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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주역과 음양오행의 기초
2. 六十甲子와 열두 띠 동물 이야기
2018년 올해는 戊戌年(무술년) 개띠이다. 개 중에서도 예전에 누런 똥개라고 하는 黃狗(황구)이다. 요즘 쓰는 달력, 흔히 말하는 양력(陽曆)인 서구 기독교 문명의 그레고리역(Gregorian calendar)으로 본다면 戊戌年은 양력 2월 16일부터 내년 己亥年(기해년)인 2019년 2월 4일까지이다. 그레고리역인 양력은 예수의 부활절을 정하기 위해 1582년 10월 4일에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율리우스력을 개정한 태양력(太陽曆)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달력은 달이 지나가는 주기인 월력(月曆)이다. 밤마다 변하는 달의 모양을 보고 오늘이 며칠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달력을 공고(公告)해주지 않아도 누구나 그 날의 날짜를 알 수 있다. 이런 방법은 날짜는 정확히 알 수는 있어도 씨 뿌리고 거두는 농사의 때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다시 태양력에 따라 일 년의 주기(週期)를 24절기로 나누고 여기에 달의 운행인 월력을 함께 계산하여 만든 것이 곧 음력(陰曆)이다. 곧 우리 조상들이 과거에 썼던 음력은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으로 정확한 날짜와 농사 때를 담아낸 합리적인 달력이다. 달의 운행을 바탕으로 하여 태양력인 일 년을 열두 달로 나누고 다시 윤달을 두어 補正(보정한)한 태음태양력인 음력의 책력을 가져다가 서양에서는 태양력인 일 년을 달의 운행과는 관계없이 대략 12달로 쪼개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서양 달력 오늘날 흔히 말하는 양력으로 따지면 1달에 보름달이 두 번 오는 경우가 있다. 올해 1월 달에 이런 경우가 생겼다. 양력 1월 1일이 음력 11월 15일의 보름달이고, 양력 1월 31일이 음력 12월 15일의 보름달이 되었다. 서양인들은 이를 매우 불쾌하고 기분 나쁘게 여기며 한 달 내에 두 번째 오는 보름달을 ‘blue moon'이라고 하였다. 서양의 달력을 과학적이라고 여기는 우리나라의 언론이 그 이면의 의미는 제대로 모른채 이를 대대적으로 다루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었다.
농경문화인 황하문명권은 太陽曆(태양력)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의 순환을 1년 366일로 계산하고 여기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뜨고 지는 해를 하루 개념으로 두고 이에 맞춰 매일 달라지는 달의 모양을 기준으로 날짜를 정했다. 그런데 해와 지구와 달이 공전과 자전을 하면서 운행하기 때문에 해와 지구와 달이 일직선이 되는 때는 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이때를 그믐(晦, 회)과 초하루(朔, 삭)라 하였다. 이를 계산하면 한 달의 주기가 대략 29일과 30일이 된다. 태양의 운행주기인 1년 동안에 달은 12번을 盈虛消息(영허소식)한다. 다시 말하면 해가 天道(천도)를 운행하면서 본래 자리로 돌아오는 1년 약 366일 동안에 달은 12달 약 354일로 운행한다는 점을 관찰했다. 이에 따라 3년에 한 번(三閏法), 5년에 두 번(五歲再閏法), 8년에 세 번(八歲三閏法), 19년에 일곱 번의 윤달(十九歲七閏法)을 두어 책력의 정확도를 기했고, 태양력에 맞춰 24절기를 두어 농사때의 정확성을 기했다.
유목문화의 ‘blue moon'과 농경문화의 ’옥토끼 달‘
이런 원칙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만 목초지를 중심으로 돌아다니며 가축을 기르고 이를 팔아 곡식과 생활필수품을 교환하며 살던 유목문화에서는 윤달을 두며 정확한 날짜를 나타내주는 책력은 굳이 필요가 없었다. 간단하게 셈할 수 있는 일 년 12달이면 족했다. 태양력의 경우 대략 365일과 1/4 조금 넘게 운행하기 때문에 한달을 30일과 31일로 정하고 4년마다 한 번 윤달을 두었다. 율리우스 시저(Gaius Julius Caesar)와 아우구스투스(Augustus) 황제 떼 미묘한 차이를 보정하여 2월을 29일과 28일로 만들고, 책력을 바로잡았다하여 7월을 July, 8월을 August라 하여 두 달을 각각 31일의 큰 달을 만들고, 자신을 이름을 붙이며 이를 자랑했다.
태양력에 무조건 태음력인 12달로만 맞춰 놓다보니 한 달에 두 번의 보름달이 드는 경우가 종종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오랜 유목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달뜨는 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일들을 눈 뜨고 당해야 했다. 전 재산인 가축과 함께 이동생활을 하던 유목민족들은 밤이라고 하여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언제 습격할지 모르는 육식동물의 피해를 막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달빛이 없거나 약한 경우에는 육식동물들에게 잡혀 먹히는 가축의 비명 소리를 듣고 이튿날 밝은 날이 되면 그 희생당한 가축의 피를 보아야 했다. 하지만 달빛이 휘영청한 보름달밤에는 육식동물에게 목 줄기를 물어뜯긴 채 질질 끌려가는 가축의 모습을 그대로 보아야 하니 매우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느님을 향해 울부짖기도 했겠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서양귀신인 드라큐라, 그것도 보름달이 뜬 밤에 산 사람의 목줄기를 물어뜯어 그 피를 마셔야 살 수 있는 공포의 드라큐라 전설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기에 한 달에 두 번이나 거듭하는 보름달은 저주스러운 존재이고 우울한 기억만을 불러일으키기에 ‘blue moon'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아침이면 일어나 일 나가고 저녁이면 들어와서 쉬는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된 농경문화의 사람들에게 보름달은 ‘옥토끼가 방아 찧는 달’이며, 가수 김부자가 불렀던 달타령에서도 나오듯이 달은 그저 ‘이택백이 놀던 달’이고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이고, ‘이월에 뜨는 저 달은 동동주를 먹는 달’ 등등으로 지극히 낭만적인 달일 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1년 366일과 일정 간격으로 윤달을 두는 일은 이미 사천년 훨씬 전인 요(堯)임금 때 확정되어 시행되어 왔고, 다만 왕조(王朝)에 따라 일 년의 첫 달을 언제로 삼느냐만 달랐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음력은 지금부터 4000년 전인 하(夏)나라 때부터 쓰던 책력이다. 중간에 殷나라와 周나라 때 한 해의 첫 달을 음력 11월로 하고, 음력 12월로 하기도 했지만 춘추시대 때 공자가 말씀하신 “行夏之時(하나라의 때를 행하겠다. - 『논어』 衛靈公篇)”라는 말씀에 힘입어 후대에는 하나라의 역법을 기준으로 쓰고 있다.
다시 말해 음력은 백성들을 위한 民本사상에 기초한 것이고, 양력은 유목문화가 낳은 神權사상의 표출이다. 조선말인 1896년 이른바 ‘乙未改革’이라고 부르는 김홍집(金弘集) 내각에 의해 서기 1895년 음력11월 17을 양력인 1896년 1월 1일 양력으로 정하면서 우리나라 백성들은 음력과 양력의 이중생활의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일제를 거치고 대한민국정부가 수립하면서 공식적으로 양력을 전면 시행하자 날짜를 알 수 없었던 백성들의 생활은 매우 불편해졌다. 이를 틈타 국회의원 출마자들은 자신의 얼굴과 떠오르는 해를 위에 놓고 그 아래로 1년 12달을 한꺼번에 인쇄한 1장짜리 1년 달력을 국민들에게 나눠줬고, 달력을 보아야만 날짜를 알 수 있기에 집집마다 그 국회의원이 밉건 곱건 벽에 한 장씩 붙여놓고 매일 얼굴을 마주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이미 백 년 이상을 달력을 말하면서 양력을 쓰고 있으니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항상 이중의 잣대가 작동되고 있다. 더욱이 양력을 도입하면서 이 땅의 지도자들은 수천 년 동안 써오던 우리의 음력문화(陰曆文化)를 ‘미개(未開)하다’ ‘열등(劣等)하다’는 등의 이유를 붙여가며 버리게 하고 있다. 우리의 음력문화는 지금은 편린(片鱗)들만 남았는데 이조차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치부(置簿)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설 명절과 추석 명절이다. 명절 증후군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정월 대보름은 시장이나 마트의 진열상품을 조금 바꿔 놓는 정도이니 나머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심지어 음력은 미개하다는 식으로 가르쳤으니, 조상을 따라 오랜 전통을 이어오던 동이족 백성들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 이치를 제대로 알려주고 쓰게 하면 부담이 좀 덜어졌을 텐데 현실은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어느 한 쪽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늘 오락가락하고, 따져 물어도 제대로 대답해주는 이도 없었다. 일제와 미군정과 육이오를 겪으며 먹고사는 일에 치여 살다보니 더 이상 깊은 생각도 못하고 늘 우월한 쪽을 쫓아다니며 그대로 베껴 쓰기에도 바빴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위대한 글자를 창제(創製)해 쓴 우리 민족이 내 것을 버리고, 남의 뒤나 쫓아다니면서 베껴 쓰기에 바쁘게 되었으니 세종임금이 아시면 통탄할 일이다.
이런 와중에 가장 신기롭게 남아있는 것이 60갑자(六十甲子)의 연호법에 따른 ‘띠 동물’이다. 어린 아이들도 ‘나는 무슨 띠’라고 할 정도이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해를 동물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기 때문일까? 재미로만 알다보니 문득 “왜 코끼리 띠나, 여우 띠, 독수리 띠 등은 없나요?”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맞닥뜨리면 순간 당황하다가 “으~응 가축들을 위주로 만들었단다.”라는 답변으로 우물우물한다. 올해 무술년은 개띠로 가축이지만 원숭이나 용은 가축이 아니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띠 동갑이라고 하여 개띠 해는 庚戌年 뿐만 아니라 壬戌年, 甲戌年, 丙戌年의 개띠도 있다. 12년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 이 개들은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열두 띠는 일 년 열두 달을 표현한 12支(지) 곧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에다가 열두 동물을 적용시켰다. 순서대로 나타낸다면 ‘쥐-소-범-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이다. 12支의 글자가 직접적으로 열두 동물을 나타낸 글자는 아니다. 이 동물들을 나타내는 글자는 엄연히 별도로 있다. ‘쥐 鼠(서)’ ‘소 牛(우)’ ‘범 虎(호)’ ‘토끼 兎(토)’ ‘용 龍(용)’ ‘뱀 巳(사)’ ‘말 馬(마)’ ‘양 羊(양)’ ‘원숭이(잔나비, 납) 猿(원)’ ‘닭 雞(계)’ ‘개 犬(견)’ ‘돼지 豕(시)’이다.
이에 앞서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왜 12支가 나왔을까?’이다. 앞서 잠깐 살펴보았듯이 太陽(태양)인 해의 운행주기 1년에 太陰(태음)인 달의 盈虛消息(영허소식 : 차고 비고, 줄어들고 불어남)인 29일, 30일 주기를 적용해보면 1년 12달이란 개념이 나온다. 1년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위에 낮과 밤의 음양의 기운이 같은 날인 春分(춘분)과 秋分(추분), 음양의 기운이 極盛(극성)한 날인 夏至(하지)와 冬至(동지)인 二分二至를 만들어 낸다. 이것을 글자로 만들면 十(열 십)이 된다(위의 그림인 음양태극도 참조). 春秋를 가로지르는 一(한 일)과 夏冬을 세로로 하는 丨(뚫을 곤)이 합한 글자이다. 하루 때로 나타내면 해가 뜨고 지는 東西의 一과 南中하였다가 완전히 들어간 남북의 丨이 합한 뜻이다.
곧 태양이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春夏秋冬 속에 모든 만물의 이치가 열리고 닫히며 다시 열리는 과정이 바로 ‘열 십(十)’이라는 글자로 표상된다. 그리고 1년을 十干(십간) 혹은 天干(천간)이라고 하여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인 열 개로 나눠 표현했다. 하늘의 음양의 기운을 받아 싹 뜨고 열매 맺고 추수하여 갈무리 하고 다시 싹터 나오는 과정을 글자로 만든 것이 天干이다. 공자가 “우리의 도는 하나로써 꿴다(吾道, 一以貫之)”라는 뜻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天干인 十干에 짝하는 것이 地支인 十二支이고, 천지의 조화를 아울러 나타낸 것이 干支이다. 다시 말해 하늘과 땅의 음양조화가 작동되는 원리를 표현한 것이 60甲子이다. 예전에는 매시, 매일, 매달, 매년인 年月日時를 60갑자로 썼다. 흔히 四柱八字라고 표현되는 내용이다. 앞의 天干은 음양의 기운이 므로
하늘의 음양의 기운은 땅을 만나야 구체적인 형체로 나타난다. 처음에 달력을 만들어 쓸 때는 백성들에게 뭐라고 가르치는 게 편했을까? 널리 통용되고 난 지금이야 쉽지만 맨 처음에 하나, 둘, 셋 등등의 개념으로 달력을 세라고 하면 과연 쉬웠을까? 어려웠을 것이다. 하루 날짜를 이미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등등으로 세고 있는데 또 매달을 첫 달, 둘째 달, 셋째 달하면서 가르치면 헷갈리기가 쉽다. 더욱이 일 년, 이 년, 삼 년 하면서 세는 것 또한 더욱 헷갈릴 것이다. 그래서 당시의 위정자들이 백성들이 쉽게 기억해낼 수 있도록 착안한 것이 동물일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벌어지는 일상사를 구체적인 물건에 근거해 기억하게 하는 것만큼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12地支를 동물과 연계하면서 고려한 것은 당연히 늘 보는 가축일 것이며 농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생활과 연관된 상징적 동물들일 것이다. 그 동물들을 陰陽五行(음양오행)의 이치에 근거하여 적용시켰다. 이것을 『주역』에서 공자가 하신 말씀으로 표현하면 “引而伸之(인이신지 : 이끌어 펴고), 觸類而長之(촉류이장지 : 무리에 닿아서 자라게 함)”이다. 『說文解子(설문해자)』와 『康熙字典(강희자전)』에 담아낸 낱글자의 뜻을 易(역)의 원리에 의해 그린 ‘12때와 24절기 방위도’ 및 ‘음양태극도’의 이치와 비교하면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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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다른 글에서 밝혔기에 사이트 주소를 게재하니 연결해서 보시기 바람니다.
http://cafe.daum.net/well48/VZVd/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