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품명 : 비가(悲歌)를 듣다
이 순옥
'끝 모를 천공(天空)에서 살별처럼 쏟아지는
슬픔의 화살들이 가슴을 파고들어
진종일 몸살을 앓듯 몸져누운 봄날이면
미망의 안개 벌을 꿈결인 듯 달려온 길
눈가에 아른대는 연두 빛 잔상들도
지난 날 아린 상처도 다 꽃잎 되어 흩날리고
뜨겁게 지핀 사모 한 줄기 햇살 되어
나목에 맺힌 이슬 실핏줄로 번지는
수묵화 그 품에 안겨 상선약수(上善若水) 되새기며
한 천년 줄을 고른 가얏고 소리를 찾듯
눈과 날개 짝을 찾아 온전한 하나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익조(比翼鳥)를 꿈꾼다.
심사평> “이거다!”하고 한마디로 뽑아 들 수 있는 신인다운 산뜻한 작품을 심사위원들은 항상 갈망한다. 제2회 “시조춘추역동신인문학상”도 그런 기대로 심사에 응했다. 응모작들은 대부분 일정한 기본기는 갖추고 있었으나 신인다운 맛이 부족했다. 200여 편의 응모작 중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이순옥의 “悲歌를 듣다”, 김완수의“간이역”, 우은진의“커다란 모자를 쓴 여인”, 김연미의“노을”이었다. 김연미의 “노을”은 많이 써 본 솜씨다. 흠 잡을 데 없는 작품이다. 김완수의 “간이역”도 참 좋은 작품이었으나 함께 응모한 작품들이 고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우은진의 “커다란 모자를 쓴 여인”은 액자 속에 들어 있는 모딜리아니의 그림과 장터 노점의 풍경을 겹쳐 보는 참신한 신인의 장점을 지녔다. 그러나 종장의 결점이 그가 가진 장점을 계속 살리지 못했다. 이순옥의 “悲歌를 듣다”는 마음이 여러 상과 색깔로 무수히 복사(輻射)되는 느낌이 들게 한다. 김연미의 “노을”은 완숙한 작품이었고, 이순옥의 “悲歌를 듣다”는 고전적 소재의 한계를 잘 극복하는 현대적 감각을 가졌다. 오랜 논의 끝에 함께 보내 온 모든 작품들의 수준을 고려, 이순옥의 “悲歌를 듣다”를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한다. “역동신인문학상”은 <시조춘추>가 500만원을 걸고 신인을 발굴하는 야심찬 사업이다. 산중 범 소리 한마디에 모든 소리들이 뚝 그치는 그런 신인을 찾는 것이다.
(시조춘추역동신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역동 시주문학2회 장원
제 2회 역동시조문학제
「전국학생시조백일장」고등부 장원작품 감상
바람의맛
경기 화성 안화고등학교
3학년 6반
최 성 현
바람은 언제라도 꼬리를 저어갔지
남한강 물결속에 싱그럽게 피는 바람
운개에 발 담고서야 바람을 맛보았다
물결은 출렁이며 바람을 할짝이고
강바람, 열린 차창에 시원한 맛 걸리었다
새벽의 완행버스는 불빛을 펄럭인다
발자국 거슬러 와 도착한 충북 단양에
쏘가리와 소나무만 맛보던 바람의 맛
물 젖은 발바닥으로 그 맛을 보고 있다
처음엔 닦아낼까 망설였던 그 맛이
차갑고 간지럽게 발끝에 수놓인다
입으로 찾을 수 없는 운개천 바람의 맛.
심사평:감각이 좋아요 그러나 언어를 좀더 정확하게 써야해요. 바람은 언제라도...에서 문맥상 "언제나"가 맞겠죠? 2연 초장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출렁이는 물결이 바람을 핥는다는 것은 어색. 그러나 전체적으로 좋은 작품입니다. 이제 완벽하게 쓰는 습관을 기르세요 퇴고를 거듭해서...(심사위원 최길하)
제 2회 역동시조문학제
「전국학생시조백일장」고등부 차상 작품감상
나는 꽃이 되었다
경기 안화고등학교
3학년 박 다 애
그 꽃은 내 모습과 흡사한 꽃이었다
드넓은 산기슭에 무성히 피어있는
잔디 옆 높이자란 한송이의 야생화
코 끝을 자극하는 그 내음을 못잊는다
가시섶 몸을 가린 광교산 그 꽃은
나조차 손을 못 대게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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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꽃이 되었다
경기 안화 고등학교
3학년 이 재 선
꽃내음 묻어나는 봄바람이 다가와서
발걸음 옮겨가며 꽃내음 찾아가니
저 홀로 강기슭에 선 한 떨기 들꽃이
강물이 잠길때면 함께 숨던 꽃 하나
비오는 날에만 피어나던 그 꽃이
사람들 사이에 숨은 내 모습을 닮아 있다
홀로 핀 들꽃이나 홀로 선 내 모습이
들꽃의 눈물이나 눈에 맺힌 이슬이나
같은 향 풍겨오면서 서로를 알아 본다
옆에 가 앉으니 들꽃 송이 기대온다
이파리 긴 손가락 그 끝을 잡아당겨
강물에비친 모습이 서로가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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