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5~9
ㅣ 옮긴이의 글 ㅣ
p.5 이 책의 저자인 코사드의 요한 베드로 (Jean-Pierre de Caussade)는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엽에 걸쳐 살았던 프랑스가 낳은 최고가는 영성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진리를 깊이 꿰뚫어볼 줄 알았고 진리를 사랑했으며, 이러한 진리를 깊은 확신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전파하는데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참된 진리에 관한 그의 확신은 이 책자에서 심오한 영성의 필치로 구사되고 있다.
당시 프랑스는 새로운 철학 사조인 합리론(Rationalismus)이 한창 무르익는 때였다.
그리스도교 영성도 이러한 철학적 사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발전하였는데,
특히 교회는 합리론이 안고 있는 약점이었던 이원론(二元論)을 발판으로 육적이고 세속적인 것을 멀리하며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그 어느 때보다도 무리없이 극구 강조할 수 있었다.
근대 철학의 사조라 할 수 있는 데카르트(R. Descartes)가 인간 의식과 물질세계라는 이중 구조의 합리론에 빠져들게 되었을 때 문제는 매우 심각헸다.
p.6 다시 말해 전통적으로 말해지던 영혼과 육체의 합일체라는 인간 구조는 의심에 처해질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성지상주의(二性至上主義)는 인간 의식만을 강조하고 육체는 물질처럼 간주하여 이 두 가지의 상호작용이 은연중에 거부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간으로서의 참된 인간상은 육체가 없는 의식 일변도의 계몽 인간이 전부였다.
합리주의가 그 정점에 다다랐을 때 말브랑슈(N.Malebranche)와 같은 신앙 제일주의(Fideismus)를 부르짖는 기회원인론(Occasionalism)자들은 이 점을 감안,
신앙의 관점에서 더욱 극대화시켜 인간의 모든 것, 즉 인간의 주체성이나 심지어 인간 행위 자체까지도 거부하는 가운데 신중심주의(神中心主義)의 사고를 전개하기에 이른다.
이 책의 저자인 코사드의 베드로 역시 이러한 사상적 영항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마치 로크의 경험론에 버클리(G Berkeley)가 종교적 색채를 가미한 것과도 비슷하다.
그렇기에 기회원인론을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사상으로 취급하거나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또 그럴수도 없거니와 당시 사상적 흐름 자체가 제반 여건상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필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이러한 사상적 맥락 하에서 십자가의 성 요한, 성 프란치스꼬 살레시오, 성녀 소화데레사와 같은 위대한 성인 성녀들이 배출되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 성인들은 오히려 이러한 사상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주어진 생을 거룩한 삶으로 승화시켜 나갔다.
이들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근대 사상이라는 새로운 토양에 씨 뿌리고 자라나게 하여 풍성한 열매를 거두어들였던 것이다.
p.7 이렇게 볼 때 당대의 성인들은 합리론과 계몽주의적 사고 일색인 유럽을 토착화의 무대로 삼아 새로운 영성을 계발하여 심화시켜 나갔던 것이다.
바로 코사드의 요한 베드로의 가르침 안에는 이들 영성의 종합이라 할 수 있는 하느님의 섭리와 그분에게로의 위탁 정신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코사드의 요한 베드로는 만사를 하느님의 눈길로 바라보고 매순간을 현존의 성사라고까지 칭할 만큼 하느님은 충만한 은총으로 인간의 삶을 부요케 해주신다고 확신한다.
그는 세상일에만 애착심을 갖고 일상사를 꾸려나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하느님이 이끄시는 본래적인 삶의 모형(模型)을 제시하고 그것을 삶의 목표로 삼을 것을 줄기차게 권고한다.
감히 하느님 중심주의자라고 일컬을 수 있는 그는 매사에 우리가 어떤 눈길로 사람들과 사물들 그리고 사건들을 바라보고 마주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새로운 차원에서 가르쳐 주고 있다.
이번에 이 책을 우리말로 새롭게 번역하여 개정판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하나하나 손질하면서 역자는 무엇보다도 하느님 안에서 삶을 재정립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다시금 가질 수 있어 무척 기뻤다.
비록 고생스럽긴 했지만 내용 하나 하나가 전에 없이 그렇게 마음에 와 닿을 수가 없었다.
오래 전 서울 가톨릭대학교에서 출판하여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책은 워낙 급하게 번역하여 출간한 지라 내용도 매끄럽지 못하고 의미를 전달하는데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그간 죄송스런 마음이 끊일 날이 없었는데, 그런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려 이번에는 문장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단어 하나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있는 정성을 다해 보려했다.
그러기에 이책을 읽는 독자들은 아무런 걸림돌 없이 전에 없는 새로운 가르침을 대면하는 가운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참 삶을 희구하여 현세적인 "삶의 자리"를 재정돈하고 하느님을 올바로 사랑할 수 있는 길을 힘차게 따라 걸을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p.8 이 책은 역자가 서울가톨릭대학교와 인천 가톨릭대학교에 있으면서 신학원에 거주하는 대신학생들과 영성상담을 할 때에도 참으로 유익한 영적인 삶의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해준 고마운 책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저술들보다도 남다른 애정이 가는 책자로 지금도 늘 옆에 두고 있으면서 시간이 날 때면 뒤적거리곤 한다.
아무튼 이 서책이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큰 사랑과 도윰을 베풀어 준 인천가톨릭대학교 학술연구부장 김기태 신부와 동대학출판부 관계자들에도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2012년 12월 2일 대림 제1주일에 인천대건고등학교 사제관에서 김 현 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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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바오로딸)
프랑스 최고 영성가가 남긴 영성·신앙 본질 관한 가르침 「하느님 섭리에 내맡김」은 하느님은 충만한 은총으로 인간의 삶을 부요케 해주신다는 확신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코사드의 요한 베드로(Jean-Pierre de Caussade)는 17세기 후반~18세기 중엽의 프랑스가 낳은 최고 영성가 중 한 사람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일에만 애착을 갖고 일상사를 꾸려나가는 현대인들에게 하느님이 이끄시는 본래적인 삶의 모형을 제시하고 그것을 삶의 목표로 삼을 것을 줄기차게 권고하면서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우리의 몫을 행하고 그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겨드림’, ‘거룩함의 원천인 현 순간을 감싸 안음’, ‘하느님께 순종함은 모든 덕의 실행’, ‘하느님의 뜻을 완전히 따르는 것이 영성의 본질’ 등을 각 장의 주제로 택했다.
역자인 김현태 신부(인천 대건고 교장)는 “감히 하느님 중심주의자라고 일컬을 수 있는 코사드의 요한 베드로는 매사에 우리가 어떤 눈길로 사람들과 사물들 그리고 사건들을 바라보고 마주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새로운 차원에서 가르쳐 준다”며
“저자는 만사를 하느님의 눈길로 바라보고 매 순간을 현존의 성사라고까지 칭한다”고 말했다.
(2013-03-10 00:00:00 가톨릭 신문)
옮긴이 김현태 신부 약력
1981년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2년부터 1988년 까지 로마 교황청립 안토니안 대학교에서 공부하여, 철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이후 서강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강의를 하였고
1990년부터 1995년까지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였다.
1995년 부터 2006년가지는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구월1동 성당, 강화성당 주임신부로,
2006년부터 현재까지는 인천 대건고등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철학과 신의 존재』,『철학과 그리스도교 문화탐색』, 『둔스 스코투스의 철학사상』,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인간을 위한 미래건설』, 『고통의 가치, 희생 제물의 내적 기쁨』, 등이 있다.
- 책 날개에서(201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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