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외씨버선길 기행, 제3 김주영 객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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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청송구간 3길은 파천면 신기리와 진보면 시량리의 고현지를 잇는 16,6km 트레일이다. 이 길의 다른 이름은
김주영 객주길. 이고장 출신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客主)' 에서 가차(假借)한 이름이다. 객주길은 구간 지도에서 보듯
13개 소구간으로 구성되는데 크게는 두 구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시점부터 너븐재 삼거리를 거쳐 객주문학관에 이
르는 구간과 너븐 삼거리에서 고현지에 이르는 구간이다. 앞 구간이 이 고장의 옛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객주 길이라
면 뒷 구간은 비봉산 북쪽 표고 2~300m의 산허리를 오르 내리며 돌아가는 자드락 길이다.
지난 주말, 작년 11월 21일에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신기리 느티나무를 찾았다. 수령 350여 년 된 이 마을 느티나무는
높이 10m, 가슴 높이의 나무 둘레는 무려 8,3m에 이른다. 외씨버선길 제2 길과 제3 길의 날머리와 들머리의 기준을 삼
는 이 고목은 천연기념물 제192 호로 지정된 보호수다. 산 깊고 물 맑은 산촌 마을의 아침이 세한 지절(歲寒之節)을 무
색하리만치 포근하다. 청송은 사과의 고장. 과수원마다 벌써 과목(果木)들의 전지작업(剪枝作業)에 분주한 걸 보면, 어
느새 봄이 가까이 온듯한 기분이 든다. 신기천에 잇닿은 감곡천을 거슬러 수정사(水淨寺)를 찾는다. 청송 8경인 송강리
수정사 계곡에 자리한 수정사는 고려 후기 때의 절로 알려져 있으나 외형은 소박하다. 그러나 일주문이 서 있는 비보
림(裨補林)의 울울한 홍송(紅松)들을 보면 비범치 않음을 알게 된다. 마침 솔숲에 '황성 옛터' 가사비(歌詞碑)가 있어 살
펴보니, 노랫말을 쓴 왕평(이응호)의무덤이 개울가에 있었다. 마묻골을 간다. 마묻골 옛길은 청송읍과 진보(眞寶)를 오
가는 옛사람들의 시장 가는 길이요 보부상길이다. 임란 때는 왜구들이, 한국전쟁 때는 북으로 쫓겨 가던 북괴군이, 그리
고 피난민들이 넘었다.1,5km에 이르는 마묻골은 구비마다 솔가리 오솔길, 즐비한 노송들이 토하는 솔향기에 취해 힘든
것도 잊는다. 한 때는 우마차가 다녔다 던 길. 그러나 지금은 인적 없는 산골짝이다. 너븐재 삼거리에 오른다. 비봉산이
서쪽으로 뻗친 한 줄기의 능선에 있다. 산 아래로 내려가면 객주문학관(1,7km 거리)으로 가고, 외씨버선길은 매산 쪽으
로 우회한다. 이정목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무겁다. 16,6km의 객주 길에 객주문학관은 정작 트레일에서 빠져 있다.
그곳까지 다녀오려면 3,4km의 덤길을 더 걸어야 한다. 그렇다면 외씨버선 3길은 20km가 되어 먼 곳에서 온 트래커는
돌아갈 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지정 트레일을 따라 매산으로 향한다.
너븐재 삼거리에서 고현지에 이르는 10,9km의 트레일은 앞서 언급했듯이 비봉산 자드락길이다. 670m의 비봉산은 그
북쪽의 진보에 서시천을 두르고, 작은 능선들을 부챗살처럼 뻗어 완만하고 드넓은 구릉지대를 펼쳐 놓았다. 진보면 각
산, 월전,시량리 일원이다. 산도 들도 아닌 이른바 비산비야(非山非野) 평원. 이곳을 바라보면 마치 작은 횡계리를 보는
듯하다. 다만 해발 1,000m의 횡계리 고원평(高原坪)이 초지를 일군 목장지대라면, 해발 2~300m의 월전리 구릉지대는
사과나무 울울한 드넓은 과수원 지대다. 외씨버선 제3길은 바로 이 구간의 과수원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동천지, 각산지,
월전교를 거쳐 서시천을 가로막은 저수지인 고현지로 간다. 길을 걷는 내내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마음이 불편했다.
김주영 객주길로 명한 길에 굳이 객주문학관과 진보의 저잣거리를 빼놓은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물론 언덕을 오르내리
며 보는 서시천 주변 진보(眞寶)의 산경(山景)과 하경(河景)도 일품이지만 산고 곡 심해 더 청정한 청송만의 특별한 산
채비빔밥 한 그릇, 탁주 한 잔 못하고 그냥 지나감이 못내 아쉽다. 다음 4길은 영양군으로 접어들기에 더욱.
촬영, 2021, 02, 06.
▼ 청송 파천면 신기리, 느티나무(천연기념물 192호) 앞
▼외씨버선길 3길, 청송 김주영 객주길 지도
▼신기리 제3길 들머리(좌)
▼ 신기천 옆 250년 된 노송(2幹 老松)
▼신기리 감곡천 계곡
▼ 신기리 감곡저수지
▼송강리 가는 산언덕에서 본 감곡저수지
▼송강리 언덕
▼객주 길 '양심 장독대 / 땅에 묻힌 항아리 속에 생수병이 들어 있다.
▼ 송강리 수정사 계곡과 그 뒤 비봉산 서쪽 능선
▼ 남각산 수정사 일주문
▼천년 고찰, 수정사
▼수정사 송림에 있는 왕평 이응호(황성 옛터 작사가) 무덤가의 노랫말 목판 비
▼황성 옛터 가사비 / 청송 출신 작사가 왕평 가사비
▼ 마묻골저수지
▼ 마묻골과 마묻골저수지 안내
▼ 너븐등 삼거리로 가는 마묻골 솔가리 길
▼비봉산 너븐등삼거리 / 지금은 마뭇골, 비봉산, 진보, 매산으로 가는 사거리임
▼ 너븐등삼거리, 진보 김주영 객주문학관 가는 길 들머리
▼너븐등삼거리에서 본 진보
▼비봉산 북쪽 매산 가는 능선
▼매산 마루
▼진보면 각산리 동천지
▼ 동천지와 매산 능선 / 방금 지나온 길
▼ 동천지 동쪽의 비봉산 가는 고갯길
▼ 비봉산 가는 삼거리 갈림길
▼ 각산리 저수지 가는 길
▼각산리 잎담배 재배지
▼각산리 저수지
▼진보 반변천에 합류하는 서시천 하구역 주변 풍경
▼진보 각산리 사과 농원
▼월전 삼거리
▼월전리 노거수(老巨樹)
▼진보 월전리 과수원 언덕길
▼ 월전리 언덕 농경지 - 1
▼ 월전리 언덕 농경지 - 2
▼ 진보 시량리 고현지
▼ 시량리 사과농원, 사과나무 전지 하는 최 선생
▼서시천 고현 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