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되어 아라비아로 전파되었고 그 이후 유럽에 알려져 무역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커피 역사입니다. 커피가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된 시기는 약 7세기 정도로 추정되며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으로 건너가게 된 시기는 약 12세기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라비아 반도로 들어온 커피는 아덴과 메카의 이슬람 사원의 수도승이 기도할 때 마시는 종교의식 용으로서 처음에 이용되다가 일반 교도가 커피를 마시는 것이 허용되면서 다른 도시들로 빠르게 전파 되었습니다. 이슬람교 성지인 메카에서는 사원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커피를 팔았으며 가정에서 커피를 마시는 관습이 점차 확산되었습니다. 종교뿐만 아니라 문화 중심지이기도 한 메카에서 커피 문화가 정착하게 됨으로써 커피는 다른 도시들로 빠르고 자연스럽게 전파가 되었습니다.
1) 페르시아
페르시아는 15세기 중엽에 커피를 들여왔다고 합니다. 페르시아가 예멘을 점령하면서 그 곳에 주둔해 있던 에티오피아 군을 몰아내고 그들이 남기고 간 커피를 고국에 들여온 것이 페르시아 커피의 시작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후 페르시아의 주요 도시에는 카페가 생기고 노래나 춤, 토론이 벌어지는 문화 공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2) 터키
터키는 16세기 중엽에 커피가 전파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커피를 마시고 있던 시리아인이 이스탄불로 커피를 들여왔고 카페도 세웠다고 합니다. 1555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생긴 ‘카네스’는 기록상 가장 오래된 카페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네스는 지식인들이 많이 모여서 ‘지혜로운 장소’라고도 하였는데 사람들은 이 카페에서 정치에 대한 토론을 하고 음악과 체스를 즐겼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터키에서 커피는 ‘장기두는 사람과 사색가들의 우유’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터키의 카페는 시민을 위한 공간이었으며 커피는 손님을 접대 할 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두루 마셨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3) 유럽
커피는 16세기에 터키의 이스탄불을 거쳐 유럽으로 전파가 되었으며 17세기에 이르러서는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커피를 마시게 됩니다. 유럽에 커피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이전인 16세기에 가톨릭교 지도자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이슬람 신자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악마가 만든 것이라 주장하며 커피 마시는 것을 반대하였습니다. 이러한 논쟁은 16세기 '클레멘트 8세' 때에 이르러 일단락이 된다고 전해지고 있는데요. 그 일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자들이 이교도의 음료인 커피를 마셔선 안된다며 계속 탄원하자 어느 날 교황이 직접 마셔 보았는데, 그 맛에 반하여 “악마가 마시는 거라지만 참으로 맛있도다! 이 맛있는 것을 이교도만 독점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하면서 커피에 세례까지 주었다고 합니다. 이후 가톨릭교의 음료로 허용하는 칙령을 발표했고, 이 일을 계기로 커피는 유럽 전역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3-1) 영국
영국은 1637년에 터키인 유학생이 옥스퍼드에 커피를 들여온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커피 문화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3-2) 이탈리아
17세기 초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베니스) 상인들에 의해 유럽에서 최초로 커피 무역이 시작되었습니다. 1645년 베네치아에 처음으로 카페가 생겼으며 1720년 산마르코 광장에 '플로리안', 1760년 로마에 '카페 그레코'란 카페가 생겼습니다.
<카페 플로리안(Cafe Florian)>
<카페 그레코(Cafe Greco)>
3-3) 프랑스
1644년에 처음으로 커피가 들어왔으며 1686년 파리에 '프로코프(Cafe Procope)'란 카페가 '프로코피오 콜텔리(Procopio dei Colteli)'에 의해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커피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프랑스의 가정에서는 아침마다 커피에 우유를 섞어 마시고 저녁을 먹은 뒤에는 짙게 뽑은 커피에 알코올을 조금 넣어 마셨다고 합니다.
<프로코프(Cafe Procope)>
3-4) 독일
1675년 브란덴부르크에 살던 네덜란드인 의사가 독일에 처음으로 커피를 전파했다고 합니다. 이 후 브레멘, 함부르크, 하노버 등에 카페가 생겼습니다.
3-5) 오스트리아 빈
오스트리아 빈에 처음 커피가 알려진 시기는 1660년대 중엽입니다. 그 당시 빈은 터키의 정치,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빈 주재 터키 대사관에서는 커피가 유럽 손님들을 대접하는 새로운 음료로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빈에 처음 카페가 생긴 시기는 1683년 빈이 터키의 포위에서 풀려난 뒤입니다.
4) 미국
북아메리카에 커피가 전래된 때는 1668년쯤이라고 하며 1671년 영국 시민지 시대 최초의 카페인 '커트리지 커피하우스(Gutteridge Coffeehouse)'가 보스턴에 처음 생깁니다. 이후 1696년 뉴욕 최초의 카페인 '더 킹스 암스(The King’s Arms)'가 문을 열게 됩니다. 미국의 커피 문화는 유럽과 다르게 형성되었는데 고급스러운 클럽 형태의 카페가 아닌 선술집 형태로 발전하면서 여행자에게 숙식까지 제공을 하였습니다. 영국에서 수입되는 차에 세금을 부과한 타운젠트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발생한 1773년 보스턴차사건을 계기로 홍차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뒤 커피는 자연스럽게 전 국민이 즐기는 음료로 정착이 되었습니다. 뉴욕커피거래소는 정치 토론을 벌이는 주요 장소로 사용되었으며 이곳에서 미국독립선언이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카페는 정치 토론장뿐 아니라 은행, 증권거래소의 구실도 했으며 술집, 식당, 호텔등과 합병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게 됩니다.
5) 한국
공식문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처음으로 접한 사람은 '고종' 임금이라고 합니다. 1895년 발생한 을미사변으로 인해 1896년부터 1897년까지 약 1년 동안 고종 임금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어가를 옮겨 거처하게 됩니다. 이 사건을 아관파천이라고 하는데 러시아 공사 '베베르(Karl Ivanovich Veber)'가 고종 임금과 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커피를 권했다고 합니다. 고종 임금이 러시아에 있는 동안 고종 임금의 서양 음식과 커피 시중을 담당하던 독일인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 독일인 여성 이름은 '손탁(Antoinette Sontag)'인데 고종 임금의 신임을 얻어 덕수궁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궁중의 주방 관리를 맡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종 임금은 덕수궁으로 와서도 '정관헌(靜觀軒)'이라는 서양식 건물에서 커피를 계속 즐겼다고 합니다. 손탁은 서울 중구 정동 29번지의 왕실 소유 땅 1백84평을 하사 받았는데 그곳에 2층 양옥을 세우고 '손탁호텔'이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손탁호텔에 다방을 만들어 커피를 팔았는데 이것이 커피를 판매한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00년 초 광교 입구에서는 어떤 프랑스 상인이 거래를 트려고 커피를 담은 보온병을 들고 다니면서 여러 상인에게 대접했다고 하는데 당시 사람들은 커피를 서양에서 들어온 국물이라는 의미로 양탕국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이 후 한일병합조약이 이루어진 뒤 궁중에서 커피를 끓이던 상궁들이 나와 전통차와 함께 양탕국을 팔면서 초기 다방 문화가 형성이 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다방은 서울의 명동, 충무로, 종로 일대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다방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부유한 계층이나 예술인들이었으며 커피는 일반 대중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본격적으로 대중화 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 6.25 전쟁 때 미군이 들여온 인스턴트 커피가 유입되면서부터 입니다. 그 이후 커피는 누구나 즐겨 마시는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고 카페는 사교나 사업을 위한 장소로 인기를 얻게 됩니다. 1967년 동서식품㈜가 국내 최초로 인스턴트 커피를 생산하면서부터 커피 문화는 더욱 대중화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커피 산업은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였는데 최근에는 에스프레소 전문점이 인기를 얻고 스페셜 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원두커피산업 중심으로 고도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정관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