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소백산 자락길 기행, 제3자락 '죽령 옛길' 걷기
길이 나 있어 넘어 다닐 수 있는 높은 산의 고개를 재라 한다. 재를 일컫는 말 중에는 영(嶺), 현(峴), 치(峙)가 또 있다. 고개
의 형태나 높이에 따라 구분된다. 영은 높은 산 중턱을 지나는 산길로, 흔히 산의 능선이 낮아진 안부(鞍部) 형태로 나타나
는 고갯길을 일컫고 현은 고개 위가 평탄한 곳, 즉 고갯마루이며 치는 높은 언덕이다. 말은 달라도 결국 고개를 뜻한다. 백
두 대간을 넘나드는 큰 고개의 이름에는 '령' 자가 붙는다. 높기도 하거니와 그보다는 흔히 큰 물길의 분수령(分水嶺)을 이
루고, 동 서 남 북의 큰 경계를 이룬다. 기록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개 이름은 '하루재'다. 영남(문경)과 기호지방(
충주)을 잇는 고개로 국립공원 월악산 권역 백두대간 포암산과 탄항산 사이 안부에 있는 고개다.1,400여 년 전 신라 때 부
터 기록으로 전해지는 이 재는 이후 오랫동안 영남대로의 관문 격인 고개였다. 그런가 하면 많고 많은 잿길 중 그 길을 낸
(닦은) 사람의 이름이 전해오는 곳도 있다. 바로 소백산 제2연화봉과 도솔봉 사이 안부를 넘는 죽령 길이다. 이 길은 신라
때(158년) '죽죽(竹竹)'이란 사람이 닦았다 하여 죽령이 되었다 전한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주말, 소백산 자락길을 가며 죽령 옛길을 걷고 왔다. 죽령은 찻길로는 여러 번 넘나들었다. 특히 학
창 시절 서울길, 고향길에 청량리와 분천역을 오가며 기차 편으로 죽령 터널도 여러 번 지나 봤었다. 그러나 죽령 옛길을
걷는 건 처음이었다. 전국이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던 날, 풍기 수철리의 아침 기온도 역시 매웠다. 눈 덮인 연화봉을 타
고 내리는 골바람을 더하니 얼굴조차 얼얼하게 하였다. 희방사역(지금은 폐역)을 시작으로 죽령 옛길을 따라 올랐다. 삼
국시대 때 죽령은 신라와 고구려와의 국경으로 신라 장수 이사부와 고구려 장군 온달이 넘었고,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영남 선비들의 과거길이었고 수많은 보부상들이 넘나들던 상로(商路)였었다. 주정골을 거슬러 오르는 옛길에는 1900년
대 초기까지만 해도 번성했다던 옛 주막은 그 터만 남아 휑하고, 길섶에는 명현(名賢)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세워진 안내
판 속에 남아 있었다. 명승30호로 지정된 죽령 옛길은 풍경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전해오는 옛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더
아름다운 길이다. 멀리는 신라 때 처음 길을 닦은 죽죽(竹竹)이의 이야기에서부터, 퇴계 선생 형제와 한국 최초 소수서
원을 세운 주세붕과 이현보 선생의 이야기, 그리고 두 아들을 산적에게 잃은 다자구 할미 이야기 까지...
높이 694m 태령에 우뚝한 죽령루(嶺南第一關)에 올랐다. 영남을 바라보는 누대에 올라 가쁜 숨결 고른 후, 다시 영서
단양 쪽 옛길을 찾아 고개를 넘었다. 천한(天寒)의 태령을 넘는 삭풍 또한 매웠다. 멀리 산그리메로 아슴아슴 다가오는
영서의 뫼군(山群)들을 한가롭게 조망할 틈을 주지 않았다. 서둘러 죽령 산신당 아래 옛길을 따라 산협 마을 용부원리
보국 사지(輔國寺址)를 찾았다. 천추(千秋)의 세월을 낚아온 석조여래입상은 세월의 더께를 이기지 못한 듯, 머리(佛頭)
를 잃고도 우뚝 선 채 천년 사지를 지키고 서 있었다. 죽계천 산협을 따라 새로 조성한 데크를 따라 죽령폭포를 찾았다.
단양팔경 제2경으로 이름난 폭포는 단양천 지류에 있었다. 기적 소리 멎은 죽령천 옛 철길은 적막하기만 한데, 십 수척
높다란 바위 절벽을 타고 내리는 폭포의 낭랑한 쇄옥성(碎玉聲)은 물길 따라 쉼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촬영, 2021, 12, 25.
▼풍기읍 수철리, 희방사역 앞 죽령 옛길 들머리
▼죽령 계곡
▼주정골 입구 과수원
▼주정골
▼죽령 옛길 주막터 앞 안내판
▼옛길 주막터 - 1
▼옛길 주막터 - 2
▼주세붕과 이현보가 남긴 시
▼퇴계와 온계 선생의 시
▼죽령루
▼죽령루 아래 주정골과 도솔봉 들머리
▼ 죽령 이정목
▼ 죽령루
▼ 죽령루에 올라 본 두정골 옛길
▼죽령 주막
▼백두대간 죽령 표지석과 죽령 장승. 그리고 필자
▼백두대간 연화봉 들머리
▼죽령에서 본 단양 금수산
▼소백산 제2연화봉
▼보국 사지 석조여래입상 / 머리 부분이 없음
▼용부원 2리 과수원에서 본 죽령
▼죽령 철길 터널 입구
▼죽령 폭포
▼ 음지마을 죽령 옛길 흔들 다리
▼흔들 다리 아래 죽령천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 1리, 음지마을 죽령 옛길 입구
▼ 음지마을
▼ 당동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