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향문학 통권 15호 발행사]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문학
발행인 / 최기복
오늘은 20대의 조현병 환자가 아버지를 죽이고 15년 형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했다. 반인륜의 패륜을 접하고도 무덤덤하다. 아들이 아니고 딸이라고 했다. 아버지의 꾸중에 화가 난 그녀의 칼부림은 스스로의 인생에 검은 구름을 덮게 하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던 아버지와 딸의 비극적 종말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얼룩진 관계의 늪에서 일탈을 몸부림치다 영영 빠져나올 수 없는 더 깊은 수렁에 이르면 체념하거나 좌절의 블랙홀이 되기도 하고, 깨달음의 철학을 통한 아름다운 종말을 꿈꾸게도 한다. 신의 가호로 용수철처럼 뛰어나와 하늘을 나는 용마가 되게도 한다. 그러나 사람위주의 인본주의 정신과 고단한 여정에서 외로움이 그리움으로 번지게 하여 세상을 살맛 나는 삶의 터전으로 오인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하여 문학은 생명언어의 장터라고 일컫는다.
이제 순수 종합문예지 『덕향문학 15호』의 탄생에 의미를 부여해 보려 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주옥같은 한 땀 한 땀의 글과 작가적 고민의 결실을 담아야 하는 창작 작업에 진심으로 고개를 숙여 감사드린다. 각양각색의 언어가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하여 용틀임하고 이별과 만남의 연속선상에서 가치관의 혼선을 일으키게 하지만 이 또한 문학의 본령이다.
살며 사랑하며 시나브로 쓰는 글이 생업이라는 이름으로 목숨 걸고 쓰는 글보다 치열하지 못할
수 있지만 번뜩거리는 재치와 유머가 모자라지는 않는다. 지난 통권 14호 때처럼 시를 사랑하고 시심에 젖어 함께 공부하는 문우들의 글을 보면서 나만의 미소를 머금을 수 있어 행복하다.
햇볕과 바람은 어느 누구의 소유가 아니듯이 7월의 폭우와 범람하는 홍수 속의 공포 또한 공유다. 프레온 가스와 화석 연료가 뱉어내는 이산화 탄소가 지구의 수명을 단축해도 내 알 바 아니라고 발뺌하는 인류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이 나왔으면 한다.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문학보다 변화를 앞서가는 문학을 촉구한다. 이번 호에는 신상성 작가의 소설, 박기효 교수의 탄소 발자국 줄이기 등을 탑재한다.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물론 편집국의 편집의도를 존중한다.
덕향문학 문우 여러분의 일상은 하나같이 만족도 높은 행복, 그리고 행운을 동반하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