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희
<화제초(행복학교), 태봉고(공립형 대안학교) 탐방 후기.. 2015.5.20(수)>
혁신학교는 방문은 처음이라 다소 설레는 마음으로 탐방 버스에 몸을 실었다.
먼저 도착한 곳은 행복학교 화제초..
격자로 짜여진 도시의 콘크리트 학교 건물의 삭막함에 대조된 천연잔디의 운동장과 사방이 초록의 산세로 둘러싸인 작고 아담한 학교.. 첫 시선에 들어오는 자연의 기운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운동장에서 반갑게 맞아주시는 아저씨의 마중으로 화제초 탐방은 시작되었다. 뒤에 알았다. 그분이 우리의 탐방길을 안내해주실 선생님이셨다는 것을..
첨엔 몰랐었다.. 없었기 때문에.. 교사의 권위적 느낌이..
몇년전 폐교의 위기를 교사,학부모,동창회, 지역에서 혼연일체가 되어 교장,교감선생님의 영향력에 좌우되지 않도록 학교의 정체성 확립에 주력했고, '즐김과 나눔'의 비젼으로 사계절학교를 운영하는 화제초는 행복한 학교였다.
학생, 교사, 학부모의 다모임 활동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 무학년제로 운영하는 학생들 자치 활동인 자율 동아리로 인한 주체적 인간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고, 특히 1인1악기 연주로 운영되는 관악대 활동은 협동과 풍부한 감성의 예술세계를 펼쳐주고 있었다.
운동장을 지나 펼쳐진 텃밭, 가족 농장은 노동의 즐거움과 나눔을 자연수럽게 배우고 익히는 현장이었다. 마을이 학교가 되는 공동체가 최종 목표라는 선생님의 바라는 말씀에 먼지털 만큼의 우려도 기우임을 알것 같았다.
큰 고목나무 밑에 도란도란 앉아서 하는 아름다운 수업 정경, 그렇게 즐겁게 뛰어노는 운동장의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들은 짧은시간 어느새 뼛속깊이 세포가 되어 꿈틀거리는 듯 했다.
진영휴게소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맛난 아이스크림까지 공수 받으며 청명한 날씨와 함께 소박한 만남의 즐거움을 흠뻑 누리며 2차 탐방길에 올랐다.
태봉고 또한 산세 우거진 마을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고, 최초로 전원이 기숙형인 공립형 대안학교였다. 어려운 아이들 위주로 45명을 뽑아 기숙하면서 또래끼리 부딪혀 배우고 깨달아 가는 과정 자체가 이 학교의 교육이었고, 특히 매주 수요일 마다 열리는 최고의 권력 기구인 '공동체 회의'는 참관하면서 내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임금님도 관여하지 못했다던 조선시대 성균관의 최고자치 기구인 '재회'를 연상케 했다.
일반학교에서 폭력사건은 위원회를 소집해 집행하는데 비해 태봉초는 2박3일을 단식과 토론을 통해 스스로 가해자,피해자의 마음을 살펴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짜릿함 마져 느껴졌다.
교사의 권위에는 둔감하고, 아이들의 인권에는 예민하게 촉을 세우시는 선생님들..
기다려주는 여유의 가치를 말씀하셨고, 학생이 주인이어야 된다는 수업의 원리를 정확하게 짚어내셨다.
입학시 한줄도 못쓰던 글솜씨가 졸업때는 논문을 쓸 정도의 작문솜씨로 변화한다고 한다.
내아이는 입시제도의 노예가 되어 좀비가 되어가고 있는데, 여기에 아이들은 운동장을 뛰어놀고 있었다.
교육의 주체들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주인으로, 교사들은 성실한 연구정신으로, 학부모들은 적극적인 참여로.. 모두 살아 있었다. 그 어디에도 권위와 경쟁은 없었다. 존중과 사랑이 승리를 이룬듯 했다.
이순일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입시제도'하에서는 연출해 낼 수 없는 모습이라고...
어쩌면 좋나.. .. ..
그래도 오늘밤은 꿈을 꾸고 싶다. 우리.아이들 모두가 꿈꿀수 있는 그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