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초기 무렵의 환자 치료경험을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내의 큰아버지이며, 당시 87세인 남성.
감기가 악화되고 결국 폐렴이 되어 주치의가 병문안 올 사람이 있으면 뵙게 하라고 해서 이제 안 되는가 보다…하며 아내가 저도 데리고 병문안을 갔죠.
의식은 거의 없고 창백한 얼굴을 하며, 내가 부탁을 받고 진찰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불을 무의식중에 끌어당겼습니다.
寒気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맥을 보았더니 熱이 있어서 잘 느껴졌습니다. 맥은 浮했습니다. 당연히 빠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느렸습니다.
맥박이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약했습니다. 또한 축뇨되어 있지만 소변색은 물 같습니다. 열이 있다면 좀 더 색깔을 띱니다.
그 때 진한가열 ( 真寒假熱 )이라는 것을 막 배웠는데, 몸속이 차가웠습니다.
그래서 그 반응으로 몸의 표면에 熱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몸속이 차갑기 때문에 단순히 해열제를 써서 열을 내리려 하면
역효과로 낫지 않는다고 배워서, 몸속을 따뜻하게 하는 真武湯을 투여했습니다.
다음날 역시 한 번 갔더니 열이 38~40℃ 정도로 올랐고, 아내의 큰어머니인 부인이 이상한 약을 복용시켜서 열이 올랐다며 동요했습니다.
그 동안에 의식이 돌아오고, 뭔가 먹게 해달라고 하는 상태가 되었으며,
그 날 저녁부터 목소리가 나왔고 점차 회복되어 10일 뒤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94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건강했습니다. 이처럼 몸속에 냉기가 있으며, 체온계 숫자로 보아서 표면적으로는 열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증례의 치료였습니다.
폐렴
87세 남성. 1969년. 아내의 큰아버지. 체격 건장. 감기 악화로 발열 37~38℃, 페니실린 주사와 정맥주사, 물베개, 폐렴이 위중해졌다. 진찰했더니 평소 붉은 기가 없어지고, 창백하고 윤기 없는 딴 사람 같았다. 낮은 목소리, 가슴에 닭살, 의식 혼탁. 이불을 끌어당김. 호흡이 빠르고 자다가 몸을 뒤척거림(煩躁). 손이 이불 밖으로 나오면 바로 집어넣는다(悪寒). 脈浮遲弱. 긴장이 약하며 힘이 없다. 손발이 차갑다. 소변색이 물 같다. 真寒假熱☆이라고 진단. 물베개와 정맥주사를 중단시켰다. 真武湯(附子 1.0) 따뜻하게 복용. 다음날 잠깐 40℃가 되어도 의식 명료. 안색이 좋고 식욕이 생김. 저녁에 목소리가 나오고 맥의 긴장 회복. 10일 뒤 자리를 걷어치우고 일어나며 위기 탈출. 그 후 94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건강. ☆真寒假熱:陽證이 陰證으로 바뀔 때, 안에 寒이 있고 밖에 假熱이 나타나며, 이 假熱을 表熱로 잘못 아는 일이 많다. 真寒假熱에서는 熱이 있어도 맥은 느리고, 大해도 힘이 없으며, 소변은 清白하다. (松田邦夫『증례에 의한 한방치료의 실제』 創元社 1992, 35-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