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첫날이었죠”
첫 느낌 그대로 흐른 정빈의 1주일
취재 : 지역혁신청년활동가 따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3C6D3A5952131E27)
[점심시간, 면목동 친구네 테이블에서 너구리 라면을 먹고 있는 이정빈 지역혁신청년활동가(24.남). 따오 기자]
마을지원센터에서 일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치고 그는 차분하게 인터뷰 장소로 들어왔다.
파랑, 초록, 하양이 섞인 체크 반팔 셔츠를 입고 둥글한 뿔테 안경을 낀 그는 일본에서 유명했던 마시마로 토끼인형처럼 가늘게 눈을 뜨며 웃고 있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중랑마을지원센터에 출근을 시작한 이정빈씨다.
출근 후 처음 하는 인터뷰라 긴장했을 법도 한데 이 냥반 참 해맑다.
지난주 센터에 참으로 일이 많았다고 하는데 과연 그의 지난주는 어땠을까?
“제가 라이브로 (인터뷰를)하면 (말을)버벅거려서 인터뷰 하실 때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한번 해보겠습니다”
인터뷰를 받는 사람이 인터뷰를 진행자를 챙긴다. 신기한 노릇이다.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자 정빈이 긴장한 것처럼 보여 현재 느낌을 물었다.
“굉장히 피곤하고 떨린 감이 있다”
“아무래도 인터뷰를 당하는 거는 항상 언제나 그랬지만 긴장이 되는 일이네요”
사람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야 긴장감이 풀리나보다, 조금 긴장이 가라앉은 듯 정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긴장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고요 하며 자연스레 지난주에 중랑마을지원센터에서 일과를 물어보았다.
“지난주부터 중랑마을지원센터에 근무하면서 많은 일을 한 것 같더라고요 생각보다는.
어 먼저는 첫 출근햇던 날에 서일대학교와 지역사회 안에 있는 감성마을이 서로 연계해서 하는 대학과 지역사회 연계 프로젝트에 저희가 가서 참여도 하고 취재하는 일을 했었어요. 단순히 교육을 듣는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공사판 같고 노동을 하고 있더라구요 모두가.”
“수요일에는 큰 행사가 있었더라구요. 송곡고 안에서 중랑구내 혁신학교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는데 마을지원센터에서 전반적으로 행사부스 준비를 했죠.
그곳에서 먼저 가서 행사부스를 준비하고 사진 찍는 일도 하고 홍보하는 일도 하고 정리하는일도 하고. 되게 많은 사람을 만났던 것 같아요”
“목요일에는 다행이도 쉴 수 있었어요. 다같이 쉬는 분위기에서 쉬엄쉬엄 일을 했고
금요일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막상 떠오르지 않네요.
아, 우리 금요일에는 세계시민학교 교육을 들었어요. 밥 먹고”
지난주에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했다는 정빈은 그 주의 일정들을 순차적으로 기억했다.
정빈은 아무래도 기억력이 짱인 듯. 정빈 되게 많은 일을 했는데 그중에 기억나는 것 딱 하나만 이야기를 해주세요.
“아무래도 첫날의 기억이지 않을까 싶네요.
6월 넷째주 월요일. 해가 쨍쨍 내리 쬐던 날. 서일 대학교 학생들이 생활가구 디자인이라는 본인들의 전공을 살려서 직접 가구를 디자인하고 가구를 만들었다. 그 가구는 감성마을 공간 한자리에 배치됐다.
정빈은 대학생들이 가구를 옮기는 과정을 옆에서 보고 함께 참여하면서 생생했고 활력도 느껴졌단다.
나도 대학생 때 이런 일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운 느낌과 가슴이 두근대는 일의 중복 경험까지. 아무래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1층에서 4층까지 대학생들과 함께 끙끙끙 가구를 옮겼으니 가슴은 더 두근거렸을 것 같다.
그래도 첫 근무다. 힘든 부분도 있었을 텐데 라고 필자 질문하며 열린 문을 바라봤다. 문을 닫아야하는데 인터뷰 장소인 면목동 친구네 방 한쪽에 문이 없어졌다. 당황할 법도 한데 정빈은 밖에 센터 식구들이 있어도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근무하면서 힘든 것은 없었다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적응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먼저 신체에 적응이 필요했어요.
정빈은 센터에 근무하기 전주에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2달 동안 밤 10시부터 낮 8시에 일을 하던 사람이 전주부터 갑자기 나인투식스로 살았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일들. 새로움은 잠깐 설렘을 주기도 하지만 긴장감과 부담도 함께 오기 마련.
“너무 많은 지식들을 한 번에 듣다 보니까 제안에서 정리가 되지 않더라고요.”
사회적 경제 지원센터, 도시재생, 협치, 마을미디어, 주민통합공모사업, 거리현수막, 녹색장터, 문화분과, 정치분과, 교육혁신콘서트, 대학과 지역사회연계 사업... 새로 들어온 정보들을 소화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 생각해보는 것. 입사 초에 누구나 한 번씩은 거친다는 입사블랙홀에 정빈도 빠져들었다.
“10분전까지 주간일정을 나누었는데 까먹는 것도 많아요.
앞으로 제 안에서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머릿속에서도 많은 정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힘든 와중에도 정빈은 차분하게 좋았던 이야기도 전했다.
“저희센터 안에는 면목동 친구네(중랑희망연대)라는 공간이 있어요. 그 공간에 청소년 아이들이 무료 쉼터 같은 느낌으로 막 편안하게 내 집같이 있는 모습을 근무 중에 보게 되었어요. 너무 행복해 보이더 라고요 편안해 보이면서”
정빈도 쉬고 싶은거 아니에요? 묻자 웃으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하하하하 그럴 수도 있지만 제가 청소년에 대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보면서 대리 만족을 하게 된 거죠. 제가 봤던 일주일 중 저를 행복하게 했던 모습 중에 하나이지 않았나 싶네요.
정빈은 지금 당장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면목동 친구네를 보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기대도 된다고 하니 정빈은 조만간 면목동 친구네와 뭔가를 해야 할 것 같다.
“이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빈에게 앞으로 근무를 통해 무엇을 기대하나 물었다. 정빈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들을 하게 되겠지만 그 일들을 통해서 개인적인 행복감을 많이 느끼고 싶다고 했다. 중랑마을지원센터의 경험과 배운 기술을 공식적 계약기간이 육개월에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좋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심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는 정빈. 필자는 소심은 찾지 못했고 자신 있는 포부만 보았다. 정빈이 행복감을 많이 느끼고 싶다기에 ‘뭐할 때 행복해요?’ 라고 물었다. 제가 행복한 건요. 그게 참 어렵 네여. 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던 정빈이 입을 열었다.
“저는 무언가를 하면 행복한 것 같아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다만 그 일이 몰리지 않고 스트레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고생과 행복감이 동반한 한주를 보낸 정빈에게 토닥토닥.
정빈은 중랑마을지원센터 일과 전공한 사회복지일이 서로 연관되어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무지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실력자 분들이라 괴리감이 있지만 오히려 그분들을 통해서 일을 배우는 것이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다.
그러면서 “부족하지만 잘 가르쳐 주셨으면 하는 말을 당부의 말씀으로 드리고 싶습니다고 마무리 멘트를 했다. 준비한 질문은 끝났지만 또 새로운 질문이 생각났다. 마지막 질문! 정빈은 어떤 동료를 바랄까? 또 어떤 동료가 되고 싶을까?
“일적으로만 만나기보다는 같이 많은 것들을 하고 싶다”
“퇴근 후 주말에도 뭔가 같이 하고 싶은”
친구 같은 동료인가요? 라고 묻자 “네” 하며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사람들 간에 관계를 중요시 하는 정빈. 단순한 직장 동료를 원하는 게 아니다. 함께 하면 힘이 되는 발전적인 관계. 이상적인 동료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같은 동료로서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빡! 든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정빈은 황급히 물을 마셨다.
물 한잔 마시기 어려웠던 인터뷰 속에서도 차분하게 인터뷰를 이어갔던 정빈에게 박수를 보내며.
인터뷰 중간에 쳤던 천둥이 끝나고 비가 내렸다.
비가 그치고 나면 맑은 다음 날이 오듯. 천둥 같던 저번 주 일주일이 지나갔으니 이번 주엔 맑은 날들이 오겠지. 맑은 날에 중랑마을지원센터 식구들과 다 같이 빙수나 먹어볼까나?
첫댓글 진짜 멋진 사람들...!
정빈씨 미소는 정말 주변을 행복하게 해요 힘들지않은 즐거운 마을이 되길^-^
역시 정빈쌤한테 지역혁신청년활동가 라는 타이틀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담백한 진솔한 기사 보니
정빈쌤의 무기력 라이프 라는 곡
듣고 싶어지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