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의 해양동물 이야기 3] 중국 분홍돌고래 '새 활주로 만들면 우린 어디로 가나요'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중국분홍돌고래. 타이완 현지 시민환경단체 타이완분홍돌고래보호연맹 제공
핫핑크돌핀스라는 이름의 환경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되었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분홍돌고래 보호단체인가요?’ 묻기도 하고, 그런데 진짜 분홍돌고래가 있는지 묻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홍돌고래는 분명히 있습니다. 피부백색증 때문에 원래 몸색깔이 분홍색처럼 보이는 돌고래를 제외한다면 보통 남미대륙 아마존강이나 오리노코강 유역에 사는 아마존강돌고래가 분홍돌고래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가까운 타이완 서해안과 중국 푸젠성 샤먼, 홍콩 연안 그리고 하이난섬 일대에도 중국 분홍돌고래가 살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흰돌고래(白海豚)’라고 부릅니다.

핫핑크돌핀스와 타이완 환경활동가들이 분홍돌고래가 사는 타이중시와 창화시 일대를 돌며 생태조사 중이다.
신비감을 자아는 분홍돌고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돌고래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중국분홍돌고래는 몇 마리나 남아 있을까요? 타이완해협을 사이에 두고 중국대륙을 바라보고 있는 타이완 서해안 일대 연안이 분홍돌고래의 대표적인 서식지입니다. 타이완에서는 분홍돌고래 서식 사실이 2002년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확인되어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현지에서 만난 지역주민들은 물론 오래전부터 분홍돌고래를 봐왔겠지만, 이 사실이 공식적으로 학계에 확인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라는 것이죠. 이후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등지느러미 사진판독을 통한 조사를 진행해왔는데, 2015년까지 71마리가 타이완 서해안 일대에서 살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타이완 고래보호단체 활동가들과 분홍돌고래 서식처 탐방에 나섰는데, 아쉽게도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분홍돌고래들의 서식지인 타이완 서해안 연안. 분홍색으로 표시된 곳에서 분홍돌고래가 발견되었다.
중국본토의 샤먼항 지역 및 인접한 진먼섬 일대를 오가며 서식하는 분홍돌고래는 확인된 것만 약 60마리 정도입니다. 홍콩과 하이난섬 일대에서도 분홍돌고래가 목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 본토의 분홍돌고래와 타이완 서해안의 분홍돌고래는 과학자들이 지난 3-4년간 약 14만 장의 사진을 찍어 일일이 판독한 결과 서로 아무런 교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개체들도 모두 다른 것으로 확인되었다네요. 한반도처럼 군사분계선이 가로막고 있는 것도 아닌데, 분홍돌고래들이 자유롭게 바다를 오가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이들이 연안성이기 때문입니다. 즉 타이완 분홍돌고래의 경우 수심이 25미터 이내의 곳에서 관찰되고 있는데, 타이완해협의 거리(타이완과 중국 본토 사이의 거리)는 150-200km 이고 수심도 매우 깊기 때문에 두 분홍돌고래 아종이 서로 만나지 않는다고 추정하는 것입니다. 타이완해협이 중국 양안 분홍돌고래들 사이의 교류를 가로막는 장벽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세계에는 약 90종에 달하는 고래 종류가 있는데, 성격도 모두 다르고 주로 살아가는 바다의 환경도 제각각 다릅니다.
같은 중국분홍돌고래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홍적세(2백만년-1만년 전) 시기에 타이완 섬과 중국 대륙이 붙어 있다가 분리된 이후에는 타이완 분홍돌고래와 샤먼 지역의 분홍돌고래들 사이에는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 아종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둘 다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과 인간의 활동이 잦은 해안가 부근에 거주하고 있어서 항상 인간의 활동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이들은 해안가에서 1-2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주로 서식하고, 특히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을 제일 좋아한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한국에도 제주도 연안에만 100여 마리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가 여러 면에서 분홍돌고래와 닮은 점이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학계에 알려졌다는 점과 개체수가 매우 적다는 점 그리고 얕은 바다에 살다보니 인간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연안 개발, 증가하는 선박 운항, 수중 공사, 바닥 준설, 해양쓰레기 등 오염물질 투기, 소음 등으로 돌고래들의 서식처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중국 분홍돌고래는 비슷한 운명입니다.

홍콩 바닷가에서 발견된 분홍돌고래 사체. Ocean Park Conservation Foundation, Hong Kong (OPCFHK) 페이스북
바다에 인접한 홍콩 국제공항은 현재 새로운 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해 바다 매립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어권의 돌고래 보호운동 단체들은 이대로 홍콩 앞바다에 새로운 활주로가 건설된다면 중국분홍돌고래의 서식처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습니다. 해상 공사 자체가 엄청난 소음과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공사 선박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서식처가 파괴될 것이기 때문에 분홍돌고래들은 더이상 살아갈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제주에서도 성산 지역에 제2공항이 들어서려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생존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중국 분홍돌고래들 가운데 특이한 점은 등지느러미에 부상이 자주 관찰된다는 점입니다. 외부 상처, 피부 이상, 절단 등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부상으로 고통받는 샤먼 지역 분홍돌고래는 전체 60마리 가운데 13마리로 21.7%에 달한다고 합니다. 20% 이상이 외상에 시달릴 정도로 현재 중국 분홍돌고래들은 큰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제주 남방큰돌고래 가운데도 등지느러미가 무언가에 부딪혀 잘려나간 것처럼 보이는 ‘시월이’라는 돌고래도 있습니다. 제주 연안에서 돌고래 관광을 한다면서 모터보트나 제트스키를 타고 돌고래에게 접근하는 경우 부상의 우려가 커집니다.

등지느러미에 상처가 있는 남방큰돌고래 시월이가 새끼와 함께 제주 앞바다에서 헤엄치는 모습. 장수진 제공
우리는 동아시아 바다에서 중국 분홍돌고래와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서식처를 위협하는 개발공사를 중단하고,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을 서둘러야 합니다. 동아시아 지역에 각각 100마리 정도 남은 중국 분홍돌고래와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인간은 가장 큰 위협이자 유일한 희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