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초반에는 이미 알고 있는 그런 일이 소년 동호에게 일어나겠구나 미리 가슴 조이고 답답해서 그만 읽을까 싶기도 했어..
내딴에는 끈질기게,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 그런 일을 저지른 이는 그런 생각조차 않고 너무도 편하게(?) 사죄 한마디 없이 죽어버려서 분해서, 그 많은 안타깝고 가여운 대목에서도 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꾹꾹 누르며 읽어갔어.
중반 이후에는 소년 동호를 중심으로 뻗어나간 가지의 줄기를 붙드느라 신경 한 줄기가 계속 당겨지는 느낌을 가지고 읽으려니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어..그 와중에 감기몸살이 지독하게 와서 주말내내 꼼짝않고 쉬는데에 집중했고.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살아남은 이들이 그 잔혹한 시간들을 떠올리며 말을 꺼내지 못하는 그 마음을 속으로 욱여넣는 듯한 대목에서는 눈물이 그냥 끅끅 흐르더라구..
작가의 후기를 보니 또 한편의 단편이더라.
내가 느끼는 작가 한강은 자신의 인생에 걸쳐있는 씨실과 날실의 어느 점이 누구와, 어떤 일과 닿아 있나 알아내느라 애쓴 것들을 글로 쓰는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야, 그의 시 '마크 로스코와 나'에서 느꼈던 것을 이 책에서도 강하게 느끼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