑에 앉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항상 이 일을 생각하고 항상 나를 이렇게 책망하였습니다.
'내가 왜 스스로 속았던가. 저희들도 부처님의 아들로서 무루법에 함께 들었건만 오는 세상에서 최상의 도를 말하지 못하며, 서른 두 가지 금빛 모습과 열 가지 힘과 여러 가지 해탈들이 모두 같은 한 가지 불법인데 이런 일을 얻지 못하는구나. 여든 가지 잘 생긴 몸매와 열 여덟 가지 특별한 법인 이런 공덕들을 저희들은 다 잃었구나.'
저 혼자 거닐면서 보니 부처님은 대중 가운데 계시나 명성이 시방에 가득 차서 중생들을 널리 이익케 하시는데 나만 오직 이런 이익을 잃었으니 이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일입니다.
5 저는 항상 밤낮으로 이 일을 생각하고 참으로 잃었는가 잃지 않았는가를 세존께 물으려 하였습니다. 저는 또 세존께서 여러 보살들을 칭찬하시는 것을 보고 밤낮으로 이러한 일을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부처님의 음성으로 사람들에게 알맞게 맞추어 설법하시는 것을 들으니 무루요, 불가사의라. 중생들을 깨달음의 도량에 이르도록 하시옵니다.
6 저는 본래 삿된 소견에 집착하여 여러 범지들의 스승이 되었더니 세존께서 저의 마음을 아시고 삿된 소견을 없애고 열반을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삿된 소견을 모두 없애고 나서 공한 법을 증득한 뒤, 그 때에 저 혼자 생각하기를 열반에 이르렀다 여겼는데 이제 와서야 스스로 이것은 참된 열반이 아닌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성불하였다면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을 갖추고 천신, 사람, 야차들과 용과 신들이 공경하리니, 그 때에야 영원히 다 없어진 무여열반이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에게 저도 마땅히 성불하리라 말씀하시니 이러한 말씀을 듣고서야 의심과 회한이 없어졌습니다.
7 처음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 속으로 매우 놀라고 의심하기를 '아마 마귀가 부처님의 모습을 지어 나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가.'하였습니다. 부처님은 갖가지 인연과 비유와 방편으로 말씀하시니 그 마음이 바다와 같이 편안하고 의심의 그물이 찢어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과거에 열반하신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방편에 머물러 계시면서 역시 모두 이러한 법문을 말씀하셨고, 현재와 미래의 여러 부처님들 그 수효 한량없는 이들도 역시 여러 가지 방편으로 이러한 법문을 설하신다고 하시며, 지금 세존께서도 탄생하시고 출가하시어 도를 이루어 법륜을 굴리시는데 역시 방편으로 말씀하십니다. 세존께서만 진실한 도를 말씀하시고 마군들은 이러한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마귀가 부처님이 된 것이 아닌 줄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제가 의심의 그물에 들어간 까닭에 마귀의 소행이라 여겼습니다.
8 부처님께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심원하고 미묘하게 청정한 법을 설하심을 듣고는 저의 마음이 매우 환희하여 의심과 회한이 영원히 없어지고 참다운 지혜에 편히 머물러 있습니다. 저는 정녕코 부처님이 되어서 천상과 인간의 존경을 받으며 최상의 법륜을 굴리어 여러 보살들을 교화하겠습니다.
3. 사리불에게 수기하다
(1) 과거의 인연을 밝히다
9 이 때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제 천신과 사람들과 사문들과 바라문 등 여러 대중 가운데서 말하노라. 내가 아주 오랜 옛적에 이만 억 부처님의 처소에서 최상의 도를 위하여 그대들을 항상 교화하였고, 그대들도 캄캄한 밤중에 있으면서 나를 따라 배웠느니라. 나는 방편으로써 그대들을 인도하여 나의 교법 중에서 새롭게 태어나게 하였느니라.
사리불이여, 내가 일찍이 그대로 하여금 불도 이루기를 뜻과 서원을 세우게 하였는데 그대는 모두 잊어버리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미 열반을 얻었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므로 내가 이제 그대로 하여금 본래의 서원으로 행하려던 도를 다시 염원하게 하려고 여러 성문들에게 대승경을 설하려고 하노라. 그 이름이 묘법연화경이며, 보살들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이 아끼고 보호하고 마음에 간직한 것이니라.
(2) 화광여래라고 하리라
10 사리불이여, 그대는 오는 세상에 한량없고 그지없는 불가사의한 겁을 지나면서 수많은 천 만 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바른 법을 받아 지니며 보살의 행하는 도를 갖추어서, 마땅히 성불하리라. 그 이름은 화광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라 하리라.
나라의 이름은 이구라 하리라. 그 땅은 평탄하며 반듯하고 청정하게 꾸며졌으며 안락하고 풍족하여 천신과 인간이 매우 많으리라. 유리로 땅이 되고 여덟 갈래 길이 있는데 황금 줄로 길가에 경계를 치고, 길 옆으로는 칠보로 된 가로수가 있어 꽃과 과일이 항상 열려 있으리라. 화광여래도 역시 삼승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리라.
사리불이여, 그 부처님이 출현하는 때가 나쁜 세상은 아니지마는 본래의 서원으로 삼승법을 설할 것이니라. 그 때의 겁의 이름은 대보장엄이라 하리니, 어째서 대보장엄이라고 하느냐 하면, 그 나라에서는 보살로서 큰 보배를 삼기 때문이니라. 그 보살들이 한량없고 그지없고 불가사의하여 산수나 비유로 헤아릴 수 없으며, 부처님의 지혜가 아니고는 알 수 있는 사람이 없으리라.
그들이 어디를 가려고 하면 보배로 된 연꽃이 발을 받들 것이니라. 그 보살들은 처음으로 발심한 이들이 아니고, 오래 전부터 공덕의 근본을 심었으며, 한량없는 백 천 만 억 부처님의 처소에서 청정한 행을 닦아서 여러 부처님의 칭찬을 받느니라. 그들은 항상 부처님의 지혜를 닦아 큰 신통을 갖추었으며, 온갖 제법의 이치를 잘 알아 순수하고 소박하며 정직하여 거짓이 없으며 뜻이 견고하니, 이러한 보살들이 그 국토에 가득 차느니라.
사리불이여, 화광불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니 왕자로 있으면서 성불하기 전의 세월은 제외한 것이니라. 그 나라의 백성들의 수명은 팔 소겁이니라. 화공여래가 이십 소겁을 지나고는 견만보살에게 최상의 깨달음에 대한 수기를 주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기를, '이 견만보살이 이 다음에 부처님이 되리니, 이름은 화족안행 여래, 아라하, 삼먁삼불타라 하리라. 그 부처님의 국토도 역시 이와 같으리라.'고 하리라.
사리불이여, 이 화광불이 열반한 뒤에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것은 삼십이 소겁이고, 상법도 역시 삼십이 소겁을 머물 것이니라."
(3)게송으로 다시 밝히다
11 이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사리불이 미래 세상에서 성불하여 큰 지혜를 갖추면 그 이름은 화광여래이고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리라. 무수한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보살의 행과 열 가지 힘과 온갖 공덕 갖추어서 최상의 도를 증득하리라. 한량없는 겁을 지나서 대보장엄겁이 되면 세계의 이름은 이구라 하고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으리라. 유리로 땅이 되었고 황금 줄을 길가에 쳤으며 칠보로 된 가로수에는 언제나 꽃과 과일이 가득하리라. 그 나라의 보살들은 생각이 항상 견고하고 신통과 바리밀다를 모두 갖추었으며 무수한 부처님의 처소에서 보살의 도를 배우리니 이러한 보살들은 모두 화광여래가 교화한 이들이니라. 그 부처님은 왕자가 되었다가 나라와 영화를 모두 버리고 최후의 몸으로 출가하여 성불하리라. 화광불이 세상에 머무는 수명이 십이 소겁이고 그 나라의 백성들은 수명이 팔 소겁이며, 그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삼십이 소겁 동안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고 정법이 다한 뒤에는 상법도 삼십이 소겁이 되리라. 사리를 널리 유포하여 천신과 인간의 공양을 받으리라. 화광불의 하시는 일은 이와 같으며 그 양족존 부처님은 훌륭하기 짝이 없나니, 그는 곧 그대의 몸이니 마땅히 경사스러워하고 기뻐할지니라."
(4) 사부대중들이 기뻐서 공양 올리다
12 그 때에 사부대중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천신,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들은 사리불이 부처님 앞에서 최상의 깨달음에 대한 수기를 받는 것을 보고 마음이 크게 기뻐서 한량없이 즐거워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제각기 몸에 입었던 웃옷을 벗어서 부처님께 공양하였습니다. 제석천왕과 범천왕들도 무수한 천자들과 함께 아름다운 하늘의 옷과 하늘의 만다라 꽃과 마하 만다라 꽃들을 부처님께 공양하였습니다. 뿌려놓은 하늘의 옷들은 허공에 머물러서 저절로 빙글빙글 돌며, 백 천 만 가지 하늘의 풍악은 허공 중에서 한꺼번에 연주하며 하늘의 꽃들은 비 내리듯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옛적에 바라나에서 처음으로 법륜을 굴리시더니 이제 또 최상의 가장 큰 법륜을 굴리시는도다."하였습니다.
(5) 천신들이 기쁨을 노래하다
13 이 때 여러 천자들은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옛적에 바라나에서 네 가지 진리의 법륜을 굴리시며 모든 법이 다섯 가지 쌓임의 생멸함을 말씀하시더니 이제 다시 가장 묘하고 가장 높은 큰 법륜을 굴리시니, 이 법은 매우 깊고도 오묘하며 믿을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 우리들은 예전부터 세존의 말씀을 자주 들었지만 이렇게 깊고도 묘한 가장 높은 법은 듣지 못하였네. 세존께서 이러한 법을 말씀하시니 우리들도 모두 따라 기뻐합니다. 큰 지혜의 사리불이 이제 세존의 수기를 받으니 우리들도 사리불과 같이 반드시 부처를 이루어 모든 세간에서 가장 존귀하고 가장 높으리라. 부처님의 도는 불가사의하거늘 방편으로 알맞게 맞추어 말씀하시니 내가 가진 복덕의 업과 이 세상과 지난 세상에서 부처님을 친견한 공덕을 모두 부처님의 도에 회향하려 합니다."
4. 사리불이 방편과 진실의 법을 청하다
14 이 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다시는 의심이 없으며 친히 부처님 앞에서 최상의 깨달음에 대한 수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자유자재하여진 여기 일천 이백 사람들은 옛날 배우는 처지에 있을 적에 부처님께서 항상 교화하시기를 '나의 법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떠나서 구경에는 열반에 이르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여기 아직 배우는 이들과 다 배운 이들도 제각기 '나'라는 견해와 '있다' '없다'하는 견해를 떠나서 열반을 얻었노라 합니다. 지금 세존 앞에서 일찍 듣지 못했던 말씀을 듣고는 모두 의혹에 빠졌습니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원컨대 사부대중들을 위하여 그 인연을 말씀하시어 의문과 회한을 버리게 하여 주십시오."
5. 삼계화택의 비유
15 이 때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던가. 부처님 세존은 갖가지 인연과 비유와 이야기와 방편으로 법을 설하는 것은 모두 최상의 깨달음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이 온갖 설법이 모두 보살들을 교화하기 위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사리불이여, 이제 다시 비유를 들어서 이 이치를 밝히리라. 모든 지혜있는 사람들은 비유로써 이해할 수 있으리라.
16 사리불이여, 예컨대 어떤 나라의 한 마을에 큰 장자가 있었는데, 나이는 늙었으나 재물이 한량없이 많고 전답과 가옥과 고용인들과 시종들이 많았느니라. 그 집이 매우 크건마는 출입문은 오직 하나 뿐이고, 식구가 많아서 일 백에서 이 백, 내지 오 백 인이 그 안에 살고 있었느니라. 집과 누각은 낡았으며 담과 벽은 퇴락하고 기둥은 썩고 대들보는 기울어졌는데, 사면에서 한꺼번에 불이 일어나 모든 집들이 한창 타고 있었느니라. 그 때 장자의 자제들은 열 명, 스무 명, 내지 삼십 명이 그 집안에 있었느니라.
17 장자는 큰 불이 사면에서 타오르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비록 이 불난 집에서 무사히 나왔으나 자식들은 아직도 불난 집에서 놀기만 좋아하는구나. 불이 난 것을 알지도 못하고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구나. 불길이 몸에 닿아서 고통이 극심할지라도 싫어하거나 걱정할 줄도 모르고 집에서 나오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구나.'
18 사리불이여, 장자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에게는 힘이 있으니 옷을 담는 바구니나 책상 같은데에 아이들을 앉혀서 들고 나오리라.'고 하다가 다시 생각하기를 '이 집에는 출입문이 하나 뿐이고 또 좁은데 저 아이들은 어리고 철이 없어서 장난치고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렸으니 혹시 떨어지기라도 하면 불에 탈 것이다. 내가 마땅히 무섭고 두려운 일을 말하되, 이 집이 한창 불에 타고 있으니 지금 빨리 나와서 불에 타지 않게 하라.'고 하리라 하였느니라. 그렇게 생각한 대로 여러 아들에게 '너희들은 빨리 나오너라.'고 말하였느니라.
아버지가 딱하고 불쌍한 생각으로 아무리 타일러도 아들들은 장난치고 놀기만 좋아하였느니라. 아버지의 말을 믿으려 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으며 두려운 마음도 없어서 전혀 나오려는 생각조차 없었느니라. 더구나 불이 무엇인지, 집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손실인지도 모르고 동서로 쫓아다니며 장난치고 놀면서 아버지를 그냥 쳐다볼 뿐이었느니라.
19 이 때 장자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느니라.
'이 집은 벌써 불이 크게 타고 있는데 나와 자식들이 이 때에 나가지 아니하면 반드시 타버릴 것이다. 내가 방편을 내어 여러 자식들로 하여금 피해를 입지 않게 하리라.'
아버지는 그 자식들이 예전부터 장난감 같은 여러 가지 기이한 물건을 좋아하였으니, 그런 것을 보면 반드시 좋아할 것이라 여겼느니라. 그래서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이 좋아하고 가지고 싶어하던 희유한 장난감이 여기 있는데, 너희들이 지금 와서 갖지 아니 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리라. 저렇게 좋은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들이 지금 대문 밖에 있다. 나가서 타고 놀기 좋으니라. 너희들은 이 불 타는 집에서 빨리 나오너라. 너희들이 가지고 싶은 대로 주리라.'
이 때 여러 자식들은 아버지가 말하는 장난감이 마음에 들었으므로 매우 기뻐하면서 서로 서로 밀치고 앞을 다투어 가면서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왔느니라.
20 이 때 장자는 여러 자식들이 무사히 나와 네거리의 땅에 앉아 아무런 거리낄 것이 없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태평하고 기쁨이 한량없었느니라.
이 때 여러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아까 주신다고 하신 장난감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를 지금 얼른 주십시오.'
사리불이여, 그 때 장자는 아이들에게 다같이 큰 수레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느니라. 그 수레는 높고 크고 여러 가지 보배로 꾸몄으며, 돌아가면서 난간을 두르고 사면에 풍경을 달았느니라. 또 그 위에는 일산을 폈으며 휘장까지 쳤는데 모두 진기한 보배로 장식하였느니라. 곳곳에 보배 줄을 얽어서 늘어뜨리고 꽃과 영락을 드리웠으며, 포근한 자리를 겹겹이 깔고 붉은 빛 보료를 놓았느니라. 흰 소를 메웠는데 피부 빛깔이 깨끗하고 살이 쪘으며 몸이 충실하고 기운이 세어 걸음걸이가 평탄하고 반듯하면서 바람같이 빨랐느니라. 그리고 또 여러 시종들까지 시위하였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장자는 재물이 한량없어서 창고마다 가득 차서 넘쳐 났으므로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의 재물이 한량이 없으니 변변치 못한 작은 수레를 아이들에게 줄 것이 아니다. 이 어린아이들이 모두 내 자식들이니 누구를 치우치게 사랑할 것이 아니며, 나에게는 이러한 칠보로 만든 큰 수레가 그 수효를 알 수 없으니 마땅히 평등한 마음으로 골고루 나누어 주리라. 이 모든 것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이런 수레를 온 나라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더라도 모자라지 아니할 것이거늘 하물며 내 자식들이겠는가.'
이 때에 모든 자식들이 각각 큰 수레를 타고 전에 없던 즐거움을 얻었으므로 본래 바라던 것은 아니었느니라.
21 사리불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장자가 여러 자식들에게 훌륭한 보배수레를 똑같이 준 것을 허망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사리불이 말하였습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 장자가 여러 자식들로 하여금 화재를 면케 하고 목숨만 보전하게 하였더라도 허망한 것이 아닙니다. 그 까닭은 목숨만 보전한 것도 이미 훌륭한 장난감을 얻은 것인데 하물며 방편으로써 그 불난 집에서 구제한 것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만일 장자가 가장 작은 수레 하나도 주지 아니 하였다 하여도 허망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 장자가 처음에 생각하기를 '내가 방편으로써 이 아이들을 불난 집에서 나오게 하리라.'한 것입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허망하다 할 수 없는데, 하물며 장자가 자기의 재물이 한량없음을 알고 자식들을 풍요롭게 하려고 똑 같이 큰 수레를 준 것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였습니다.
"훌륭하다, 참으로 그대의 말과 같느니라.
6. 비유에서 법을 밝히다
22 사리불이여, 여래도 그와 같아서 모든 세상 사람들의 아버지로서 온갖 두려움과 쇠퇴와 고뇌와 근심 걱정과 무명과 어두움이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게 하느니라. 한량없는 지견과 힘과 두려움이 없음을 모두 성취하고, 큰 신통한 힘과 지혜의 힘이 있느니라. 방편과 지혜 바라밀과 대자대비를 모두 구족하여 언제나 게으르지 않고 항상 좋은 일을 구하여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느니라. 그래서 삼계의 낡고 썩은 불난 집을 벗어나서 중생들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어리석고 우매한 삼독의 불을 제거하고 그들을 교화하여 최상의 깨달음을 얻게 하려는 것이니라.
23 모든 중생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불에 타며, 또 다섯 가지 욕망과 재물을 위하여 가지가지 고통을 받는 것을 보았느니라. 또 탐욕과 집착으로 추구하므로 현세에서 온갖 고통을 받다가 나중에 지옥, 축생, 아귀의 괴로움을 받기도 하고, 어쩌다가 천상이나 인간에 나더라도 빈궁하며 피곤하고 괴로우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괴로움, 미운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 등등 여러 가지 괴로움을 받으면서도, 중생들이 그 가운데 빠져서 기쁘게 놀면서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므로 놀라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또 싫어할 줄도 모르고 벗어날 것을 구하지도 않느니라. 이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서 동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그러한 큰 고통을 만나도 근심하지 않음을 보았느니라.
사리불이여, 부처님이 이런 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중생의 아버지가 되었으니 마땅히 그 고통에서 건져내어 한량없고 그지없는 부처님의 지혜의 낙을 주어 즐겁게 놀게 하리라.'
24 사리불이여, 여래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내가 만일 신통의 힘과 지혜의 힘만 쓰고 방편을 버려 중생들에게 여래의 지견과 힘과 두려움 없음을 찬탄하면, 이 중생들은 이것으로는 제도되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이 중생들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을 면치 못하여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서 타게 될 것이니, 어떻게 부처님의 지혜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사리불이여, 마치 저 장자가 자신에게 큰 힘이 있지만 그것을 쓰지 아니하고, 은근하게 방편으로써 여러 자식들을 불타는 집에서 건져 낸 뒤에 훌륭한 보배의 큰 수레를 준 것과 같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비록 힘과 두려움 없음이 있지마는 쓰지 아니하니라.
25 다만 지혜와 방편으로써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서 중생들을 건져내기 위하여 삼승인 성문승, 벽지불승, 일불승을 설하기 위하여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은 이 삼계라는 불이 붙은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말며, 변변치 않은 물질, 소리, 냄새, 맛, 감촉을 탐하지 말라. 만일 탐 내어 애착하면 반드시 불에 타게 되느니라. 그대들이 이 삼계에서 빨리 나오면 마땅히 삼승인 성문승, 벽지불승, 일불승을 얻으리라. 내가 지금 그대들에게 이 일을 책임지고 보증하나니 절대 허망하지 아니 하리라. 그대들은 부지런히 정진하라.'라고 하였느니라."
여래는 이와 같은 방편으로 중생들을 달래어 나오게 하고서 또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은 이런 줄을 마땅히 알라. 이 삼승의 법은 다 성인들의 칭찬하는 바로서 자유자재하여 속박이 없고 의지하여 구할 것도 없나니, 이 삼승에 오르면 샘이 없는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 선정, 해탈, 삼매 등을 스스로 즐기면서 한량없이 편안하고 즐거움을 얻게 되리라.
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중생이 안으로 지혜가 있으면서 부처님 세존의 법을 듣고 믿으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삼계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스스로 열반을 구하면 이는 성문승이라 하느니라. 저 자식들이 양이 끄는 수레를 가지려고 불난 집에서 뛰쳐나온 것과 같으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부처님 세존의 법을 듣고 믿으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자연의 지혜를 구하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고요한 곳을 즐기며 모든 법의 인연을 깊이 알면 이는 벽지불승이라 하느니라. 저 자식들이 사슴이 끄는 수레를 가지려고 불난 집에서 뛰쳐나온 것과 같으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부처님 세존의 법을 듣고 믿으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온갖 지혜와 부처님의 지혜와 자연의 지혜와 스스로 깨달은 지혜와 여래의 지견과 힘과 두려움 없음을 구하고, 한량없는 중생을 가엾이 여기어 안락하게 하며 천신과 인간 사람들을 이롭게 하며 모든 사람을 제도하면 이는 대승보살이라 하느니라. 이 대승법을 구하므로 이름을 마하살이라 하나니, 저 자식들이 소가 끄는 수레를 가지려고 불난 집에서 뛰쳐나온 것과 같으니라.
26 사리불이여, 마치 저 장자가 여러 자식들이 불난 집에서 무사히 나와 두려움이 없는 곳에 이르렀음을 보고 자기의 재산이 한량없음을 생각하여 모든 자식들에게 평등하게 큰 수레를 준 것과 같이 여래도 그와 같으니라. 모든 중생의 아버지로서 한량없는 억 천 중생이 불교의 문으로써 삼계의 고해에서 벗어 나와 무섭고 험한 길에서 열반을 얻은 것을 보고는 여래께서 생각하기를 '나는 한량없고 그지없는 지혜와 힘과 두려움 없는 부처님의 법의 창고를 가졌는데, 이 중생들은 모두 나의 아들이니 평등하게 대승을 줄 것이요, 어떤 사람이라도 홀로 열반을 얻게 하지는 아니 하고 모두가 여래의 열반을 얻게 하리라.'하고, 이 삼계를 벗어난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선정과 해탈의 장난감을 주었으니, 모두 한 모양 한 종류로서 성인들의 칭찬하는 바라, 청정하고 미묘하며 제일 가는 즐거움을 내었느니라.
27 사리불이여, 저 장자가 처음에 세 가지 수레로 자식들을 달래어 나오게 하고, 그 뒤에 보물로 장엄한 편안하고 제일 가는 큰 수레를 주었으나, 그러나 저 장자에게 헛된 말을 한 허물이 없는 것과 같이 여래도 그와 같으니라. 처음에 삼승으로 중생들을 인도하고, 뒤에 대승으로만 제도하여 해탈하게 한 것이 거짓이 아니니라. 왜냐하면, 여래에게는 한량없는 지혜와 힘과 두려움 없는 법의 창고가 있어서 모든 중생들에게 모두 대승법을 줄 수 있지만 저들이 능히 모두 받아지니지 못하느니라. 사리불이여, 이러한 인연으로 부처님이 방편의 힘으로써 일불승에서 나누어 삼승을 말한 줄 알아야 하느니라."
7. 다시 게송으로 밝히다
(1) 비유를 들다
28 부처님께서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비유컨대 어떤 장자가 큰 저택을 가졌는데 그 집이 오래 되어 낡고 또 퇴락하였느니라. 집채는 높고 위태로우며 기둥뿌리는 점점 썩고 대들보는 기울어져 축대들이 무너지며 벽과 담은 헐어지고 발랐던 흙은 떨어지고 이엉은 썩어 흩어지고 서까래가 드러났느니라. 가는 곳마다 골목에는 더러운 것이 가득한데 오백여 명이나 되는 식구들이 그 가운데 살고 있었느니라.
29 소리개와 올빼미, 부엉이, 독수리, 까마귀, 까치, 비둘기와 뻐꾸기며 뱀과 독사, 살무사, 전갈, 지네, 그리마, 도마뱀, 노래기와 생쥐와 족제비와 살쾡이와 여러 가지 쥐들이며 이러한 독한 벌레들이 뒤섞여 달아나고 뛰어다니며 있었느니라. 똥, 오줌 등 구린 곳에 더러운 것이 가득한데 말똥구리 벌레들이 그 위에 모여 있었느니라. 여우와 이리들은 주워 먹고 밟고 뛰며 죽은 송장을 씹고 썰어 뼈와 살이 낭자하며 이런 곳에 뭇 개들은 몰려 와서 끌고 당겨 먹을 것을 찾느라고 갈팡질팡 다니면서 다투어서 서두르고 으르렁거리고 짖어대니 무서운 그 집안의 변괴가 이러하니라.
30 이 곳 저 곳 간 곳마다 도깨비, 망량귀와 야차들과 악한 귀신들이 송장을 씹어 먹고 악독한 벌레들과 사나운 짐승들이 알을 까고 새끼 쳐서 몸에 품고 기르는데 야차들이 몰려와서 앞다퉈가며 잡아먹느니라. 먹고 나서 배부르면 나쁜 마음은 더욱 치성하여 싸우고 짖는 소리 무섭기가 한이 없네. 구반다 귀신들은 흙더미에 걸터앉아 어떤 때는 땅 위에서 한 자, 두 자 솟아 뛰고 오고가고 뒹굴면서 제멋대로 장난하느니라. 개의 두 발을 붙잡고는 둘러치니 정신 없이 소리지르고 다리로 목을 눌러 두려워 떠는 것을 좋아하느니라. 또 다시 온갖 귀신들은 키가 커서 구 척이나 되고 검고 야위어 헐벗은 몸으로 그 가운데 항상 있어서 큰소리로 악을 쓰며 먹을 것을 찾아다니느니라. 또 어떤 아귀들은 목구멍이 바늘 같고 또 어떤 귀신들은 머리는 쇠머리 같아 혹은 사람의 살을 뜯어먹고 혹은 개도 잡아먹으면서 머리털은 헝클어져서 생긴 모양이 흉악하며 배고프고 목마른 것이 막심하여 울부짖고 달아나느니라. 야차와 아귀들과 악한 새와 짐승들이 배가 고파 사방으로 다니면서 문 틈으로 엿보나니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무서운 일이 한량없느니라.
31 이렇게 낡은 집을 한 사람이 지키는데 이 사람이 집을 나간 지 오래지 아니하였느니라. 그 뒤 그 집에서 홀연히 불이 일어 사면으로 한꺼번에 불길이 맹렬하여 대들보와 기둥, 서까래가 불에 튀는 소리 진동하느니라. 꺾어지고 떨어지며 담과 벽이 무너지니 온갖 악한 귀신들은 큰 소리로 울부짖고 부엉이와 독수리 등 뭇 새들과 구반다와 귀신들은 황급하고 두려워서 나올 줄을 몰랐느니라.
32 악한 짐승과 독한 벌레들이 구멍 속에 숨어 있고 비사사 귀신들도 그 가운데 살지만 복도 없고 덕도 없어 불길에 쫓기면서 서로서로 잡아 죽여 살을 씹고 피를 마시느니라. 여우의 무리들은 이미 죽어 널려 있어서 크고 악한 짐승들이 몰려와서 씹어 먹느니라. 궂은 연기는 자욱하여 사면에 가득하고 지네와 그리마와 독사의 무리들은 뜨거운 불에 타서 구멍에서 쫓아 나오는데 구반다 귀신들이 날름날름 주워 먹느니라. 또 온갖 아귀들은 머리 위에 불이 붙고 배고프고 목마르며 뜨거워서 황급하게 달아나느니라. 그 집이 이와 같이 두렵고 무서우며 혹독한 재앙과 성한 불길로 온갖 재난이 한이 없느니라.
33 그 때에 이 집주인은 대문 밖에 서 있었는데 이웃사람이 말하기를 '당신의 여러 자식들이 본래 장난을 좋아하여 이 집 안에 들어가 있는데 어린 것들이 소견이 없어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소.'하니 장자가 이 말을 듣고 놀라서 불타는 집에 뛰어 들어갔느니라.
34 방편으로 구해 내어 불에 타 죽지 않게 하려고 자식들에게 타일러서 온갖 환난을 설명하였느니라. '악한 귀신과 독한 벌레들과 또 화재까지 번져가며 여러 가지 괴로운 일이 계속하여 일어난다. 독사와 전갈과 살무사와 여러 가지 야차들과 구반다 귀신들과 여우들과 개들과 들개들과 부엉이와 독수리와 소리개와 올빼미와 노래기들이 굶주리고 목이 말라 다급하여 야단들이니 무섭기가 짝이 없다. 이러한 고통과 난리 속에서 큰 불까지 일어났느니라.' 그러나 철 없는 자식들은 아버지의 말을 들었으나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희희낙락하며 그칠 줄을 몰랐느니라.
35 이 때에 그 장자는 이런 생각을 다시 하였느니라. '아이들이 이처럼 나의 근심을 돋구는구나. 이제 이 집에서는 즐거울 것이 하나도 없건마는 철없는 어린 것들은 장난치고 놀기에만 정신이 팔려 나의 말을 안 들으니 불에 타고 말 것이로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좋은 방편을 지어내서 자식들에게 말하기를 '나에게 여러 가지 좋은 보배로 만들어진 장난감 수레가 있다.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가 대문 밖에 있으니 빨리 나와서 가져라.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이와 같은 수레들을 만들었으니 너희들은 마음대로 타고 끌고 놀아라.' 여러 자식들이 이러한 수레가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다투고 밀치면서 그 집에서 뛰쳐나와 텅 빈 곳에 이르니 모든 고통과 환난에서 벗어났느니라.
36 장자는 아이들이 불난 집에서 빠져 나와 네거리에 있는 것을 사자좌에 앉아서 바라보고는 기쁘고 다행스러워하며 말하기를, '나는 이제 너무나 즐겁도라. 이 여러 자식들을 애를 써서 길렀는데 어린 것들이 소견이 없어서 위험한 집에 들어가 여러 가지 독한 벌레들이 득실거리고 도깨비도 무서운데 맹렬한 불길마저 사면에서 타오르건마는 철모르는 아이들이 장난에만 팔린 것을 내가 이제 구해내어 재앙을 면했구나. 그러므로 여러분들이여, 나는 매우 즐거우니라.'하였느니라.
이 때에 여러 자식들이 아버지가 편안하게 앉아 있는 것을 알고는 아버지에게 나아가서 이렇게 여쭈었느니라. '이제 저희들에게 앞서 말씀하신 세 가지 좋은 보배 수레를 주십시오. 아까 말씀하시기를 저희들이 집에서 나오면 세 가지 좋은 수레를 마음껏 가지라고 말씀하셨으니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얼른 나누어 주십시오.'
37 장자는 재산이 많아 창고도 여러 개가 있고 금과 은과 유리와 자거와 마노들과 여러 가지 보물로써 큰 수레를 만드는데 장식도 훌륭하게 하여 주위에는 난간을 내고 사면에는 풍경을 달고 황금 줄로 걸쳤으며 진주로 만든 그물이 그 위에 덮여 있고 금빛 꽃과 온갖 영략을 곳곳마다 드리웠느니라. 또 여러 가지 장식품을 사방에 둘렀으며 부드러운 비단 보료를 자리 삼아 깔아 놓고 억만 량 값이 나가는 아름답고 보드랍고 곱고 깨끗한 천으로 그 위에 덮었느니라.
살찌고 기운 세고 몸뚱이도 잘 생긴 크고 흰 소를 수레에다 메웠는데 마부와 하인들이 앞뒤에서 모시었느니라. 이러한 아름다운 수레들을 자식들에게 나누어주니 아이들이 환희하여 뛰놀면서 이 보배 수레를 타고 앉아 사방으로 내달리며 희희낙락 즐겨하며 자유자재하여 거칠 것이 없었느니라.
(2) 비유에서 법을 밝히다
38 사리불에게 말하노니,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여러 성인 중에 가장 높고, 온 세상의 아버지니라. 일체의 중생들이 모두 나의 아들로서 세상 낙에 탐착하여 지혜의 마음은 전혀 없느니라. 삼계는 불안한 것이 마치 불타는 집과 같고 온갖 고통들이 가득하여 무섭기가 한이 없느니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여러 가지 근심 걱정의 이러한 불길들이 맹렬하게 타오르며 식을 줄 모르는 구나.
39 삼계의 불타는 집을 여래는 이미 벗어나서 고요하고 한가하게 숲 속에서 머무노라. 지금 이 삼계는 모두 다 나의 소유이고 그 가운데 있는 중생들은 모두 다 나의 자식들인데 지금 이 삼계 안에 여러 가지 환난이 가득해도 오직 나 한 사람만이 구호할 수 있느니라.
40 내가 비록 타이르나 듣고 믿지 아니하고 여러 가지 욕락에만 탐을 내는 까닭에 방편을 베풀어서 삼승법을 설하여 모든 중생들에게 삼계의 고통을 알리려고 세간에서 벗어나는 길을 설하는 바이니라. 이 모든 아이들이 만약 마음에 결정만 한다면 세 가지 밝은 법과 여섯 가지 신통을 구족할 것이며 연각승이나 불퇴전의 보살경지를 얻으리라.
41 사리불이여 잘 들어라. 나는 중생들을 위하여 이러한 비유로써 일불승을 설하노니 그대들이 만약 나의 말을 능히 믿고 받아들이면 누구든지 모두가 다 불도를 이루리라. 이 가르침은 미묘하고 청정하여 제일이니라. 모든 세간에서 더 이상의 것은 없으므로 부처님도 기뻐하니 일체 중생들은 더구나 칭찬하고 공양하며 예배해야 할 것이니라. 한량없는 억천만 가지의 모든 힘과 해탈과 선정과 지혜와 온갖 불법으로 이와 같은 법을 얻고 나서 저 여러 자식들에게 오랜 세월 동안 밤과 낮에 항상 즐기게 하고 여러 보살들과 모든 성문 대중들은 이러한 보배의 수레를 타고 보리도량에 이르도록 하느니라. 이와 같은 인연을 시방 세계에서 아무리 구하여도 부처님의 방편을 제외하고는 다른 법은 없느니라.
42 사리불에게 말하노니, 그대들 여러 사람들은 모두 나의 자식이고 나는 그대들의 아버지니라. 그대들이 오랜 겁에 온갖 고통의 불에 타고 있는 것을 내가 모두 제도하여 삼계에서 구해 냈느니라. 내가 앞서 말하기를 그대들이 열반을 얻었다고 하였으나 그것은 다만 삶과 죽음만 없어졌을 뿐이고 진정한 열반은 아니니라.
이제 그대들이 해야 할 일은 오직 부처님의 지혜이니라. 만일 어떤 보살이 이 대중 가운데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두 부처님의 진실한 법을 듣는다면 모든 부처님 세존들이 비록 방편을 썼지마는 교화를 받는 중생들은 모두 다 보살이니라.
43 만약 어떤 사람이 지혜가 적어서 애욕에 깊이 탐착하면 이런 이들을 위하여서는 괴로움의 가르침을 말하느니라. 중생들은 환희하여 미증유를 얻나니 부처님이 말씀한 괴로움이란 진실하여 틀림이 없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괴로움의 근본을 모르고 괴로움의 원인에 깊이 집착하여 잠시라도 버리지 못하면 그런 이들을 위하여 방편으로 도를 설하여 모든 괴로움의 근본 원인은 탐욕이라고 말해주느니라. 만약 탐욕을 다 소멸하고 의지할 데가 없어져서 모든 괴로움을 다 없애면 셋째 진리라 이름하느니라. 소멸하는 진리를 위해 도제를 수행하여 온갖 괴로움의 속박을 벗어나면 해탈을 얻었다 하느니라.
44 이러한 사람은 무엇에서 해탈을 얻었는가. 다만 허망한 것을 떠난 것을 해탈하였다고 하거니와 진실로는 일체 해탈을 얻는 것이 아니므로 부처님은 이러한 사람들이 참된 열반을 얻은 것이 아니라고 하느니라. 이러한 사람들은 최상의 도를 아직 얻지 못했으므로 나는 열반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 않으리라. 나는 이미 법의 왕이 되어 모든 법에 자유자재하고 중생들을 편안하게 하려고 이 세상에 출현한 것이니라.
8. 경전을 믿고 널리 전하기를 권하다
(1) 함부로 설하지 말라
45 그대 사리불이여, 내가 말한 이 진실한 법은 세간의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려고 설하는 것이니라. 그대들은 가는 곳마다 함부로 헛되게 선전하지 말지니라.
46 만약 어떤 이가 이 법을 듣고 기뻐하여 받아 지니면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퇴전하지 아니하는 보살이니라. 만일 어떤 이가 이 경을 믿고 받아 가지면 이 사람은 이미 지난 세상에서 부처님을 만나 뵙고 공경하고 공양하며 경전의 가르침까지 들었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들이 그대의 말을 믿는다면 그는 곧 나를 친견한 것이며 그대 자신도 친견한 것이 되고 비구승과 모든 보살들을 친견한 것이니라.
법화경은 깊은 지혜가 있는 이를 위하여 설한 것이니 얕은 소견 가진 이가 들으면 미혹하여 이해하지 못하느니라. 모든 성문이나 벽지불들은 이 경전을 들을 힘이 없느니라. 사리불이여, 그대도 오히려 이 경전에 대하여 믿는 마음을 가지고야 들어갈 수 있거늘 하물며 다른 성문들이겠는가. 그들 다른 성문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믿음으로써 이 경을 수순하지만 자신의 지혜는 아니니라.
(2) 경을 들을 수 없는 근기
47 또 사리불이여, 교만하고 게으르고 나라는 소견이 있는 이에게는 이 경전을 설하지 말라. 범부들은 소견이 얕아서 오욕에만 탐착하여 경전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하니 그런 이들에게도 역시 설하지 말라. 만약 어떤 사람이 믿지 않고 이 경전을 훼방하면 일체 세간의 부처님의 종자를 끊고 말리라. 혹은 얼굴을 찌푸리며 의혹을 품으리니 이런 사람들이 받을 죄악의 과보를 들어 보라. 부처님이 세상에 계시거나 열반하신 뒤에라도 이러한 좋은 경전을 비방하는 사람이나, 이 경전을 읽고 외우고 쓰고 지니는 사람을 보고 가벼이 여기거나 업신여기고 미워하며 질투하여 원수같이 생각하면 그 사람이 받는 죄의 과보를 그대는 지금 다시 들어 보라.
그가 죽은 뒤에는 아비지옥에 들어가서 한 겁 동안 벌을 받은 뒤에 다시 그 곳에 태어나서 이와 같이 계속하여 무수한 겁을 지내리라.
48 지옥을 나온 뒤에는 축생으로 태어나서 개도 되고 여우도 되어 바짝 마르고 입술은 썩어들며 새까맣게 야윈 모양에 가는 데마다 발에 채이며 사람들에게 미움받고 천대받게 되리라. 배는 항상 굶주리고 뼈와 살이 맞붙어서 살아서는 매를 맞고 죽고 나서는 돌더미에 묻히리니 부처님의 종자를 끊었으므로 이와 같은 죄의 과보를 받느니라. 만약 어쩌다가 낙타가 되고 당나귀로 태어나면 항상 무거운 짐을 몸에 싣고 채찍을 맞으면서 오직 생각하는 것은 물과 풀 뿐이요, 다른 것은 모르느니라. 이 경전을 비방한 탓으로 죄를 받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 어떤 때는 승냥이가 되어 마을에 들어오면 몸은 헐어서 썩어들고 한 눈은 애꾸가 되어 개구쟁이들의 발에 채이고 매를 맞아 갖은 고통을 다 받다가 끝내는 죽게 되니라. 죽고 나서는 다시 구렁이의 몸을 받아 징그러운 몸의 길이가 오 백 유순이나 되며, 귀도 없고 발도 없어 꿈틀꿈틀 기어가면서 온갖 작은 벌레들이 비늘 밑을 빨아먹고 밤낮으로 받는 고통이 잠깐도 쉬지 못하느니라. 이 경전을 비방한 탓으로 죄를 받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
49 만일 사람이 되더라도 여섯 감관이 암둔하며 난쟁이, 곰배팔이, 절름발이, 맹인, 귀머거리, 곱추가 되고 무슨 말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입에서는 항상 나쁜 냄새가 나고 귀신들이 따라 붙느니라. 병이 많고 바짝 말라서 의지할 데도 없고 다른 이에게 가까이하려고 하면 그 사람은 본체만체하여 받아 주지 않으리라. 혹시 무엇을 얻더라도 금방 다시 잃어버리리라. 만약 의술을 배워서 방법대로 치료를 하더라도 다른 병이 다시 생겨 딴 실수로 죽게 되리라. 만약 자신이 병이 날 적에는 구호해 줄 사람이 없고 설사 좋은 약을 먹더라도 병이 더욱 악화되리라. 또 다른 이의 역적 도모와 강도죄와 절도죄 같은 이러한 재앙에 이유없이 걸려들리라.
50 이와 같은 죄인들은 영원히 부처님을 친견하지 못하며, 뭇 성인 중의 왕인 부처님의 법을 설해 교화할지라도 이와 같은 죄인들은 항상 불법을 만나기 어려운 곳에 태어나서 미치거나 귀먹거나 하여 마음이 어지러워 영원히 법을 듣지 못하느니라. 항하강의 모래처럼 수 없는 겁 동안에 날 적마다 귀가 먹고 말 못하는 불구가 되리라. 또 항상 지옥에 있기를 공원에서 놀듯하고 악도에 드나들기를 자기 집 안방처럼 하리라. 낙타, 나귀, 돼지, 개가 바로 그 사람이 다닐 곳이리라. 이 경을 비방한 탓으로 죄를 받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면 귀머거리, 소경, 벙어리에 가난뱅이 등 이런 못난 것으로 자신을 장엄하리라. 수종다리와 조갈증, 버짐 먹고 옴 오르고 연주창과 등창 등 이와 같은 온갖 병으로 옷을 삼아 입으리라. 몸에서는 항상 냄새가 나며 때가 많고 부정하며 자기 소견에 집착하여 성내는 일만 더욱 많으리라. 음탕한 마음만 치성하여 새나 짐승도 가리지 않으리니 이 경전을 비방한 탓으로 죄의 과보를 받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
사리불에게 이르노라. 이 경전을 비방한 사람의 이러한 죄를 말하려면 미래 겁이 다하여도 끝이 없으리라. 이러한 인연으로 나는 특별히 그대에게 말하나니 지혜가 없는 사람에게는 이 경전을 설하지 말지니라.
(3) 경을 들을 수 있는 근기
51 만약 어떤 사람이 영리하여 지혜가 있고 총명해서 많이 듣고 모두 기억하여 부처님의 도를 구하는 이라면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설하여 줄 것이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지난 세상에서 백 천 만 억 부처님을 친견하고 온갖 선근을 많이 심어서 마음이 깊고 견고하면 이러한 사람들에게 이 경전을 설하지니라.
52 만약 어떤 사람이 열심히 정진하여 항상 자비심을 닦아 신명을 아끼지 아니하면 이 경전을 설하여 줄지니라. 또 어떤 사람이 이 경을 공경하여 다른 마음이 전혀 없고 모든 범속하고 어리석은 이들을 멀리 떠나서 홀로 산수간에서 산다면 이러한 사람들에게 이 경전을 설하여 줄지니라.
53 또 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나쁜 친구를 내버리고 좋은 벗을 친근하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 이 경전을 설하여 줄지니라. 또 만일 어떤 불자가 청정하게 계행을 갖기를 구슬처럼 보호하여 대승경전을 구하면 이러한 사람들에게 이 경전을 설하여 줄지니라.
54 만약 어떤 사람이 성내는 일이 없고 반듯하고 부드러우며 중생들을 사랑하고 부처님을 공경하면 이러한 사람들에게 이 경전을 설하여 줄지니라. 또 어떤 불자가 여러 대중 가운데서 청정한 마음으로 갖가지 인연과 비유와 좋은 구변으로 걸림 없이 설법하면 이러한 사람들에게 이 경전을 설하여 줄지니라.
55 만일 어떤 비구가 온갖 지혜를 얻으려고 사방으로 법을 구해서 합장하고 받들어 지니되 오직 대승경전만을 즐겨 받아 지니고 다른 경은 한 게송도 받아들이지 아니하면 이러한 사람들에게 이 경전을 설하여 줄지니라. 또 어떤 이가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사리를 구하 듯 대승경전을 구하여 받들어 지니고 그 밖의 다른 경전은 더 이상 구하지 아니하며 외도들의 서적들은 전혀 생각지도 아니하면 이러한 사람들에게 이 경전을 설하여 줄지니라.
56 사리불에게 말하노라.
내가 이러한 불도를 구하는 사람들을 다 이야기하려면 미래 겁이 다하여도 못다 하리라. 이와 같은 사람들은 능히 믿고 이해하리니 그대는 마땅히 이 묘법연화경을 설하여 줄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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