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세이 1주차-쓰기의 말들(은유)
정영애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면 글을 쓰지 마라. 글을 쓰지 않으면 내가 소멸될 게 분명했다.
미친 듯한 재능이 없음은 아주 당연한 것이고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쓸 생각만 해도 한숨부터 나오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쓰는 사람“이 되려고 고난의 길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가? 늘 나를 사로잡는 질문이었고 헤어 나오려고 하면 더 빠져 드는 늪이었다.
카페에서 똥폼 잡고 노트북을 두드리며 언어의 유희를 할지 언정 모니터의 커서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나의 세포가 살아 움직이며 손가락은 나비가 된다. 비록 느리고 자주 멈추고 결과물은 남루하지만...
누가 시킨 것도 밥먹고 사는 생계가 달린 것도 아니면서 내 팔자 내가 볶는다. 그런데 그 답을 찾은 듯 하다.
글을 쓰지 않으면 내가 소멸될 게 분명하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원론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내가 사용하고 폐기하는 하루하루가 수증기처럼 증발하지 못하도록 붙잡아야 한다. 위인전에 실릴 만한 거창한 삶도, 시궁창에 쳐박힐 비루한 삶도 아닌 지극히 평범해서 도리어 애잔하지만 그 또한 나의 삶이다. 일상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 전에 박제하여 은밀한 서랍에 넣어 두어야 한다. 살떨리는 허무함에 허리가 꺾일 때 꺼내어 곧추 세워야 한다.
행동하는 자만이 배우기 마련이다. -책상에 앉기-첫문장 쓰기-엉망인 글 토해 내기-글 같이 읽고 다듬기-다음날도 반복하기 모든 배움의 원리는 비슷하지 않을까. 결실의 산물이 아닌 반복을 통한 신체의 느린 변화라는 점에서 말이다. 펜을 움직여야 생각이 솟아나는 것처럼...
넌 밤새 한 잠도 못잤겠구나 왜? 밤새도록 내가 네 머리 속을 걸어다녔으니.
소싯적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고, 베아트리체, 빠알간 잎새가 지려나로 시작하는 편지를 던지고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블랙홀로 사라졌던 그 아이가 한 말이다. 백 날을 생각만 한다고 나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 글 또한 그렇다. 머리 속에서만 천년을 생각한들 단 한 줄의 글도 화면에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
행동해야 하는 이유이다.
닥치고 써야 할 때이다.
첫댓글 글쓰기를 향한 열망이 느껴져서 곁에 계시다면 손이라도 맞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글쓰기를 하면서 변화가 있다면, 나쁜 상황에서도 화가 나거나 절망하기 보다는 '이 상황을 글로 쓰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문제를 들여다 보고, 대처하는 태도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매사에 글쓰기를 생각하실 정영애 선생님께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문구를 앞에 적고 그와 상관있는 일상과 생각들을 쓰신 것도 인상깊게 읽혔습니다. 문체가 밝고 명랑해서 읽으면서 제 마음도 밝아집니다. 감사합니다.
맞아요. 글로 쓰면 아무 가치없던 생각들이 그래도 뭐라도 되는 느낌입니다. 적어도 흔적이라도요.
색깔을 달리하는 글이 특이해 보이면서도 약간은 어지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정영애 님 스스로 답을 찾은 자신감이 보여서 미소를 짓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