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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전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블레이드라는 영화를 비디오로 본적이 있다. 쿵푸와 괴기전, SF, 그리고 기성과 신흥 세대와의 갈등을 적절히 뒤섞어 놓은 허리우드 오락영화의 하나이다. 영화에서 서구인들의 괴기적 상상력의 소산인 벰파이어를 박멸하는 방법은 흥미롭게도 마늘 혹은 은으로 만든 실버뷰렛(Silver Bullet)과 흉기들이다.
실버뷰렛은 서구의 남량 특집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벰파이어 이야기에 유래된 말로서, 비즈니스 운영상 마주치는 경영상의 난재를 돌파하는 해결책을 상징한다. 그러면 컴퓨터업체의 실버뷰렛은 무엇일까? 컴퓨터제조업체에 있어서 실버뷰렛중 하나는 바로 마이크로 프로세서 기술에 있다. 그러므로 나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기술이 없는 시스템 제조업체를 “실버뷰렛(Silver Bullet)이 없이 벰파이어에 노출된 사람”과 같다고 비유하곤 한다. 왜냐하면, 자체의 프로세서 기술이 없는 컴퓨터 제조업체는 결국 타사의 프로세서를 채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시스템 원가부담을 가중시켜 가격경쟁력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종속과 시장 리더쉽의 상실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메모리와 MPU(Micro Processor Unit)의 반도체 개발은 경부 고속전철과 같은 막대한 설비자본의 투입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기술력과 자본력이 없는 업체는 계속할 수가 없다. 또한 투자 회수에 대한 위험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신제품이 시장성이 없는 경우는 기업은 도산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일례로, 최근에 발표된 IBM의 구리칩 특허기술은 경쟁사들로 하여금 미래의 칩 개발에 관한 경제성에 대하여 많은 부담을 느끼게 할 것이며, 시스템 하드웨어 업체의 연합 및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시스템 업체에게 어떠한 경제적/경영적 의의가 있을까? 아울러 오퍼레이팅 시스템은 또한 어떠한 경제적/경영적 의의가 있는가?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경제학, 규모의 경제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비용결정 요소는 크게 미시적 요소와 거시적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미시적 비용결정 요소는 4가지 즉, 다이 코스트(Die Cost), 다이 테스트 코스트(Die Test Cost), 칩 패키징 코스트(Packaging Cost)와 비례하며, 최종 테스트 수율(Final Test Yield) 에 반비례한다. 이러한 미시적 요소는 기업의 내재된 개발 및 생산역량의 효율성에 따라 차이가 생기지만, 근본적으로 각 기업간의 경쟁력 우위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의 거시적 비용결정요소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그림1 참조)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거시적 비용결정 요소로는 크게 1. 프로세서의 개발납기(Time) 2. 생산 가능한 물량(Volume) 3. 대량 소비시장(Commodity)의 확보로 요약할 수 있다. 칩 메이커가 후발업체에 비하여 프로세서의 개발납기를 단축할 수 있다면, 남보다 먼저 기회시장을 선점 함으로서 투자 자본을 일찍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생산 가능한 물량이 많다면 간접비용의 폭넓은 분산을 통하여 제조 단가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납기를 단축할 개발 및 제조역량이 비슷하고, 가능한 생산능력도 타사에 비하여 뒤질 것이 없다면, 칩 제조업체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비용결정 요소는 바로 대량 소비시장의 확보에 있다.
어떻게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대량 시장 확보가 가능한가? 먼저,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대량 소비시장, 일명 Commodity 마켓의 특성을 이해하여야 한다. 일례로, 미국의 상법인 Uniform Commercial Code(UCC)에 의하면 500불 이상의 물품 거래 시 구매자는 반드시 계약서를 통해서만 법적 보호받을 수 있다. 때문에 필자는 편의상 500불 이상의 제품군을 업무용시장(Commercial Market)으로, 500불 이하의 제품군을 개인 소비재시장(Commodity Market)이라 부르고자 한다. 비교적 자유롭게 거래되는 500불 이하의 Commodity 시장의 제품 구매시 소비자는 계약서 없이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Commodity 제품 군에 속하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내장 제품들은 팜탑 PC, PDA, 게임기, 셋탑박스, 인텔리젼트 Handphone, 각종 포터블 장비 등으로 대개 베터리로 구동되는 저전력, 저열량 제품들이다. 이들 포터블 제품시장의 특징은 바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원리가 지배하는 박리 다매의 시장이라는 사실이다.
칩 제조업체가 원가 부담을 줄이고, 생산량 증가를 통한 자본회수를 늘리기 위해서, 그리고 회수된 자본을 차세대 제품개발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결국, 규모의 경제원리가 지배하는 Commodity 마켓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가 된다. 왜냐하면, 칩 메이커가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지 못하게 되면, 대량생산을 통한 경쟁력 있는 가격과 수익증대를 기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연히 차세대 칩 개발을 위한 자본 장비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체는 결국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에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되고 결국 무게중심을 Software/서비스/OEM 등 다른 시장으로 옮기는 대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Commodity 마켓을 겨냥한 최신의 마이크로 프로세서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시스템 제조업체는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벰파이어에 목을 내미는 것과 같다.
지속적으로 마이크로 프로세서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서, 칩 제조업체는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여야 하며, 결국 Commodity 시장은 뜨거운 감자이다. 이제 Commodity 시장을 위한 제품의 특성을 살펴보자 이들 제품은 대개 배터리로 구동되어야 하며, 저전력 저열량의 제품이어야 한다. 매 시간마다 건전지를 교체해야만 하는 워크맨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한편, 소비자는 다양한 기능과 아울러 오랜 기간 unplugged 되어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 전력소비량이 적어야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능이 많아지면 전력소비량은 증대한다. 일례로 LCD를 흑백이 아닌 칼라로 변경하면 사용시간은 현격히 줄게 된다. 전력소비량이 증대하면, 아울러 높은 열이 발생하게된다.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약 30와트 이상의 열량을 발산한다. 독자들은 30와트의 전구를 손으로 만져 본적이 있는가? 결론적으로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포기하여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가 존재하는 것이다.
시스템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MHz을 높이는 방법, 총체적인 시스템화 기술, 신기술과 같은 대체기술의 채용 등 3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MHz를 높이는 방법은 칩의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키기 때문에 알미늄 냉각판(Foil)이나 냉간팬(Fan)등의 냉각장치를 부가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 상용시스템에는 채용이 가능하나, 경박단소한 휴대용 Commodity 제품에는 적당한 방법이 아니다.(프로그램세계 7월호 P94참조) 때문에 총체적인 시스템화 기술과 구리칩과 같은 신기술이 없는 업체는 저열량, 저전력의 Commodity 제품시장에 뛰어들 경우 진입 코스트가 매우 높아지게 마련이다.
기술은 제품화되고 기업의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IT 제품의 비지니스 사이클은 신제품 발표, 시장확장, 효익극대화, 변화의 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그림2참조) 신기술이 제품화되어 규모의 경제를 얻기 위해서는 표준화의 장벽을 넘어 Commodity 시장으로 확장하여야 한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여러 개의 후발 경쟁제품이 Patent 장벽을 넘어 참여를 시작하고, 회사들은 효익 극대화의 단계로 움직인다. 그러나 결국 치열한 경쟁은 업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변화단계에 이른다. BPR이 효익 극대화의 하나가 될 것이나, 이는 사향산업의 생존기간을 연장할지언정, 회생시킬 수는 없다. 신기술에 바탕한 신제품만이 회사를 새로운 단계로 전이토록 하는데 이를 파라다임 쉬프트(Paradign Shift)라 부를 수 있다. 구매 파라다임이 바뀌면 예전의 시장은 사라진다. 타자기와 워드프로세서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HP가 인텔과 손잡고 64 비트 IA-64칩을 공동으로 개발코저 한 저의도 Commodity 시장을 공략하여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고자 함이며, 아울러 투자비를 절감하려는 포트폴리오 전략의 하나로 판단된다. 결과는 Merced의 발표 지연으로 CEO가 물러났고, 단기적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어 두 개의 회사로 나누기로 한 것은 Wall Street Journal 등의 외신에 보도된 바와 같다. SGI가 코드명 Beast, Capitan의 MIPS 칩개발을 포기한 것도 규모의 경제장벽을 넘지 못한 결과이며 차세대 칩에 투자할 여유 자본이 부족한 이유이다. SUN이 최근 자사의 지적자산인 SPARC 칩 기술을 공개토록 결정한 것도, 사실상의 표준(De Facto)을 지향함으로서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규모의 경제원리는 자사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보유한 컴퓨터 업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변수로서 지속될 것이며, 이는 우리가 약간의 혜안만 있다면 이들 업체의 미래 상황을 예견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판단컨대, 3-4년 안에 두서넛 시스템 회사의 이름은 업계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미 Digital사가 사라졌고, Sequent는 IBM에 합병될 것이고 그 회사의 자랑이었던 NUMA(Non Uniform Memory Access)기술은 IBM의 지적자산의 하나로 포함되었다. 실질적으로 업계에서 Commodity화 가능한 마이크로 프로세서 기술과 자본력을 함께 보유한 프로세서 제조업체는 Intel(IA), IBM(PowerPC/구리칩), SUN(SPARC칩)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경제학, 시간의 경제
프로세서를 지배하는 시장원리가 규모의 경제라면, 이들 자원을 구동하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움직이는 시장원리는 무엇일까? 물론 규모의 경제원리도 간과할 수 없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그러나, OS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시간의 경제(Economy of Speed)가 더욱 중요한 요인이 된다.
작년 10월경 IBM, 인텔, SCO, Sequent(IBM으로 합병될 예정) 4사는 인텔의 차세대 RISC 프로세서인 IA-64 프로세서를 위한 새로운 상용 유닉스를 개발할 목적으로 몬트리에(Monterey) 유닉스 프로젝트에 합의한 바 있다. 금년초 Compaq도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였는데 이는 Compaq 서버의 80%이상이 SCO 에 기반한 때문으로 추측되고 있다.
원래 HP는 1996년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UniForum에서 IA-64를 위한 OS개발을 위해 SCO와 협력하기로 발표한 바가 있다. 당시 필자도 포름에 참석 중이었는데, HP는 자사의 유닉스인 HP-UX가 있었음에도 IA-64를 위한 오퍼레이팅 시스템 개발을 위해 SCO 와 제휴한 것을 널리 공시한 바 있다. 이는 HP가 인텔칩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인텔칩에 오랜 경험이 있는 SCO와 협력함으로서 OS개발을 위한 리드타임을 단축함과 아울러 개발비를 보전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HP-UX와 같은 Big-Endian 코드 체제를 주장하는 HP의 요구를 SCO가 거부함으로서 파국을 맞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HP의 요구는 Little-Endian 코드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SCO에게 있어서 자사의 기존 고객을 모두 포기하라는 요구와 같았기 때문이다.(프로그램 세계 5월호 P196참조)
그러면 왜 SCO는 IBM과 손을 잡고 IBM의 유닉스인 AIX 커널을 몬테리에 유닉스의 핵심 코드로 수용하고자 하는가? 또한 왜 초기에 HP는 SCO와 손을 잡으려 하였는가? 이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경제원리가 바로 시간의 경제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향유하고 있는 컴퓨터 업체가 만약 여유로운 개발일정을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새로운 칩을 위한 새로운 OS개발을 위해 구태여 위험성이 도사린 타사와 제휴를 검토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칩의 기술발전에 비하여 OS의 개발사이클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상용 OS의 개발은 현업에서부터 오랜 기간의 안정성 검증과 학습곡선(Learning Curve) 리드타임이 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안정적인 OS개발의 과정은 5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지속적인 Debugging 과 사용자들의 피드백과정을 요한다. 자본과 사람을 2배로 투입하였다 하더라도 10년 걸린 개발이 5년으로는 절대로 단축되지 않는 것이 오퍼레이팅 시스템 개발의 속성인 것이다. Intel이 칩 개발은 HP와 제휴하고도, 그칩에 돌아갈 상용 OS를 개인용 OS의 왕자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뿐만 아니라 IBM과 협조하려 하는 것은 그만큼 상용 OS개발에 시간의 경제원리가 내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IBM의 유닉스 AIX는 D.H.Brown과 같은 IT 컨설팅업체는 물론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상용 유닉스이다. (그림3참조) 이를 기반으로 개발하는 몬테리에 프로젝트가 짧은 시간에 안정적인 OS로 구체화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신뢰할만한 의사결정일 것이다. 몬트리에 프로젝트가 단일 유저를 기반으로 하는 SCO 커널이나 다른 OS 보유업체의 유닉스에 기반하지 않고, AIX 커널에 기대하는 것은 시간의 경제이다. 일례로 OpenGroup에서 2년 전에 발표한 64비트 표준 유닉스인 UNIX98에 합격한 OS가 단지 AIX4.3과 Solaris 2.7 밖에 없다는 사실이 컴퓨터 업체가 대처하여야 하는 시간의 경제의 높은 장벽을 짐작케 할 것이다. 이러한 시간의 경제장벽으로 인하여 혹자는 향후 10년 내에 몬테리에 유닉스, 솔라리스, Windows NT 등 3개 정도의 OS만이 살아 남을 것이라 성급하게 예견하는 사람도 있다. 이와 같은 의견은 UNIX의 미래상에 관하여 몬트리에 프로젝트 멤머가 주장하는 제품 포지션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그림 4참조)
그러면 IBM은 몬트리에 프로젝트를 통하여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먼저, 갈수록 치고 올라오는 상용 인텔서버와 RS/6000 유닉스 시스템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고객의 투자를 보호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IA칩을 위한 OS 의 대규모 유통사업을 도모할 수 있으며, 아울러 자사의 미들웨어 솔루션의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음은 짐작할 만하다.
규모의 경제와 시간의 경제! 그리고 하드웨어 시스템 벤더와 그들의 오퍼레이팅 시스템! 이러한 경제원리의 모멘텀이 향후 수년동안 어떻게 업계의 역학관계를 변화시킬지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시스템 업체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시장을 변화시키는 제3의 경제원리이다. 바로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는 여러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아닐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