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양식 30여 년의 역사
외래 동물의 경우 이식으로 인한 생태 파괴가 있을 수 있다. 이 아프리카 왕달팽이 역시 아프리카 외 다른 지역에서는 생태를 파괴하는 노릇을 하여 여러 나라에서 도입에 엄격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염려가 없다. 생육 적정 온도가 섭씨 25~30도이며 섭씨 17도 이하로 내려가면 생존할 수가 없다. 그러니 한반도의 자연에서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달팽이가 우리 땅에 들어온 것은 1980년대이다. 일본 또는 대만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용 달팽이여서 농가소득원으로 도입되었다. 한국인들이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프랑스인처럼 달팽이 요리를 많이 먹을 것이며, 또 88올림픽을 계기로 외국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니 그 수요도 상당할 것이라 여겼다. 병이 없고 번식과 성장이 빨라 농가에서는 큰 소득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30여 년이 지난 현재 상황을 보면 그때의 예측은 틀렸다. 한때 건강식품으로 ‘달팽이 엑기스’가 인기를 누렸지만 이내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으며 음식으로 먹는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극히 드문 일이다. 2011년 현재 국내에 30여 농가가 달팽이를 사육하고 있으며, 경기도 화성시와 용인시 일대에 10여 농가가 있다. 수도권에 가까운 지리적 여건에 따라 이 지역에 달팽이 농원들이 몰려 있는 것이다.
달팽이 키우기는 쉬우나
달팽이는 웬만한 식물은 다 먹는다. 농가에서는 쌀겨, 콩, 비지 등을 섞어서 준다. 알에서 부화하여 성체가 되기까지 5~6개월 걸린다. 한 번에 1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부화율은70% 정도 된다. 조건만 되면 여러 번 알을 낳는다. 자료에 의하면 아프리카 왕달팽이는 10년을 살 수 있다고 하나 농가에서는 보통 5~6개월 키워서 낸다. 달팽이는 병이 없다. 30여 년간 달팽이를 양식한 이천형 씨에 의하면 달팽이가 병으로 집단으로 죽은 일은 없다고 한다. 물론 여러 이유로 한두 마리씩 죽는 일은 있을 것이다. 달팽이는 온도와 습도만 맞추면 잘 자라니 비교적 쉬운 양식업에 든다. 달팽이 농가들은 생달팽이를 1킬로그램에 4,000~5,000원에 시장에 내면 돈벌이가 된다고 한다. 바다에서 나는 소라류에 비해서 싼 가격이다. 이 싼 가격을 알아챈 일부 식당에서는 해물탕에 달팽이를 넣기도 한다. 그런데, 달팽이 요리를 내는 서양식 식당에서는 냉동 또는 통조림의 수입 달팽이를 선호한다. 주로 인도네시아산이다.
먹지 않으니 혐오스러운 것이다”
한국인이 달팽이의 식용을 꺼리는 이유는 혐오감 때문이다. 한국인이 퍽 즐기는 골뱅이와 그 모양새가 비슷한데도 달팽이에 대해서는 극심한 혐오를 나타낸다. 이 혐오감의 근원은 단지 “먹지 않아서”이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서 혐오음식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벌레를 안 먹는 이유는 그것이 더럽고 혐오스러워서가 아니라, 거꾸로 우리가 그것을 먹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더럽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쉬운 예가 있다. 한국인은 번데기를 먹으니 번데기가 혐오스럽지 않은 반면 번데기를 안 먹는 민족들에게는 번데기가 혐오스럽다. 반대로, 프랑스인 등등은 달팽이를 먹으니 이를 혐오하지 않는 반면 한국인은 이를 먹지 않으니 혐오스러워하는 것이다. 결국, 혐오의 기준이란 그 음식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 또 어떤 음식이든 먹게 되면 머릿속의 그 기준은 순식간에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달팽이 사육 농가들은 30여 년간 한국인의 머릿속에 든 달팽이 혐오가 사라지기를 바라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