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연안국가 문화유적답사(3) : 이집트 고대사회

[法故創新]

12일간의 해외연수기 (이집트 고대사회) 3

예수 피난교회와 모세교회까지의 단상들

서민들이 사는 지역에는 곳곳에 좌판을 펼쳐 놓거나 리어카 위에다 야채들을 펼쳐놓고 팔고 있었다.

점심 때 먹은 싱싱하고도 단맛이 나는 상추나 토마토, 오렌지를 떠올리며, 나일강의 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가난한 서민들은 주로 이슬람 전통 복장을 많이 입는데 그 이유는 특히 남자의 경우 ‘갈라비아‘라는 긴 옷 한 두벌만 있으면 일년 내내 버틸 수 있기 때문이란다.

추울 때는 속에 이것저것 껴입기만 하고 더울 때는 ‘갈라비아‘만 입으면 ‘만고 땡‘이라나...

이집트는 산업이 그다지 발달하지 못하고 주로 농업과 관광수입에 의존하다보니 가난한 사람들은 생활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버스비를 아끼는 방법 하나!

이 사람들은 버스문을 열어놓고 다니는데 버스를 타고 문쪽의 기둥을 잡은채 엉덩이를 차문 밖으로 빼면 몸을 차에 실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비를 안내도 된다나?

이러다 사고를 당하면 그것도 ‘인샬라!‘

카이로에는 인구 1천4백만명이 몰려 사는데 우리처럼 주택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집없는 가난한 서민들은 어디에 살까? 묘지 곧 무덤에 산다고 하면 쉽게 수긍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려는 피난교회 근처의 묘지에는 정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이집트인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묘지 문화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고대 이집트인들로부터 온 전통사상에 기인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믿었던 태양신 ‘라‘는 불멸의 신이다.

이집트인들은 죽은 왕들의 이름을 적을 때 위는 둥글고 아래는 ‘一‘자 모양으로 만들어 동그라미 안에 이름을 쓰는데, 이는 아침해가 지평선 너머로 졌다가 다시 동쪽으로 뜬다는 다시 말해 사람은 죽는 것이 아니라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 다시 산다는 의미이다. (죽은 자의 무덤 벽화에 배를 타고 신이 인도하는 모습이 바로 부활의 모습이고, 사슴벌레 같이 생긴 스카랍 또한 부활의 상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미이라를 만들거나 매장을 하는데, 무덤 조성이란 곧 또다른 형태의 집을 짓는 것이다. 살아서 사는 집과 똑같이 집을 짓고 그 마당에 시신을 매장하고, 자손들은 가끔 생각나면 그 집에 와 차를 마시고 쉬었다 가는 별장과 같은 의미이다.

그러니 집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 묘지들은 더할 나위없이 좋은 집이다. 이집트 당국 역시 이들의 주택난을 해결할 방법이 뾰족이 없는 터에 무덤에 사는 이들을 내�을 방법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수도관도 깔아주고 모르는 척 눈감아주고 있단다. 기자 지구의 스핑크스 옆에도 마치 마을같은 곳이 있는데 바로 공동묘지이다.

지금 이집트는 이슬람권이지만 한때는 기독교 세력이 80%를 점한 때도 있었다. 예수가 로마제국의 탄압에 쫓겨 마리아와 함께 피난한 곳이 바로 이집트이며, 모세는 이집트의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다.

이집트와 초기 기독교와의 관계는 ‘성서가 된 신화‘(게리 그린버그 지음, 김한영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를 읽어보라.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집트인들은 기독교 시대를 거쳐 이슬람문화권으로 편입된 뒤 지금은 90%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지만, 그들의 뿌리깊은 곳에는 고대 이집트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우이다. 홍익인간을 천명하고 음양오행론에 의거 세상을 다스렸던 단황제의 고조선과 삼국 이후 1천5백여년간을 불교가 지배하고 있다가 다시 음양오행론에서 비롯되는 유교가 5백여년의 역사를 가로지르고,

근현대사에 이르러서는 서양의 기독교 문명이 이땅에 퍼져 있지만 근간을 이루는 우리 민족의 의식속에는 음양오행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투탕카멘 무덤

어쨌든 예수님은 항상 가난한 자와 함께 할 때만이 그 빛이 남을, 묘지 가옥들에서 읽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승인한 이후 교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예수님의 뜻과는 달리 부와 권력을 누려왔다고 주장하면 돌팔매질을 당할 일일까 반문해본다.

피난교회에서 습기차고 곰팡이 핀 예수님의 지하 피난처를 보고 그 위에 세워진 교회의 아름다운 내부 장식들-흑단나무에 조각된 아름다운 무늬들과 12기둥-을 감상했다.

그리고 골목을 돌아 우리나라 강화도 성당에서 보았던 바실리카 양식의 모세교회 기둥들을 보며 문화 양식의 流轉을 확인했다.(이 두 곳은 기독교인들의 성지 순례지이기도 함을 덧붙인다.)

  <출처 : 家苑 문화유적답사 문집 (해외편) : http://tae11.org 2004년판>

[현병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