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틴베스트 “주주가치 제고보다 훼손 우려 크다” 지적 반면 SK의 지분은 36.22%에서 55.9%로 높아져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추진이 일반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일부 의결권자문사의 반대 권고에 ‘암초’를 만났다.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21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며 기관투자자들에게 합병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앞서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합병 추진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동일한 최대주주를 둔 상장회사 SK이노베이션과 비상장회사 SK E&S 간 합병 과정에서 이해상충 이슈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합병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들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산정됐기 때문에 중장기적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사회가 합병을 결의한 지난 7월 17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6으로 역사적 저점에 있고 동종업계 PBR을 크게 밑도는 수준에서 합병가액이 산정돼 주식가치를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기업가치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충실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주주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이번 합병은 주주가치 제고보다 훼손 우려가 크다는 게 서스틴베스트의 주장이다.
서스틴베스트는 기준시가 또는 자산가치 중 어느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는지에 따라 지배주주인 SK와 일반주주의 합병회사에 대한 지분율 차이가 8%포인트 이상 발생하는 만큼 이해상충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필드뉴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지배구조는 최대주주가 모두 지주회사인 SK로 되어 있다. SK는 SK이노베이션의 지분 36.22%, SK E&S의 지분 90.0%를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에 성공하게 되면 SK는 SK이노베이션의 지분 55.9%를 확보하게 돼 과반수 의결권을 갖게 돼 지배력이 훨씬 강화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합병 여부를 표결로 결정짓게 된다.
SK는 SK E&S의 지분 90.0%를 갖고 있어 합병안이 통과될 것이 확실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지분은 SK가 36.22%를 갖고 있고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36.23%에 머물러 있다.
지분 절반을 훨씬 넘는 기관투자자와 일반주주들이 반대로 돌아설 경우 합병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법상 합병 승인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는 특별결의사항에 해당되며 임시주주총회에서 참석주주 의결권의 3 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 분의 1 이상의 수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 1년여간 주가 변동 추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 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에 대해서도 주목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은 주식매수청구 예정 가격과 현 주가의 괴리율이 커지면 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상법 제522조의3에 따르면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주총회일 전까지 그 결의에 반대하는 의사를 회사에 통지한 경우에 한하여 주주총회 의결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주식의 종류와 수를 기재한 서면으로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수하여 줄 것을 청구 할수 있도록 되어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8000억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이를 넘어서게 되면 합병계약을 해지하거나 조건을 변경할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합병안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총 전 반대의사를 통지할 경우 임시주총이 열리는 27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주식매수청구권 매수 예정 가격은 11만1943원이다.
SK이노베이션의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주총 전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식수가 전체 주식의 약 7.4% 수준인 714만6494주에 달하면 사실상 합병이 어려워진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21일 종가 10만38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예정가격 11만1943원에 비해 7.27% 낮은 수준이다. 일반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고려할 수 있는 변수다.
SK이노베이션의 합병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예정가격보다 오르기 힘들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합병하더라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상당한 현금을 투입하게 돼 유동성이 급격하게 저하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올해 6월 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2591억원이며 SK E&S는 3728억원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별도기준으로 31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순익이 예전같지 않고 자회사인 이차전지 회사 SK온의 악화된 재무상태에도 적지 않은 돈을 투입해야 할 실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7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합병안 표결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이 부상하는 데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