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나사로 (Madame Lazarus)
by Maile Meloy
서미단
내가 은행에서 은퇴한 후 오래전이었는데, 제임스는 파리에 있는 우리 아파트에 작은 테리어를 한 마리 데려왔다. 나는 싫다고 말했었다. 내 신경을 한 곳에 집중하도록 그가 애쓰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개를 키우는 거라면 어리석은 짓이다, 아마 사람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말할지도 모르지, “개똥이 오천 개라도 치울 수 있어.” 그래, 그렇다면,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두고 싶다. 남자가 되어 조그만 개를 키우는 건, 그건 당신을 바보 천지로 만드는 거다.
“제발,” 제임스가 간청했다. “어떻게 되는지 그냥 키워 보자고요.”
나는 그 개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고양이보다 크지 않은 금색 털의 암놈이었다. 개는 눈 위쪽으로 수염 같은 긴 털이 나 있어, 항상 눈썹을 치켜뜬 것으로 보였다. 개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처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마치 알고 있는 듯했다. 제임스는 영국인이라서 개를 코델리아로 부르고 싶어 했는데, 리어왕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영국소설에서 따왔다. 나라면 선택하지 않을 이름이지만, 그런 건 다툴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그는 장난감 몇 개를-매듭진 천 덩어리, 공, 동그란 개 침대-가지고 서커스의 무대감독처럼 놀았다. 이런 행동이 얼마나 재밌는지 내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나는 테리 강아지들은 왕왕 짖어댄다고 오랫동안 알고 있었는데, 이 개는 짖지 않았다. 개는 내 결정을 기다리면서, 장난감과 침대를 킁킁거렸다.
바로 그다음 날, 제임스는 나를 개와 함께 남겨둔 채, 브라질인지 아르헨티나인지로 떠나버렸다. 그는 수입업을 하고 있었는데 종종 멀리 갔다. 코델리아는 그가 믿을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우리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면서, 나만 바라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개가 볼일을 보도록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개는 아파트 막다른 골목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돼 있다. 그곳은 차들이 주차해 있고 수위가 항상 감시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거리로 향해 있는 문을 통해 나갔다. 우리는 파리의 이곳저곳을 걸었다. 불로뉴의 숲으로 갔었는데, 거기엔 매 한 마리가 코델리아에 뱀처럼 눈독을 들이면서 빙빙 돌고 있었다.
꿈도 꾸지 마,” 나는 매에게 소리쳤다.
예전에는 말도 걸지 않던 사람들이 내게 말을 시키면서, 코델리아를 쓰다듬으려 했는데, 코 델리아는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우리가 집에 도착했을 때, 데시가 점심 준비하러 와서는, 환호성을 질러대며 무릎을 꿇고 앉아 개의 귀를 쓰다듬었다. 데시는 인도네시아 출신인데, 매우 예의가 바르고, 몇 년 동안 나를 위해 일해 왔지만, 이런 소란스러운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코델리아는 인사치레로 그녀의 얼굴을 핥았고, 데시는 웃었다. 그리고 나는 앉아서 신문을 읽었고, 코델리아는 내 무릎 위에 웅크리고 앉았다.
개가 보여주는 애정의 표시는 단지 보호받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고, 처음엔 그렇게 믿었었다. 내가 먹여주고, 매나 늑대를 쫓아주는 존재이기에 코델리아는 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자, 우리는, 코델리아와 나, 선을 넘었다. 우리는 매일 나가서 비둘기를 쫓아다녔고 다른 개들이 나무에다 싼 오줌 냄새를 맡았고, 집에 와서 신문을 읽었다. 눈썹의 모양새는 때론 나의 행동에 회의적인 모습을 했고, 때로는 내가 이해할 만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침묵으로 저항하는 것-나는 목줄 매단 채로 안 나갈 거야-이런 것 이외엔 다툼이라는 것은 없었고, 이런 일들은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털을 자를 때가 되어서, 그것을 할 만한 여자를 하나 찾았는데, 그 여자는 분홍색 리본을 코델리아의 귀에 매달아 줬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리본을 싫어했다. 남부끄러워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는 미용사에게 더는 하지 말라고 말했다-개는 이런 점에서 매우 품위 있다. 그렇지, 만약 수치스러움을 느낀다면, 다른 감정들도 느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한 생명체의 눈이 항상 너를 따르고, 또한 따뜻한 몸이 네 옆에 늘 있다고 하자. 거기엔 상호이해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건 사랑 같은 것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죽을 거로 생각했던 나이보다 지금 나는 훨씬 나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케케묵은 늙은이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의사는 점심때 포도주를 먹지 말라고 했다. 내 심장 때문에. 그러나 점심때 약간의 포도주라도 먹을 수 없다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라면, 섹스할 나이도 되기 전에 독일 병사가 머리를 쏴버렸을지도 모를 그런 시대를 살았다. 그런 단계를 뛰어넘은 모든 삶은 덤이 되는 것이다. 오래 살기 위해 사람들이 하는 것들—물을 마셔야 하는데 너무 많이 마신다거나, 오르락내리락 너무 뛰어 무릎을 상하게 하는 것-이런 것들은 의사가 경고해야 하는 것들이다.
제임스는 나보다 훨씬 더 나이가 적어 젊다, 내가 중년의 나이라면, 한동안은 비슷하달 수 있겠지. 그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나, 나는 돈과 경험이 있었다. 나는 많은 사람을 알고 있었고, 그를 뽀르또피노에 데려갈 수도 있고, 비아리츠에, 카프리섬에 데려갈 수도 있었다. 이건 오래전 얘기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의사는 나의 심장을 걱정한다. 관절도 그리 좋은 건 아니다. 목욕할 때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대체로, 여전히 건강하고 젊다. 그는 여행을 많이 한다. 더욱더 자주 먼 곳으로 간다. 개는 처음 그를 봤을 때부터 의지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전처인 시몬느는 점심 먹으러 가끔 오는데, 우리는 아들들에 관해 얘기한다. 그들은 완전 성인이라서 이젠 자신들의 아이들도 있다. 하나는 뉴욕에 살고 또 다른 하나는 취리히에 산다. 둘 다 금융 일을 한다. 그들도 물론, 제임스를 알지만,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럴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들은 신중한 어른임에 비해, 제임스는 그렇지 않다. 그들의 아이들, 내 손주들은 그를 매우 따른다. 그들은 제임스를 삼촌쯤으로 여긴다. 그는 그만한 나이이기도 하고, 어른이면 하지 않을 방법으로 기꺼이 그들과 놀아준다. 그리고 시몬느도 그를 인정하는데, 이건 어떤 면에서 놀랄만한 일이다.
시몬느는 항상 그렇듯이 똑같아 보인다, 내가 그녀를 결코,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시몬느는 말한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본다. 모든 관점에서 볼 때, 그녀는 가늘고 검게 탄 팔목에 금팔찌를 두른, 우아한 여자다. 게다가 그녀는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데, 이건 위안이 된다. 그녀가 가버리고 나면, 데시는 점심 접시들을 치우고, 나는 코델리아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간다.
중요한 파티가 있을 때만 제임스가 파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모든 사람은 한 가지씩 재능이 있는데, 제임스는 중요한 파티에 독보적 존재이다. 그는 물론 잘 생겼다. 게다가 잘 손질된 갈색 머릿결과 다듬어진 몸매와 맞춤 양복까지. 눈부신 미소를 짓고, 매우 따뜻하고, 흥미로워하고, 진지하고, 그리고 그가 사람들에게 말을 걸 때면 그들은 특별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 밖에 여러 가지 재주가 많지만 이런 점이 특히 뛰어나다. 그의 이런 관심 때문에 사람들은 함께 사업하고 싶어 한다. 그는 어깨너머로 누가 파티에 왔는지 살펴보는 일이 결코 없다. 그가 말하고 있는 사람, 바로 이 사람은 모든 관심을 끌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집에 오고 나면, 그 특별한 관심은 전등처럼 꺼져버린다. 내게는 따뜻하고 흥미로운 미소를 짓지 않는다. 그는 파티에 관해 한두 가지만 말한다. 영국사람다운 불어로 말하지만, 매우 잘한다. 그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엄지손가락으로 터치한다. 비싼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서는, 어린아이처럼 가구 위에다 둔다. 항상 돈을 지니고 있고, 잘생긴 용모이고, 그런데 마마보이 같았다. 그는 데시가 옷을 치울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건 그녀의 일이 아니라고 아무리 내가 말해도 소용없다. 그녀가 당연히 해야 한다며, 그녀가 할 일이 뭔데? 라고 묻는다. 자기 신발만은 조심스럽게 다룬다. 옷장 안에 있는 나무 신발걸이에 신발을 넣어두고, 그리곤 침실로 가, 문을 닫는다.
내가 사랑했던 첫 번째 소년이 생각난다. 벌써 두 세대 전 일이다. 그는 우리 가족이 사는 집에 왔었고, 나는 놀다가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을 때인데, 그가 그의 엄마와 함께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두 눈에서, 또 부드러운 곱슬머리가 있는 머리 상부에서 빛이 났다. 약간 어둡고, 서늘한 방 안에 있었음에도, 그는 태양 안에 서 있는 특별한 사람 같았다. 나는 그때 매우 어렸는데, 그건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나보다 나이를 더 먹어서인지, 그 또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 점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전쟁이 났고, 사람들은 파리에서 도망쳤고 독일인들이 도시를 점령했다. 나는 영국으로 보내져 사촌들과 살아서, 이 소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뒤에 남아 있었다. 내가 그를 다시 봤을 때는, 전쟁 후 한 나이트클럽에서였는데, 그는 과거 몇 해 동안에 대해서는 말하려 들지 않았다. 다른 시대에 살았더라면 도움이 됐을 그의 아름다움은 점령 당시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독일인들은 그를 죽이거나 아니면 숙소를 짓는데 보내거나 하며, 어떤 것이든 똑같겠지만, 즐거워했을 터인데, 어쨌든, 나는 그가 어떻게 도망쳤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는 마키단을 도우려 했었다고 하는데, 그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그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강해 보이거나, 혈기왕성해 보이지도 않았었던 것 같다. 그는 파괴 공작원도 아니었다. 아마도 정보를 캐낼 순 있었겠지만, 그들은 그가 얻어 낸 방법을 신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전쟁이 끝날 무렵 체포되었는데, 그때 독일인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그들은 그에게 먹을 것도 주지 않고 그냥 감옥에 두고 떠나버렸다. 내가 그를 나이트클럽에서 보았을 때, 그는 감옥에서 결핵에 걸렸지만, 여전히 뛰어난 용모였다. 그는 나를 매우 애처롭게 생각했고, 또 호감을 드러내는 듯했었다.
나의 형은, 그 당시 독립하기 위해, 자신만의 다세대주택에서 살고 있었으나, 나는 여전히 부모 집에서 살고 있었다. 부모님이 외출하면 소년은 나를 보러 왔다.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을 것을 나는 알고 있었지만, 흥미진진했다. 그 소년이 낡은 카펫을, 그림들을, 공중에 떠 있는 먼지까지도 환하게 밝혔던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어느 날 저녁, 소년과 내가 우리 가족의 길쭉한 테이블 한쪽 끝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을 때-그는 항상 배고파했다-그가 기침하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질척거렸고 끔찍했고, 게다가 기침은 계속되었다. 냅킨에 피가 묻었고, 그의 얼굴은 눈 주위가 보라색으로 변했고, 그러고 나서 뭔가가 잘못돼가고 있었다. 피가 너무나 많이 나왔고, 그는 기침을 계속했고, 바로 그 식당 바닥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어찌해야 할지, 출혈을 어떻게 멈춰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생각했었다. 잠시 후면 구세주가 그의 눈을 뜨게 해줄 거라고, 그는 곧 미소 지을 것이며, 그는 입을 닦고 말할 것이다. “그래, 그래, 걱정할 것 없어. 난 괜찮아.”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나는 내 귀에서 바다가 포효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내 손은 부들거리고 있었다. 의사와 형에게 전화해서, 그들이 왔다. 형은 불같이 화를 내며, 평판 나쁜 나이트클럽의 소년이 우리 집에서 죽어간다는 소문만 걱정했다. “욕조로 옮겨놨어야지,” 형이 말했다. “피를 어쩔 거야.”
나는 형을 쳐다보았다. 이 층으로 언제 옮길 수 있었단 말인가? 만약 그랬다면 피는 온 사방에 묻었을 것이다.
의사는 형보다 침착했고, 더 현실적이었다. 그는 혹시 정액이 몸 위에, 아니면 몸 안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그 질문에 충격을 받았지만, 없다고 말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의사가 말했다. 그의 차로 소년을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해서, 나는 어깨를 들었다. 의사는 다리를 들었다. 그는 아주 가벼웠다. 머리는 뒤로 떨어져 있었다―창백한 얼굴, 멍든 눈-그런데 나는 바라볼 수 없었고,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의사는 차에 그를 싣고 시체 안치소로 가면서 결코 이것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N’en parlons plus jamais. (결코, 말해선 안 돼). 그리고 알다시피, 나는 아직도 그의 이름을 말하고 있지 않다.
가정부는 아침에 도착할 것이라서, 내가 치우는 걸 형이 도왔다. 형이 내게 이것저것 시키는 동안, 나는 팔과 다리가 얼어붙어 매우 굼뜨게 움직였다. 피를 씻기 위해, 개수대에서 냅킨과 수건에다 찬물을 틀었다. 의사가 한 행동에 결코 보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형이 내 남은 인생에 있어서 나보다 더 도덕적 장점이 있게 되리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 나 자신을 비통스럽게 생각하면서, 내가 사랑했던 소년이 죽어버린 그때, 차가운 분홍빛 물속에 손을 담그면서, 이런 것들을 생각했다.
그 해에, 시몬느를 만났다. 그녀는 좋은 집안 출신으로, 드레스를 입으면 아주 우아한 맵시였으며, 매우 적합했다. 그녀는 모든 면에서 올 바랐고, 약혼도 했고, 공식발표도 크게 했기 때문에, 나는 프러포즈했어야만 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 당시 논의할 여지도 없었다. 다가오는 결혼식에 가속이 붙었었다.―그건 마치 브레이크 없는 거대한 차를 타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파티, 모든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꽃과 음식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나는 시몬느의 우아한 손에 할머니의 반지를 끼웠고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
코델리아는 우리의 침대에서 잔다. 제임스와 나와의 넓은 간격이 있는 사이에서. 그러나 개는 이제 나처럼 너무 나이 들어서 그냥 아래로 내려가서 깔개 위에다 오줌을 싼다. 내가 수건과 페리에 물병을 가지러 가면 개는 현관에서 오줌을 눈다. 제임스는 여전히 자고 있어서 나는 현관 바닥을 닦고 병을 거기에 둔다. 조용히 옷을 입고, 그리고 개를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코델리아는 막다른 골목으로 가기 시작한다. 그곳은 허락되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개는 안다. 수위가 나타날 것이고, 이웃들은 불평할 것이고, 그러면 문제가 될 것이다. 나는 코델리아에게 설명하면서, 개 줄을 잡아당기지만, 개는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나는 좀 더 세게 잡아당긴다. 마침내 개는 매우 천천히 따른다. 나는 개를 안아 올릴 수 있지만, 개는 아주 조금이라도 걸을 필요가 있다,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는 건 중요한 거다.
아파트 문밖의 인도 위에서, 개는 가만히 서서 멀리 있는 어떤 것을 생각하는 듯 보인다. 개의 눈에는 구름이 끼어 있다. 똥을 누는 것도 아닌데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쓰러진다. 마치 만화 속의 죽은 개처럼, 발이 공중으로 뜬다.
이렇게 되면 나는 체면을 차릴 수가 없다. 인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코델리아의 가슴에 대본다. 심장박동을 느낄 수가 없어서, 나는 응급조치를 생각해 내려고 끙끙댄다. 아기들에겐 손가락 두 개만, 그렇지 않으면 갈비뼈를 부러뜨릴 것이다. 코델리아는 그만한 크기이다. 손가락 두 개를 개의 가슴에 얹어 놓고 누르기 시작한다. 심장박동에 대해 생각해 본다-얼마나 빠른 거지? 나 자신의 심장은 귀에서 너무나 빨리 쿵쾅대는데, 코델리아는 희미하다. 리듬은 제대로인 것 같다. 내 머릿속에서 맥박이 크게 뛸 때마다 누른다.
사람들이 거리에 앉아 있는 내 주변에 둘러선다. 그들이 바라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몇 명은 말한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고, 구급차를 불러 줄까 물어본다. 나는 맥박을 찾기에 바쁘다. 나는, 기묘하게도, 또 다른 시절에, 우리 집 식당 바닥에서 기침하며 죽어가는 소년을 떠올린다. 그의 가슴을 압박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폐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모든 것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지금 나는 누르고 또 누른다. 무릎이 아프다. 아마도 깨진 유리 조각이 인도 위에 있어, 그것이 내 피부 속으로 파고든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단지 모래와 작은 알갱이일 뿐이다. 몇 분이 지나고, 또 몇 분이 지난다. 팔이 후들거린다. 압박한 횟수를 세어보지만, 이내 세는 걸 그만한다. 코델리아의 갈비뼈를 부러뜨린 건 아닌지 걱정된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심장 충격기가 -심장에 충격을 가하는 패들-없다면 압박은 소용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만약 뼈로 둘러싸인 가슴을 열어 내 손으로 심장을 잡아서 다시 뛰기 시작할 때까지 꼭 쥘 수 있으면 하고 생각해 본다.
아마도 누군가가 구급차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운전기사가 도착해서, 내가 늙은 개랑 있는 것을 본다면 뭐라 말할까? 이런 서비스가 동물에도 해당하는가? 내 손에 아무런 느낌이 없다.
“Il est mort. (그는 죽었네요),” 도와주려는 사람이 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이번엔 젊은이다.
“Elle(암놈이요).”이라고 대답한다. 개는 공중으로 발을 뻗치고 있다. 이 개가 수놈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이 다 알 수 있다. 젊은이는 그걸 모르나? 그러나 내가 개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개는 죽었다.
“Ouais, bien, elle est morte. (맞아요, 그렇군요. 암놈인데 죽었군요)” 젊은이가 말한 후 가버린다.
나는 압박을 계속한다. 시계를 보지만, 우리가 몇 시에 밖으로 나왔는지 기억이 없다.
그러자 코델리아가 기침한다. 흐린 눈을 뜬다. 개는 자기의 모양새가 수치스럽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네발로 설 수 있을 때까지 몸을 꿈틀거린다. 개는 기침을 다시 하고, 머리를 흔든다. 눈썹을 치켜떠서, 우리가 거리에 앉아 있는 꼴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를 말하려는 듯하다. 개를 이렇게 우스꽝스럽게 만들자고,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며, 나는 겨우 일어나 개를 안아 올린다. 개를 막다른 골목 안으로 데리고 간다. 개의 심장이 할딱이는 걸 내 팔에서 느낄 수 있다. 작은 엘리베이터를 탔다.―나는 계단을 오를 힘이 없다. 희미한 청동거울을 보니, 내가 그토록 늙어 보인 적은 없었다.
아파트 안에서는, 제임스가 일어나서, 데시가 대려 놓은 하얀 면 실내 가운을 입은 채, 페리어 병을 들고 있다. 그는 얼굴을 문지르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내린다. “어디 있었는지 몰랐어요.” 그가 말한다.
“밖에.” 목소리가 쉬었다.
“또 사고?” 하얀 면 가운에 대비해 녹색 병이 밝게 보인다.
“개 때문에 미쳐버리겠네.”라고 말하면서, 코델리아를 그의 팔에 넘긴다.
“죽었었어. 지금은 괜찮지만.”
“죽어요?”
그러나 난 설명할 기력이 없다. 몸을 다리로 지탱할 수 없을 것 같다. “눕고 싶어.” 침실로 들어가서, 옷을 벗고, 깔개에 싼 오줌을 피해서, 이불 밑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문 긁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고, 작은 발자국 소리가 난다. 코델리아는 침대 끝에 놓여 있는 작은 카펫 계단을 기어오른다. 그 계단은 개가 점프해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할 때 제임스가 사온 것이다.―그런 면에서 제임스에겐 여전히 따뜻한 점이 남아 있다.―조그만 몸이 내 옆에 붙어 웅크리는 걸 느낀다. 우리는 잠든다.
제임스가 수의사에게 전화한 후, 우리는 함께 개를 데리고 간다. 수의사는 코델리아가 거의 장님에 가깝고, 귀머거리이고, 정신이 오락가락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먹이를 조금 먹는다. 수의사에게 보여줄 재롱을 떤다.
제임스는 의사에게 코델리아의 삶의 질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에 관해 여러 가지 면에서 질문한다. 이것은 암호이며, 암시이다. 그는 수의사가 이제 개를 죽일 때가 온 거 같다고 말하기를 바란다. 이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더 많이 나를 화나게 만든다. 그러나 수의사는 낙천적이라 그런 말들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해하지 못한 척한다. 개를 마담 나사로라고 부르며, 개가 죽음에서 돌아온 것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집으로 돌아올 때 코델리아는 내 손을 핥는다. 꾸준히, 고마워하는 핥기. 개는 알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제임스는 암스테르담인지 두바이인지 또 떠난다. 난 모르겠다. 어딘가가 일정이겠지. 데시가 청소와 점심을 하러 오자, 난 그녀에게 일어났던 일을 얘기한다. 우리는 함께 개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코델리아는 우리에게 꼬리를 살랑이며 먹는다. 그러나 개는 다시는 오른쪽으로 머리를 돌리지 못하고, 왼쪽으로만 돌릴 수 있다. 오른쪽을 보려면 몸 전체를 둥글게 돌린다. 나사로가 무덤에서 나온 후 나사로의 기분이 어땠었는지 아무도 물어보지는 않는다. 아마, 썩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바라보지 않는 순간 그는 바로 다시 쓰러져 아마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데시가 깔개의 얼룩을 치우는 일을 하자, 의사가 소년을 데리고 나간 날 아침이 생각난다. 그때 내가 냅킨과 수건을 빨았다는 것을 가정부가 알아차렸었다. 그녀는 프랑스인이었고, 회색의 머리를 하나로 단단히 묶어 올렸다. 내가 뭔가를 씻는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카펫이 젖어 있고 약간 핑크빛이 도는 지점을 그녀는 인상을 쓰며 바라봤고, 나는 그녀에게 수프를 엎질렀다고 말했었다. 그녀는 학교 사감 선생님처럼 빈틈없는 태도로 나를 보았다. 그러고 나서 자기 일을 다시 시작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코델리아는 가끔 빈방으로 겨우 발걸음을 떼고서는 가만히 그곳에 서서 뭔가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개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시선을 따라가 본다. 가구들,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 그렇지만 개가 그것들을 볼 수 있단 말인가? 개는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제임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개는 오지 않을 뭔가를 기다리면서, 그곳에 오랫동안 서 있다.
나는 다시 개를 안아 올려 계단을 내려가 거리로 나간다. 때론, 깔개에 오줌을 누고 난 후면, 개는 밖에선 오줌을 눌 수 없다. 나는 이 느낌을 알아서, 사람들이 옆으로 지나갈지라도, 도와주려고 개를 꼭 짜준다. 강줄기만 한 것이 나온다. 나는 개를 조금 더 데리고 다니면서, 대기의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해주는데, 신이시여, 다음은 뭔가요? 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온 것은 아침인데, 석 달 뒤, 코델리아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나는 개를 안아서 거리로 나가지만, 개는 서 있을 수 없다. 꼬리를 살랑 되지도 않는다. 먹지도 않는다. 어느 다른 나라에 있을 제임스의 휴대전화로 전화한다. 처음엔 그는 바쁜 소리를 내다가, 이내 주의를 기울이며, 듣고 있다. 그런 데서 부드러움이 묻어난다. 그가 말한다. “아마도 때가 온 거 같아요.”
나는 데시가 오기를 기다린다. 우리 둘은 영어로 말하는데, 몇 년이 흘렀음에도, 그녀가 불어를 잘 못 하기 때문이다. 물건 사고 먹는 데에는 충분하다. 그녀는 다른 인도네시아사람들과 살고 있어서, 불어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 “나랑 동물병원에 같이 갑시다.” 나는 부탁한다.
데시의 눈이 내 시선을 피해서, 나는 그녀가 가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나 그때 그녀는 손가방을 집어 든다. 나는 코델리아를 안고, 우리는 택시를 탄다. 나는 운전 할 수도 없고 그렇게 되면 개도 안아 줄 수가 없고, 데시도 운전을 못 하기 때문이다. 택시 운전사는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고, 라디오 소리는 낮다.―모두 아랍어이다. 데시는 손가방 위에다 손을 포갠 채 앉아 있다. 코델리아는 내 무릎에서 얌전하게 가만히 있다.
나는 그 소년을 처음 봤을 때를 생각한다. 그때 나는 단지 아이에 불과했고, 모든 것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 눈부시게 빛나는 눈. 즉각적으로 서로 통함. N’en parlons plus jamais. (더는 그 얘기는 하지 말자).
동물병원에서, 데시에게 나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고 부탁하지만, 머리를 흔든다. 그녀는 그저 기다릴 것이다.
수의사는 코델리아에게 예전처럼 쾌활하게 인사한다. “마담 나사로!” 그러나 나는 더 이상의 농담을 원치 않는다. 테이블 위에 개를 내려놓는다. 의사는 개를 검진한다. 나는 손을 꼭 잡아 떨리는 것을 멈추려 한다. 내 심장이 쿵쾅대는 것을 느끼면서 점심에 먹을 포도주를 생각한다.
“오, 코델리아,” 의사가 개를 다독거리며 말한다. “Tu n’’es pas immortelle, après tout. (너도 영원히 살 수 없구나, 결국.)”
코델리아는 안개 낀 눈으로 손길의 주인을 찾는다.
때가 온 것 같다며 의사가 말한다. 제임스가 요전에 그에게 제안했던 모든 문구를, 점점 형편없어져 가는 삶의 질에 대하여, 그가 말한다. 그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다. 대기실로 나간다. 그곳에 데시가 코에 작은 다이아몬드를 단 보라색 머리의 소녀와 앉아 있다. 소녀의 발아래에는 커다란 양치기 개가 앉아 있다. 그 개는 커다란 머리를 들어 내가 위협되는가를 알아보려고 나를 바라본다.
“데시, 의사가 때가 됐다고 하네요. 안으로 들어올래요?”
데시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머리를 흔든다. “못하겠어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한다. “난 도저히 볼 수 없어요.”
“강요하지 마세요.” 보라색 머리의 소녀가 말한다. 그녀의 말엔 독일인의 억양이 있다. “끔찍한 일이죠. 나도 두 달 전에 여기 왔었어요. 오래 키웠던 개하고요. 그 후 일주일이나 울었어요.”
독일 소녀를 바라본다. 그 여자애가 간섭할 일은 아니다. 그녀는 억세 보이고, 엉덩이 부위가 묵직해 보인다. 나는 소녀의 할아버지뻘 나이이다. 나는 이 병원에서 죽은, 소녀의 개에 관해 얘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나는 다시 데시에게 몸을 돌린다. “제발 들어와 줘요.” 간청한다.
그러나 데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해 동안, 그녀는 나를 위한 요리를 해 왔고, 집을 청소해 왔고, 제임스의 뒤처리를 해 왔다. 그녀의 일이란 내가 부탁하는 대로 하는 것인데, 지금 이걸 하지 않으려 한다. “할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데, 그녀 또한, 애원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홀로 코델리아가 테이블 위에 누워있는 방으로 돌아간다. 개의 눈은 초점이 없다. 제임스가 개를 집에 데리고 온 일은 잘한 일이었다. 내게 뭔가 돌봐줘야 할 것을 안긴 것은.
“얼굴이 형편없어 보이네요.” 수의사가 내게 말한다. “앉으세요.”
간호사가 나에게 물 한잔을 가져다주며 뭔가 위로의 말을 건넨다.
나는 제임스를 생각한다. 우리가 함께해온 오랜 기간을, 옷장 안에 있는 그의 신발걸이를, 바닥에 있는 그의 옷들을. 개는 그를 나에게 묶어 놓은 마지막 끈이다. 자 이제–뚝. 곧 나는 멍하게 시선을 둔 채, 그곳에 없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침실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의 결정에 달렸어요,” 수의사가 말한다.
나는 끄덕인다.
“안으셔도 돼요.” 간호사가 코델리아를 내 팔에 안기며 말한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내 다리 위에, 개의 밑에, 기저귀 같은 패드를 올려놓는데, 이것이 곧 언짢게 되리라.
코델리아는 내 손을 킁킁거리고, 또 핥고 하지만, 나는 개의 삶의 질에 대해 더 장담할 수 없다. 개는 여전히 세상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개는 여전히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때 개의 다리가 더는 자기 몸을 지탱하지 못했던 그 아침이 기억난다. 나는 순간적으로 잠시 나의 충실한 아내인 시몬느를 데리고 왔더라면 하며 생각해 보는데, 그러나 그녀는 결코 개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엘레지가 있다. 의사는 작업 중이다.―그는 코델리아의 다리에 지지대를 묶고, 바늘을 준비한다. 그가 바늘을 놓쳐 버려서, 내 팔에 푹 찔러 버릴 거로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는 실수하지 않고, 정맥이 있을 거라고 상상이 되지 않는 개의 여윈 다리에 바늘을 꽂아 넣는다.
코델리아는 뭔가를 찾으려는지 방을 휘 둘러본다. 우리는 진정제의 효과가 나타나기를 몇 분 기다려야 한다. 나는 개의 목에서 맥박을 느끼면서 다시 한번 이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삼 개월 전, 나는 이 작은 몸에 피를 돌게 하려고 무릎을 꿇었었는데, 그런데 지금 나는 의사가 개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개가 눈을 감자, 나는 의사에게 이건 잘못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이미 또 다른 주삿바늘을 들고 또 다른 한 방을 놓고 있다. 코델리아는 움찔거리며, 조그마한 숨을 내쉰다. 그러자 개의 머리가 가라앉고, 턱이 내 손에 얹히고, 부드러운 개의 목이 느껴진다. 내 다리 위에 놓여 있는 하얀색 패드에 무게가 느껴진다―다시 한번 개는 잘못된 장소로 갔다. 의사는 내게서 개를 떼어가고, 간호사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대기실로 나오니, 독일 소녀가 데시에게 팔을 두르고, 둘은 울고 있다. 양치기 개의 머리는 소녀의 무릎 위에 올려져 있다. 데시가 나를 바라보는데, 눈은 젖었고 부었다. 그런데 코델리아가 데시와도 마지막 연결 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다. 그녀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코델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들을 찾아 돌봐줄 수도 있을 것이다. 늙은이보다 훨씬 더 재밌는 일일 것이다.
지갑을 찾으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는데, 병원 접수처 직원은 약간 동정 어린 몸짓을 취하며 고개를 흔든다. 이건 특별한 거다. 적어도. 병원비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만약 우리가 시골에 살고 있다면, 코델리아를 담요에 싸서 묻을 수 있지만, 그러나 그럴만한 곳이 없어서, 우리는 개를 병원에 두고 나온다. 내 팔은 비어있다. 밖으로 나와, 우리는 택시를 기다린다. 나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한 늙은이가, 몸을 거의 반쯤 구부린 채, 도로를 따라 걷고 있는 것을 본다. 그도 전쟁 통에는 젊은이였을 것이다. 싸우거나 작업에 동원되거나 아니면 도망칠 수 있을 만한 나이였을 것이다. 나는 손에 뭔가 지니고 다닐 것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내 마음은 혼란스럽다. 나는 방금 내 개를 죽였다. 택시가 차도에 선다.
데시에게 몸을 돌린다. 그녀는 거리에 있는 뭔가를 바라보며 코를 풀고 있다. 그녀의 검은 머리에 이제는 회색이 드문드문 보인다. 나는 그녀를 밖에서, 햇빛 아래서, 본 적이 없다. 그녀의 가방은, 밝은 노란색인데, 팔에 매달려 있다.
“내 곁을 떠나지 말아요,”
데시는 놀라서, 올려다본다. 그녀의 눈은 빨갛다. 택시는 짜증을 내며 기다린다.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말하리라 생각한다. 모든 것을 말할 것이다. 이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제발 가지 말아요.”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