周易 上編(주역 상편).
1.重乾天(중건천).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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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初九 潛龍 勿用
초구 잠룡 물용
[풀이]
초9는 잠겨 있는 龍(용)이니 쓰지 말라.
[해설]
潛龍(잠룡)은 아직도 깊은 물 속에서
팔다리에 힘을 올리고,
수영을 더 익혀야 할 龍(용)이다.
어디 써 줄 곳을 찾아 나서면 안 되는 철부지 龍(용)이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의 고추가 비록 바짝 설 수는 있지만
어른 구실을 할 수 없는 赤子(적자)와 같다.
여기 龍(용)이 등장하는 乾卦(건괘)의 爻辭(효사)는
周公(주공)이 쓴 것이고,
여기에 孔子(공자)가 여러 타입으로 주석을 달았는데
설명을 더 덧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자세하다.
물론 孔子(공자) 이후 후학들의 주석도 무수히 많다.
먼저 乾卦(건괘) 초9의 爻辭(효사)에 대한 공자의 주석을 보자.
"잠겨 있는 용을 쓰지 말라[潛龍勿用,잠룡물용] 함은,
陽(양) 기운이 아직 보잘것 없기 때문이다[陽在下也,양재하야]".
孔子(공자)는 「문언전」 에서 다시 한번 이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해석을 내리고 있다.
"潛龍勿用(잠룡물용)은 아래에 버려둠이다[下也,하야].
[초9]에서는 비록 陽氣(양기)가 발기되더라도
감춰두어야 한다[陽氣潛藏,양기잠장].
잠룡물용은 무엇을 말하는가[何謂也,하위야]?
잠룡은 자신을 숨길 줄 아는 덕을 지닌 은자를 의미한다
[龍德而隱者也,용덕이은자야].
그러기에 세상을 따라가더라도 그 뜻을 바꾸지 말고
[不易乎世,불역호세].
하찮은 이름 석 자도 내세우려 하지 말라[不成乎名,불성호명].
세상을 등지고 살면서고 고민하지 말고[遯世而无悶,둔세이무민].
또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한다고 민망해 하지 말며
[不見是而无悶,불견시이무민],
오로지 내게 즐거운 일이면 행하고[樂則行之,낙즉행지],
근심스러운 일이면 손 하나 까닭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憂則違之,우즉위지]."
이런 「문언전」 내용과 연관된 노래로는 윤선도의 '해바라기'가 좋고,
이민구의 꼬이지 않는 '行違(행위)'의 스탭도 좋다.
이런 마음과 스탭이 확고부동하여,
밖으로 꼬이거나 빼앗겨 나가지 아니해야[確乎其不可拔,확호기불가발]
제대로 된 잠룡이라 할 수 있다[潛龍也,잠룡야].
潛龍(잠룡)이란 비록 龍(용)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아직은 세상으로 출현하기에 때가 이른 자다.
그러니 세속에 영합하는 일도 없어야 하고,
명성을 구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숨어 살도록 강요를 당해도 불평을 하지 말아야 하며,
비난을 받을지라도 결코 불만을 품지 말아야 한다.
道(도)를 지킴이 이렇게 확고부동하다면
潛龍(잠룡)의 처세술을 지닌 자임에 틀림없다.
孔子(공자)는 [초9]로 하여금 함부로 불필요한 곳에 쓰여서
가치가 없는 자가 되지 말라고 무섭게 경고하고 있다.
"君子(군자)는 공부[德,덕]가 완성되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君子以成德爲行,군자아성덕위행].
지금은 [초9]가 공부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
潛龍(잠룡)의 시급한 일은 나날이 자신을 돌아보는 공부일 것이다
[日可見之行也,일가견지행야].
여기 '潛(잠)'이란 말을 반드시 기억하라[潛之爲言也,잠지위언야].
潛(잠)은 숨겨 놓아도,
때가 되면 나타나지 말라 하여도 스스로 드러나고[隱而未見,은이미견],
일을 행하면 성공하지 말라 하여도 반드시 그 성공은 찾아온다
[行而未成,행이미성].
고로 군자라면 때가 아닌데도 함부로 쓰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是以君子弗用也,시이군자불용야]."
여기 '潛(잠)'은 乾卦(건괘)가 姤卦(구괘)로 감에 '풍 ☴(巽,손)'이
隱忍自重(은인자중)하는 '伏(복)'이 됨을 알리는 표지이다.
위의 '隱而未見(은이미현)'과 '行而未成(행이미성)'에서
'微(미)'는 부정적 판단으로 볼 수도 있지만,
숨어사는 동안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未時(미시)'에는
반드시 성공이 가능하다고 새길 수도 있다.
옛날 유비가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여 후원에서
채소를 가꾸며 미래를 계책[蹈晦之計,도회지계] 한 것이나,
오늘날 대권 후보들이 민심 속에서 조심스런 행보를 하는 것도
다 스스로를 潛龍(잠룡)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편 崔憬(최경)의 『주역집해찬소』에는
"용이 땅속에 숨었으니 그 덕을 드러내지 않고 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蹈光待時,도광대시]"이라 하였고,
또 馬融(마융)은 "그 어떤 물건이라도 龍(용)보다 큰 것이 없기에
龍(용)을 빌어 하늘의 양기를 비유하였다"고 하였다.
지욱도 龍(용)은 능히 크게도 하고 작게도 할 수 있고,
굴신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하늘의 덕이기에,
潛龍(잠룡)을 "일찍이 龍(용)이 아님은 아닌데 [초9]에서 잠복하는지라,
이는 大舜(대순)이 歷山(역산)에서 농사를 지을 때와 같고,
顔子(안자)가 陋巷(누항)에서 安貧樂道(안빈락도)로
살았던 때와 같다"고 여겼다.
천명을 알고 즐거워하며 후회하지 않았던 潛庵(잠암)도 있었다.
고로 潛龍(잠룡)은 德(덕)이 완성된 자가 아니므로,
당장에는 현장에 쓰일 수 없다.
고사로 은나라의 폭군 紂王(주왕)이
文王(문왕)을 유리옥에 가두었던 상황과,
文王(문왕)이 인내심과 자제력으로
옥살이를 잘 견디었던 것으로도 본다.
유성룡의 『懲毖錄,징비록』과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도
潛龍(잠룡) 이야기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