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8 70년에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어제 4월 27일, 11년 만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이다. 군사분계선을
넘은 두 사람이 다시 선을 넘는 모습이다. 또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 뒷모습에 나는 뭉클하다. 강대국이 만든 인위적 선에는 아랑곳없는
두 명의 아름다운 개구장이가 거기 있었다.
유엔사의 존재를 순간적이나마 먼지로 만들어버린 이 뒷모습에 나는 눈물이 났다. 하지만 1945년 해방이 되자마자 미국이 30분 안에 그은 이 선으로 얼마나
수 많은 사람이 고통에 시달리고 심지어 학살되었는가. 1949년 6월
서청 안두희에 의해 암살된 김구가 그러하지 않았던가.
1989년 비장하게 그 선을 넘었던 임수경과 문규현 신부님을 기억한다. 두 사람은 남쪽으로 건너자마자
체포되어 각각 3년 또는 그 이상을 감옥에서 살아야했다. 1991년, 1992년
민간차원으로는 처음 판문점을 넘었던 남북의 여성들을 생각한다. 2015년 그
선을 넘고자 했던 우먼 크로스 디엠지의 아름다운 여성들을 생각한다.
선은 단지 선이 아니었다. 그 것은 또한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마음의 분단 선을 낳지 않았던가 그러나 역설적으로 선은 선 일뿐이다. 그 것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선을 문으로 다리로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는 양 정상의 만남이 4 · 3 70년에 일어났음에 더욱
주목한다. 4 ·3 항쟁은 일제로부터의 해방 이후 미군정의 점령으로 인한 단독정부를 반대하고 통일을
열망하며 일어난 항쟁이었다. 양 정상의 만남에서 제주 한라산의 흙이 공동 식수를 위해 쓰여진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런데 양 정상이 만난 다음날, 4월 28일은 하필이면 70년전 25세의
무장대 지도자 김달삼과 27세 9연대장 김익렬이 4시간 30분 대화 끝에 평화 협상을 내놓았던 날이다,
*72시간 (3일) 내에 와전 전투중지.대정면과
중문면은 즉시 전투 중지할 것이며, 72시간이 지나서 전투를 하면 이것은 배신행위로 간주 합의를 무효로
한다.
*유격대 무장해제는 점차적으로 하되
약속을 위반하면 즉시 전투를 재개한다.
*무장해제와 하산이 원만히 이루어지면
주모자들의 신병을 보장한다.
평화협상은 3일후 미국의 오라리 방화 사건 조작으로 물거품되었다,. 역사는 다시 반역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우리가 소성리에, 강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4월 27일 소성리의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사드 기지 공사 강행의
용병이 된 경찰벽에 가로막혔고 강정 앞바다는 군함들의 날카로운 실루엣으로 하루를 맞았다. 4월 23일 부터 시작된 키 리졸브 훈련이 정상회담으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군복들이 유령처럼 시멘트에 묻힌 구럼비를
걷고 있었다.
소성리의 지킴이들은 경찰에게 항의하는 한편 그 와중에도 연좌하며 휴대폰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있었다. 소성리는 그 누구보다도 지금 시리다. 그리고 아프다. 강정에선 오늘 있을 제주해군기지반대 투쟁 4천일 행사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앞장서 준비한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모두 마음이 아프다. 4천일, 4천일 까지.
양 정상은 군축을 이야기 했다. 비핵화를 이야기 했다. 소성리와 강정이, 그리고 이 땅의 모든 민중이 바라는 바이다. 사드를 뽑지 않고 제주해군기지를 폐쇄하지 않고 진정한 군축과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진정한 종전은 불가능하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백기완 선생님의 혼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30년
전 처럼 쩌렁쩌렁하다.
문재인, 당신은 민중들의 통일 운동의 맥락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선을 넘은 것은 양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다. 그 선을 선이 아닌 것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당신이다. 당신의 부모이고 조부모이다. 우리다. 70년 전 제주에서 시작된 외침이 노래가
되어 날아갔다. 이 순간을 기억하자. 그 노래가 독수리의
발톱에 의해 사보타지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더 높게 아름답게 날아가자. 제주해군기지반대투쟁 4천일, 제주해군기지 폐쇄하라!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제 2 공항(공군기지) 반대한다!
오늘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 4천일 행사에 모두 모입시다! 우리의 노래가 더 높이 날아가도록!
(위는 개인적으로 쓴 글이나 오늘 4천일 행사에 많이들 오시도록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글: 성게)
(출처: 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