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 장미의 거리는 어디에
영화 1987에 나오는 <연희네 슈퍼>가 시화마을 어딘가에 있다는데, 보였으면 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먹었으려나..
그렇게 간절하게 가고 싶은 곳이 아니기도 했고, 무엇보다 무더위에 지쳐 까맣에 잊고 있었다.
친구는 그 슈퍼를 봤다는데, 그 곳까지 오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 함구했다고.
굉장히 좁은 골목이다. 골목의 오른쪽은 카페 같은데 문이 닫혀있었다.
수놓은 손수건이며 빨간 다라이 화분에서 참하게 자라는 식물들이며..정갈하고 바지런한 느낌이 좋았다.
사람 손이 보배다.
엄마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들. 낯선 사람에게 곁을 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후다닥 도망가지도 않는다.
길고양이 치고 깡마르지도 않은 걸 보면 마음 편히 사는 듯 하다. 다행이다.
시화마을을 벗어나서 드디어 펜션 도착.
판수리 레지던스 호텔..판수리의 뜻이 <깨끗한>이라는데 이름에 걸맞게 아주 깨끗하다.
펜션 입구에서 안까지 한가득 놓인 잘 정돈된 화분들이 그저 놀라울 따름.
반들반들한 큰 잎사귀를 달고 있는 크고 잘자란 나무들보다 이런 소품같은 화분들이 참 예쁘고 정겹다.
인터넷에서 <목포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897 개항문화거리와 장미의 거리.
개항문화거리를 가서 홈빡 실망을 했으면..생각이 있는 자라면 장미의 거리도 의심해 볼만 했었다.
근데 의심하지 않은 것은... 나의 <묻지마 일단 가보자> 패기 때문이다.
서울의 홍대거리나 대구의 중앙로 까지는 아니어도 젊은이들이 노니는 신시가지의 활기찬 모습 정도는 기대했건만, 걸어도 걸어도 활기찬 거리는 나오지 않았다.
밥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 들어간 곳..이태리 반점.
파스타와 짬뽕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곳이라 이런 이름인가. 패밀리 레스토랑 느낌이라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다.
맛은..좋았다.
이것 저것 고루 맛보고 양껏 먹었다. 가격도 착하다.
근데 밥을 다 먹을 즈음..몸이 급격히 안 좋았다.
아침부터 목이 칼칼하고 불편했는데 갑자기 컨디션이 어두워지는 느낌.
딱히 아픈 곳은 없지만 목에 뭐가 걸린 듯하고 으슬으슬하고 브레인 포그 느낌.
아, 아프면 안되는데..실컷 놀아야 되는데..어째야 쓰까..
혹시나 싶어 아침에 약을 사오길 잘했다. 두 알 먹으라는 것을 일단 한 알만 꼴딱 삼켰다.
생약성분의 목감기약..제발 약빨 팍팍 받기를..비나이다 비나이다.
편의점에서 간소하게 장을 보고 택시타고 숑 펜션으로..
술 한 병과 술 한 캔을 셋이서 다 먹지도 못하고 반너머 버리게 되는데...약 먹느라 커피 한 잔도 못먹어서 컨디션은 더 바닥을 치고..12시도 안되어서 잠자리에 들기로.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 한 명,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 한 명, 더위를 많이 타는데 비염으로 마스크 낀 사람 한 명.
이렇게 세 명이 한 방에서 잠을 자려니 에어컨 켜는 것 부터 창문 여는 것 까지..기타 등등 맞는 것이 별로 없다,ㅎㅎ
다음에는 최소 방 두개 짜리 숙소를 잡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연착륙.
이렇게 맞춰가는 것이다.
누우면 잠이 드는 나와 달리, 내 친구들은 잠을 설친 듯 하다.
다행히 내 몸은 잠의 은전으로 온전히 컨디션을 회복했는데 친구들 컨디션은 온전치 않아 보인다.
그리하여 이후 일정은 원래 계획과 달라지는데....
9시 10분 퍼플섬 행 버스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타고 목포버스터미널로 가는 것 까지는 원래 일정대로..
이후 우리의 뚜벅이 여행 이야기는 다음에 주구장창 계속 ..( 1박 2일 다녀온 여행을 이래 길게 우려먹는다고??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