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하
갓 두돌이 지나 우리나이로 세살박이 외손녀
내게는 이미 첫손자인 준우가 있고
게다가 녀석은 내가 키우다시피 했으니
무심코 준우와 유하를 편애하게 되지 않을까
내심 염려가 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준우에 대해서만 글로 남기면
유하가 섭섭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유하 이야기도 써 보려 한다
딸 셋을 둔 집에서 막내로 낳은 외아들에게
편애를 넘어 신봉까지 했던 우리 친정 엄마
아들 밖에 모르던 집
서러운 딸 자식이었기에
내 자식들에게 편애 같은건 안하고
고루 사랑을 주는 엄마가 되고자 다짐했었다
그런 내가 나도 모르게 첫정인
손자 준우에게만 끌리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의식적으로 그러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기우였다
내리 사랑이기도 하거니와
여자아이 특유에 안으면 부드러운 감촉
아마도 여자는 뼈까지 연한가 보다
타고 난 것럼 보이는 살랑 살랑 애교스러움은
언제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며 녹아나게 한다
남자애 처럼 뻣뻣하고 억세지 않고 살갑다
종종 입이 나오고 삐지기도 하지만
그 모습 또한 사랑스럽다
제 밥은 새 밥 처럼 조금 먹으면서
소꿉놀이 하며 프라스틱 후라이팬에
요리해서 자꾸만 먹여준다
여자애는 모성애를 타고 나는 건지
인형을 업고 다니고 잠자리에도
배게를 베고 나란히 같이 잔다
감성도 섬세해서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어린이집에서 낮잠 시간에
자장가로 틀어 준 노래를 듣고
슬프다며 대성통곡을 했다고
달래도 흐느끼는 유하를 안고
집으로 오신 선생님이 웃으며
이야기 해주었다고 한다
지가 무슨 슬픈 노래를 안다고....참내
준우는 기차나 자동차만 좋아하고
인형에게는 도통 관심 밖이었었다
어느 남자아이는 인형을 들고
칼싸움을 하더라던데
유하에게 구슬로 만든 팔찌를 사서 해주었더니
흘러 내릴까봐 팔을 높이 들고 다닌다
멋내려고 불편도 감수하는 것이 딱 여자다
어디서 배웠는지 유하는 웃을때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는다
괜히 멋적으면 더 그렇게 한다
한치도 안되는 아기가 여자노릇을 하는
모습에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아들 못 낳는다고 소박 맞는 시절도 있었지만
딸애가 키우는 잔재미도 더 하고
커서도 여러모로 제일 가까운 내 펀이다
준우와 유하 둘이서 말춤을 춘다며
재롱을 부리는데 깜찍한 유하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나를 인식하며
아참 이러면 안되지 준우도 봐 줘야지
뭐든 손주를 공평하게 쓰다듬어줘야 한다
훌륭한 할머니의 길은 쉽지 않다
유하 나이때 준우는 나를 '함마니'라 하더니
유하는 '함미'라고 부른다
이제는 일년 컸다고 준우는
'할머니' 정확히 발음하는데
왜 그런지 바르게 부르는 것이 반갑지가 않다
'할미~'
아직 구강구조가 미숙한 유하가 지어낸 단어
유아용 단어
들을때 마다 얼마나 앙징맞고
귀여운 느낌이 드는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함마니'는 남성적이고 '
함미'는 여성적인거 같기도 하다
그보다 더 멜랑꼬리 깜찍 발랄한 느낌의
유하가 지어낸 단어 하나는
제 할아버지를 부를때 '핫삐야~'
할아버지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만큼
너무나 예뻐하니까
좋다고 졸졸 따라 다니며 저와 놀자는 말을
"핫삐야 뭐~해?" "핫삐야 뭐~해?"
아주 제 친구인줄 안다
'핫삐' 아니고'핫삐야~'다
옛말처럼 수염이 있었다면 다 뽑았을거 같다
핫삐야 화장실 가는데도 따라 와서는
쉬할때는 서서 하는게 아니고
앉아서 싸는 거라면서 가르쳐주었다고
손녀에게 한수 배운 할아버지가
박장대소하며 자랑한다
요즘 준우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다닌다
"하나님 유하 보게 해주세요.."
기도 시간이면 언제나 준우는 그렇게 기도한다고
제 어미가 알려준다
대전 사는 유하를 자주 못 봐
그리워 하며 집에 오는 것을 소원하나 보다
둘이 놀다 헤어 질때는 이별이 싫어서
소리내어 울더니만..
말도 못하는 것들이
우애가 깊다는 것을 알고
할머니는 뭉클하고 감사했다
우리 유하는 참 좋겠다 ~!
오빠가 사랑해 주고 모두 사랑해 주니까.
카페 게시글
육아일기
유하 보게 해주세요
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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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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