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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도(巫神圖)
무신(巫神)이 형상화되어지는 방법은 4가지가 있다.
첫째, 유형적으로는 알아 볼 수 없고 구전으로만 나타나는 경우인데 무의식중에 무가나 공수를 통해서 무신이 형상되어진다. 둘째, 신들의 존재가 유형적인 자연물이나 인위적인 물체로 나타나고 있는 것들이다.
예컨대 돌․나무 등의 자연적인 형체물이나 옷․조각품․꽃 등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모셔지는 물건이나 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물건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다.
이때에는 무신이 상당히 상징적이기 때문에 신봉하는 무당만이 알아 볼 수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셋째, 유형적인 상징적 신의 형체를 종이로 오리거나 접어서 또는 종이, 나무, 돌 등에다 신의 명칭을 써서 나타나는 신들이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신의 형상이 그림[圖]를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바로 이것이 무신도이다. 무신도는 무신의 형상이 구체화하여 나타나면서 다른 어떠한 것보다도 가장 실질적으로 표현되어 지고 있으며 무당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무신이라는 것을 알아 볼 수가 있다. 무신도라는 말은 무당들 사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무신도라는 단어는 그 동안 무속을 연구하는 학자나 연구자들에 의해 학술적용어로 쓰여 왔으며, 그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무속학자들과 연구자들 사이에서 사용되어지는 무신도라는 용어에 견주어 또 다른 용어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무화(巫畵), 무속화(巫俗畵), 무신화(巫神畵), 사당화(祠堂畵)등이다.
먼저 무화라는 용어는 그 개념이 무속신(巫俗神) 뿐만 아니라 무(巫)에 관련한 여러 가지 그림들, 즉 무의식(巫儀式)그림, 무구(巫具)그림, 무화(巫花)그림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해석되어 진다고 할 수 있다.
무속 화 또는 무속 도라는 용어 역시도 무화(巫畵)와 같은 개념으로서 무속에 관련된 여러 가지 그림 등 무속의 풍속화까지도 통괄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또 다른 용어로서 무신화가 있다.
화(畵)와 도(圖)의 차이를 구분하기란 쉽지가 않지만 화가 도보다는 보다 폭넓은 개념으로 사용되면서 그림의 예술적 가치를 중시하고 미적 양상에 초점을 두고 논할 때 쓰여지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무신의 그림 형태는 보편적으로 단순하고 그림의 내용이 어떠한 특정 인물에 한정되어 있어 그림이 실제에 비해 그림의 폭이 좁다.
거기다 그림의 예술적인 미적 가치를 고려치 않는 것이 또 하나의 무신도가 가지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당화라고도 하는데 이때는 무신의 그림을 사당이라고도 칭하는 신당에다 모시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듯 많은 용어가 있다. 그들 중 무신도라는 명칭이 무신의 그림을 말하는 용어로서는 제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때문에 무신도라는 용어가 지금까지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음을 알 수가 있다.
무신도가 무당들 사이에서 호칭되어 질 때는 그 명칭이 무당마다 다르게 명명되어진다.
1), 환이라고 한다.
환이라는 용어는 그림에서 변화된 용어이다. 화=환을 꾸미는 사람을 환쟁이 라고 하는 데서도 쉽게 알 수 있다.
2),화분이라는 명칭이 있다. 화에 그려진 신을 높여 한 분 두 분 할 때의 높임말의 문이 화와 결합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3), 할아버지라고 한다.
이 용어는 일반적으로 신을 높인 말이며 동시에 신들을 어르신이라는 의미에서 불리어지는 이름이다.
할아버지라고 불리어지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무신도에는 할아버지 그림이 적지 않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4), 신령(神靈) 또는 신령님이라고 한다.
무당들은 어떠한 신을 말할 때 명칭을 부르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신령님이라고 한다.
신령님이라는 용어는 어떠한 신을 말할 때 명칭을 부르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신령님이라고 한다.
신령님이라는 용어는 어떠한 신에게도 지칭되는 용어로서 모든 신들을 통틀어 이 용어를 사용한다.
5) 마지(麻紙) 라고 한다. 이 용어는 무신도를 마지에다 그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6) 탱화라고 한다. 이 용어는 불교의 탱화 즉 불화(佛畵)를 일컬을 때 사용되어 지는 용어인데
무속과 불교 간의 서로 주고받은 영향 관계에서 생긴 말이다.
7) 전 또는 전안이라는 호칭이 있다. 이 용어는 옛날 노 무당들 사이에서 쓰여 지던 용어로서 무속 신을 한지로 접거나 오려서 또는 글로 써서 모실 때 사용되어 지는 말이다.
근래에 들어와 소수이지만 무당들 사이에서도 무신도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가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무속학자나 무속연구자들의 영향 때문에 생긴 것이다.
무신도는 제작하는 사람에 따라 그 형태나 미적 가치 또는 모양새가 다르다. 무신도로 사용되는 색은 다섯 가지로서 청․홍․흑․백․황색이며 무명, 생명주(生明紬), 한지(韓紙), 또는 마지(麻紙)등을 사용한다.
무신도 형태가 불교의 불화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그림의 내용으로 볼 때, 불교의 불화는 불교에서 섬기는 신들을 그려 놓고 있으며 무신도는 무신들을 그린다.
만약 불교의 신이 무신으로 봉신되면서 무신도에 그려진다고 하더라도 그림의 형식이 무신도 형식으로 그려진다.
무신도 형식이라 할 수 있다면 예컨대, 불화의 그림은 섬세하고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에 비해 무신도는 보편적으로 그림 기법이 단순하면서 섬세하지 않고 그림의 짜임새가 주어진 공간의 폭에 비해 과분하게 크게 그려지면서 선이 굵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술적인 미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므로 그림자체가 조잡하고 단조롭다.
무신도의 이러한 그림 기법이 특징적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에 탱화와 비교할 때 쉽게 구분되어진다.
무신도의 크기는 특정한 규격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불화의 규격보다 훨씬 작은 편이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무신도는 그 모양새를 가지고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하나는 벽에 직접 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족자형(簇子型)이고 또 하나는 부착형(附着型)으로서 보관 할 때나 가지고 다닐 때 접게 되어 있다.
이북 지역의 무신도들은 그림이 손상되기 쉽겠지만 부착형으로 되어 있고 그밖에 지역의 무신도들은 족자 형으로 되어 있다. 근래에 새로운 유행에 따라 모든 무신들을 한 폭에다 그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무신도가 병풍 식으로 꾸며지는 경우가 종종 등장하고 있지만 보편화 된 것은 아니다.
무신도가 다른 전래 품에 비해 해묵거나 전래된 것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은 무당들의 오래된 관습 때문이다.
무당이 사용하였던 무신도들은 무구, 무화, 무복, 무구, 무 악기 등과 함께 무당 본인이 죽기 전 아무도 모르는 곳에 파묻어 버리거나 아니면 불태워 버리는 것이 무당들의 전통이다.
무당 자신이 죽을 때까지도 처리하지 못하였다면 무당이 죽은 후에 그의 가족들에 의해 불태워지거나 땅속에 묻혀지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이다.
그러한 관습은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 무당은 무당 부리(뿌리)를 가졌던 집안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즉 무당은 무당의 후손에서 생긴다는 뜻이다.
가계 중심의 강신 무당 발생설에 대한 정확한 증명은 아직 밝혀진바 없지만 무당들의 입으로 통해서는 전해지고 있다.
현재 알려진 대로 한국의 무당발생은 집안의 대를 잇고 있는 세습무당과 가계를 이루지 않지만 신과 접신하여 발생되는 강신 무당이 공존하고 있다.
세습적으로 무업을 하는 무당들은 신의 강신체험이 거의 없거나 신령과의 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신관과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 볼 수가 없다. 또한 세습무들이 가계를 이루면서 무업을 하는 것은 문화적․사회적 영향 때문이지 신령과 필연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근래의 세습무 가계의 양상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즉 근래에는 세습무의 자손들이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며 또한 무업을 하였던 부모들도 자손들에게 무업의 대물림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구조와 의식의 변화 때문이며 그로 인한 오늘날의 세습무 가계를 찾아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되었거나 무업을 하였던 무당은 자기 후손이 대를 이어 무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사용하였던 무의식구들을 모두 땅에 묻거나 불태워 버리는 것이 일반적 관습이다. 무당이 사용하였던 물건들을 무당 본인이나 무당 가족에 의해 비밀리 땅속에 파묻은 것을 어떤 사람이 신이 들려 그 곳을 알고 물건을 파서 가지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구애비 떳다’라고 한다.
‘구애비’라는 말은 두 가지로 풀이된다.
하나는 옛날(구)의 애비(아버지=부모)의 뜻이고 다른 하나는 구신(舊神)의 애비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구애비를 뜨면 으례이 무당이 되는 것이고 또한 무당이 되기 위해선 구애비를 떠야 되었다.
그러므로 입무 과정에서 밟아야 하는 첫 순서가 신병을 앓다가 구애비를 떠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땅속에 파묻은 무신도․무복․무구 등이 구애비를 떠간 다른 무당에 의해 모셔지거나 사용되어 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무신도의 재료는 종이 또는 천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무구들에 비해 쉽게 부식되기 때문에 땅속에서 판 것을 다시 사용하기란 결코 용이하지 않다.
근래에 산구애비(살아 있는 구애비)를 떠온다고 하여 스승이 죽기 전에 무신도 등을 가져가는 경향이 있으나 그것도 쉽지가 않다. 스승 것이기 전에 남의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모셔 가면 자기가 기존에 모시고 있던 신들과 합의의 절차를 걸쳐야 하는 합의 굿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합의 굿을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가져간 무당의 몸이 아프다던가, 무업이 잘 되질 않는다던가 하기 때문에 여간 해서는 산구애비를 떠가지 않는다.
스승으로서 자기가 직접 사용하던 무신도 등을 아끼는 제자에게 주고 싶어도 결국은 제자가 모시고 있는 신들과 합의를 해야 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사용되었던 무신도 등이 다른 무당에 의해 또다시 사용되어 진다는 것은 무당들 사이에 극히 보기 드문 일이다. 이러한 관습 때문에 오늘날 때묻고 해묵은 무신도나 무구․무복, 무화 등의 물건들을 찾아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근래에 들어와 그러한 관습이 약간씩 변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오늘 날 민속품이니 골동품이니 하는 것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되다 보니 스승이 제자에게 넘겨주고 또한 제자도 그것을 소중히 간직하려고 하는 것을 볼 수가 있으나 보편화 된 것은 아니다.
구애비를 떠온 것 중에서 무신도가 있으면 그 무신도의 신이 몸 주신이 된다. 신을 받고 무당이 되면 신당을 꾸미고 무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무신도를 신당에 봉안한다.
무당이 신들을 모실 때는 우선적으로 몸 주신을 모시게 된다.
신당에 봉안할 무신도는 환쟁이에게서 주문한다.
신들을 환(무신도)으로 쳐서 모시는 것이 싫은 경우나 아니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무신도를 제작하지 못할 경우에는 전 또는 전안으로 모시는 경우도 있다.
무신도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사람을 환쟁이라고 하는데 한편에서는 화공으로도 불리 운다.
환쟁이에 의해 만들어지는 무신도는 ‘그린다’라고 하지 않고 ‘꾸민다’ 또는 ‘친다’라는 말로 표현된다. 그 뜻은 신의 형체를 틀로 만들고 꾸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쟁이는 신을 모시고 무업을 하는 무당은 아니지만 전문적으로 무신도를 그리고 무화와 무구들을 만들기 때문에 무속의 여러 가지 일들에 관한 지식이 무당 못지 않게 박식하다. 환쟁이가 무신도 꾸미는 일을 할 때는 목욕재계하고 금욕하면서 일체의 불길한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소환 즉 채소만 받는 신령님을 꾸미는 동안에는 육식을 삼간다. 무신도는 무당의 집안에 마련된 신당 한쪽 벽에 걸거나 붙여서 모신다.
여러 무당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굿 당에도 모셔 놓고 있다.
어느 곳이든지 굿을 하기 위한 임시 굿 당에도 역시 무신도를 친다. 굿 당을 만드는 것을 ‘당 맨다’ 또는 ‘당 꾸민다’라고 한다. 동네 굿 당에는 여러 무리의 무당들이 굿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방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 각각의 방 한쪽 면에 무신도가 봉안되어 있다.
무당의 집이든 굿 당이든 무신도를 봉안할 때는 우선 신단(神壇)을 꾸민다. 신단은 북쪽으로 자리를 잡고 한쪽 벽면을 반 정도 높이로 널따랗게 나무 단을 쌓는다.
단 위는 비단으로 깔고 그 위다 여러 가지 신도구나 신, 음식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넉넉한 공간을 만든다.
무신도는 나무 단 위쪽으로 벽에다 고정시킨다.
나무 단 밑에는 무복이나 무 악기 또는 점상을 넣어두도록 만든다. 무신도의 기본적인 배치는 서낭과 십대왕을 맨 왼편에 산신과 천지일월도신장은 맨 오른편에 모시고 칠성님과 제석님은 중앙에 모시는 좌 서낭, 십대와, 우 산신, 천지일월도신장, 중앙 칠성, 제석이 기본 틀이 되도록 세 방향의 틀을 정한다. 틀을 정한 다음 맨 오른쪽 상단부터 천지일월도신장을 시작으로 겹이 쌓이도록 친다.
성수님들은 모든 신령님들을 쳐다 볼 수 있도록 반대편 벽에다 모신다. 무신도 배치의 순서를 황해도 만구대택굿 신당의 예를 들어 말하면 다음과 같다.
왼쪽부터 시작하여 서낭, 십대왕, 작두마지, 성수장군, 삼토신령, 금이신장, 넉바위 서린장군, 백마장군, 임경업장군, 유목신장, 약사신장, 천문신장, 성수대감, 최일장군, 천지일월도신장, 칠성님, 팔선녀, 산마도령애기씨, 제갈공명, 서산대사,
산산도사, 삼불제석, 용태부인, 옥황상제, 부군님, 곽곽선생, 본산신령, 산신 순이다. 반대편의 성수님들은
왼쪽부터 남 성수 그리고 감흥마누라 순으로 모신다.
무신도는 서로 겹치도록 치는데 오른쪽분이 위로 올라가도록 하고 윗분이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겹치도록 치는 이유는 모시는 신령님은 많고 배열하는 벽공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