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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때요? 나 멋지죠? 송이를 타고 폼을 잡아봤어요. |
송이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더니 획 고개를 틀며 위에 올라타고 있는 나는 생각하지도 않고 마음대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고삐를 당기는데 힘이 얼마나 센지 자칫 떨어질 뻔 했다. 송이는 주말마다 승마장에서 같이 노는 조랑말 친구다. 그래서 매번 승마장에 올 때면 원장님께 인사하는 것도 잃어버리고 제일 먼저 마구간을 찾아 들어가 집에서 가져온 각설탕을 준다. 다른 말들이 먹고 싶어 히이잉~! 거리는 것도 모른 척하며 송이에게만 주는데 얄미웠다.
송이에게 각설탕을 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다른 애들 눈치를 살펴야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승마장 원장님이 내가 송이에게만 당근을 주는 것을 보고 “동물이나 사람이나 먹을 때는 똑 같이 나누어 줘야 한다. 다른 애들도 먹고 싶어 하는데 그녀석만 주면 송이가 동료 말들에게 왕따 당한다.”고 하셨다. 난 송이가 왕따 당하는 것이 싫어 집에서 승마장으로 출발 할 때 호주머니에 각설탕을 깊숙이 감추어 갖고 와서 몰래 송이 입에 넣어주곤 했다. 그런데도 옆에 진주랑 장군이가 어떻게 알았는지 입술을 두꺼비마냥 치켜세우고 달라고 큰머리를 들어 올리곤 한다. 하지만 난 송이만 주고 모른 척하고 밖으로 나와 버린다. 다른 애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열 마리 말들 모두에게 각설탕을 주려면 내 용돈을 다 써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용돈이 아까운 것 뿐 아니다. 말 입에 먹이를 줄 때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손바닥을 쫙 펴고 그 위에 각설탕을 올려놓는다. 그렇게 말들 한 마리, 한 마리를 찾아 손을 벌리고 조심하지만 행여 물릴 수도 있다. 전에 원장님이 옛날에 말이 사람을 물고 공격하는 것을 하늘에서 신선 할아버지가 보고 내려와 말에게서 쓸개를 떼어낸 후 말은 순한 동물이 되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도 물리면 아플 것 같아 싫다. 특히 담비란 아이는 나를 볼 때마다 히잉거리며 이빨을 드러낸다. 신선 할아버지가 쓸개를 떼어내면서 잠시 딴생각을 할 때 담비가 도망간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매연으로 오염이 많이 되어서 강가에 나타난 못 생긴 큰 이끼 벌레처럼 담비에게 쓸개가 다시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난 담비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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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몽승마장에 눈이 내린 다음 날이었어요.송이를 타고 눈길을 걸었어요.처음엔 미끄러질가 겁을 먹었는데 조랑말에는 편자가 없어 괜찮다는 말을 듣고 자신있게 눈밭을 걸었습니다. 큰말들은 매달 쇠로 된 신발을 신는데 우리 말은 발톱(굽)이 강해서 그럴 필요가 없어요. |
송이가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오늘도 분
각설탕을 먹이고 운동장으로 끌고 나왔는데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말위에서 내려 각설탕을 먹일 수도 없었다. 한 참 동안 생각을 했다. 참 많은 시간 같았는데 나중에 엄마가 “유경이 너 잘 하더라. 말이 엉뚱한 짓을 하는데도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말을 세우는데 아주 멋졌어.”하셨다. 하루 종일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잠깐 동안이라고 하셨다.
어른들은 모르지만 송이가 골을 부릴 때 난 무서워하지 않고 담담히“우리 송이가 화났어요? 괜찮아요. 우리 한번 천천히 걸어보자. 응!”하며 속삭여 주었다. 송이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래. 유경아! 미안해 놀랬지. 네가 고삐를 너무 심하게 당겨서 그랬어.”라고 대답을 하더니 바로 온순하게 나를 태우고 원형마장을 신나게 달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라는 것을 송이도 알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친구가 된지는 2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송이와 내가 어려서 서로 고집만 피웠는데 내가 양보를 하며 믿어주고 사랑해 주니 송이도 금방 나를 보면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골을 부리다가도 승마장 옆 도로에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호기심 많은 아저씨가 빵빵 경적을 울리며 가도 놀라지 않고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 이제 송이와 난 서로를 아껴주는 친구다.
나는 가끔 송이를 타고 학교를 가고 초원을 마음 것 달리는 것을 상상한다. 차들이 너무 많고 도로에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 어른이 될 때까지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나는 행복하다.
오창각리초등학교 4학년 8반 김유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