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 2010년 성경사목 채택한) 성서백주간
천주교 전주 교구장 이병호 주교의 2010년 사목교서 제목은 “대희년 10주년을 맞이하며”이다. 핵심은 하느님 말씀과 성체성사 중심의 신앙 쇄신, 그리고 순교 영성을 통한 복음전파을 제시하는 구체적 제안으로 교구 성경 프로그램으로 ‘성서백주간’을 채택하였다.
구체적 제안
이 모든 점을 생각하며,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채택하고, 우리 교구가 2000년 특별 사목교서에서 밝힌 바 있으며, 지금까지의 숙고에서 생각해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여 제시합니다.
가. 하느님 말씀
그 동안 성서 읽기, 쓰기, 외우기, 공부하기, 나누기 등 온갖 방법을 다해 하느님 말씀에 대한 우리의 정성을 다했습니다. 우리 교구가 공식 방법으로 채택한 <성서백주간> 등 많은 방법들이 읽기, 공부, 묵상, 기도, 나눔 등의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어서 하느님 말씀을 삶에 깊이 받아들이고 그 힘으로 생활에 큰 활력과 변화를 경험하는 이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그런데 성서 공부를 정식으로 시작하지 못한 이들이 아직도 상당히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읽기, 쓰기, 외우기, 공부하기까지는 잘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기까지는 아직 가지 못한 이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성서 공부와 묵상은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데에까지 가야만 성령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납니다. "내가 다시 말한다.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무슨 일이든 다 들어 주실 것이다.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19-20). 이 말씀은 특히 하느님 말씀을 함께 묵상하는 자리에 잘 어울리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을 대하는 자세에서 우리 모든 믿는 이들의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가슴에 모시고 그분의 뒤를 따라야 하겠습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루가 2,19).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는 방을 찾을 수가 없어, 짐승 우리에서 첫 아들을 낳아 짐승의 밥 그릇에 아기를 뉘어놓았을 때 일어난 모든 일들을 대하는 그분의 자세를 성서는 이렇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귀로 듣는 말씀으로, 눈으로 읽은 글로, 혹은 삶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으로 우리에게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을 대하는 마리아의 태도를 성서는 간단하면서 뜻 깊은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마리아께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신 것은, 예수님을 몸으로 낳아주셨기 때문이라기보다 말이나 사건으로 건네지는 하느님의 말씀을 온 몸에 받아들여 거기에서 그것이 자라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에서 우리는 그 점을 분명히 알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고 계실 때 군중 속에서 어떤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하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가 11,27-28)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았다. 하루 하루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나지만 그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자라는지 모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싹이 돋고 그 다음에는 이삭이 패고 마침내 이삭에 알찬 낟알이 맺힌다.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추수 때가 된 줄을 알고 곧 낫을 댄다"(마르 4,26-29).
식물은 땅에 씨를 뿌리고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몸에 씨를 뿌립니다. 씨를 뿌린 다음에는 새들이 와서 쪼아 먹지 못하게 지켜주고, 땡볕에 타죽지 않도록 흙이나 가림막으로 덮어주며 잡초에 숨막히지 않게 김을 매 줍니다. 그렇게 해서 잘 지켜주기만 하면 씨앗은 싹이 터서 자라나 열매를 거두는 데까지 땅의 힘만 빌어 스스로 성장합니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씨가 자라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인이 사람의 씨앗을 받은 다음에는 그것이 손상되지 않게 몸 조심을 하고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며 잘 지켜주기만 하면, 뱃속에서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나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이 아기를 임신하여 여러 달 동안 잘 지켜서 마침내 세상에 태어난 다음에는 젖을 먹여 기른 경험을 바탕으로 예수님을 낳아주신 어머니를 부러워하는 말을 듣고, 정말로 부러워할 사람이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가르쳐 주십니다. 사람의 씨앗을 받아 오랫동안 뱃속에 간직했다가 아기가 세상에 태어난 다음에는 젖을 먹였다는 의미에서 당신의 어머님이 행복하다기보다는, 당신의 어머니를 포함하여 이 세상의 누구라도, 당신의 말씀이라는 씨앗을 받아들여 오랫동안 잘 지켜주면, 다시 말해서 그 씨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해 주면, 그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을 것이고, 그런 사람이야말로 행복하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마리아께서 행복한 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의미가 넌지시 드러나는 말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에서도 확인한 바와 같이, 마리아는 당신의 마음을 하느님 말씀의 도서관으로 만드셨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하느님 말씀이라는 씨앗이 뿌리를 내려 잘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토양으로 만드셨던 것입니다. 우리도 모두 같은 의미에서 자신의 온 존재를 하느님 말씀을 받아 잘 자라게 하는 좋은 토양으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2009년 대림 제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 교구장 이병호 빈첸시오 주교
*입력 게시자: 상당부분 본문에서 이 부분만 발췌함을 밝힙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