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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증상 무시한 보약 큰 코 다친다
보약은 누구나가 먹어도 좋은 약 또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약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십전대보탕’이나 인삼·녹용과 같은 한약재를 차(茶)처럼 달여 놓고 모든 식구들이 다 같이 복용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약은 인공을 가하지 않은 자연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좋은 약이기는 하지만 인공의 양약(洋藥)과 같은 부작용은 아니더라도 체질과 증상에 맞지 않을 경우 역시 해를 줄 수 있으므로 복용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십전대보탕이 좋은 사람은 100명중 3∼4명만 해당
그렇다면 보약이 체질과 증상에 맞지 않았을 때는 어떤 해로운 증상이 나타나는가.
환자 중에 한 분이 머리가 아프다면서 내원하였는데 아무리 검사해도 이상이 없고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는다고 하였다. 치료를 하면 괜찮았다가 하루가 지나면 다시 아프다고 하였다. 지금 무슨 약을 복용하지 않느냐 물으니까 ‘십전대보탕’이 좋다고 하여 복용 중이라고 하였다. 머리가 띵하면서 약간 멍하고 나른하면서 잠이 오지 않느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하였다. 즉시 십전대보탕 복용을 중지시킨 다음 날부터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고 하였다.
이처럼 십전대보탕은 일반인이 상복할 정도일 뿐만 아니라 개소주, 흑염소 소주, 붕어 소주 등에 가장 흔하게 들어가는 약재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 십전대보탕은 허약해진 몸을 보하는 데는 옛날부터 명처방 중에 명처방으로 알려져 왔다. 처방 이름조차 10가지 귀한 약재로 온전히 몸을 크게 보한다는 뜻의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다.
그러나 이 약은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약은 소음인 체질 중에서 맥이 약하고 몸이 차고 허약하면서 음식은 보통으로 먹고 소화는 비교적 잘되는 사람으로 혈색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처방이며, 여기에다 자신의 병 증상까지 맞아야만 효과를 보는 처방이다.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은 효과를 볼 수 없으며 소음인 중에서도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나라 인구 중 소음인이 약 30% 정도 차지한다고 본다면 십전대보탕은 소음인 중에서도 열사람 중에서 한 사람에게만 좋은 정도다. 결국 전체인구 비율로 보면 십전대보탕이 좋은 사람은 100명중에서 3∼4명만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보약의 대명사인 십전대보탕을 복용하고 나서 맞지 않을 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해로운 증상을 체질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체질이 틀려 태음인이 잘못 복용하면 나른하고 잠이 많이 온다. 취한 듯이 머리가 띵하고 아랫배가 사르르 하면서 설사하기도 한다. 여자일 경우는 몸이 부으면서 허기가 지고 돌아서면 배고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양인이 복용하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메슥거리면서 잠을 설치기도 하고 변비가 되거나 코피를 흘리는 수도 있다. 열이 오르고 발진이 생기기도 한다.
태양인에게도 역시 변비가 생기고 속이 답답하면서 잠을 설치거나 소화가 되지 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간혹 좋다는 사람도 있으나 계속 복용하면 역시 앞서 말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좋지 않다고 한다.
체질이 맞더라도 자신의 증상이 맞지 않으면 역시 불편할 수 있는데 소음인이더라도 위장이 나쁘고 설사를 잘하는 편이면 십전대보탕을 복용할 때 소화가 덜되고 대번에 설사를 하며 기운이 약간 빠지게 된다.
십전대보탕이나 이 약을 넣은 개소주, 흑염소 소주, 호박소주, 붕어소주 등을 복용 후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역시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것이므로 복용을 중단하고 전문 한의사와 상의하여야 한다. 물론 여타(餘他)의 보약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이와 유사하게 증상이 나타난다.
복용 시나 복용 직후 바로 좋아지는 느낌 알 수 있어야 제대로 처방된 보약이다
하루는 진찰실에 40대 중년 부부가 진찰을 받으러 들어와서는 서로 진찰을 받지 않겠다, 받아라 옥신각신하였다. 내용인즉 부인은 남편에게 온 김에 진찰하고 약지어라 하고 남편은 부인보고 “당신은 한약이 잘 받으니까 진찰하고 약지어라.”고 하면서 자신은 약을 짓지 않겠다며 사소한 언쟁을 하였다.
눈치를 보아하니 남편 되는 분이 한약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체형과 얼굴 생김새와 말투와 몸에서 풍기는 기상을 보고 체질을 짐작한 후 “한약만 먹으면 설사하고 한번도 효과를 보지 못한 모양이지요.”라고 넌지시 물으니까 놀라면서 어떻게 아느냐고 하였다.
덧붙여서 한약만 먹으면 몸이 오히려 무겁고 불쾌하고 약의 양을 반으로 나눠먹어도 마찬가지이고, 한번도 한약을 끝까지 다 먹어 본적이 없지 않느냐고 하니까 바로 그렇다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한약이 맞지 않는 체질이므로 지금은 절대 한약을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날도 하도 부인이 졸라서 오긴 왔노라고 하면서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체질과 증상에 정확하게 맞는 약을 찾지 못하여 그러하므로 자신의 체질에 맞는 약을 정확하게 처방하면 그렇지 않다고 설득하여 한 제가 아닌 반 제 분량의 약을 처방해 지어갔다.
그 후 여러 날이 지나서 그 환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아니 또 맞지 않습니까?”하니까 그런 것은 아니고 자신은 여태껏 좋다는 약은 다 먹어봐도 이틀을 못 먹었는데 이번에 지어간 약은 5일분인 반 제(한약은 1제가 열흘 분이다)를 다 먹었는데도 속이 그렇게 편하고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하면서 고마워하였다. 그 후 이 분은 여러 번 한약을 복용한 후 많이 좋아진지라 한약 예찬론자가 되었다.
이와 같이 보약을 비롯한 한약만 먹으면 속이 불편하면서 설사를 하여 약을 먹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태음인인 경우가 많다. 이분 역시 태음인으로 이러한 사람은 자신은 한약이 맞지 않는다고 하여 한약을 불신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 외에도 아무리 좋다는 보약을 먹어도 불편한 것은 없지만 효과도 없다는 사람이 대단히 많다. 이러한 사람 역시 한약을 불신하는데 체질과 증상에 맞지 않아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대부분 보약을 진맥도 하지 않고 복용하거나 체질은 상관하지 않고 약을 복용하기 때문이다.
보약에 대해서 잘못 알려진 상식중의 하나가 먹고 몇 년이 지난 후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보약은 복용 시나 복용 직후 바로 좋아지는 느낌을 알 수 있으며 복용 시나 복용 직후 바로 좋은 느낌이 없으면 절대 그 이후 몸이 좋아질 수가 없다.
만약 보약을 복용 후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 없다면 약이 모자라거나 약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이므로 반드시 전문한의사와 다시 상의하여야 한다.
보약을 복용 후 앞서 본 바와 같이 해로운 반응이 나타나면 본인이 약 복용 중에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감기인지, 과로해서 그러한지를 잘 살핀 후 복용을 중단하고 또한 전문한의사와 상의하여야 한다.
보약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준
보약을 복용 후 효과를 판정하는 기준은 대단히 중요하고도 중요한 것인데 그냥 먹어두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먹었으니까 막연하게 좋겠지 하면서, 보약을 처방한 한의사나 복용하는 당사자들이 무심히 지나는 수가 많다.
엄밀하고 객관적으로 판정하는 기준은 아니지만 아래의 2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충분히 효과가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몸이 좋아질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보약을 먹은 당시에는 먼저 피로가 개선되어야 한다.
10일 정도 복용 후 피로가 현저히 개선되고 아침에 일어나기 수월해지면서 전반적인 컨디션이 본인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기분이면 정확하게 투약된 것이 틀림없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피로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약 먹기 전보다 훨씬 몸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다. 몸의 다른 증상은 좋아지고 피로는 여전하다면 효과가 미진한 것이므로 정확하게 투여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두 번째로 중요한 판단기준은 약 복용 중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증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약을 먹는 것인지 물을 먹은 것인지 모를 정도로 전혀 위화감이 없어야 한다. 명현반응도 부작용의 일종이므로 이 역시 없어야 정확하게 처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속이 약간이라도 불편하고 사소하게 대소변에 문제가 오거나 담이 결리거나 조금이라도 몸이 무거운 기분이 들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한약은 예로부터 효과가 나면 이 약이 ‘내 몸에 맞다’라고 했듯이 약이 몸에 맞느냐 안 맞느냐를 중요시해왔다. 그러므로 약 복용 중에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편안했다면 일단 맞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약은 복용 후 이와 같이 몸이 가벼워지고 복용 중에 위화감이 전혀 없이 몸이 편안했다면 제대로 효험을 본 것이다. 거기에다 복용 전보다 얼굴 색이 좋아 보인다면 최고의 효과를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복용 중에 위화감은 없었으나 복용 후 바로 또는 복용 중 몸이 가벼운 느낌이 없고 복용 전과 꼭 같다면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므로 약이 모자란 것인지 약이 맞지 않는 것인지를 전문 한의사에게 다시 문의하는 것이 좋다.
복용 전과 몸의 컨디션이 같거나 더 못한 것 같고, 복용 중에 약간이라도 불편한 감이 있었다면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봐도 틀림이 없다.
이러한 조건은 보약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건강식품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된다. 건강식품을 20일 이상 복용했는 데도 좋아지는 느낌이 없거나 약간이라도 위화감이 복용 중에 있었다면 맞지 않는 것이므로 복용을 재고해야 한다. 체질에 따라서 처방이 180도 달라 질 수 있다
기왕의 보약 처방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의 주의 사항를 꼭 지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 한의사의 진찰에 의해서 보약을 먹어야 한다. 체질과 맥, 증상에 따라서 보약처방이 다르기 때문이다.
병이 없더라도 현재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증상, 예를 들면 평소에 땀의 유무(많이 나느냐, 적게 나느냐, 나지 않느냐), 대변상태(묽게 보느냐, 되게 보느냐, 오래보느냐, 빨리 보느냐, 거르느냐, 여러 번 보느냐), 소변상태(맑으냐, 붉으냐, 양이 많으냐, 적으냐, 자주 보느냐, 야간에도 보느냐) 손발의 상태(차냐, 더우냐, 손발바닥이 갈라지느냐, 건조하냐, 습하냐), 물 마시는 정도(많이 마시나, 적게 마시나, 안 마시느냐, 찬 것을 마시냐, 따뜻한 것을 마시느냐) 등 일상적인 생리적 증상에 따라 적절하게 처방이 된다. 뿐만 아니라 맥의 상태(강하냐, 약하냐, 빠르냐, 느리냐, 매끄럽냐, 거치냐 등등)에 따라서 적절하게 처방이 되어야 한다.
이상은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것이므로 실제는 이보다 더 자세하게 그 사람의 상태를 파악하여 처방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체질이므로 체질에 맞게 처방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증상이나 맥에 따른 처방은 약간 씩 다르지만 체질에 따라서는 180°처방이 달라지므로 대단히 중요하다.(체질을 포함한 이러한 모든 진찰은 한의학의 전통적인 사진-四診-에 의해 진찰한다.)
두 번째 준수 사항은 보약 복용시 감기가 걸리거나 체했을 때는 복용을 중단하고 전문 한의사의 지시를 받는다.
세 번째는 소화가 덜 되거나 설사를 하는 등 몸에 약간의 위화감이라도 있으면 이 역시 반드시 전문한의사와 상의하여야 한다. 이러한 경우는 약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이다.
네 번째, 양약과 병행해서 복용할 때는 양약을 먼저 복용하고, 15~30분 후에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혈압 약이나 당뇨 약 등은 한약을 복용하더라도 계속 복용하여야 하므로 이때는 한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약을 나중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양약을 나중에 복용하면 한약의 작용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체질에 맞게 음식을 가리면 효과가 상승된다. 예를 들어 소음인 체질에 맞는 보약이면 음식도 소음인에게 유익한 음식을 먹을 때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건강식품과 같이 복용할 경우에도 체질에 맞는 것만 같이 복용하여야 한다. 요즘은 웬만하면 한 두 가지 건강식품을 먹지 않는 사람이 없으므로 현재 복용하는 건강식품이 자신의 체질에 맞는 것이라면 같이 복용한다. 반대로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은 복용하지 말야야 한다. 예를 들어 소음인이면 홍삼 등을, 소양인이면 영지버섯 토코페롤 등을, 태음인이면 스쿠알렌 등은 같이 복용하여도 무관하다.
그러나 이들 건강식품도 증상에 따라 체질에 맞더라도 복용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한의사의 지시를 받아 복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사슴뿔은 누구에게나 좋은 것인가?
보약하면 인삼과 웅담 외에도 우선 사람들은 녹혈과 녹용을 꼽는다. 그러나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이 천연약제인 녹혈과 녹용이 어디에 좋고,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며, 어떻게 처방해야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모르고 있다. 사슴뿔에 숨겨진 신비로운 효능을 추적해 본다.
“이봐, 이번에 좋은 데 가서 보신했다며?”
“어딜?”
“아내하고 사슴 농장에 갔었지. 뜨근뜨근한 녹혈 한 잔 먹고 효과 좀 봤어. 그것 때문인지 힘이 마구 솟더라구.”
“녹혈이라니 그게 뭔데?”
“이 친구, 그것도 모르남! 사슴피를 두고 하는 말이야.”
“아닐세. 그건 틀린 이야기라구.”
어느 술자리 모임에서 오간 대화이다. ‘녹혈(鹿血)’은 단지 사슴피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몸통의 혈액이 아니고 사슴 뿔을 자를 때 출혈되는 혈액을 말한다. 녹혈은 피가 응고되기 전에 복용하는 방법과 응고시켜서 바람이나 건조기에 건조하여 덩어리 모양의 분말상으로 만들어 먹는 방법이 있다.
신체 허약과 혈액 부족에 효능있다는 녹혈
녹혈에 관한 효능은 중국 당대(唐代)의 <천금방>에 처음 기록된 이래로 명대(明代)의 <본초강목> 등에 수없이 기록되어 있다.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우리사슴농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올해 칠십줄에 들어선 권우열 씨가 녹혈에 관련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육이오 전장 직후였을 거시구만. 요즘이사 좋은 치료약이 많이 맹그러졌지만 어디 그땐 그랬는가유. 어느날 피골이 상접한 부인이 자기가 폐렴 3기라믄서 찾아왔드라고. 어디서 들었는지 사슴 피를 마시면 몹쓸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하더라구. 그래, 목장주가 한뺨 정도 솟아오른 뿔의 밑둥을 톱으로 잘라 주었지. 남편의 부축을 받아 사슴의 머리를 부둥켜 안고 그 부인은 한참 동안 솟아오르는 피를 빨아마시더구먼. 생사를 가름하는 마지막 기회로 알고 사력을 다했던 게지. 피를 빨아먹고 녹용은 갖고 가서 약을 지어먹었다네. 천만 다행하게도 그 부인은 차츰 회복되어 건강한 생활을 했다지, 아마.”
정말 그 부인이 녹혈을 먹고 병이 말끔히 나았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녹혈로 인해 효험을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사슴을 선물로 받았다. 그가 이 사슴을 길러서 녹혈을 복용하고 정력이 좋아졌다는 외신 보도를 접할 수 있었다.
녹혈은 성장 촉진작용, 정뇌 호르몬 분비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즉 전신 허약 체질인이나 어린이에게 좋고, 발육부전 등에도 효능이 있으며, 조혈작용이 있어서 빈혈, 심장쇠약증세로 인하여 생기는 정충(가슴 두근거림증)과 신경쇠약증에 의한 불면증 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또 과다한 운동과 신체 허약으로 인한 요통이나 손발 저림증 등에 효과가 있으며 객혈과 부인 자궁 출혈 등에 특효하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녹혈은 우리 나라와 중국에서 고가의 생약(生藥)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녹혈은 연중 5∼6월 사이 대각이 절단되는 시기에만 채취하여 복용할 수 있는 게 단점이다.
계룡산 동학사 계곡 아래에 위치한 제법 규모를 갖춘 ‘대전엘크사슴농장(대표 김광진)’의 경우 연중 30∼80마리의 사슴을 사육하고 있는데 이 시기가 되면 서울, 대전 등지에서 녹혈을 복용하려고 매일 아침에 30∼40명씩 몰려 온다고 한다. 녹혈 100cc에 5만원을 받고 있다고.
크고 굵고 털이 짧은 녹용이 상품(上品)
지난 8월 초, 뉴질랜드 일간지들은 제니 시플리 뉴질랜드 총리가 자기 나라를 방문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여줄 강인한 뉴질랜드산 수사슴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회견에서 “김대통령에게 초원이 아닌 바위산에서 자라고 있는 뉴질랜드산 수사슴을 보여주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이처럼 시플리 총리가 뉴질랜드산 녹용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우리 나라가 IMF사태 이후 녹용의 대한(對韓) 수출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거래되는 녹용의 70%가 뉴질랜드산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한 해 수입하는 녹용은 얼마나 될까. 세계 녹용 거래량의 80%를 한국이 소비하고 있으며 국내 한약재 수입액 중 녹용을 사들이는데 쓴 돈이 가장 많다.
한국의약품 수출입협회에 따르면 1997년에는 녹용이 뉴질랜드 등으로부터 100여 톤이 수입되었으나 IMF 한파로 1998년에는 77톤을 수입하였다. 아직까지 불경기로 인해 수입량이 늘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관계자의 설명.
신앙에 가까우리만큼 보약의 대명사가 되어 있는 녹용.
녹용이란 사슴의 각화(角化)되지 않은 어린 뿔을 일컫는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라기 시작한 지 2개월 이내에 아직 각질화되지 않은 수컷의 뿔이다. 만져 보면 약간 물렁물렁할 정도로 조직이 연하고 털이 골고루 덮여 있다. 알래스카 순록의 경우 암컷도 뿔이 나지만 약용으로 쓰이지 않으며 때문에 정부에서는 알래스카산 녹용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녹용은 그 산지에 따라 크게 러시아산(원용), 중국산(마록), 뉴질랜드산(적록), 한국산(대록, 화록)으로 나뉘며 품종에 따른 약효의 차이가 실험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크고 굵고 털이 짧은 녹용을 상품(上品)으로 친다.
녹용은 위로부터 팁, 분골, 상대, 중대, 하대로 나뉘는데 부위별로 아미노산, 당, 지질, 호르몬 등 유효성분의 함량에 많은 차이를 보인다.
대혈녹용을 선호
“매년 사슴뿔을 채취하는 시기가 되면 녹혈은 마시고 녹용은 가져 가려고 서울 등지의 대도시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고 말하는 충남 서산 팔봉의 연진사슴목장 서정연 씨는 “IMF 이후 목장을 찾는 사람이 많이 감소해 녹용의 가격이 하락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녹용 가격은 대체로 1냥(37.5g)당 상대 3만 5,000원, 중대 2만5,000원 정도이다.
우리 나라에서 사육 중인 사슴은 꽃사슴, 앨크, 레드디어 등으로 주로 녹용 생산을 위해 기른다. 수사슴의 뿔이 단단해지기 전에 절각하여야 하는데 앨크 사슴의 절각시기는 6∼7월이고 꽃사슴은 7∼8월이다.
녹용의 절각은 사슴 마취용 주사기를 이용하여 이루어진다. 그것을 사슴의 다리나 엉덩이 부분에 적중시켜 마취제가 사슴의 근육에 주입되도록 한다. 마취제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10∼30분 정도 지나서 마취가 되면 사슴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게 된다. 이때 사슴의 녹용 절단 부분을 알코올로 소독하고 녹용 절단용 톱을 이용하여 절각한다.
그런데 마취주사기가 복부나 혈관 등에 적중하여 사슴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슴은 추운 지방일수록 체구가 크고 뿔이 골질화되는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현재 시중에서는 북방 쪽 것일수록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특히 녹용은 뿔 안에 혈액이 들어 있기 때문에 빨리 건조 처리하지 않으면 쉽게 변질된다. 그러므로 혈액을 빼내는 배혈 방식이나 그대로 놔두고 열처리하는 대혈방식으로 가공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대혈녹용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대한약전>의 ‘생약규격집’에 따르면 녹용은 색깔이 황갈색에서 적황색을 띠어야 하며 건조 감량 14% 이하, 회분 25% 이하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뿔이 나오기 시작해 굳어지기 전인 말랑말랑한 상태에서 채취해야 한다는 것과 뿔의 윗부분인 상대가 하대나 중대보다 약효가 더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녹용 효능 밝히기 위한 연구 활발
녹용이 강장제로서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소개한 문헌은 흉노시대의 한 왕조의 무덤에서 발견된 ‘비단 두루마기’였다. 약 200년 이후에 작성된 <신농본초경(新農本草經)>에는 녹용에 관한 효능이 보다 상세히 실려 있고, 1800년 전 녹용으로 각종 질병을 치료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후 각종 본초서는 녹용이 지속적으로 노화를 막고 근육을 튼튼히 하며 피부질환에도 효과가 뚜렷하다고 적고 있다.
우리 나라와 중국에서 가장 귀한 한방강장제로 널리 쓰여 부인증, 적백대하, 소아두참, 일절의 허증, 요배통, 요허통, 약혈, 누혈 등의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질병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녹용의 효능을 많은 연구자들은 현대의 생리학적, 생화학적 및 약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그 작용 기전을 규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녹용의 유효 성분이나 구체적인 약리작용 및 그 기전은 거의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편적이기는 하나 녹용의 효능을 밝히기 위해 학계에서는 간장겢榮六?조혈겦涌ぐ?등에 대한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 간장계에 대한 효능 : 콜레스테롤의 양을 감소시키며 간 기능을 보호한다.
▶ 당대사에 대한 효능 : 당뇨병 치료에 이용되어 인슐린 함량을 조절한다.
▶ 조혈에 대한 효능 : 빈혈 상태의 회복기간을 단축시킨다.
▶ 면역계에 대한 효능 : 항원에 대한 항체 생산을 촉진시키며 체내에서 항원, 항체 복합체를 형성함으로써 빠르게 항원을 중화시켜 생체를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 특히 세포성 면역과 체액성 면역을 모두 증강시킨다.
▶ 심혈관계에 대한 효능 : 대동맥과 관상동맥에서의 동맥경화 정도를 경감시키는 한편 혈압을 단계적으로 하강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 스트레스에 대한 효능 : 교통사고나 기타 여러 가지 외상으로 인한 대사의 이상을 정상화시킨다. 스트레스로 인한 생리적인 장애 혹은 손상에 대해서도 회복 효과를 나타낸다. 녹용과 두충, 인삼, 비타민을 배합한 제제는 학습능력 및 성 행동의 저하를 예방한다.
▶ 내분비 및 성장 발육에 대한 효능 : 기아로 인한 갑상선의 구조적 결함을 빠른 시간 내에 정상화시키며 내부장기의 성장과 발육에 도움을 준다. 또한 포피선겴桓낵?및 정낭의 성장을 현저히 촉진시킬 뿐 아니라 자궁의 발달을 촉진시켜 성 기능을 향상시킨다.
▶ 노화에 대한 효능 : 항노화 활성성을 보이며 학습능력 저하 개선 및 기억력 증진에 기여한다. 최근 치매와 관련지어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 중이다.
▶ 기타 효능 : 녹각(鹿角) 중의 다당류는 위궤양에 현저한 효과를 나타낸다. 뇌·간·신장 등에서 조직 호흡을 증가시키는 작용도 한다. 항염증 효과를 갖고 있는 고분자 물질을 분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암 세포에 대하여 낮은 세포 독성을 나타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녹각의 거의 모두는 ‘낙각’
수사슴이 가지고 있는 뿔은 매년 뿔갈이를 한다. 이른 봄에 녹각은 떨어져 나가고 연한 피부로 쌓여지면서 무수한 혈관이 분포된 대각(大角)이 발생하여 5월 중순부터는 지분(持分)이 생기고 가을에 이르러 각관(角管)은 충분히 석회화(石灰化)되면서 혈관이 말라버려 골격화(骨格化)된다.
겨울이 되면 사슴은 귀찮은 뿔을 더 이상 달고 다니지 않고 머리로부터 말끔히 떼어낸다. 이것을 녹각(낙각, 落角)이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는 전 세계 녹각 총수집량의 90% 정도를 수입한다고 한다.
녹각도 녹용처럼 사슴 종류에 따라 모양이 각기 다르다. 즉 알래스카와 유럽의 순록의 녹각은 가늘고 길며, 시베리아 적록과 미국의 앨크(대록)의 녹각은 크고 길며 통통하여 가장 상품으로 친다. 반면, 중국 녹각은 보통 크기이다.
스스로 떨어진 녹각은 약으로 쓰지 못한다고 의서에서 기록하고 있으나 요즘 통용되는 거의 모두가 낙각이다.
녹용과 녹각의 유효성분 및 그 유효성의 차이는 무엇인가. 무기질 조성은 녹용과 녹각에서 칼슘(Ca) 성분이 제일 높고 나트륨(Na)과 칼륨(K) 함량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으며 망간(Mg)과 Fe(철)이 미량 검출된다.
녹용의 지방산은 포화지방산보다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월등히 높다. 그 중에서도 동맥경화증을 경감시킨다는 도코사헥사에노익엑시드(docosahexaenoicacid)가 43.73%로 제일 높고 녹각에서는 녹용에 비해 전반적으로 함량이 낮다고 보고되었다. 아미노산은 녹용에서 총 17종이 검출되었다.
아무튼 녹각은 자양 강장 흥분제로서 허약자와 신경 쇠약자에게 좋으며 우신(右腎)의 정기가 부족한 사람에게 유용하다. 녹각을 생용(生用)하면 열을 풀어주고 피가 잘 돌게 한다. 또 종기를 낫게 하며 그 속의 나쁜 것을 뽑아낸다고 한다.
한편, 녹즙은 녹용과 사슴고기, 뼈 등과 함께 대추, 밤, 생강을 비롯 육미치황탕, 십전대보탕 등의 한약재를 압력솥에 넣고 밀봉한 후 장시간 증탕한 즙액을 말한다. 요사이 녹즙을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업체가 성업 중이다.
그러나 한의 전문가들은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드시 증상과 체질에 따라 먹어도 되는지 그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녹혈과 녹용은 만병 통치약인가?
일반에게는 보약의 대표격으로 알려져 있는 녹용겞飴?등과 같은 천연약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신바람 건강법’으로 유명한 황수관 박사는 저서<신바람 건강법>에서 보신을 즐기는 사람을 다음과 같이 꼬집어 묘사하였다.
“당연히 사슴피가 힘솟게 하는 묘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살아있는 짐승의 목에다 칼집을 냈으니 아무리 짐승이라도 굉장히 화가 날 것이고, 화가 나서 생긴 독이 전부 사슴의 피 속으로 들어갔을 게 아닌가. 그걸 쫓아다니면서 빨아 먹어댔으니 사람 몸도 독이 올라 화끈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한데 그걸 천하의 정력제로 믿고 있다니 참 어리석기 짝이 없다.
해괴한 보신식을 즐기다가 기생충에 감염되어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그는 알고 있을까.”
실제로 회사원 김모씨(42세)는 계 모임 회원들을 뒤따라 사슴농장에 갔다가 얼떨결에 녹혈을 먹게 되었는데 심한 복통으로 입원까지 해야 했다고.
한의 전문가들은 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모든 약은 제대로 쓰여졌을 때 그 효과를 발휘하지만 무턱대고 쓰다가는 큰 코 다친다고 경고한다. 녹용도 절대 예외는 아니다.
다시 말해 녹용의 경우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것은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한의 본초학자들은 녹용은 한의학에서 보양제(補陽劑)로 분류되며 체질에 따라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고 도리어 해로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몸이 찬 편이고 근육이 발달한 태음인에게는 녹용이 효과적이나 몸이 덥고 가냘픈 소양인에게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의 맥, 체격, 성격 등 체질을 고려하여 녹용을 복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녹용을 많이 복용하면 머리가 무겁고 눈이 충혈되는 경우도 있다. 다혈질인 사람이나 열이 많은 사람, 혈압이 높은 사람은 녹용이 맞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체질에 맞지 않는 환자에게 녹용을 쓰게 되면 발열, 코피, 두통, 심계항진, 설사나 소화불량, 오심구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는 복용을 중지하고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