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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3050산울림 원문보기 글쓴이: 나랑
선운산에 버금가는 한국 최난도의 암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매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바위라도 루트가 없고 청소상태가 좋지않다면 등반을 할 수 없다. 또한 아무리 고난도의 루트라도 등반이 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사람이 찾지 않는 루트는 쉽게 사장되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접근이 편한 암장에서 등반을 즐기려는 지금의 세대를 고려한다면 암장은 도로에서 가깝고 아주 높아서도 되지 않는다. 또한 민박이나 야영이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차세대의 이런 취향을 맞춰줄 암장이 최근 변산에 탄생했다. 클라이머는 등반을 즐기는 때가 가장 행복한 법이다. 또한 그들의 날개짓이 이루어질 때 암장도 제 몫을 다하는 것이다. 등반가는 이 자연의 공간에서 제 살을 발라가며 춤을 추며 제 꿈을 펼치는 것이다. 이 자유의 공간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개척의 주인공은 국내 최고 여성클라이머의 한사람인 고미영씨와 남편 김병구씨. 그리고 용암산악회, 전주 개척산악회 회원들이다. 이들은 작년 9월부터 개척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장군바위를 처음 만난 사람은 김병구씨와 고미영씨였다. 선운산을 즐겨 찾던 김병구씨와 고미영씨는 선운산 인근의 새 암장을 찾아 나섰다가 작년 6월 우슬재고개에서 장군바위의 머리부분을 발견한 것이다. 옳다구나 싶어 고미영씨와 함께 용와리로 차를 몰았다. 바위는 고개에서 볼 때와는 달리 상당한 높이를 지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풀숲으로 드러난 부분은 전체의 1/3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단의 슬랩부분을 제외하곤 모두 오버행과 루프로 이어져 고난도의 등반지론 더없이 좋은 여건이었다. 이에 김병구씨는 매 주말마다 암장 개척작업에 매달렸으며 부천 소사암장의 조규복씨, 전주개척산악회, 용암산악회 회원들도 가세하게 된 것이다. 올 봄부터 시작된 개척작업은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산불경방기간에 국립공원 내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관리공단에 신고가 된 것이다. 이에 그 동안의 개척작업은 도루아미타불이 될 뻔했다. 결국 공단을 찾아가 북한산이나 설악산의 경우공원내에서 등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설악산의 경우, 전국의 산악인들이 찾고 있음을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8월 휴가가 끝난 후에 재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9월 30일과 10월 1일에 보고회를 갖게 된 것이다. 10월 1일 진행된 보고회에는 김명학, 이재용, 손상원, 김성심, 조규복씨 등 내놓라하는 하는 클라이머 백여명이 참여했다. 이른 아침부터 진행된 보고회는 중앙의 루프를 중심으로 좌벽과 우벽에서 진행됐다.
현재 27개 루트가 개척된 장군바위는 좌벽에 4개 루트가 있으며 중앙벽에 16개 루트, 우벽에 7개 루트가 개척된 상태다. 난이도는 5.12급에서 5.14급까지로 5.13급이 7개, 14급이 5개 나 있다. 특히 14급 루트들은 국내 등반가들의 초등을 위해 내년 가을까지 외국인에게는 개방하지 않을 계획이다. 루트는 좌벽의 첫 번째 코스인 ‘난 몰라(5.12a)’로부터 시작한다. 고미영씨가 개척한 이 루트는 중간에 턱이져 있으며 칸테 등반을 하듯 바위등을 타고 올라야 한다. 9미터로 퀵드로 5개면 등반이 가능하다. ‘난 몰라’ 우측이 ‘엄마’로 9미터지만 등반은 그리 쉽지 않다. 개척자나 등반자들 모두 등반중 ‘엄마’를 찾기 시작한다. 세 번째 루트인 ‘공포의 10미터’는 동작이 어렵고 칸테형태의 등반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밸런스가 맞지 않은 상태에서 상단의 홀드를 힘껏 뛰어 잡아야 하는 탓에 실패는 바로 추락을 의미한다. 11b급에 지나지 않지만 등반은 쉽지 않다. 네 번째 루트가 ‘뫼벗’이다. 16미터 길이로 등급은 5.10a급이다. 크랙을 따라 오르는 ‘뫼벗’은 수원클라이밍센터의 조경아씨가 개척했다. ‘뫼벗’ 우측의 5.12d급 루트인 ‘공룡알’은 27미터 길이다. ‘공룡알’은 좌벽에서 중앙 벽으로 넘어서게 되는 첫 루트로 등반을 마친 후 행거에 자일을 걸고 하강하면 된다. ‘공룡알’ 중간에서 루트가 갈라지는 ‘요세미티(5.13c)’는 28미터로 역시 조경아씨가 개척했다. 루트 끝에 하강용 행거를 설치했으며 14개의 퀵드로면 등반이 가능하다. 초입은 그리 어렵지 않은 슬랩이며 상단으로 갈수록 오버행이 된다. 보석이란 뜻의 ‘쥬우얼’은 5.14급 루트로 아직까지 등반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장군바위에서 보석처럼 가장 돋보이는 루트란 뜻에서 정했다. ‘쥬우얼’ 우측의 ‘베드로’ 역시 아직까지 완등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등급은 14급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퀵드로 간격이 다소 멀고 상단은 오버행을 이루고 있다.
김병구씨가 개척한 ‘시발(5.13c/d)’은 초입은 페이스 등반이며 중단은 수직벽, 상단은 오버행을 이룬 크랙을 따라 올라야 한다. 벙어리크랙이라 홀드가 흐르며 힘이 빠진 상태에서 마지막 턱을 치고 오르기가 쉽지 않다. ‘시발’이란 루트 명은 김병구씨가 처음 산에 입문했던 기억을 떠올려 ‘출발’이란 뜻의 산악회 이름을 루트 명으로 삼았다. 이 루트 명처럼 장군바위는 한국의 최고난도 등반개척의 봇물을 트는 계기가 될지 모르겠다. ‘시발’의 우측으론 ‘돌격대(5.14)’와 ‘해결사(5.14)’ 등 두 개의 14급 루트가 나있다. 모두 25미터 길이로 노량진클라이밍센터의 마경오씨가 개척했다. 아직까지 완등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으며 퀵드로만 있으면 등반이 가능하다. 초입은 비박굴에서 시작하며 전체적으로 오버행 페이스 등반이다. 장군바위 루트 중 가장 길다는 ‘자유2000’은 14급 이상으로 등반길이는 32미터다. 김병구씨가 개척했으며 55미터 이상의 자일이 필요하다. 장군바위 가장 중앙에 위치한 ‘재연’은 김병태씨가 개척했으나 아직 청소작업을 마치지 못했다. ‘재연’ 바로 우측에 개척된 ‘두이노(5.13c)’는 개척산악회의 박경식씨가 개척했으며 당초 5.13a급으로 책정했으나 등반 결과 두 등급 상승했다. 초입은 슬랩과 페이스 등반으로 이어지다 크랙을 따라 이동, 오버행의 천장을 치고 넘어야 한다. 상단의 크랙을 치고 넘는데 상당한 완력이 필요하다. ‘두이노’ 우측에 개척된 ‘블랙홀(5.14?)’ 역시 오버행의 루프를 통과해야 한다. 블랙홀이란 이름은 상단의 루프 부분이 검은 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등반을 마치지 못했으며 마경오씨가 개척했다. 고미영씨가 개척한 ‘GO5014’는 14급 이상의 난도를 지닌 루트로 장군바위 가장 중앙에 자리잡은 가장 눈에 띄는 코스다. 볼트간격이 멀고 칸테를 타고 오르게 된다. 홀드가 매우 작고 미세해 밸런스와 완력이 모두 필요하다. 조규복씨가 개척한 ‘폭탄 맞은 크랙(5.13c)’은 25미터 길이의 페이스 등반 루트다. ‘폭탄 맞은 크랙’은 루트 명처럼 크랙이 깊고 크지 않다. 오히려 손가락 끝이 겨우 걸리는 정도로 한 동작에 올라 쳐야 한다. ‘코브라트위스트(5.13a)’는 율목산악회 이강진씨가 개척한 것으로 등반길이 20미터다. 상단의 크랙을 넘어서는 동작이 몸을 꼰 상태에서 손을 뻗어 홀드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브라트위스트’ 우측의 ‘이쁜이’는 5.12c급 루트로 등반길이는 17미터로, 율목산악회의 안경채씨가 개척했다. ‘이쁜이’루트 우측의 ‘율목(5.12b)’은 양경진씨가 산악회 이름을 따 루트 명으로 삼았다. 이 ‘율목’이후로는 등반길이가 줄어들고 5.11에서 5.12급 루트가 주류를 이루며 높이도 12-15미터로 급하게 줄어들게 된다. ‘우드하켄’은 5.12a/b급 루트로 율목산악회 남인우씨가 개척했다. 우벽 최고의 난이도로 높이는 14미터다. 초입부터 오버행을 이루고 있는 ‘무대포(5.11b)는 고미영씨가 개척했으며 높이는 15미터다. 현재 27개 루트가 개척된 장군바위는 접근이 편하다는 장점과 함께 중급자에서 시작해 최고난도까지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많은 클라이머들을 끌어 모을 듯하다. 대개의 개척자들이 그렇듯이 시간과 장비를 투자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루트가 개척될 수 없다. 장군바위를 개척하는 동안 320개가 넘는 볼트와 30개 이상의 행거가 투입됐다. 게다가 개척을 위해 설치해놓은 자일 마저 누군가 회수해 버려 매번 새로운 자일을 구입, 고정용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변산국립공원내의 부안군 화서면 석상리에 위치한 장군바위 암장은 국내 최고난도의 루트와 중급등반가들을 위한 루트가 산재해 새로운 등반의 메카로 자리잡을 듯싶다. 더욱이 한국 최대의 등반 메카라 할 수 있는 선운산이 근접해 이 일대가 전국 제일의 등반중심지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선수가 뛰어난 기술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경기장과 훈련장이 필요한 법이다. 이 넓은 경기장에서 자신의 춤사위를 마음껏 펼칠 등반가의 땀방울이 흘러 들길 바란다. <글·이철규 기자 사진·서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