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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지맥 2구간
2012. 10.21 (일)
산길 : 삼자현~솔치재
사람 : 조진대부부, 무심이, 조은산
거리 : 10.0km / 03:50
구간거리
삼자현~8.8~솔치재 / 8.8km
Cartographic Length = 10km Total Time: 03:50
구암02(삼자현~솔치).gpx
당초는 삼자현에서 청송 양수발전소까지 계획을 잡았으나, 하부발전소에서 상부발전소로 출입을 통제한다는 말도 들리고, 신분증을 제시해야 넣어준다는 말도 있고, 어차피 다음차도 두 구간으로 할 계획이니 여유가 있는 거리라, 경비들한테 구차한 소리 해가며 올라갈 필요가 있겠냐 하는 생각에서다. 발전소를 들날머리로 잡지않고 능선상으로 통과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짤막하게 끊어 놓고보니 결과적으로는 잘된 것이, 솔치재 직전 노래재에서 무심이님이 발목을 접질러 산행이 불가하게 된거라. 발전소까지 계획을 잡았어도 가지 못할 뻔한 결과다. 노래재 임도로 내려오면서 스텝이 꼬여 -오른발 디딜 자리에 왼발을 디딘게 화근이었다- 발목이 재껴지면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다행히 119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수주일 산행은 접어야할 상태다.
솔치재에서 야영중에 나는 텐트에서 잤는데 새벽녘에 텐트밖에 씩씩거리는 거친 숨소리를 듣고 잠이 깼다. 산돼지란 놈이 음식물 냄새를 맡고 방문한거 였는데 고함을 치고 후레쉬 불빛을 이리저리 비추니 못마땅 한듯 하면서 마지못해 물러나는 폼이더라.
본래 야영하면 할 일은 잠뿐이다. 객꾸이 같은 술고래야 밤이 짧을 지경이겠지만, 비주류인 우리사 새벽이 지루할 만큼 밤이 길다. 기상 알람이 울기도 전에 전날 사모님이 준비해 놓은 압력솥에 불을 붙이고 집에서 준비해온 시락국을 뎁히고 있으니 차문이 하나씩 열리며 나온다. 오늘은 구간이 짧으니 점심도 필요없이 빵 봉다리만 챙겨 넣고, 차 두 대 그대로 대놓고 내 차로 삼자현으로 넘어갔다.
삼자현휴게소 주인장도 우리만큼이나 부지런을 떨어 벌써 문을 다 열어놓고 손님 맞을 준비가 되었다. 사전에 검색해 보니 이 휴게소 커피가 꽤 유명세를 타고 있어, 네 잔을 주문했다. 원두커피라고 한 잔에 300원도 아니고 3천원이다. 주인장 말로,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커피 내리는 기계에, 본인이 직접 볶아 제공하므로... "경상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라는 프랭카드까지 내 걸었다.
포항 죽장에서 현동을 지나 청송읍으로 넘어가는 31번국도 삼자현은 차량이 줄을 지어 넘어가고, 고갯마루의 휴게소는 여느 장사 잘되는 고속도로 휴게소 못지않게 북적인다. 허나 여기도 개발이라는 불도져는 땅속으로 굴을 파고 있단다. 터널이 뚫리면 삼자현은 또 어떤 모습이 될까, 다소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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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에서 제일 맛있는 Coffee roasting House" 삼자현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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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한 대 뿐인 기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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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자현휴게소 젊은 쥔장
07:30 삼자현(520m)
07:37 헬기장(576m)
07:44 임도
07:50 557m 산불초소(3면봉)
08:28 ×585
09:21 절충장군묘
09:31 옛 노래재 임도
09:50 ×450
10:00 노래재 도로(395m)
10:28 ×551
10:40 ×561
10:58 임도
11:04 돼지사육장
11:10 솔치재(4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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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자현에서 임도로 출발한다.
삼자현 들머리는 절개지 철조망 우측 끝에 보이는 임도다. 임도파가 아니라도 여기는 임도를 탈 수밖에 없다. 5분 올라가면 마루금 능선이고 임도는 왼쪽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임도를 계속 타도 산불초소가 있는 다음봉으로 자연스레 연결이 된다만, 첫 봉이 산불초소봉인줄 알고 올라가니 헬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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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헬기장
헬기장을 넘어 내려가니 다시 임도로 떨어진다. 앞봉우리에 있는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임도따라 올라가면서 멀리 보현지맥의 면봉산과 보현산 능선이 보인다. 두 봉우리 다 시설물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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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에 내려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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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조은 산불초소
이 초소는 길 바로 옆이라 근무자 출퇴근하기 좋네. 다릿발 위로 올라가보니 망망대해 같은 조망이 펼쳐진다. 박무가 끼어 희미하긴 하다마는 막힘없는 조망이다. 아랫쪽 초소 벽에 걸린 온도계는 10도쯤 되는데 어제보다 훨씬 포근한 날씨다.
여기서 서쪽으로 갈라지는 능선이 현동면과 안덕면을 가른다. 안덕면을 새로 만나게 되는데, 예전 보현지맥 지나면서 배운 '노귀재' 노랫말 "안덕에 사는 친구있어, 술잔놓고 기다려~" 구절을 되새겨 본다. 그 때는 안덕이 지명인지도 모르고 그냥 흥얼거리기만 했는데 부지런히 돌아댕기다 보니 안덕이 면 이름이란걸 알게된다.
'
보현지맥 면봉산~보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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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임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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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는 잠시 후 우측으로 내려가고 수렛길로 가면 우측 삼자현 마을쪽 으로는 밭지대다. 동쪽 멀리로 주왕산군이 희미하게 보인다.
거칠고 마른 땅에 이름을 알듯 모를듯한 꽃이 자주 눈에 띈다. 사모님이 쓴뿌리라 하길래, 폰으로 찍어 삼규에게 날렸더니 얼마 안있어 회신이 온다.
"자주쓴풀이며 건조한 풀밭에 요즘 많이 핀다..." 삼규가 내게는 Live Database인 셈이라.
세상 참 좋아진것이, 예전 같으면 사진으로 찍어와서 찾아보든가, 전문가에게 보여주든가 해야 답이 나왔다. 그럴려고 나중에 하다가는 또 까먹고 넘어가고 하던것이 이제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해졌으니... 기계도 기계지만 삼규같은 박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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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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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봉에 묘터에 배낭을 내렸다. 상석에 글자가 희미해 '유인영해신씨' 겨우 읽어진다.
지형도에 고도 표기된 봉우리도 없고, 묘 외에는 아무 특징없는 산길이 이어진다. 유인기계유씨묘는 곧게 뻗은 능선상에 자리를 잡아 먼데서부터 오는 사람을 다 볼 수있는 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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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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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충장군 묘소
折衝將軍行龍驤衝副護軍老農 金公(절충장군행용양위부호군노농김공) 이신데, 한자 해독에 한참 걸렸네. 보이는거라고는 묘밖에 없으니 더 자세히 들여다봐진다. 절충장군은 정3품으로 요즘의 사단장쯤 되는 관직이다. 절충장군묘에서 10분쯤 더 가면 옛 노래재 임도에 내려서는데...
늘 그랬듯이 선두대장(사모님), 2대장(조고문님), 나, 후미대장(무심이님) 이런 대형으로 산행을 하는데, 임도로 내려서는 급비탈길을 내려 가던중에 뒤에서 '악~!' 소리가 나면서 무심이님이 구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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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노래재 임도
그리고는 일어서질 못한다. 고문님이 부축하여 겨우 임도로 내려와서 보니 왼쪽 발목이 접질러진 상태라. 응급조치라고 해보지만 더 이상 산행은 불가하다.
오른발 디딜 자리에 왼발을 디딘게 화근이었단다. 발목 접지르는 일이야 다반사인데 이번 사태는 제법 심각해 보인다. 부목을 대고 압박붕대가 없어 슬링으로 발목을 감으며 응급조치를 했다. 나중에 진단 결과 뼈는 이상이 없고 인대가 손상되었다는데 좌우튼 산행은 수 주일간 접어야할 판이다.
더 다행스런 일은 임도에서 벌어진 일이라 탈출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고, 무심님이 어떻게 하든지 찻길로 내려갈테니 산행 마저하고 차를 갖고 오란다. 지도를 보니 임도따라 우측으로 내려가면 큰 길까지 7-800m면 되겠다. 무심이님 차 키를 받아들고 앞서 가기로 했다.
이 임도는 좌우로 노래재 아스팔트길로 연결이 되는데 상태가 양호해 승용차도 얼마든 올라오겠다. 정면 절개지를 우측으로 피해 올라가면 ×450봉이다. 부지런히 다음봉을 넘고 아침에 차를 타고 넘으며 절개지를 이미 봤던 바라, 우측으로 피해 내려가면 2차선 아스팔트가 넘어가는 노래재다. 고개이름은 없지만 왼쪽이 노래리라 노래재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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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래재 아스팔트 고개
노래재 (390m)
안덕면 노래리(老萊里)는 1801년 신유박해 때 피난 온 천주교인들이 이곳에서 외부와 단절한 채 14년 동안 신앙생활을 한 곳으로, 1814년 예수부활대축일 전지수의 밀고로 40여명이 체포되었으나 뜻을 굽히지 않은 신자 13명이 순교했다.
을미박해 때 청송 노래산(老萊山)에서 체포된 신자들은 주로 충청도 내포 지방에서 복음을 받아들여 신앙 생활을 하다가 박해를 피해 경상도 산간 지역(청송 안덕 노래산·진보 머루산등)으로 숨어든 사람들이다.
부르는 노래(song)가 아니라 늙어서(老) 오는(來) 곳이라는 뜻인데, 물론 한자를 한글로 해석하는게 맞는지, 아니면 원래 한글로 된 노래를 한자로 억지로 꿰맞춘건지는 알수 없는 일이다만 유별난 이름임에는 틀림없다.
터널을 뚫었으면 좋았겠다마는 한 10층 높이는 됨직한 절개지다. 450봉에서 내려왔고, 앞 봉은 551m이니 160을 올려야 되는 까꼬막이다. 내려오는 길은 어수선했다만 건너편 들머리는 확실히 구분된다. 들머리 들어서자말자 코를 박는 급비탈이다.
헐떡거리며 오르다가 해발 500 조금 넘어 뚜렷한 길은 왼편으로 돌아간다. 조금만 더 쳐올리면 되는것을 혹시나 수월케 올라가려나 싶어 왼쪽 길로 들어갔더니 한참을 휘돌다가 결국 길은 없어진다. 결국 551봉을 왼편으로 빙 돌아서 오른셈이다.
551봉은 잡목속에 지저분한 봉우리다. 뒤에 오시는 고문님 자시라고 빵봉다리를 나무에 걸어놓고 문자를 날려놓고, 의자 꺼내 쉬고 있는데 일어나기도 전에 고문님 올라오신다. 빵봉다리 전해 드리고 앞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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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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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
551봉에서는 우측으로 휘돌아 내려가는데 비스듬한 사면이라 어디가 능선인지 확실치가 않다. 이리저리 휘저으며 내려가다보니 여러군데 긁혔다. 10m 더 높은 다음봉에는 준희님의 팻말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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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봉을 지나니 다시 길이 살아난다. 가을꽃이 많이 피어있고, 별시리 친하고 싶지않은 옻나무가 단풍은 곱다. 무심이님이 기다리므로 지체할 여유없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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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산길
임도에 올라서고 왼편으로 꺾으면서 앞봉우리 빼먹고, 또 왼편의 ×563봉도 우측으로 지나가는 임도로 스쳐지나고, 우측 넓은 개활지를 보며 내려가는데 임도 끝에 씨커먼 뭐가 어슬렁거린다.
오르지 않았지만 임도에서 올라서면서 정면으로 마주보는 묘터 뒷봉(565m)은 삼면봉이 되는데, 파천면을 새로 만나게 된다. 임도를 따라 좌틀해 내려가면 좌 안덕, 우 파천이 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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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치재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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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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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야지...?
어제 산행 마치고 솔치재 잠자리 찾느라 양쪽 임도를 다 둘러보며 돼지 사육장을 봤었기에 그런줄 알았지, 처음 보는 놈들이라면 꽤나 놀랬겠다. 임도 옆에 돼지 사육장이 있는데 철망이 터진건지, 열린 문으로 빠져 나온 놈들인지 예닐곱마리쯤 임도에 나와 있다.
사람을 보고는 도망을 치는 놈들이라 걱정 할 일은 없다. 꿀꿀거리며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임도를 다 내려가면 2차선 아스팔트가 지나가는 솔치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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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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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널렸다.
솔치재 (450m)
고갯마루에는 차를 댈 곳이 없어 왼쪽 노래리로 200m쯤 내려간 곳에서 야영을 하고 차를 세워 두었다. 지체없이 차를 몰고 노래재로 넘어가니 무심이님은 아픈 다리를 쩔뚝거리며 도로에 나와 있다.
삼자현으로 넘어가 차를 회수하고, 뒤이어 따라 오신 고문님과 현동면 소재지로 내려가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식당에서 감자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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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치재 / 다음 들머리는 고산농장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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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자현 아래 현동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