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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강
『千字文』의 구성과 내용
文(문)・史(사)・哲(철)의 핵심
천자문은 단순히 천 개의 낱글자를 모아 놓은 사자성어 선집이 아니라는 점은 앞서도 밝혔다. 이는 천 개의 글자에 대해 훈과 음을 외우고 글귀를 해석하는 것만으로 천자문 공부를 다한 것이 아니란 뜻이다. 천자문이 첫 문장이 난해하고 심오하다는 주역에서 발췌한데다 서경과 시경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예기 사기 효경 춘추 등의 유학 경전을 토대로 지은 대서사시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전에 해박한 저자가 말년에 자신의 삶의 역정을 되돌아보면서 학문적으로는 우주철학과 중국의 문명사에서부터 개인적으로는 관료로서의 인생역정과 은퇴 이후의 삶까지를 사언시(四言詩) 형식으로 담아내었다. 천자문은 운율시인 당송(唐宋)시대의 오언시(五言詩)와 칠언시(七言詩)가 개발되기 전에 지은 작품이라 詩經의 사언절구(四言絶句) 형식을 그대로 담고 있다. 더욱이 천자문의 내용이 종합적이면서도 방대하여, ‘一章의 대서사시’라고 할 만하다. 참고로 一章에는 ‘일천 천(千)’의 뜻이 담겨있기도 하다.
천자문은 기본적으로 인문종합교양서의 성격을 띠기도 하지만 서사시의 형식과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매우 뛰어난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양무제(梁武帝)가 천자문에 대해 ‘신이 아니면 해내기 어려운 글’이라고 극찬한 까닭이다.
천자문의 기본 구성은 한 구절이 네 글자(四言)로서 첫 번째 구절인 안짝과 두 번째 구절인 바깥짝이 서로 대구(對句)가 되어 두 구절 여덟 글자를 한 문장으로 해서 총 250句 125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율이 엄격하게 적용되지는 않지만 대략 우리말의 기준으로 볼 때 기본 형식은 사언절구(四言絶句)이다. 두 번째 구절과 네 번째 구절 즉 바깥짝에 ㅇ과 ㄱ 그리고 받침 없는 운(韻)을 두었다. 한시(漢詩) 형식은 四言과 五言, 七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四言詩는 『시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형식이며, 5언시와 7언시는 후대인 당송시대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운율시로 발전되었다. 운에 크게 개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대략 살펴보면, 제1장~제40장, 제52장~제81장, 제99장~제114장의 문장은 ‘ㅇ’ 운(韻)으로, 제82장~제90장까지의 문장은 ‘ㄱ’ 운(韻)으로, 나머지 제41장~제51장, 제91장~제98장, 제115장~제125장의 문장은 ‘받침이 없는’ 운(韻)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졸저 천자문역해에서는 제1장부터 제125장까지를 사언절구의 시로 연결하여 제52장과 제81장의 문장을 안짝과 바깥짝을 바꿔놓았는데, 제6절을 기준으로 하여 앞부분은 인생의 전반부, 뒷부분은 인생의 후반부로 놓고 문단을 크게 나눠본다면 기존의 글귀대로 해야 운이 받는다. 따라서 후자의 논거에 따라 기존의 졸저 천자문역해의 제52장을 “都邑華夏 東西二京”으로, 제81장을 曠遠綿邈 巖岫杳冥으로 다시 바꾼다. 다만 제91장의 “解組誰逼”을 “誰逼解組”로 바꾼 내용은 그대로 둔다. 중국 발음상 逼(bī), 組(zǔ)와 앞뒤 문장의 卽(jí) 寥(liáo)가 정확하게 맞지 않기 때문에 문장 구성에 따라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취한다.
천자문역해는 천자문이 ‘一貫된 一章의 대서사시’라는 점을 밝히고, 이를 전제로 하여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고자 안짝과 바깥짝의 여덟 글자를 한 문장으로 하여 모두 125문장, 총 13절(節)로 분류하였다. 四言絶句의 대서사시로 이뤄진 천자문이 철학(哲)과 역사(史)와 문화와 저자의 인생역정(文學)을 어떻게 담고 있는지 節별로 간략히 맥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절:乾道變化(건도변화) / 天道(천도)와 陰陽(음양)의 이치
[1] 天地玄黃(천지현황)하고 宇宙洪荒(우주홍황)이라
하늘과 땅은 검고 누르며, 우주는 넓고 거치니라.
[2] 日月盈昃(일월영측)하고 辰宿列張(진수열장)이라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별자리가 벌려 베풀어졌느니라.
[3] 寒來暑往(한래서왕)하고 秋收冬藏(추수동장)이라
추위가 옴에 더위는 가고,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하니라.
[4] 閏餘成歲(윤여성세)하고 律呂調陽(율려조양)이라
윤달이 남아 해를 이루고, 율려로 음양을 조화하니라.
[5] 雲騰致雨(운등치우)하고 露結爲霜(노결위상)이라
구름이 오름에 비를 이루고,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되니라.
제1장~제5장까지 5개 문장 40자로 이루어져 있다. 하늘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자연(自然) 현상이 천도(天道) 변화에 따른 음양의 이치에 의한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무한한 우주의 태극 속에 하늘과 땅이 있고, 하늘에 걸려 있는 해와 달의 운행으로 낮과 밤이 생겨나고, 사계절이 오고 가면서 일 년이 이루어지고[年月日時], 세월의 쌓임이 이루어지는 천도의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태극에서 음양[陰陽, 天地, 日月]이 나오고, 음양에서 사상[四象, 四季]이 나오는 주역의 이치이다.
또한 태양력과 태음력의 차이를 윤달로 보정(補正)했으며, 농사철의 때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24절기까지 둔 이치를 예시하고 있다. 제1절은 “萬物資始(만물자시 : 만물이 비로소 시작한다. - 『주역』 乾괘)”라는 주역의 자연관을 나타내었다.
제2절:坤厚載物(곤후재물) / 地道(지도)와 五行(오행)의 이치
[6] 金生麗水(금생여수)하고 玉出崑岡(옥출곤강)이라
금은 여수에서 나고, 옥은 곤륜산에서 나니라.
[7] 劍號巨闕(검호거궐)이오 珠稱夜光(주칭야광)이라
검은 거궐이 이름나고, 구슬은 야광주를 일컫느니라.
[8] 果珍李柰(과진이내)하고 菜重芥薑(채중개강)이라
과일은 오얏과 벚이 보배롭고, 채소는 겨자와 생강이 중하니라.
[9] 海鹹河淡(해함하담)하고 鱗潛羽翔(인잠우상)이라
바닷물은 짜며 강물은 싱겁고, 물고기는 자맥질하고 새는 나니라.
제6장~제9장까지 4개 문장 32자로 이루어졌다. 땅에서 오행작용에 의해 만물의 생장수장(生長收藏)이라는 자연현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제1절이 천도(天道)의 음양이치를 드러냈다면, 제2절에서는 서경 홍범구주에 나오는 오행(五行)의 이치를 통해 지도(地道)를 밝혔다. 홍범구주의 오행이치는 땅에서 “萬物資生(만물자생:만물이 비로소 생겨난다. - 『주역』 坤괘)’는 주역의 자연관에 근거하고 있다.
천자문의 제1절과 2절은 총9개 문장 72자를 바탕으로 하여 주역의 음양과 서경의 오행 이치를 나타낸 것이다.
제3절:聖人之道(성인지도) / 人道(인도)와 大德敦化(대덕돈화)
[10] 龍師火帝(용사화제)요 鳥官人皇(조관인황)이라
용의 스승과 불의 임금이오, 새의 관직과 사람의 임금이라.
[11] 始制文字(시제문자)하고 乃服衣裳(내복의상)이라
비로소 문자를 만들고, 이에 의상을 입음이라.
[12] 推位讓國(추위양국)은 有虞陶唐(유우도당)이라
자리를 미루어 나라를 사양한 이는 유우와 도당이라.
[13] 弔民伐罪(조민벌죄)는 周發殷湯(주발은탕)이라
백성을 위로하고, 죄인을 침은 주의 발과 은의 탕이라.
[14] 坐朝問道(좌조문도)하고 垂拱平章(수공평장)이라
조정에 앉아 도를 묻고, 의상을 드리우고 팔짱을 끼고도 평안하며 밝으니라.
[15] 愛育黎首(애육여수)하니 臣伏戎羌(신복융강)이라
백성을 사랑하여 기르니, 융과 강이 신하로 따른다.
[16] 遐邇壹體(하이일체)하고 率賓歸王(솔빈귀왕)이라
멀고 가까운 이들이 한 몸이 되고, 손님을 거느리고 왕에게 돌아가느니라.
[17] 鳴鳳在樹(명봉재수)하고 白駒食場(백구식장)이라
우는 봉황이 나무에 있고, 흰 망아지는 마당에서 먹느니라.
[18] 化被草木(화피초목)하고 賴及萬方(뇌급만방)이라
덕화가 초목에 입혀지고, 힘입음이 만방에 미치느니라.
제10장~제18장까지 9개 문장 72자로 이루어졌다. 제1절에서 보여준 하늘의 베풂과 제2장에서 밝힌 땅의 생성 작용을 잘 마름질하여 세상을 이롭게 한 성인(聖人)의 도를 나타내고 있다. 주역 서경 시경 사기등에 나오는 역사적인 내용을 토대로 음양오행의 자연 이치를 잘 다스려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베푼 성인들의 선정(善政)을 나타내었다. 성인(聖人)이 실현한 人道이다. 성인의 위민(爲民)정치로 인한 덕화(德化)는 초목동식(草木動植)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침을 설명하였다.
대학의 明明德(명명덕, 밝은 덕을 밝힘)과 『중용』의 ‘大德敦化(큰 덕은 세상을 두텁게 교화시킨다)’, 맹자의 왕도(王道)정치, 주역의 ‘信及豚魚(신급돈어:믿음이 돼지와 물고기까지 미친다)’를 말한다. 이렇듯 천자문은 도입부인 제1장~제18장의 문장까지 동양철학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주역』과 서경홍범의 핵심 사상인 음양오행과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사상을 담아냈다.
제4절:人倫之道(인륜지도) / 孝(효)・敬(경)・忠(충)・信(신)
[19] 蓋此身髮(개차신발)은 四大五常(사대오상)이니
대개 이 몸과 터럭은 네 가지 큼과 다섯 가지 떳떳함이니
[20] 恭惟鞠養(공유국양)이면 豈敢毁傷(기감훼상)이리오
공손히 기르고 기르심을 생각하면, 어찌 감히 다치게 하리오.
[21] 女慕貞烈(여모정렬)하고 男效才良(남효재량)이라
계집은 곧음과 매움을 사모하고, 사내는 재주와 어짊을 본받느니라.
[22] 知過必改(지과필개)하고 得能莫忘(득능막망)이라
허물을 알거든 반드시 고치고, 능함을 얻거든 잊지 말라.
[23] 罔談彼短(망담피단)하고 靡恃己長(미시기장)이라
저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자기의 장점을 믿지 말라.
[24] 信使可覆(신사가복)하고 器欲難量(기욕난량)이라
믿음으로 하여금 가히 살피게 하고, 그릇은 헤아리기 어렵게 할지니라.
[25] 墨悲絲染(묵비사염)하고 詩讚羔羊(시찬고양)이라
묵자는 실이 물듦을 슬퍼하였고, 시는 고양을 기렸느니라.
[26] 景行維賢(경행유현)이오 克念作聖(극념작성)이라
행실을 빛내면 현인을 잇고, 생각을 이기면 성인을 짓느니라.
[27] 德建名立(덕건명립)하고 形端表正(표정만방)이라
덕을 세우면 이름이 서고, 얼굴이 단정하면 겉이 바루어지니라.
[28] 空谷傳聲(공곡전성)하고 虛堂習聽(허당습청)이라
빈 골짜기에 소리가 전해지고, 빈 집에서 익히고 듣느니라.
[29] 禍因惡積(화인악적)하고 福緣善慶(복연선경)이라
화는 악이 쌓인 데서 나오고, 복은 선한 경사로 인연하니라.
[30] 尺璧非寶(척벽비보)요 寸陰是競(촌음시경)이라
한 자의 구슬이 보배가 아니고, 한 치의 시각이라도 다투어야 하니라.
[31] 資父事君(자부사군)하나 曰嚴與敬(왈엄여경)이라
아비를 바탕으로 임금을 섬기니, 가로대 엄함과 공경함이라.
[32] 孝當竭力(효당갈력)하고 忠則盡命(충즉진명)이라
효도는 마땅히 힘을 다하고, 충성은 곧 명을 다하니라.
[33] 臨深履薄(임심리박)하고 夙興溫凊(숙흥온청)이라
깊은 물에 임하듯 하며 얇은 얼음을 밟은 듯하고, 일찍 일어나 따뜻하고 서늘하게 하니라.
제19장~제33장까지 15개 문장 120자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지켜야할 인륜의 도를 밝히고 있다. 성인이 천도와 지도를 관찰하여 책력[달력]과 문자와 각종 제도를 만들어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면, 범인(凡人)들은 성인의 공적을 바탕으로 그 뜻을 이어받아 인륜을 실천하며 살라는 가르침이다. 특별히 효(孝)와 충(忠), 경(敬), 신(信)을 강조하고 있는데, 소학(小學) 과정에 해당한다.
제5절:君子之道(군자지도) / 四德(사덕)과 五止(오지)
[34] 似蘭斯馨(사란사형)하고 如松之盛(이라
난초와 같이 이에 향기롭고, 소나무의 성함과 같으니라.
[35] 川流不息(천류불식)하고 淵澄取映(연징취영)이라
냇물은 흘러 쉬지 않고, 못 물은 맑아서 비침을 취하니라.
[36] 容止若思(용지약사)하고 言辭安定(언사안정)이라
얼굴은 그쳐서 생각하는 듯하고, 언사는 안정되어야 하니라.
[37] 篤初誠美(독초성미)하고 愼終宜令(신종의령)이라
처음을 돈독히 하면 진실로 아름답고, 끝까지 삼가면 마땅히 착하리라.
[38] 榮業所基(영업소기)요 籍甚無竟(적심무경)이라
영화로운 업은 터가 되는 바요, 명성이 심히 끝이 없느니라.
[39] 學優登仕(학우등사)하여 攝職從政(섭직종정)이라
배우고도 넉넉하면 벼슬에 올라 직분을 잡고 정사에 종사하니라.
[40] 存以甘棠(존이감당)하니 去而益詠(거이익영)이라
감당나무로써 존하니, 떠나감에 더욱 읊느니라.
[41] 樂殊貴賤(악수귀천)하고 禮別尊卑(예별존비)라
음악은 귀천을 달리하고, 예절은 존비를 구별하느니라.
[42] 上和下睦(상화하목)하고 夫唱婦隨(부창부수)라
위에서 화합하면 아래에서 화목하고, 지아비가 노래하면 지어미는 따르느니라.
[43] 外受傅訓(외수부훈)하고 入奉母儀(입봉모의)라
밖에서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들어가서는 어머니의 거동을 받드니라.
[44] 諸姑伯叔(제고백숙)은 猶子比兒(유자비아)라
모든 고모와 백부 숙부는 조카를 자식과 나란히 함이라.
[45] 孔懷兄弟(공회형제)는 同氣連枝(동기연지)라
심히 형제를 그리워함은 기운이 같고 가지가 이어졌음이라.
[46] 交友投分(교우투분)하고 切磨箴規(절마잠규)라
벗을 사귐에 분수를 던지고 절차탁마하며 경계하고 법하니라.
[47] 仁慈隱惻(인자은측)을 造次弗離(조차불리)하고
인자하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잠시라도 떠나지 말고
[48] 節義廉退(절의염퇴)는 顚沛匪虧(전패비휴)라
절의와 청렴과 물러남은 엎어지고 자빠질지라도 이지러뜨려서는 아니 되니라.
[49] 性靜情逸(성정정일)하고 心動神疲(심동신피)라
성품이 고요하면 감정이 편안하고, 마음이 움직이면 정신도 피로해지니라.
[50] 守眞志滿(수진지만)하고 逐物意移(축물의이)라
참을 지키면 뜻이 가득해지고, 물건을 쫓으면 뜻이 옮겨지니라.
[51] 堅持雅操(견지아조)면 好爵自縻(호작자미)니라
바른 지조를 굳게 잡으면, 좋은 벼슬이 저절로 얽어지니라.
제34장~제51장까지 18개 문장 144자로 구성되었으며 인생의 전반부에 해당한다. 공직자인 관료로 나갈 선비나 군자가 지녀야 할 덕목을 언급하고 있다. 소학 과정을 통해 孝(효)・敬(경)・忠(충)・信(신)을 익힌 뒤에는 태학 과정에 들어가 窮理正心(궁리정심, 이치를 궁구하여 마음을 바르게 함) 修己治人(수기치인, 내 몸을 닦아 다른 사람을 다스림)의 덕목을 닦으라는 내용이다. 맹자가 말하는 四端(사단)과 공자가 말하는 四德(사덕)과 문왕의 五止(오지)를 늘 명심하여 충분히 공부한 뒤에 벼슬길에 나아가도록 당부하고 있다.
참고로 문왕의 五止는 仁(인)・敬(경)・孝(효)・慈(자)・信(신)으로 처한 위치에 따라 다음과 같이 하신 내용이다. “인군이 되어서는 仁에 그치시고, 신하가 되어서는 恭敬에 그치시고, 자식이 되어서는 孝에 그치시고, 아비가 되어서는 자애로움에 그치시고, 나라 사람들과 사귐에 미더움에 그치셨다.(爲人君엔 止於仁하시고 爲人臣엔 止於敬하시고 爲人子엔 止於孝하시고 爲人父엔 止於慈하시고 與國人交엔 止於信이러시다)”
공자가 말씀하신 四德이란 춘하추동에 해당하는 하늘의 덕인 元亨利貞(원형이정)에 따른 仁義禮智(인의예지)이고, 이에 나아가는 단서가 맹자가 말하는 四端論(사단론)이다. 맹자의 사단론에 대하여 “측은한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니라. 측은한 마음은 인(仁)의 실마리요,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의(義)의 실마리요,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실마리요, 시비하는 마음은 지(智)의 실마리이니라.(無惻隱之心이면 非人也며 無羞惡之心이면 非人也며 無辭讓之心이면 非人也며 無是非之心이면 非人也니라 惻隱之心은 仁之端也요 羞惡之心은 義之端也요 辭讓之心은 禮之端也요 是非之心은 智之端也니라)”하였다.
제6절:鳶飛戾天(연비여천) / 소리개가 날아 하늘에 오르다
[52] 都邑華夏(도읍화하)는 東西二京(동서이경)이라
화하의 도읍은 동서의 두 서울이라.
[53] 背邙面洛(배망면락)하고 浮渭據涇(부위거경)이라
망산을 뒤로 하며 낙수를 앞에 하고, 위수에 뜬 듯하고 경수에 거하니라.
[54] 宮殿盤鬱(궁전반울)하고 樓觀飛驚(누관비경)이라
궁전이 서린 듯 울창하고, 누관은 새가 나는 듯 놀라우니라.
[55] 圖寫禽獸(도사금수)하고 畫綵仙靈(화채선령)이라
새와 짐승을 그렸으며, 신선과 신령을 그려 채색했음이라.
[56] 丙舍傍啓(병사방계)하고 甲帳對楹(갑장대영)이라
병사는 옆으로 열려 있고, 갑장은 기둥을 대하고 있느니라.
[57] 肆筵設席(사연설석)하고 鼓瑟吹笙(고슬취생)이라
자리를 펴고 방석을 깔고, 거문고를 타고 생황을 부니라.
[58] 陞階納陛(승계납폐)하니 弁轉疑星(변전의성)이라
계단을 오르고 섬돌로 들어서니, 고깔의 움직임이 별인 듯 하니라.
[59] 右通廣內(우통광내)하고 左達承明(좌달승명)이라
오른쪽은 광내와 통하고, 왼쪽은 승명에 통하니라.
[60] 旣集墳典(기집분전)이오 亦聚群英(역취군영)이라
이미 삼분(三墳)과 오전(五典)을 모았고, 또한 뭇 영재를 모았느니라.
[61] 杜稿鍾隸(두고종예)요 漆書壁經(칠서벽경)이라
두조의 초서와 종요의 예서요, 옻칠한 글과 벽 속의 경서라.
[62] 府羅將相(부라장상)하고 路挾槐卿(노협괴경)이라
부에는 장수와 정승이 늘어서고, 길옆으로는 경의 회화나무가 서있느니라.
[63] 戶封八縣(호봉팔현)하고 家給千兵(가급천병)이라
호는 여덟 고을을 봉하고, 가에는 일천 명의 병사를 주었느니라.
[64] 高冠陪輦(고관배연)하고 驅轂振纓(구곡진영)이라
고관들이 임금의 수레를 모시고, 수레가 움직임에 갓끈이 흔들리니라.
[65] 世祿侈富(세록치부)하니 車駕肥輕(거가비경)이라
대대로 녹을 받아 사치하고 부유하니, 수레와 말이 살지고 경쾌하니라.
[66] 策功茂實(책공무실)하고 勒碑刻銘(늑비각명)이라
공을 기려 실적에 힘쓰게 하고, 비를 새기고 명문(銘文)을 새기니라.
제52장~제66장까지 15개 문장 120자로 이루어졌다. 선비가 시골에서 군자지도(君子之道)를 바탕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중앙정부의 관료로 발탁되어 처음 도읍지에 들어서는 과정부터 묘사된다. 시원스레 트인 도읍지의 모습과 화려한 궁궐의 전경을 눈이 휘둥그레지며 구경하고, 궁궐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보이는 궐내의 모습을 순서대로 세세히 묘사하였다. 궁궐내의 도서관과 治朝(치조) 공간을 둘러보면서 그 속에서 일하는 나라의 인재들과 고관대작들의 위엄스러우면서도 호사스러운 모습을 그렸다. 또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공신들은 녹(祿)을 세습하고 공적이 비문으로 남겨지고 있음을 들고 있어, 처음 入朝(입조)하는 지은이의 희망찬 앞날을 내다볼 수 있다.
제7절:名臣列傳(명신열전)
[67] 磻溪伊尹(반계이윤)은 佐時阿衡(좌시아형)이라
반계와 이윤은 좌시와 아형이라.
[68] 奄宅曲阜(엄택고부)하니 微旦孰營(미단숙영)이리오
문득 곡부에 집을 지으니, 단이 아니면 누가 경영했으리오.
[69] 桓公匡合(환공광합)하고 濟弱扶傾(제약부경)이라
환공은 바로잡고 규합하여 약한 나라를 구제하고 기우는 나라를 붙들어주었니라.
[70] 綺回漢惠(기회한혜)하고 說感武丁(열감무정)이라
기리계는 한나라 혜제를 돌려놓았고, 부열은 무정을 감동시켰느니라.
[71] 俊乂密勿(준예밀물)하고 多士寔寧(다사식녕)이라
뛰어나고 재주 있는 이들이 빽빽하고, 많은 선비가 이에 편안해졌느니라.
[72] 晉楚更霸(진초경패)하고 趙魏困橫(조위곤횡)이라
진과 초가 번갈아 패권을 잡고, 조와 위는 연횡에 곤해졌느니라.
[73] 假途滅虢(가도멸괵)하고 踐土會盟(천토회맹)이라
길을 빌려 괵을 멸망시키고, 천토에 모여 맹세하였느니라.
[74] 何遵約法(하준약법)하고 韓弊煩刑(한폐번형)이라
소하는 간략한 법을 따랐고, 한비자는 번거로운 형벌에 피폐해졌느니라.
[75] 起翦頗牧(기전파목)은 用軍最精(용군최정)이라
백기・왕전・염파・이목은 군사 쓰기를 가장 정미하게 했느니라.
[76] 宣威沙漠(선위사막)하고 馳譽丹靑(치예단청)이라
사막에까지 위엄을 떨치고, 단청하여 명예를 드날렸느니라.
제67장~제76장까지 10개 문장 80자로 이루어졌다. 지은이가 조정의 관리가 되어 본보기로 삼았던 명신들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헤아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고대국가체제가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된 夏(하)・殷(은)・周(주) 삼대를 비롯하여 춘추전국시대와 통일국가를 이룬 秦(진)나라와 漢나라 시대에 군왕을 훌륭하게 보좌한 명신들을 사례로 들어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인 종요(鍾繇) 자신은 격동기인 한나라 말기와 위・촉・오의 삼국시대를 살면서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데 공을 세웠다. 이때의 경륜을 바탕으로 과거 역사에서 모범이 된 명신들을 거론하며 자신을 그런 인물에 비유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제8절:四海之內(사해지내)
[77] 九州禹跡(구주우적)이오 百郡秦幷(백군진병)이라
구주는 우임금의 자취이고, 백군은 진나라가 병합함이라.
[78] 嶽宗恒岱(악종항대)요 禪主云亭(선주운정)이라
오악은 항산과 대산을 종주로 하고, 봉선은 운운산과 정정산에서 주재함이라.
[79] 雁門紫塞(안문자새)요 雞田赤城(계전적성)이라
안문과 자새요, 계전과 적성이라.
[80] 昆池碣石(곤지갈석)이오 鉅野洞庭(거야동정)이라
곤지와 갈석이요, 거야와 동정이라.
[81] 曠遠綿邈(광원면막)하며 巖岫杳冥(암수묘명)이라
아득히 멀고 끝없이 이어지며, 바위와 묏부리가 희미하고 아득하니라.
[82] 治本於農(치본어농)하고 務玆稼穡(무자가색)이라
정치는 농사를 근본으로 하고, 더욱 심고 거둠을 힘쓰게 하니라.
[83] 俶載南畝(숙재남묘)하고 我藝黍稷(아예서직)이라
비로소 남쪽 이랑에서 일을 하고, 나는 기장과 피를 심느니라.
[84] 稅熟貢新(세숙공신)하고 勸賞黜陟(권상출척)이라
익은 것에 부세하고 새것을 공물로 하며, 상으로 권장하고 출척하니라.
제77장~제84장까지 8개 문장 64자로, 인문지리라는 측면에서 농경문화의 터전인 중국의 영토를 살피고 있다. 나라의 관리로서 직분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영토 범위와 조세제도까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요임금 시기 때인 갑진년 대홍수를 우(禹)가 다스린 뒤에 洛書九宮數理(낙서구궁수리)의 이치에 따라 전국을 9주로 나누어 국토경영의 기초가 되는 정전제(井田制)를 본격적으로 실시했는데 이것이 지방분권형의 봉건제이다. 이 제도가 은나라와 주나라까지 이어지다가 춘추전국시대의 군웅할거 시기를 거친 뒤 秦나라에 의해 6백여 년 만에 전 국토를 다시 통일하면서 중앙집권적 봉건제도를 세웠다. 종요는 이러한 역사가 한나라까지 이어졌음을 설명하면서 국가 경영의 토대가 농업에 있음을 밝혔다.
제9절:進退之節(진퇴지절) / 관리로서의 자세
[85] 孟軻敦素(맹가돈소)하고 史魚秉直(사어병직)이라
맹가는 본바탕에 돈독하시고, 사어는 직간을 잘하였느니라.
[86] 庶幾中庸(서기중용)하고 勞謙謹勅(노겸근칙)이라
거의 중용에 이르고, 수고로우면서도 겸손하고 삼가고 경계하여야 하니라.
[87] 聆音察理(영음찰리)하고 鑑貌辨色(감모변색)이라
소리를 듣고 이치를 살피며, 모양을 보며 기색을 분별하니라.
[88] 貽厥嘉猷(이궐가유)하니 勉其祗植(면기지식)이라
그 아름다운 꾀를 주니, 그 공경히 심기를 힘쓰느니라.
[89] 省躬譏誡(성궁기계)하고 寵增抗極(총증항극)이라
몸을 돌아보며 살펴 경계하고, 총애가 더하면 극함을 막아야 하니라.
[90] 殆辱近恥(태욕근치)면 林皐幸卽(임고행즉)이라
자못 욕되고 부끄러움에 가까우면 숲 언덕으로 나아감이 좋으니라.
[91] 兩疏見機(양소견기)하니 誰逼解組(해조수핍)이리오
두 소씨가 기미를 보았으니, 누가 인끈 풂을 핍박하리오.
[92] 索居閒處(색거한처)하니 沈黙寂寥(침묵적료)니라
한가로운 곳을 찾아 거처하니, 고요하고 적막함에 잠기니라.
제85장~제92장까지는 8개 문장 64자로, 나라의 관리로서 지켜야할 덕목과 자세에 대해 거론하였다. 유학의 기본정신인 인의(仁義), 절개와 지조, 중용 등을 한시라도 잊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늘 겸손하고 삼가는 자세로 일을 하되 작은 일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말고 꼼꼼히 가려서 처리할 것도 당부하고 있다. 아울러 물러날 때 물러날 줄 아는 진퇴의 절도를 밝히고 있다.
제10절:安貧樂道(안빈낙도) / 은둔군자의 삶
[93] 求古尋論(구고심론)하고 散慮逍遙(산려소요)니라
옛것을 구하여 찾아 의논하며, 근심은 흩어버리고 소요하니라.
[94] 欣奏累遣(흔주누견)하고 慼謝歡招(척사환초)니라
기쁜 일은 아뢰며 누된 일은 보내고, 슬픈 일은 물리치고 기쁜 일은 부르니라.
[95] 渠荷的歷(거하적력)하고 園莽抽條(원망추조)니라
도랑의 연꽃은 곱고 뚜렷하며, 동산은 우거지고 나뭇가지는 뻗어 올라가니라.
[96] 枇杷晩翠(비파만취)하고 梧桐早凋(오동조조)라
비파나무는 늦도록 푸르고, 오동나무는 일찍 시드니라.
[97] 陳根委翳(진근위예)하고 落葉飄颻(낙엽표요)라
묵은 뿌리에 쌓여 덮이고, 떨어진 잎은 이리저리 나부끼니라.
[98] 遊鯤獨運(유곤독운)이라가 凌摩絳霄(능마강소)니라
곤어가 홀로 움직이며 노닐다가 붉은 하늘로 올라 만지니라.
[99] 耽讀翫市(탐독완시)하니 寓目囊箱(우목낭상)이라
글 읽기를 즐겨 저자에서 보니, 눈을 붙이면 주머니와 상자라.
[100] 易輶攸畏(이유유외)하니 屬耳垣牆(촉이원장)이라
말을 쉽고 가볍게 함을 두려워하는 바이니, 귀가 담장에 붙어 있음이라.
[101] 具膳飧飯(구선손반)하니 適口充腸(적구충장)이라
반찬을 갖추어 밥을 먹으니, 입에 맞아 창자를 채우느니라.
[102] 飽飫烹宰(포어팽재)하고 飢厭糟糠(기염조강)이라
배부르면 삶은 고기도 물리고, 굶주리면 지게미와 겨도 배 부르느니라.
제93장~제102장까지 10개 문장 80자로, 관직을 떠나 세상을 피해 사는 은둔군자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자연은 때를 맞춰 새순이 돋아나고, 녹음방초 우거진 계절이 지나면 조락의 계절이 온다. 인간사회는 권모술수와 권력투쟁이 난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때 유학의 기본정신은 나라로부터 지위와 녹을 받아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한다. 주역 天地否䷋괘에서는 덕을 드러내지 말고 검소하게 하며(儉德) 어려움을 피해가라(辟難)고 했다. 가난해도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安貧樂道(안빈낙도)의 삶을 의미한다.
이 내용은 종요가 69세에 모반사건에 연루, 면직되어 초야생활을 한 것과 관련된다. 종요가 『천자문』을 이때 썼고, 문학에 조예가 깊은 위(魏) 문제 조비가 등극 후 이 글을 읽고 찬탄하여 종요를 사면하였다는 설이 있다.
제11절:嚮用五福(향용오복) / 강녕된 노후의 삶
[103] 親戚故舊(친척고구)는 老少異糧(노소이량)이라
친척과 옛 친구는 늙고 젊음에 따라 음식을 달리 하니라.
[104] 妾御績紡(첩어적방)하고 侍巾帷房(시건유방)이라
계집종이 길쌈을 하고, 침실에 수건을 드리느니라.
[105] 紈扇圓潔(환선원결)하고 銀燭煒煌(은촉위황)이라
비단부채는 둥글고 깨끗하며, 은촛대의 불빛은 빛나고 환하니라.
[106] 晝眠夕寐(주면석매)하니 藍筍象牀(남순상상)이라
낮잠 자고 저녁에 자니, 푸른 대와 코끼리뼈로 꾸민 침상이라.
[107] 絃歌酒讌(현가주연)하며 接杯擧觴(접배거상)이라
연주하고 노래하며 주연을 펼쳐 잔을 들어 부딪치느니라.
[108] 矯手頓足(교수돈족)하니 悅豫且康(열예차강)이라
손을 들고 발을 구르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또한 강녕함이라.
[109] 嫡後嗣續(적후사속)하고 祭祀蒸嘗(제사증상)이라
적자로 뒤를 잇고, 제사에는 증제와 상제라.
[110] 稽顙再拜(계상재배)하니 悚懼恐惶(송구공황)이라
이마를 조아리며 두 번 절하니, 두려워하고 두려워함이라.
앞서 제10절에서 언급한 은둔군자의 삶과는 달리 제103장~제110장까지 8개 문장 64자에서는 나이가 들어 관직을 은퇴한 군자의 풍요로운 삶을 묘사하고 있다. 지은이 자신의 모습이다. 나라일로부터 자유로워졌기에 그간 조정 일에 바빠 제대로 만나지 못한 친척들과 벗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康寧(강녕)된 삶과, 천명의 부름을 기다리며 주변 일들을 정리해가는 考終命(고종명)의 모습을 그렸다. 오래 살았고[壽], 부유하게 살았으며[富],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면서[康寧], 덕도 닦았으니[攸好德] 이제는 하늘이 주신 명을 다할 때를 생각하며[考終命] 살면 될 뿐이다. 주서(周書) 홍범(洪範)편에 나오는 오복(五福:수․부․강녕․유호덕․고종명)을 두루 누린[嚮用五福] 삶의 모습이다.
제12절:回顧(회고) / 시대를 風靡(풍미)한 사람들
[111] 牋牒簡要(전첩간요)하고 顧答審詳(고답심상)이라
글은 간략하게 요약하고, 묻고 답함은 자세히 살펴야 하니라.
[112] 骸垢想浴(해구상욕)하고 執熱願涼(집열원량)이라
몸에 때가 끼면 목욕을 생각하고, 뜨거운 것을 잡으면 서늘함을 원하니라.
[113] 驢騾犢特(여라독특)이 駭躍超驤(해약초양)이라
나귀와 노새와 송아지와 숫소가 놀라 펄쩍거리며 뛰고 달리니라.
[114] 誅斬賊盜(주참적도)하고 捕獲叛亡(포획반망)이라
도적을 벌하며 베고, 배반하고 도망한 자를 잡느니라.
[115] 布射僚丸(포사요환)이오 嵇琴阮嘯(혜금완소)라
여포는 활, 웅의료는 공, 혜강은 금, 완적은 휘파람이라.
[116] 恬筆倫紙(염필윤지)요 鈞巧任釣(균교임조)라
몽염은 붓, 채륜은 종이, 마균은 기교, 임공자는 낚시니라.
[117] 釋紛利俗(석분이속)하니 並皆佳妙(병개가묘)라
어지러움을 풀거나 세속을 이롭게 하니, 아울러 모두 아름답고 묘하니라.
[118] 毛施淑姿(모시숙자)는 工嚬姸笑(공빈연소)라
모장과 서시의 맑은 자태는 공교로이 찡그림과 예쁜 웃음이더라.
제111장~제118장까지는 8개 문장 64자로, 지은이의 回顧(회고)이다. 천자문의 저자는 뛰어난 학문을 바탕으로 관료로서 임금의 사랑을 받으며 좋은 글씨와 문장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제 생을 마감하는 ‘考終命’의 때를 맞아 잠시 과거 살아온 인생역정을 회고하는 것이다. 단순히 개인적 삶의 회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를 風靡(풍미)한 奇人(기인)들의 재주를 다루었다. 각각 특출난 재주로 세상을 놀라게 하거나, 풍속을 이롭게 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편으로 미녀인 모장과 서시의 예를 들어 젊음과 아름다움도 한때의 일일 뿐이오, 내면의 덕을 가꾸는데 힘쓸 것을 은연중에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제13절:修人事待天命(수인사대천명)
[119] 年矢每催(연시매최)하니 羲暉朗曜(희휘낭요)라
세월은 살같이 늘 재촉하니, 희가 일월성신을 밝혀 빛나게 하니라.
[120] 璇璣懸斡(선기현알)하고 晦魄環照(회백환조)라
선기가 매달려 돌고, 그믐달이 초생달로 돌아와 비추니라.
[121] 指薪修祐(지신수우)하니 永綏吉卲(영유길소)라
섶을 가리키며 몸을 닦아 복을 받으니, 길이 편안하며 길하고 높아지리라.
[122] 矩步引領(구보인령)하고 俯仰廊廟(부앙낭묘)라
법도 있게 걸으며 옷깃을 여미고, 정전을 향해 구부리고 우러름이라.
[123] 束帶矜莊(속대긍장)하고 徘徊瞻眺(배회첨조)라
관복을 엄숙하게 입고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니라.
[124] 孤陋寡聞(고루과문)하니 愚蒙等誚(우몽등초)라
외롭고 좁아서 들음이 적으니, 어리석고 어둡다고 꾸중 듣느니라.
[125] 謂語助者(위어조자)하니 焉哉乎也(언재호야)라
나의 말은 도와서 이른 것이니, 이는 야에서 비롯함이라(어찌 처음이겠는가?).
제119장~제125장까지는 7개 문장 56자로 이루어졌다. 세월의 무상함을 보며 천수(天壽)를 다했음을 느낀 지은이가 마지막으로 관복을 차려 입고 평생을 몸 바쳐 일한 궁궐을 향해 절하고 낙양성안을 한 바퀴 돌아본 뒤 집으로 다시 돌아와 천자문을 탈고하는 모습이다. 一生 一章을 담은 대서사시인 천자문을 모두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謂語助者 焉哉乎也’라는 의미심장한 구절로 끝을 맺었다.
사람이 나서 한 세상 살다가 천명의 부름을 받고 가지만 내가 천명이 부여해준 소명대로 잘 살았다면 그 정신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마치 자연의 사계절이 봄을 시작으로 하여 겨울로 끝나지만 다시 끊임없이 순환반복하고, 종즉유시(終則有始) 하는 이치와 같다. 一章의 大敍事詩가 이로써 마치지만 종요는 공자의 도맥을 이어 글을 지었음을 암시했다. 공자가 주역 64괘 384효의 소상전(小象傳)을 찬술하시면서 두 곳만을 제외하고 모두 ‘也’로 마쳤고, 『천자문』에 등장하는 41인의 인물 가운데 공자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천자문』의 글이 모두 공자의 글에서 비롯되었기에 종요는 공자를 계승하여 글을 ‘也’로 마쳤으며, ‘體不用(체불용, 체는 쓰지 않는다.)’ 혹은 ‘皇極不語數(황극불어수, 임금 자리는 셈하지 않는다,)’의 이치를 따라 공자를 적시(摘示)하지 않았다. 공자는 절대 不動(부동)의 유학의 宗主(종주)이기에 다른 이들 사이에 끼어 넣어 세지 않겠다는 종요의 깊은 숭모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다.
첫댓글 중학교 때에 1 천 8 백 자를 공부하곤 했었는데, 천자문 속에 처음 보는 글자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았네요.
아니면 다 까먹어서 그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