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 6,22-27; 야고 4,13-15; 루카 12,35-40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떡국 드셨어요?
그런데 왜 설에 떡국을 먹을까요?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떡국은 제사를 지내고 나서 먹던 제사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조상들이 먹던 음식을 제사상에 올렸다는 것이죠. 그러면 우리 조상들은 왜 떡국을 먹었을까요?
오늘날 우리는 밥을 주식으로 하지만, 고조선 시대에만 해도 떡이 주식이었다고 합니다. 쇠가 귀하던 시대에 집집마다 가마솥을 갖고 있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는데, 쇠가 창과 칼 등 무기를 만드는데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쇠는 항상 부족했고, 집집마다 가마솥을 둘 만큼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동네마다 공동으로 쓰는 큰 가마솥을 두고, 거기에 한 번에 많은 떡을 쪄서 나누어 먹었을 것이라 합니다. 왜 지금도 떡을 찌면 꼭 이웃과 나누잖아요? 이처럼 떡을 쪄서 이웃과 나누어 먹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식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겨울에는 떡이 얼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담가서 먹었고, 이것이 떡국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일부 지역에도 설에 제사를 지낸 후 떡국을 먹는 관습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결국 떡국은 조상들이 먹었던 것을 똑같이 먹으며 조상들을 기억하는 관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사를 지내고 난 후, 우리도 그것을 먹으면서 조상들을 기억하고, 서로의 연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미사는 어떨까요? 우리는 미사 중에 성체를 영합니다. 이 성체는 김대건 신부님이 모셨던 성체이고, 방금 전 연도 때 바쳤던 모든 성인들이 영했던 성체이며, 성모님이 영하셨던 성체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 가족, 친지들이 모셨던 성체와 똑같은 성체입니다. 떡국이 조상들과의 연대를 상징한다면, 성체는 상징이 아니라 연대와 일치가 실제로 이루어지게 합니다. 우리는 영성체를 통해 예수님을 우리 안에 모시는데, 세상을 떠나신 분들은 모두 하느님이신 예수님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모든 분들과 하나가 됩니다. 설령 세상을 떠나신 분이 세례를 받지 못하셨다 하더라도, 그분 역시 하느님 앞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성체를 영함으로써, 그분과 가장 가까이 있게 됩니다.
요즈음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외국에 있는 친지들과도 실시간으로 영상으로 통화할 수 있습니다. 멀리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을 그렇게 연결시켜 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그런 길이 있습니다. 바로 미사입니다.
우리는 미사 지향으로 연미사와 생미사를 동시에 드립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있는 사람이나 세상을 떠난 사람이나 모두 하느님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다. 실상 하느님께는 모두가 살아 있다.” (루카 20,38)
우리는 미사 중에 예수님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은 2천 년전에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분이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신다고 고백합니다. 그분이 살아 계시기에 우리는 그분께 기도드립니다. 예수님께서 살아계시기에 교회는 2천 년간 계속해서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셔서 지금 살아 계신 분을 우리 안에 모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기에 우리는 또한 모든 이의 부활을 믿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모든 이의 부활도 없을 것이고,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가련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살아계실 뿐 아니라 영원히 다스리십니다. 예수님께서 어디를 다스리실까요?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하늘과 땅을 다스리십니다. 이 세상 주인과 저 세상 주인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 홀로 주님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세상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상까지 다스리시는 주님께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를 맡겨 드립니다.
오늘 설을 맞이하여 1독서의 말씀으로 여러분께 인사 드립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또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까지 다스리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 앞서 당신 품 안에 잠들어 계신 분들에게 같은 축복을 해 주시기를 함께 기도합시다.
“주님께서 그분들께 복을 내리시고 그분들을 지켜 주시기를
주님께서 그분들께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분들께 은혜를 베푸시기를.
주님께서 그분들께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평화를 베푸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