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內延山, 710m)
-기암절벽과 청정계곡이 조화를 이룬 포항의 그랜드 캐넌-
굽이굽이 동해안을 끼고 부산의 금정산을 향해 남으로 내닫던 낙동정맥이 무포산(717m)과 침곡산(725m)의 중간지점에 이르면 동쪽으로 산줄기 하나를 살포시 내려놓는다. 그리곤 곧바로 남쪽 비학산줄기와 동쪽 향로봉줄기로 두 갈래를 친다. 비학산줄기는 남쪽은 형산강, 동쪽은 동해에 가로막혀 더 나가지 못하고 여맥을 가라앉힌다. 향로봉줄기는 매봉, 향로봉, 내연산, 동대산, 바데산, 삿갓봉으로 뻗어가다가 영덕오십천으로 잦아든다. 행정구역은 향로봉과 삼지봉은 포항시 죽장면과 송라면, 동대산과 바데산은 포항시 죽장면과 영덕군 남정면을 경계한다.
내연산줄기에서 매봉은 첫 번째 관문이고, 향로봉, 동대산, 삼지봉은 문수산을 발판삼아 솟아오른 뒤 바데산을 머리에 이고 동서로 수려한 여러 골짜기를 일구어 놓았다. 이 산줄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향로봉(930m)이나 산줄기의 중심은 내연산 삼지봉(710m)이다. 따라서 산 전체는 내연산, 각자의 봉우리는 향로봉, 삼지봉, 동대봉, 바데봉 등으로 불렀으면 좋을 듯하다.
내연산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아마도 옥류가 흐르는 협곡과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등의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사람들을 안(內)으로 끌어들인다(延)는 뜻이 함축된 의미일 게다. 게다가 내연산 군립공원은 주능선이 울창한 숲과 육산으로 이루어졌고, 서쪽 마실골과 북쪽 경방골은 아직도 사람들의 때가 묻지 않아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반면 바데산과 동대산 서쪽의 하옥리는 자연경관이 좋아 수많은 유산객들로 몸살을 앓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동대산에서 바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만경창파의 동해바다를 굽어보는 맛도 또 다른 매력이다. 마실골은 천인단애를 이룬 골짜기에 청정유수가 흐르며 소와 담이 연이어지고 산자락엔 울창한 숲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금방이라도 신선과 선녀가 머물고 갔을 것 같은 경방골과 물텀벙이골의 기암절벽과 옥류도 산꾼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폭포가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연 어지는 12폭포골은 보경사계곡, 또는 청하골로 불린다. 이십리가 족히 넘을 것 같은 이 계곡은 관음폭포, 연산폭포, 잠릉폭포, 등 크고 작은 소와 기와대, 선일대, 비하대 등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쌍생폭, 보현폭, 삼보폭, 잠룡폭, 무풍폭, 관음폭, 연산폭 등이 볼거리다. 쌍폭인 관음폭포와 쌍굴인 관음굴, 그리고 폭포위로 걸린 연산적교(구다리)가 환상적이다. 연산적교를 건너면 20m의 연산폭포가 학소대 암벽으로 힘찬 물줄기를 쏟아내는 장관을 연출한다. 보경사에서 연산폭포까지는 1시간쯤 걸리는 호젓한 오솔길이다.
내연산은 신라 진평왕 25년에 지명법사가 창건한 보경사가 있으며 주변에는 화진. 월포. 칠포. 도구. 구룡포 등의 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어 산과 계곡, 바다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여름산행의 최적지다. 12월에서 다음해 5월까지는 산불예방기간으로 대부분의 등산로가 통제되어 봄 경치를 먼발치에서 바라봐야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산행안내]
제1코스: 향로교(정화감시초소)-(3.5)향로봉-(0.5)향로봉 삼거리-(3.5)내연산 삼지봉-(4.0)동대산-(3.8)바데산-(2.5)옥녀교, 17,8km, 7시간15분(점심, 휴식시간포함),
제2코스: 옥녀암-바데산-동대산-물텀벙이골-경방골-옥녀암, 5시간
제3코스:옥계계곡-경방골-호박소-물침이골-동대산-내연산-문수봉-보경사, 6시간
이번산행은 완주 소양의 송광사가 있는 종남산에서 인연이 되어 탄생한 종남산악회(회장 엄만희)와 답사했는데, 파티마산악회(회장 이홍준), 천등산악회(회장 이정홍)의 낮 익은 얼굴도 많이 반가웠다.
전주에서 5시간을 달려서 산행들머리인 향로교 옆 정화감시초소에 이르니 깊은 골짜기로 흐르는 물이 눈이 시리도록 옥빛으로 다가왔다. 비포장도로라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은 탓인지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이 수려하다. 이정표가 향로봉 3.7km를 알려주는 동쪽의 오름길에서 한바탕 땀을 쏟으면 송림이 시작되고 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새 한마리가 일행을 계속 따라오며 애원하듯 울어댄다. 사실은 게으름을 피우다가 성불하지 못하고 죽은 스님이 새로 환생해서 동료스님들에게 “번뇌 벗고, 번뇌 벗고”를 외치며 성불하라고 애절하게 호소하는 울음이란다. 그런데 짓궂은 사람들은 그새의 울음소리를 요염한 여인의 옷 벗는 모습을 빗대어 “홀딱 벗고, 홀딱 벗고”라며 놀려대니 이 일을 어이하면 좋을 꼬. 불현듯 나도 저 새처럼 후회스런 인생을 살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 앞선다.
갈참나무 숲에 드니 산새들의 합창소리와 산꾼들의 도란도란 이야기소리가 정겹고 파란하늘에 흰 구름이 유영을 한다. 첫 봉우리를 지나 둘째 봉우리인 863봉에 닿으면 산줄기가 동쪽으로 꺾인다. 구름사이로 양쪽 마을에 연극무대의 서치라이트처럼 햇빛이 비치자 이정홍(천등산악회장)님이 모세의 기적같다고 했다. 산이 높아서 인지 아니면 나무의 게으름 탓인지 산등성이에 산벗꽃들이 이제야 흐드러졌다. 갑자가 구름이 산허리를 휘어 감더니 능선위로 밀려오며 산꾼들을 감싸않는다. 마치 몸이 붕붕 하늘로 떠올라 구름 속을 거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들꽃들이 예쁘게 피었으니 금상첨화였다.
이정표가 향로교(3km), 남쪽 내연산 삼지봉(3km), 북쪽 향로봉(0.7km)를 알리는 삼거리에 닿았다.(향로교에서 1시간 소요) 여기서 큰 표지석과 이정표가 있는 향로봉까지는 완만한 능선으로 왕복 30분이 소요된다. 내연산줄기에서 가장 높은(930m) 봉우리며 향로봉(香爐峰)의 형상이 향을 피우는 화로를 닮았다는 뜻일 게다. 삼거리로 되돌아오면 서쪽은 시명리(1.8km)코스고, 삼지봉은 서쪽으로 내린다. 산이 좋아서 등산을 즐긴다는 옹봉환, 김대곤씨를 만나 십년지기처럼 담소를 나누며 걸다보니 어느새 산줄기가 세 갈래로 나눈다는 뜻(동쪽 문수산, 북쪽 동대산, 서쪽 향로봉)을 가진 삼지봉(三枝峰, 710m)에 닿는다.(향로교에서 2시간10분소요) 빈객을 반겨 맞는 앙증맞은 표지석을 얼싸 않고 엄만희, 이정홍, 김홍준, 권건택, 박희준 님을 비롯한 회원님들과 사진을 찍고 오찬을 즐겼다. 그런데 하늘에서 내려왔는지 두 선녀(은희남, 장혜경)가 표지석 앞에 서성거리고 있어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고 말았다.
동으로 문수산(2.6km) 산줄기를 배웅하고 북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면 5분 뒤에 또 다시 갈림길을 만난다. 길 좋은 동쪽으로 직진하면 문수산으로 빠지므로 독도에 유의해서 북쪽으로 가야한다. 삼지봉에서 25분이면 시멘트 포장을 한 헬기장(780m)과 조우하고 곧이어 갈림길을 만나면 남쪽은 회리2동으로 빠지므로 북쪽으로 간다. 비탈길을 지나면 아름드리 송림에 낙엽이 솜이불처럼 쌓였다. 동대산 삼거리를 지나 북쪽으로 0.3km 지점에 있는 동대산(791.3m)에 닿는다.(삼지봉에서 1시간15분) 정상엔 표지석과 헬기장, 망가진 삼각점(404)이 있다. 포항에서 온 분이 산나물과 연지버섯을 채취한 한 뒤 휴식을 취하고 있고 동북쪽으로 영덕시가지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동대산 삼거리로 되돌아와 동북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면 진달래군락이 한동안 이어지고, 동쪽은 영덕군 남정면 쟁암마을(40분소요)갈림길을 만난다. 바데산을 향해 북쪽으로 잡목구간을 내려가면 산꾼의 인내력을 시험하듯 산줄기가 갑자기 뚝 떨어졌다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산멀미를 느끼게 한다. 동쪽 영덕군 사암리, 서쪽 옥녀암 하산로가 있는 사거리에서 2진은 옥녀계곡을 거쳐 옥녀암으로 하산하고 1진은 북쪽으로 직진했다. 두 번째 옥녀암 하산로를 지나서 낙엽이 수북한 오름길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며 고스락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너덜길이 힘겨운 발걸음을 붙잡는다. 묘소를 지나 가시덤불이 우거진 곳에 삼각점(영덕 25)과 표지판이 덩그렇게 서 있는 바데산(646m)에 닿는다.(삼지봉에서 3시간30분소요) 필자가 농담으로 전북은행 영업부장님에게 비데산이라고 했더니 한 술 더 떠서 “아따, 선조님들이 서양사람들 보다 비데를 먼저 사용했나봅니다 그려!”하고 좌중을 웃긴다.
산줄기가 뚝 떨어지며 갈림길에서 서쪽으로 직진한다. 뒤돌아보니 산줄기가 옥녀계곡을 가운데 두고 말굽모양으로 빙 돌아서 내려간다. 박희준등반대장이 앞에서 인도 하느라고 애를 쓴다. 장혜경씨가 계곡이 좋은데 괜히 바데산으로 와서 고생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반면 채규민선생님은 오늘은 4개 산봉우리를 산행해서 보약을 4첩을 먹었다고 흐뭇해한다. 울창한 송림에서 묘소를 지나면 마지막 봉인 540봉을 돌아서 내린다. 송림에서 삼림욕을 즐기다가 묘소 2기를 만나면 북쪽으로 내려가면 계곡물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우렁차게 들려온다. 정대영재무가 한국판 그랜드캐넌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비포장도로의 옥녀교를 막아놓은 계곡으로 청류가 흐른다.(삼지봉에서 4시간15분 소요) 누가 뭐라 해도 산행 후 맑은 물에서 탁족과 알탕(?)이 피로회복에 일등공신이라는 이정홍회장의 지론에 따라 오늘도 계곡물에 실습을 했더니 기쁨이 3배였다. 이곳에서 주차장까지는 20분쯤 걸어야한다.
[교통안내]
0.드라이브
-.대구.포항간고속도로 포항나들목-포항-7번국도(강릉방면)-강구면 강구중고교앞-달산-옥산리-옥계마을
-.경부고속도로 영천나들목-포항방면(28번국도)-안강(925번도로)-신광-송라면-보경사입구
-.포항-영덕-(34번국도)청송-달산면 주유소에서 좌회전-옥산리-옥계마을
0.대중교통
-.영덕-옥계: 시내버스 운행(영덕시외버스 터미널)
-.포항-하옥리: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3회 운행(1시간30분 소요)
-.영덕-옥계: 영덕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10회 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