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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대구광역시종친회(김해김씨,허씨,인천이씨) 부녀회 청년회
 
 
 
카페 게시글
게시판(수필,시) 스크랩 반전의 미학
휘목 추천 0 조회 52 17.06.06 16:5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한 노(老)신사가 술집에 들어갔다. 술을 두 잔 주문했다. 젊은 남자 종업원은 일행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노신사는 두 잔을 연거푸 들이킨 뒤 다시 두 잔을 시켰다. 그렇게 반복했다. 이상하게 여긴 종업원이 물었다. "사장님, 왜 술을 두 잔씩 주문하십니까. 한 잔을 드시고, 다시 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노신사는 "나도 술을 좋아하지만, 나보다 더 좋아하는 친한 친구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한 잔은 내 잔이고, 다른 한 잔은 친구 것이다."라고 했다. 노신사는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이 집에 들렀다. 6개월 뒤 어느 날. 종업원은 여느 때처럼 술을 두 잔 들고 왔는데, 노신사가 한 잔만 달라고 했다. 한 잔을 마신 뒤 또 한 잔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이상히 여겼다. 눈치 빠른 종업원은 이내 사태를 파악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사장님, 친구 분이 전쟁터에서 불행한 일을 당하셨군요. 정말 안됐습니다."라고 위로했다. 그런데 노신사는 "이 친구, 무슨 소리야. 지난주에도 그 친구가 '잘 지내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왔어."라고 했다. 종업원은 "그런데 왜?…." 노신사는 "아! 술을 한 잔만 시킨 이유?"

노신사는 말했다. "내가 며칠 전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갔더니만, 의사가 '당신은 앞으로 술을 더 마시면 위험하다. 간 상태가 최악이다. 살고 싶으면 술을 끊어라'고 하는 거야."

노신사는 "그래서 그날부터 난 술을 끊었고, 이 잔은 베트남에 간 친구 술잔이야."라고 했단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 고급 위스키나 와인보다 소주나 막걸리를 더 찾는다. 구조조정을 당한 한 회사 직원들이 막걸리 집에서 부서 회식을 했다.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술이 몇 순배 돌자, 한 직원이 벌떡 일어나 건배사를 자청했다. "자, 잔을 채워주십시오. 제가 건배사를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잔을 채운 뒤 그는 큰 소리로 '내! 힘들다.'라고 했다. 다른 부원들은 어리둥절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한번 내보자고 마련한 자리에서 '왠 힘 빠지는 소리?'라고 여겼다. 그러자, 그는 다시 "제가 다시 선창할 테니 여러분은 건배사를 거꾸로 외쳐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내! 힘들다.'라고 했다. 다른 부원들은 큰 소리로 받았다. "다들 힘내!"

반전(反轉). 노신사의 친구 술잔이 반전을 통해 애주가의 진면목을 드러낸 것이라면, 한 직장인의 건배사는 사소한 반전도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활 속의 반전은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문학과 예술, 스포츠 속 반전의 묘미를 찾아가 보자.

◆영화 속 반전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화 '슬럼독('빈민가 사람들'을 뜻하는 속어) 밀리어네어'. 영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인도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뭄바이 빈민가와 국제항을 배경으로 한 다분히 인도적인 영화다.

주인공 '자말'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형 '살림'과도 헤어진 빈민가 출신 고아. 형 살림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앵벌이조직에 가담하며 인생의 반전을 꿈꾸다 결국 자살한다.

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자말은 18세에 거액의 상금이 걸린 인도 최고의 방송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는가?'에 출연한다. 퀴즈쇼 출연은 거액의 상금을 통해 인생 역전을 노린 것이 아니라 헤어진 연인 '라띠까'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슬럼독이란 것을 안 퀴즈 진행자와 관객 모두에게 무시당하던 자말은 예상을 깨고 최종 라운드까지 오르게 된다. 그때까지 맞춘 사지선다(四枝選多)형 문제는 모두 자신이 살아온 역경 속에 실마리가 있었던 것.

마지막 문제를 받아놓고 자말은 화장실에서 진행자와 마주친다. 진행자가 '답을 아는냐.'고 묻자, 자말은 '그 문제만큼은 모르겠다.'고 한다. 진행자는 '너는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랬다. 넌 맞출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라고 한다. 진행자가 나간 뒤 자말은 화장실 세면대 거울에 써놓은 '정답'을 발견한다. 퀴즈쇼 장으로 돌아온 자말은 마지막 문제에 대해 진행자가 알려준 정답이 아닌 '진짜 정답'을 맞춘다. 퀴즈 진행자의 슬럼독에 대한 편견과 무시는 보기 좋게 농락당한다. 자말은 진행자의 심성까지 파악해 막판 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3년과 2004년 각각 개봉한 '올드보이'와 '범죄의 재구성'을 반전의 묘미를 담은 영화로 꼽을 수 있다.

아내와 어린 딸아이를 가진 평범한 샐러리맨, 오대수(최민식). 어느 날 술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납치당한다. 그는 30㎡ 남짓한 허름한 방에 갇혀 15년을 보낸다. 납치 장소에서 풀려난 그는 우연히 들른 일식집에서 의식을 잃고, 보조 요리사 미도(강혜정)는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연민의 정이 사랑의 감정으로 커간다. 오대수를 감금한 이우진(유지태)은 청소년기 '무심코 던진 돌멩이로 죽은 개구리'의 상처를 안은 이. 납치당한 15년 뒤 사랑에 빠진 미도는 다름 아닌 자신의 피붙이로 밝혀진다. 상처를 준 인간에 대한 복수를 내용으로 한 범죄 스릴러물인 올드보이가 담은 반전이다.

최고 사기꾼 5명이 합작해 한국은행을 보기 좋게 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범죄의 재구성도 반전이 돋보인다. 한국은행엥서 50억원 인출에 성공한 뒤 이 꾼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돈은 사라진다. 도박장과 거리에서 2명이 경찰에 붙잡히고, 다른 1명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이 영화에서는 관객과 경찰, 다른 배우들을 모두 감쪽같이 속인 인물이 영화 말미에야 비로소 드러나 극적 반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낯선 지하실, 쇠사슬에 묶인 채 깨어난 두 남자가 얼굴 없는 범인의 지령에 따라 불가능한 탈출을 시도한다는 내용의 스릴러 '쏘우'. 2005년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반전이 관객의 상상력을 '조각낸다.'

범죄 스릴러물 '유주얼 서스펙트'(96년 개봉), 공포 스릴러 '식스 센스'(99년), 미스터리 스릴러 '아이덴티티'(2003년) 등도 반전의 요소를 담고 있다. 미국 스릴러 영화 상당수는 반전을 흥행의 주 요소로 삼고 있다.

◆책 읽기의 재미

최근 번역된 '천사의 나이프’(야쿠마루 가쿠 지음/김수현 옮김/황금가지 펴냄)는 사회성 짙은 범죄 미스테리물. 소설 중반 이후부터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고 빠른 템포에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한다.

커피숍을 운영하며 다정한 아내, 갓난아기와 함께 평범한 생활을 하는 한 남자가 어느 날 아내를 잃는다. 중학생 강도 3명이 잔인하게 살해한 것. 그러나 '14세 이하의 자는 어떤 범행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소년법에 따라 범인들의 이름과 주소를 포함한 일체의 신상정보를 알 수 없다. 4년 뒤 이 중학생 강도 3명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차례로 드리워진다. 미스터리와 퍼즐을 버무려 독자들이 단서를 풀려고 하면 고리가 끊기고, 또 다른 고리가 생겨난다. 추리와 상상력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반전의 묘미가 글 읽기의 재미를 한껏 더한다.

2007년 국내에 소개된 일본 소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가이도 다케루 지음/권일영 역/예담 펴냄)은 현역 의사가 소설을 썼다는 점과 막판 반전의 묘미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도조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에는 '좌심실 축소 성형술'의 대가인 외과 조교수 기류 교이치가 이끄는 바티스타 수술 전문 팀이 있다. 이 수술은 성공률이 평균 60%로, 어렵고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 바티스타 수술 팀은 성공률 100%로 명성을 떨쳤지만, 어느 때부터 잇따른 수술 실패로 환자가 3명이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병원장은 내부 진상조사를 벌이지만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고, 급기야 후생 노동성에서 조사관이 파견된다.

파멸 직전에 놓인 대학병원의 현황과 의료 시스템의 위기, 그리고 바티스타 팀원들간 복잡하게 얽힌 상극관계와 내연관계가 서서히 드러난다. 정직하고 선하게 그려지지만, 수술 전 과정을 유일하게 아는 기류 교이치 팀장에게 독자들의 의혹이 쏠린다. 범인일 것이라는 추측에 확신을 갖게 한다. 그러나 막판 반전으로 독자의 추리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극적인 반전 드라마

스포츠에서의 반전은 생동감과 현장감이 더해져 예술이나 문학에서보다 더 극적이다. 더욱이 국가간 경기에서 펼쳐지는 역전 드라마는 국민적 에너지를 한데 모으기도 한다.

국가간 명승부는 주로 한일전에서 눈에 띈다. 최초의 한일전 승리는 스위스월드컵 축구 예선전이 열린 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에서 열린 1차전에서 한국은 전반 10분 선제골을 허용한 뒤 내리 5골을 넣어 대역전승을 거뒀다.

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한일 결승전. 2대 1로 뒤지던 8회말 김재박이 스퀴즈 번트로 2대 2, 한대화의 3점 홈런으로 5대 2 역전승을 거뒀다. 92년 바로셀로나올림픽 마라톤에서는 황영조 선수가 결승점 3km를 앞두고 일본의 모리시다 고이치 선수를 극적으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97년 도쿄에서 열린 프랑스 월드컵 최종 예선, 한국이 일본에 1대 0으로 끌려가다 후반 38분과 41분 잇따른 골로 역전 드라마를 썼다. 2006 WBC 아시아 예선전도 마찬가지.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한국은 1대 2로 뒤지던 8회초 이승엽이 2점 홈런을 날렸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예선 첫 경기 한미전에서 6대 4로 앞서던 한국이 9회초 7대 6으로 역전 당했으나, 9회말 8대 7로 재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비록 올해 WBC 한일 결승전에서는 뒤지던 9회말 동점까지 만들고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했으나, 2009 피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큰 점수차로 제치고 1위를 거머쥐었다.

◆반전(反轉)의 미학

삶이 팍팍하다. 서민 가계엔 주름살이 더 늘고 있다.

그러나 경기(景氣)가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가게 마련. 주식이나 경기에 반드시 반전이 있듯 우리네 삶도 반전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삶의 반전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터다. 개발로 인한 갑작스런 땅값 상승이나 로또복권의 대박이 종종 불행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선인들은 전화위복(轉禍爲福),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세상사를 새기며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삶의 여유를 가졌던 것.

문학과 예술, 스포츠에서도 반전은 짜릿함과 통쾌함, 때로는 강한 여운을 남기는 묘미를 갖는다. 반전의 미학이다. 무엇보다 더 나은 삶과 생활로의 반전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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