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生朝 생일아침
居然僦屋子城西
뜻밖에 셋집이 서울 서쪽이라서
病枕時聞有鳴啼
아파 누우면 새소리 듣게 되네.
的歷寒梅東閣月
찬 매화는 동각 달에 또렷하고
蕭條敗柳六曹堤
버드가지는 육조 언덕에 말랐네. 1)
哲人說壽論龜卜
철학가 거북점으로 장수 논하고
良友時來邊虎溪
좋은 친구는 호계 가로 온다네. 2)
無病則仙無罪聖
병 없는 신선 죄 없는 성인이니
吾生於此最要題
지금 내 삶에 젤 중요한 주제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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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육조제(六曹堤): 육조는 조선시대 중앙정부의 관아(官衙)를 말하니 필시 여기서는 이 시를 지을 당시에 경복궁 앞에 큰 건물이었던 대한민국 중앙청 인근의 언덕을 말하는 것 같다.
2) 호계(虎溪): 동진(東晋) 때 혜원(慧遠) 법사(法師)가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서 30년을 수련하면서 거기 호계를 벗어나지 않기로 했는데 좋은 친구인 유학자 도연명(陶淵明)과 도사(道士) 육수정(陸修靜)이 찾아와서 배웅하는 길에 그 호계를 지나게 되었다는 고사에서 우정의 깊음을 은유한다.
3) 최요제(最要題): 가장 절실한 문제(問題)나 화제(話題). 시인에게 지금 병 없는 신선처럼, 죄 없는 성인처럼 사는 것을 우선적 과제로 여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