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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FANTASY (go SF)』 61050번
제 목:[데자이어] -Dreams come true-...1
올린이:월화난영(김진환 ) 99/12/14 19:05 읽음:4625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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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re New version
Desire
-Dreams come true-
1
"아아, 젠장. 이래서 선배들과의 술자리는 정말 골이 띵하단 말씀이
야."
범진은 이내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벽에 자신의 등을 기대었다.
그의 말로 봐서는 분명 화끈한 술자리를 벌였을 터. 아아, 생긴 것은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겨우 술 몇 모금 마셨다고 저렇게 쩔쩔 매는
꼴이라니. 정말 못 봐줄 일이다.
이 사내의 이름은 한범진. 한서 고등학교(물론 픽션입니다) 3학년생
인 이 학생은 지금 수능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다. 그런데 학생이 웬
술이냐고? 아아, 그런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지금 이 학생은 백일
주를 마신 것이다. 수능 100일을 남기고 화끈하게, 한잔! 캬아…
아아, 어쨌든, 백일주는 고등학생 사이에는 꽤나 퍼져 있는 전통적
인 관습(?)이니 알아서 이해하도록.
어쨌든 수능을 앞두고 있는 녀석이 팔자도 정말 좋단 말이다. 아
마 이렇게 공부하다가는 이 녀석이 목표로 하는 대학은 죽어도 갈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고려대 문과]
서울대 빼고(서울대는 뭐든지 최고…) 나서 문과에서는 최고의 실
력을 자랑하는 대학이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문과는 고대. 이.
공과는 연대.
어쨌든 그렇게 높은 곳을 지망한다는 녀석이 이렇게 술을 퍼마시고
벽에 기대에서 취기를 잊어보려는 행동을 취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한
일이다.
범진은 아까까지 있었던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정말…엄청난 술자리였다니까? 상택이 선배와, 영진이 선배. 그리
고 그 외 등등(한마디로 엑스트라). 아아, 왜 그렇게 나에게 술을 퍼
붓는지, 원. 뭐, 내가 의외로 술에 강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군.'
범진은 그때 생각을 하며 조용히 키득댔다. 생각할수록 우스운 것
이다. 자신이 쑥맥에, 왠지 순해 보인다고 그렇게 술을 퍼 먹이려 했
다가, 오히려 나가떨어진 것은 자신들이니 말이다. 범진은 이상하게도
술에는 유난히 강했다.
아아, 그 술을 먹인 선배들이라는 녀석들은? 지금 이 하숙집에 곤
드레만드레 만취하여 자신들의 방에서 드르렁대며 자고 있다는 말씀.
이 하숙집에서 같이 하숙을 하는 선배 5명은 자신을 불러놓고 한
술집에서 수능 100일전 잔치를 벌였던 것이다. 그것도 화끈 시끌벅
쩍지근하게 말이다. 소주 7병. 위스키 두 병. 맥주… 셀 수 없음. 이것
들이 범진이 마신 술의 목록이다. 폭탄주까지 마신 그이건만, 그는 의
외로 정신이 말짱했다.
그렇게 키득대며 방금 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하자 갑자기 슬퍼지는
범진이었다. 뭐, 갑자기 슬퍼진다고 그를 우울증 환자로 보지마라. 그
는 지금 자신의 처지에 대하여 슬퍼하고 있는 중이다.
"아아… 나는 100일주 사주는 애인도 없단 말인가? 수능은 잘 볼
거라는 확신도 없고… 애인이라고는 없고. 젠장! 왜 이 하숙집은 시
커먼 남자 투성이지? 시트콤에서 보면 남자 셋 여자 셋 이렇게 딱
딱 궁합이 맞더구만! 여긴…"
푸우우~
"남자만 여섯이잖아. 하아아~"
그렇다. 그가 슬퍼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이성에 대한 동경!
아아, 그 동경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음이라! 그는 여자가 없음에
이렇게 한탄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가슴 찡한 장면이 아닌
가? 이런 쑥맥도 여자를 원한단 말이다! 하물며, 다른 사람은…
이렇게 여자를 간절히 원하는 범진이었건만, 왜 이런 곳에서 하
숙을 하며 시커먼 남자들과 뒹굴고 있느냐? 그것도 이 금녀의 하숙
집에서. 그것은 이 하숙집의 하숙비가 싸고, 시설이 완벽하기 때문이
다. 각방에 전화기가 있을 정도니…(이런 곳이 과연 몇 군데나 될
까?)
중요한 것은 범진이 왜, 하숙을 하느냐다. 사실 범진은 대전에서
살던 녀석이었다. 대전… 공부 잘하는 고등학교로 꽉 들어차 있는
곳. 카이스트가 있는 곳. 범진은 그곳에서 이상하게도(?) 고대를 들
어가려는 계획을 세웠고, 이내 부모님이 대주신 약간의 노자와 함께,
그대로 서울에 오게 된 것이다.
아아, 이 얼마나 눈물나는 상경인가? 뭐, 하나 안타까운 곳은 돈을
아끼려고 온 하숙집이 바로 이 금녀의 하숙집이라는 것. 오직 시커
먼 남자 선배들로 구성된… 엄청난 곳이다.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와,
동성.. 아니 이건 아니고,
어쨌든 그런 곳이었지만 범진에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런 곳에 있다가는 평생 여자한번 못 사귀어 보고 죽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범진을 엄습했기 때문이다.
"빨랑 이 하숙집에서 나가야 한다. 금녀의 하숙집인 이곳에서는
여자를 사귀고 싶어도 사귈 수가 없어. 아무리, 이 하숙집 선배들이
이미 유명공대에 붙은 엘리트들이고, 나에게 공부를 잘 가르쳐 준다
고 해도…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다. 아아, 적어도 나는 선배들처럼 솔
로의 길은 걷기 싫어. 나는 솔로몬이 싫단 말이다!(?)"
이렇게 알 듯 모를 듯한 헛소리를 하면서 머리를 쥐어뜯는 범진이
었다. 역시, 쑥맥이기는 해도 여자를 사귀겠다는 일념 하나만은 가히
굉장하다고 밖에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집념이 강하다고는 해도, 지금은 수능이 별로 남지
않은 시점이다. 지금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정신이 산만하여 이리저리 가다, 끝내는 삼천포로 빠지는 얼
빠진 성격을 가진 범진이라고 해도 일단 자신의 할 거 하나만은 제
대로 하는 녀석이었다. 범진은 자신의 책상으로 서서히 걸어가 의자
에 털썩 앉았다.
그곳에는 엄청난 양의 서적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수능을
잘 보기 위하여 사 논 책들. 과연 이것이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는 모르지만, 일단은 있는 편이 마음도 놓이고, 공부할 맘도 나는 것
이 아닌가? 비록 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수능이 11월 17일이니까… 적어도… 고대 문과에 들어가려면… 한
360 이상은 맞아야 겠지? 아니… 370은 맞아야 한다! 으윽…내 주제
에 너무 과다한 상상을 하는 것이… 아니!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단 말이다!… 넌 할 수 있어~ 세계제일의 피구왕~ 통키! 파이팅!
피구 왕왕왕왕… 그래! 나도 통키처럼 꼭 최강이 되고 말겠다!(?)"
-_-;;;;
그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자기암시를 주는 그였다. 갑자기 피구 애
니메이션 통키의 주제가가 왜 나오는지는 영문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노래를 부른 후, 그의 의지에 불이 붙은 것은 확실했다.
곧 꺼질 불을 말이다.
사각사각…
"으음… 역시 힘들군."
툭.
범진은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겨우 10분만에 펜을 내려놓고 말았
다. 그렇다. 원래 이 녀석은 이런 녀석이었다. 불이 붙으면 정말 미친
듯이 공부를 하다가도 바로 후에 그 열정이 식어버리는, 솔직히 앞날
이 걱정되는 그런 입시생이었던 것이다. 뭐, 범진 딴에는 그래도 열심
히 공부한 것이어서… 숨이 턱에 와닿고, 눈은 반쯤 풀리고, 다리에
힘이 빠진, 즉 정확히 묘사해 42.195km을 쉬지 않고 역주한 선수
처럼 보였다. 역시… 정상인은 아닌 듯 하다.
아니면 술기운이 범진을 이렇게 만든 것인지.
"으음. 몇시냐? 이거 자꾸 술기운이 쏟아지네…
범진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았다. 11시 50분… 범진은 고개
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았다. 11시 50분 아직은 이른시간이다(?). 취침
시간 3시까지는 아직도 3시간은 남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상태는 참 힘들기 그지없었다. 11시가 다 넘어
가도록 선배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공부하는 꼴이라니. 정
말 불쌍한 입시생의 하루다.
"술기운이 이제야 드는 건가? 자꾸 정신이 몽롱해지네?"
범진은 힘들게 눈을 치켜 뜨면서 중얼거렸다. 지금은 자신의 취침
시간이 아니건만… 너무나 힘이 들었다. 역시 술은 먹으면 안 되는
거였다. 꼭 먹고 나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술은 백해무익이란 말이다.
'난…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대로 지고 마는 것인가! 으흐흑…'
-_-;;;;
그런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자신의 침대로 조르륵 달려가는
그였다… 무슨 자신의 싸움에서 졌다는 것인가? 한 마디로 그것은 자
신을 위한 핑계에 불과한데 말이다.
그렇게 침대로 달려가는 그는 이내 자신의 발에 무언가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부스럭! 그것은 분명 신문지 재질의 무언가가 구겨질
때 나는 소리. 범진은 자신의 발 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신문 하나를 발견하였다.
[벼룩 시장]
"……;;;;"
… 과연 이게 왜 여기 있는 건지… 그것은 범진조차 짐작하지 못했
다. 하필 발에 걸린 신문이 다른 신문도 아니고 벼룩시장이라니…
잠시 한심하게 느껴지는 범진이었다.
하지만 영문도 없이 신문이 갑자기 나타날 리는 없지 않은가? 아무
리 공짜 벼룩시장이라고 해도 말이다. 범진은 술기운 속에서도 가까
스로 기억을 더듬어가며 이것이 왜 여기 있는 지 그 영문을 파악하기
시작햇다.
"… 그러고 보니 내가 다른 하숙집 찾아본다고 가져 온 거지? 적어
도… 자기 전에 한번쯤은 살펴볼까나?"
부스럭.
그리고 구차하게 그것을 줍는 범진. 범진은 그것을 들고서 자신의
침대로 달려가 그것을 펴놓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목
록들이 좌라락 나와있는 와중에서…
'… 솔직히… 값도 비싸고… 여기보다 나은 곳은 없군.'
물론 가격면에서 이 하숙집을 이길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적어도
여기는 가격대 성능비… 라고 말하기는 좀 무엇하지만 일단은 가격에
비해서 상당히 좋은 곳이니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독방이 있고! 화
장실은! 공동 화장실 한 개가 아닌! 두 개다…;;;; 더 중요한 것은…
각방에 전화기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다른 하숙집과
비슷한 수준.
하나 안 좋은 것이라면 이곳은 금녀의 구역이라는 것이지만. 관리
인도 남자, 성원도 남자. 참으로 맥 빠지는 곳이다.
범진은 찬찬히 읽어내려갔고, 이내 자신의 맘에 드는 그런 하숙집
은 없음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래도 이 많은
목록 중에서 이 하숙집보다 낳은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
건만, 그것은 역시 오산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때였다. 범진은 이내 어디 조그만 구석에 있는 한 광고를 보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 이게 뭐지…?? 데… 자이어?"
그것은 Desire라고 써져 있는 광고문구 였다.
~~~~~~~~~~~~~~~~~~~~~~~~~~~~~~~~~~~~~~~~~~~~~~~~~~~~~~~~~~~~~~
이걸로 연재 스타트! 드디어 데자이어 1편을 쓰게 되었군요. 정말
감개무량함이 하늘을 뒤덮고 바다를 뒤덮어 심각한 해양오염으로 대
두될 만한... 퍽
퍽퍽! 아아, 어쨌든 너무나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아마 소설을 처음 연재하기 시작하는 작가 분들도 다 저와 같은 생
각이셨을 까요? 아니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뿌듯함은 저만이 느끼
는 감정일까요? 저는 전자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는 기쁨은 이런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후우...
빨랑 두 번째를 올려야 하겠죠? 그럼 다음잡담에서 또 봐요~
바이*2
~~~~~~~~~~~~~~~~~~~~~~~~~~~~~~~~~~~~~~~~~~~~~~~~~~~~~~~~~~~~~~
하하… 위에 잡담. 저때가 12월 14일이었죠. 흠. 이건 수정 하고 나
서 쓰는 잡담이니 위와는 상관없습니다.
드디어! 새로 거듭는 데자이어! 그래봤자, 오타수정과, 글쓰는 방식
을 달리 한 것이지만… 윽. 하지만 수정판 데자이어는 글의 맨 꼭대
기에 데자이어 뉴 버전이라고 써져 있습니당~ 확인하시길.
그럼 이만입니다. 휴우… 저 때는 정말 의기양양했는디…
그럼 행복하시고, 즐통하시길. -月影-
Name : 운영자 Date : 05-10-2000 17:02 Line : 272 Read : 513
[2] [데자이어] -Dreams come true-...2
분명히…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전화번호가 이렇게 길 리가
없지 않은가? 아아, 분명 뺄셈은 아닐 테고… 범진은 그것을 보면 볼
수록, 자꾸 어이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전화번호라
니?
'벼, 벼룩시장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범진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했다. 그는 벼룩시장이 꽤나 돈에
궁핍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왜? 이런 광고 같지 않은 광고를 올렸
으니 말이다. 이렇게 전혀 정상적이지 못한 광고를 말이다. 이건 뭐…
전화번호가 몇 줄이나 되는 거냐! 아마 여기다 전화를 걸려면 엄청난
노가다를 해야 할 것이다.
범진은 벼룩시장이나, 이런 광고를 올린 놈이나 모두 미치고 돌아
버린 놈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것은 장난이 심해도 너무 심했
다. 그리고 그런 것을 실는 벼룩시장은… 돌았고.
범진은 이내 신문을 꾸깃꾸깃 접어서 쓰레기통에 쳐 넣을려고 했
다. 그런 말도 안되는 광고를 보니, 자신도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
그게 도대체 몇 자리냐. 아마,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려면 적어도
20분은 족히 걸릴 것이다.
"… 심심한데… 한번 해 보기나 할까?"
--;;;
갑자기 생각을 돌려, 꾸깃꾸깃 접던 신문을 다시 한번 펴는 범진이
었다. 역시…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직도 그 엄청난 술기
운이 그의 정신을 마구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사고능
력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하지만 술기운 때문만은 아니었다.
솔직히, 왠지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어차피 저렇게 긴 전화번호
라면 반의 반의 반도 못 누른 채, 수화기를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왜? 당신이 전화를 들고 한번 숫자를 난타해보아라.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상세하게 알 것이다.
꾹, 꾹, 꾹, 꾹…
범진은 깨알같이 써진 숫자를 하나하나 세심히 보아가면서 전화기
의 번호를 눌렀다. 정말… 고역도 여간 고역이 아니라고 범진은 생각
했다. 전화기를 이렇게 든 채 이런 말도 안 되는 전화번호로 거는 꼴
이란. 한숨밖에는 나오지 않는 그였다.
……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대충 생각해봐도 범진은 한 20번은 눌렀음
직한데, 아직도 전화기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아마 이렇
게 많이 눌렀으면 뚜뚜 하는 소리와 함께 더 이상 누를 수 없게 되는
데 말이다.
"이. 이럴 수가?"
범진은 해괴하게 여기며 계속 번호를 눌러나갔다. 보통 노가다가
아니었지만, 지금 그는 그런 것을 느낄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마약중독자라도 된 것처럼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번호를 누르고 있으
니 말이다.(--;;;;) 아아, 저렇게 무언가에 집착하는 인간의 모습이란?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
15분 후. 아마 전화기를 들고서 이렇게 오랫동안 전화를 거는 사
나이는 아마 한국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일 것이다. 벨이 전화기를 들
고서, "왓슨! 이리오게!" 한 이후로 말이다. 이 정도면 비공인 기네스
북에 올려도 상관은 없을 텐데 말이다.
역시, 뚜뚜~ 하는 음은 나지 않았고, 범진은 계속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것을 눌러나갔다. 그렇게 눌러 댄지 20분. 이제 그는 마지
막 고비를 남기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그의 기분은, 백마고지를 탈환
하는 국군의 기분이랄까? 하여튼 비슷한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2…" 꾹. "…3…" 꾹. "6…" 꾹. "그, 그리고…"
꾹.
"1… 으악! 다 끝냈다! 이거 진짜 전화 걸리는 거 아냐? 낄낄…"
범진은 설마조마설마조마 하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어올렸다. 이
렇게 눌렀는데도 지금까지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던 걸로 보아, 분
명… 걸릴 확률도 높았다. 그리고 이내… 띠리링 하는 소리가 나더
니… 무언가 이상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잘못된 전화번호이오니, 다시 한번 확인하
시고...(어떤 톤으로 읽어야 하는지는 모두 알 것임)"
"……(석화중)"
…잠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범진이었다. 그는 잠시 석화마
법이라도 걸린 듯한 모습으로 계속 수화기를 들고 있었고, 친절한 수
화기의 그 목소리는, 이내 모든 말을 끝마친 후… 영어로도 다시 한
번 들려주었다. 그것도 굉장히 아리따운 목소리와 함께 말이다.
허망했다. 이렇게 인생이 허망했던 것이었을 줄이야. 범진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끝내 인생의 허망함을 깨닫고야 만 것이다. 하지만, 그
는 이렇게 쉽게 무너질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쉽게 재도전할 사
람은 더더욱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 그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 문득
그의 머리를 스쳤으니…
"그래! 아직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어!"
여러 만화에 나오는 대사들 중 하나를 지껄이는 그였다. 희망… 그
래 인류에게는 희망이 있다. 그런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이렇게 헛소리를 해대며 다시 전화기에다 손을 갖다대는 그였다.
7전 8기라는 말을 여러분은 아시는가? 그리고 "깨지고 나아가~ 끝
내~ 이기리라~" 라는 어느 홍보용 cf의 노래도 알고 있는가?
그렇다.
인간은 이렇게 강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살아있는 표본은
지금도 열심히 숫자판을 눌러대고 있었으니…
"헥. 헥… 마지막… 1!"
"띠리링~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그리고 나오는 말은 역시나… 지금 거신 전화번호… 딸칵. 다시 한
번 듣기 싫은 목소리가 범진의 귀에 들리고야 만 것이다. 범진은 이
내 울컥하는 기분과 함께, 전화기를 던져버릴까 생각도 해 보았지
만…솔직히 이건 자신의 것이 아니지 않은가?
다시 조용히 전화기를 내려놓는 그였다.
이걸로 그 기계음을 들은 지 6번째이다. 시간은 어느덧 1: 50을 가
리키고 있었고, 바깥은 이미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서도
범진은 열심히 자신의 정열을 불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장
한 모습이 아닌가! "헉헉... 우리 한 게임 더 할까?" 라는 어느 cf의
문구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이제 그는 지쳤다. 이런 반복되는 작업에 그의 심신이 모두 피로한
것이다. 숫자판을 누르는 것도 이제 그는 거의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
었고, 눈은 붉게 충혈 되어서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할 정도였다. 중요
한 건 보는 이가 없다는 것이지만.
딸칵.
다시 한번 전화기를 잡는 범진. 이걸로 7번째의 도전이다. 그리고
지금 그의 상태로 봐서는 아마… 마지막 도전이 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이번… 이번 한 번만 더 한다. 이번에도 그 목소리 나오
면… 난… 난, 그냥 자고 말테닷!"
꾹… 꾹… 꾹… 꾹…
이제는 어느 정도 숙달되어서 손놀림이 빨라질 만 하지만 실상 상
황은 달랐다. 이렇게 자꾸 실패하니 이제는 하나 하나에 세심히 신경
을 써야 하는 것이다. 자꾸 실패하다보니 점점 그 주의는 지나칠 정
도로 예민해지고 결국 진행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하나하나, 목
기(木器)를 만드는 장인의 손처럼 그의 손놀림은 느렸고, 정확했다.
그리고 30분 후. 그는 다시 한번 마지막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잠
시 머뭇하는 범진. 이제 마지막 1만 누르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 1만.
하지만 누를 수가 없었다. 두려웠다. 1을 누르는 순간, 띠리링!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이런 소리가 나올 까 그는 두려웠던 것이다.
어쨌든 1을 누르지 않으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에게는
더 이상 선택권이 없었다. 이제... 1을 누르는 것뿐!
"에라이 몰라! 될대로 되라!"
꾹.
…그리고 잠시 수화기를 귀에다 갖다대는 그. 이제 좀 있으면 7번
째 도전의 결과가 그에게 들릴 것이다. 과연 이번에도 실패일지… 아
니면 전화가 걸릴지. 점점 초조해지는 그였다.
"하지만 실패일거야… 젠장. 도대체 내가 이걸 왜 했지?"
그렇게 자신을 질책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범진이었다. 쯔
쯔… 이렇게 포기하고 마는 것인가? 뭐, 차라리 필자라도 당장 내려
놓고 침대에서 잠이나 자겠다. 하하… 설마 전화신호음이 가는 이런
소리 말이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
이런 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릴 리가 없지 않은가? 하하… 하하??
뭐엇!!! 드, 들리잖아!
범진은 경악하며 다시 수화기를 들어보았다. 분. 명. 히…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놀랍게도… 신호가 가고 있었다. 분명히… 그 데자이어라는 곳으로
신호가 가고 있었단 말이다! 기계음이 나오는 것이 아닌, 정말로 전
화가 걸리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은?!
"마, 말도 안돼?! 그런 전화번호가 걸린단 말야?"
신호음은 정확히 7번을 울린 후, 멈추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수화기
를 들어올리는 소리. 그것은 범진의 소리가 아니었다. 분명 그쪽의 사
람의 소리였다. 귀를 바싹 수화기에 붙이는 범진.
그리고 이내 수화기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를 경악하게 했다. 수화
기에서 흘러나오는 아리따운 여성(물론 상상이다. 목소리를 기초로
한)의 목소리…
"안녕하세요? 소원성취기관 데자이어로 전화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느님, 맙소사! 어떻게 이런 일이!
~~~~~~~~~~~~~~~~~~~~~~~~~~~~~~~~~~~~~~~~~~~~~~~~~~~~~~~~~~~~~~
한 10초전에 1편을 올린 월화난영입니다. 또 보자고 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렇게 염치없게 찾아뵈는군요. 음......
음....
솔직히 지금은 할말이 없군요. 빠각! 빠각! 으윽... 어쨌든, 다음편에
서...바이*2
~~~~~~~~~~~~~~~~~~~~~~~~~~~~~~~~~~~~~~~~~~~~~~~~~~~~~~~~~~~~~~
데자이어 2번째 수정… 흐음… 수정도 여간 고역이 아니군여…
확실히 새로 쓰는 것 보다는 쉽긴 하지만…
하아… 원래 1편부터 10편까지는 차라리 아예 리메이크를 해 버리
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신님의 냄새를 그냥 콱! 지워버리기
위해서는… 뭐. 일단은 내버려 두죠.
그럼 이만입니다~ 다음에 봐여~
Name : 운영자 Date : 05-10-2000 17:02 Line : 195 Read : 463
[3] [데자이어] -Dreams come true-...3
Ip address : 157.197.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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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FANTASY (go SF)』 61052번
제 목:[데자이어] -Dreams come true-...3
올린이:월화난영(김진환 ) 99/12/14 19:06 읽음:3548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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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re
-Dreams come true-
3
'부, 분명히... 기계음은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어떻게 이런 전화번호로 전
화가 걸릴 수 있지?'
범진은 수화기를 든 채 그 여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확실히 이상
한 것 투성이었다. 그렇게 긴 전화번호하며, 또 소원성취기관은 뭐란 말인
가? 자신의 소원을 이루어주기라도 한 단 것인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는
그였다.
그 순간 다시 그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데자이어에 전화를 건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손님은 이곳 데자이
어에 20년만에 전화를 거시는 손님입니다."
"20년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범진은 이 여자가 정말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해 되물었다.
한 마디로 지금 그는 이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데자이어
는 또 뭔지, 그리고 5년만의 손님이라니... 범진은 아무것도 이해를 하지 못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여성은 범진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은... 빨리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질문이라니... 그건 또 뭐야..."
"간단한 겁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솔직하게 답변해 주십쇼."
그 여자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고, 범진은 왠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
스로 참았다.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정말 진지함이 배어있는 목소리였다. 정
말 감쪽같이 속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범진이 속으로 웃고 있는 동안...
그 여자는 범진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지금 당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 이것 한마디였다. 당신의 소원이 무엇이냐는 질문. 그것 하나 만이었다.
범진은 잠시 그 말을 듣고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왠지 장난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겨우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그런 질문에 자신이
이렇게 진지해지다니... 정말 놀랄노자의 범진이었다.
범진은 이내 수화기를 들고 있다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게 꿈인가? 아니면 술기운 때문인가... 어쨌든 중요한 건 둘 다 환상인
것 같은데... 뭐, 이 전화를 끊으면 알겠지."
그 말과 함께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범진이었다. 그 순간 그 여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돼요!"
멈칫.
그녀의 목소리에 범진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움직임을 그대로 멈추었고,
이내 그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듯 하더니, 범진에게 조용히 말했다.
"전화를 끊으시면 안됩니다."
"이거 장난 같은데? 아무래도 끊어야..."
"잠깐만요! 끊으면 안돼요."
"아니. 장난이 확실하지? 나는 끊겠어."
"잠..."
그 말과 함께 범진은 귀에서 수화기를 떼고 다시 전화기에 올려놓아 전화를
끊으려 했다. 더 이상은 들을 가치도 없었다. 이런 질문을 하는 곳이라니.
전화번호만 봐도 장난이라는 것이 사실 뻔한 것이었다. 범진은 그렇게 생각
하며 전화기를 올려놓으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쉬이이익! 퉁!
"으악! 이게 뭐야!"
범진은 전화기를 떨어뜨리며 그대로 뒤로 물러섰다. 전화가 끊기지 않은 것
은 당연한 결과였다. 어쨌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굉장히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내 수화기에서 몇 갈래의 긴 천들이 마구 비집고 나오더니 이내 허공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천장 근처에서 그것들은 서로 꼬여가며 일정한 모양새를
이루었고, 그 모습을 범진은 그냥 얼이 빠진 채로 바라볼 뿐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쉬리리리릭, 쉬리릭. 쉬리리릭...
"으윽... 도대체 이게 뭐야!"
그것들은 계속 서로를 꼬아갔고, 이내 마구 꼬여가며 그 안이 완전히 보이
지 않을 정도로 밀폐되게 되었다. 아마 한범진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
른다. 천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아, 물론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쉬리릭... 쉬릭. 쉬익...
이내 그 회전은 멈추었고, 순간 그 천들이 파앗 하며 그대로 허공에서 사라
져 버리고 말았다.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 나선형이 순식간에 범진의
눈에서 사라진 꼴이란...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신기한 일이 있었으니 그것
은 바로...
범진의 눈앞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 여자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
로 말이다. 머리는 긴 갈색머리에, 검은 색 눈동자, 그리고 갸냘픈 턱선에,
그 어떤 탈렌트 외모보다도 수천만배는 더욱 더 아름다운 듯한 저 청순함.
아름다움... 그리고 약간은 테크노, 사이버틱한 한 마디로 특이한 복장을 입
고 있었고, 손에는 손가락만 나오는 반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녀의 악세사리
는 보통 화려한 것이 아니었는데, 목에 건 조그마한 목걸이에서 귀에 건 화
려한 귀걸이에까지.. 그리고 왼손에 든 휴대폰에... 정말 굉장한 여자였다.
범진은 잠시 그녀가 어떻게 등장했는지조차도 잊어버린 채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한 것이다.
결국, 먼저 말을 꺼낸 쪽은 그 여자였다. 그 여자는 생긋 웃으며 범진에게
말했다.
"저 손님... 아무리 못 믿겠다고 하셔도, 그렇게 전화를 성급하게 끊으시면...
곤란합니다."
"아, 아니... 그 쪽이야 말로,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이제야 어이없다는 눈빛과 어이없다는 말투로 그녀에게 묻는 범진이었다.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누군든지 방금 그녀의 등장을 보았다면
누구나 이런 표정을 지을 테니 말이다. 갑자기 수화기에서 천이 삐져 나오
고 그리고 그 천이 지 멋대로 움직이다가 이내 사라지면서 사람 하나를 마
술퍼럼 등장시켰으니 말이다. 완전히 이건 유리겔러 뺨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범진의 얼이나가 있는 질문에 에넬리아는 그저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일단은, 소개부터 합시다, 손님. 저는 에넬리아. 천계 인간관리국 산하지부
소원성취기관 데자이어의 상담원으로 일하는 2급 천사 에넬리아입니다. 잘
부탁해요, 손님."
그녀의 길고도 황당한 소개에 비하여 범진의 소개는 간략하기 그지 없었다.
"나, 나는... 한서고등학교 3학년 한범진..."
"예. 범진 씨라고 불러도 되겠죠? 자꾸 손님, 손님 하면은 좀 그러니까."
무언가에 홀린 듯 약간의 시간차를 두며 고개를 끄떡이는 범진이었다. 역시
단순한 놈이었다. 갑자기 이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서로 소개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범진이 그 에넬리아의 소개가 이상함을 눈치챘을 때는 상당한 시간
이 흐른 후였다.
"어, 어떻게 수화기에서 나타났는지..."
"예. 그건 제가 전화선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죠."
... 이렇게 말하면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에넬리아의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에
범진은 정말 어이없음을 감추지 못했다. 솔직히 들을려고 한 답은 그게 아
닌데...
어쨌든 혼란스러운 것 태산이었다. 지금 범진은 이 돌아가는 상황을 쥐꼬리
만큼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천계는 또 뭔지? 그리고
자신을 2급 천사니 뭐니 소개하는 것은 또 뭐란 말인가? 데자이어는 또 뭔
지... 그런 것을 생각하니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범진이었다.
그런 범진에게 에넬리아는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
이제 이 소설이 본격적으로 모방을 시작... 아아, 필자는 괴롭습니다. 언제나
저는 이렇게 아이디어 부족으로 시달려야만 하는 운명일까요? 으윽! 제 두
뇌는 왜 이렇게 창의적이지 못한 걸까요?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너무나 여신
님을 모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으음... 그런 걸 여신님에 대한 동경심의 다
른 표출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4편도 남았으니 다음에 또 보죠. 그럼 이마안~
바이*2
Name : 운영자 Date : 05-10-2000 17:03 Line : 303 Read : 425
[4] [데자이어] -Dreams come tru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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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FANTASY (go SF)』 61053번
제 목:[데자이어] -Dreams come true-...4
올린이:월화난영(김진환 ) 99/12/14 19:06 읽음:3407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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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re
-Dreams come true-
4
에넬리아는 생긋 웃으며 범진에게 말했고, 그것을 보면서 범진의 얼굴은 잠
시 발그레... 해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되찾은 범진은 고개를 끄떡이며 설
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지금 그는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으니. 누가 이
상황에 대하여 설명이라도 해 주지 않으면 돌아버릴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범진 씨가 듣기에는 아마 소설 같은 이야기뿐일 겁니다."
"하지만, 한번 들려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범진은 머뭇거리며 에넬리아에게 말했고, 에넬리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
다. 그리고 서서히 입을 여는 그녀였다.
"일단은 이 세계를 천계(天界), 인간계, 마계(魔界)라는 세 곳으로 나누는 것
이 중요합니다. 기독교적 관점으로 보자면 천계는 하느님이 다스리는 곳. 우
리같은 천사들이 있는 곳이죠. 그리고 인간계는 바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계이고, 마계라는 것은 기독교에서 사탄이라는 자가 다스리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마족이 살고 있답니다."
에넬리아는 자기 딴에는 그런데로 범진이 알아듣게 요약해가면서 범진에게
들려주었고, 범진은 그것을 들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알아듣는 것인가? 그런
생각에 에넬리아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의 손님은 모두 자
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진 역시 똑같은 인간이었다.
"... 지금 소설 쓰는 거야?"
"아니... 그러니까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했잖아요."
"하지만 믿기 어려운걸. 그러니까 지금 네 앞에 있는... 에넬리아가 천사라는
거야? 그거야?"
"예. 이제야 이해하시는군요!"
에넬리아는 생긋 웃음을 지으며 범진에게 말했고, 다시 한번 어이가 없어지
는 범진이었다. 아니... 세상에 천사라는 것이 어디 있는가? 지금 눈앞에 있
지 않은가... 하는 사람은 일단 자신의 사고에 대하여 의심을 해 보도록. 어
쨌든 범진은 그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었다. 왜냐면 그는 인간이었으
니. 적어도 천사 에넬리아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에넬리아가
말하는 것은 환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그런 이야기들 투성이니 말이다.
어쨌든 황당한 이야기라도 일단은 에넬리아의 말을 듣게다는 범진이었다.
그런 그에게 에넬리아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이번엔 데자이어라는 곳에 대하여 설명 드리겠습니다. 데자이어는 천
계(天界) 인간관리국 산하지부 중 하나로서, 인간의 소망을 담당하는 곳이
죠. 이외에도 인간관리국 산하지부에는 인간의 행복, 고통, 슬픔, 분노 등을
담당하는 곳이 있답니다. 데자이어는 그런 곳중 하나이죠."
"... (역시 이해를 하지 못하지만...) 그럼... 인간의 소망을 담당한다는 것은...
인간이 탄생과 생겼다는 거야?"
"예. 인간관리국의 역사는 거의 몇 천년에 가까우니 말이에요. 산하지부 역
시 마찬가지이죠. 뭐, 그렇다고 상담원인 제가 몇 천살 이라는 이야기는 아
닙니다. 저는 데자이어 상담원 중에서는 가장 신참이거든요."
"몇 살이길래..."
"아직 상담원의 전화기를 잡은 지, 25년 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가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52년 되었구요."
'..... 5, 52년?!'
에넬리아의 말에 자꾸만 황당, 당황, 당혹해지는 범진이었다. 지금 그의 눈
앞에 있는 에넬리아는 아무리 많이 봐줘도 22세 이상으로는 보지 못할 정도
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52년을 살아왔다는 것인가? 범
진은 에넬리아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일
리있는 말일지도 몰랐다. 물론 그녀가 정말, '천사' 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약간은 당황한 범진의 마음을 파악한 듯, 에넬리아는 생긋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놀라지 마세요. 어차피 천사의 나이와 인간의 나이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니 말이에요. 천사들은 영원히 산답니다. 동시에 불멸의 존
재죠. 천사에게는 나이란 의미가 없답니다."
"그, 그런가?"
"하지만, 그 나름대로 안 좋은 점도 있어요. 천계는 너무 조용해서 탈이에
요. 누구나 쉽게 따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범진 씨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주셨을 때, 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범진 씨의 전화가 제가 데자
이어의 상담원으로 일하며 두 번째로 받아본 전화니 말이에요."
"으, 응..."
에넬리아는 약간은 호들갑을 떨면서 범진에게 말했고, 범진은 얼떨결에 그
냥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전화를 건일밖에 없지 않
은가? 약간 특이한 것은 오기를 쓰고 7번이나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잡다한 생각을 하던 범진에게 이내 문득 스쳐지나 가는 것이 있었
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20년만에 전화를 건 손님이라고 했었다. 그렇게 데
자이어라는 곳에 전화를 거는 것이 힘겨운 것인가?
범진은 호기심을 띄며 에넬리아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까... 내가 20년만에 전화를 건 손님이라는 소리를 했었던 것 같
은데. 그렇게 데자이어에는 전화가 안오나?"
"예. 데자이어에 전화를 건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죠. 일단은 우리가 그
신문에 게재한 광고를 볼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 필요해요."
"수, 순수한 마음?"
"예. 순수한 마음. 당신에게는 만화 같은 소리로만 들리겠지만 일단 대부분
의 사람들에게는 이 광고가 보이질 않는답니다. 단순한 여백으로 밖에 보이
지 않겠죠."
에넬리아는 웃음을 지으며 범진에게 말했고, 범진은 과연 자신이 그렇게 순
수한 놈이었나를 곰곰히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
도... 자신은 그리 순수한 놈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범진이었다. 적
어도 하늘을 우러러... 너무나 많은 부끄럼이 있었다. 확실히 나쁜 녀석은 아
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성인군자 역시 아니었던 것이다.
'솔직히... 내 자신이 그런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범진의 고뇌를 아는 지, 모르는 지 에넬리아는 계속 말을 이어나갈 뿐
이었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그 긴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만한 능력이 있냐는 것
이죠. 그리고 걸더라도 그곳에 7번 전화를 걸지 않으면 절대 데자이어에 저
화를 걸 수 없습니다. 정확하게. 7번을 전화걸지 않으면 전화가 걸리질 않
죠. 그런데, 범진 씨는 정말로 7번을 거셨고, 데자이어의 손님이 되신 겁니
다. 저의 두 번째 손님이기도 하구요."
"한 마디로 오기가 필요하다는 뜻이군..."
힘없이 중얼거리는 범진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자신이 데자이어에 전화
를 걸었을 때 전화가 걸리지 않은 것은 자신이 잘못 눌러서가 아니라 아직
7번 전화걸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다. 행운의 숫자 7... 정말 범진의 이상하게
삐뚤어진 오기가 불러온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는 어떻게 전화기로 이동할 수 있는거지?"
"천사들의 능력입니다. 이건 저의 개인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죠. 저는 일단
유선으로 전화가 설치된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답니다. 물론 휴대
폰은 안 돼죠."
"이야... 신기하네?"
"천사들의 능력으로서는 일반적인 거예요. 제가 아는 어떤 천사는 TV의 수
상기를 이용해 이동하기도 하고 또 다른 천사는 라디오의 주파수로 이동하
기도 하죠. 거울로도 이동하기도 하고, 수도관, 전기 콘센트, 도시 가스관...
등등. 여러 가지로 다양하죠."
"하하하...(저, 정상이 아니다?!)"
에넬리아의 말에 멋쩍게 웃는 범진이었다. 정말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사들이 그런 미로처럼 퍼져 있는 것들을 이용해 이동한다니. 천사라면 멋
있게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가는, 뭐 그런 것인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아니
다. 별의 별 이상한 것으로 이동하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왠지 천사라는
존재가 그리 위화감이 들지 않는 존재로 느껴진 것은 그때였다.
범진은 피식 웃음을 지었고, 순간 에넬리아는 무엇이 생각난 듯, 손뼉을 치
면서 물었다.
"아! 범진 씨. 그러고 보니, 제가 중요한 것을 깜빡 잊고 있었군요. 소원을
물어보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소원? 그거 정말 들어주는 거야?"
"그러니까 소원성취기관이죠."
에넬리아는 생긋 웃음을 지었고, 다시 황홀무아지경에 빠지는 범진이었다.
아아, 너무나 아름다운 웃음. 그대가 허락하면 나는 그 눈동자에 빠져 허우
적 대다가 익사해도 후회하지 않으리!... 라며 이상한 생각을 하는 범진이었
다.
"물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솔직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같습니다."
에넬리아는 그것을 상기시키듯 범진에게 말했고, 범진은 이내 극심한 혼란
에 휩싸였다. 자신이 어떤 소원을 말해야 할지 어떡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
다. 만약 장난이 아니라면, 정말 소원을 들어줄텐데... 과연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이상한 소원이라도 말했다가, 이내 이것이 장난이어서 비웃음거리
라도 되면? 자꾸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범진이었다.
그렇게 머리를 싸매던 범진은 이내 에넬리아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나 외에도 한 명의 손님이 더 있었다고 했잖아? 그 손
님은 무슨 소원을 말했지?"
"그냥 저를 천계로 돌려보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군데..."
"마더 테레사님이시죠. 지금은 고인(故人)이 되셨지만 20년 전에 만났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죠. 자신은 너무나 행복하기에 소원이 필요 없다고요. 자
신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만으로도 그는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보였고요."
"마, 마더 테레사라니..."
"걱정마세요. 이건 그녀의 생각이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당신의 소원을 말할 자격이 있고,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
... 마, 마더 테레사. 이 시대 최고의 성녀로 꼽히시는 분이 아닌가? 너무나
태연하게 말하는 에넬리아의 모습에 범진은 잠시 얼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람도 데자이어라는 곳의 손님이었다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은 지금
마더 테레사 님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이고. 같은 데자이어의 손님으로서
말이다.
약간의 도움을 얻으려고 들은 조언이었지만, 그 말을 들으니 더욱 혼란스러
워지는 범진이었다. 이것이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더 테
레사는 에넬리아를 그냥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은 과연 어떤
자식인가를 잠시 돌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넬리아에게 돌아갈
달라고 말해야 하는가? 그것은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범진 씨. 과연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잠시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에넬리아는 다소곳이 서서 범진에게 말했고, 범진은 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 처럼 에넬리아에게 돌아가 달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지금 에넬리아의 모습은 그 어떤 탤런트보다도 아름다운, 정말 지금까지 본
여자들 중에서는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니 말이다. 자신의 18년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정말 처음이었다. 그런 여자에게 어떻게 그렇게 매몰찬 말
을 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돌아가 달라는 말은 하지 못하는 범진이었다.
범진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범진은 눈을 딱 갘은
채,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 여자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
범진은 눈을 딱 감고서 벽에다 몸을 기대며 에넬리아에게 말했다. 그로서는
정말 황당하고도 힘든 소원이었다.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 자신에게도 여
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생각. 범진은 자신의 생각에 솔직했다. 하지
만 그것을 말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던 것이다.
에넬리아는 잠시 아무 말도 없었고, 이미 그런 소원을 말한 후 한참 무안해
진 범진은 눈을 힐끔 뜨며 에넬리아를 바라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아, 아니... 장난이야."
역시, 보통 무안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범진의 얼굴은 확 달아올랐고,
이내 장난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
에 충실했던 것뿐이다. 그리고 이내 그 무안함을 이기지 못하여 그런 거짓
말을 한 것이었고.
삑삑삑삑...
그런데 에넬리아는 범진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까까지 들고 있던
휴대폰의 플립을 연채 열심히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범진이 생각해볼 때,
그런 행동을 자신이 소원을 말한 후 시작한 것 같았다. 그때부터 이상한 소
리가 났기 때문이다.
잠시 범진을 무시한 채 에넬리아는 열심히 번호를 눌러댔고, 왠지 소외당했
다는 느낌을 받는 범진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눈을 딱 감고 말했건만, 상대
는 전화질을 하고 있다니.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하아~
범진은 한 숨을 쉬었고, 동시에 에넬리아의 손놀림도 멈추었다. 그 순간 휴
대폰의 안테나 부분에서 무언가가 모이는 듯 하더니만 이내...
쉬아아악!!
"이, 이건 또 뭐야!?"
갑자기 허공을 치솟아 올랐다. 그것은 잠시 허공을 배회하는 듯 했고, 그제
야 범진은 그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는
뭐 하고, 말 그대로 허공을 선회하는 빛이었다. 미확인 비행물체...
에넬리아는 말없이 창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고, 이내 그 빛은 천장에서
빠르게 창문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내 창문 바깥으로 날아오르더니만, 엄
청난 속도로 하늘을 향해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이내 밤의 구름사이에 묻혀
서 빛은 사라지고 말았다.
잠시 어안이 벙벙한 범진. 범진은 그저 주저앉은 채로 이 상황을 단 한마디
로 표현하는 수 밖에 없었다.
"도,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그 순간 에넬리아는 범진에게 생긋 미소를 지었고, 이내 범진에게 약간은
활기찬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에넬리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범진을 정말... 반은 황홀 반은 경악하
게 만들고야 말았으니!
"지금.... 당신의 소원이 접수되었습니다."
~~~~~~~~~~~~~~~~~~~~~~~~~~~~~~~~~~~~~~~~~~~~~~~~~~~~~~~~~~~~~~~~~~~~~~
마더 테레사 수녀님... 제가 그분의 이름을 이렇게 망령되이 글에 올릴만한
인물은 아닌데... 아아, 이제는 고인이 된 그 분의 이름을 욕되게 한 것은 아
닐까 생각하는군요.
원래 설정은 이거였습니다. 천계의 많은 기관은 지금까지 이 역사상의 위대
한 사람들과 많은 접촉이 있었고, 그 중의 하나가 테레사 수녀님이었다... 이
런 설정이었는데, 이건 뭐 이상하게 흘러가버리고 말았군요. 작가인 제 자신
이 한심할 정도라면... 으응? 이제 보니 한심하지 않은걸? 퍼버벅!(3연타!)
빨랑 5편으로 넘어가야 겠죠? 그럼 5편에서 또 봐여~
바이*2
Name : 운영자 Date : 05-10-2000 17:03 Line : 254 Read : 348
[5] [데자이어] -Dreams come tru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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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FANTASY (go SF)』 61054번
제 목:[데자이어] -Dreams come true-...5
올린이:월화난영(김진환 ) 99/12/14 19:06 읽음:3377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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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re
-Dreams come true-
4
천계(天界).
우리가 알고 있는 천계의 모습은 아마 구름 위에 건물들이 지어져 있는 그
런 동화적인 모습이 대부분이다. 왜? 어렸을 때부터 그런 황당한 동화를 읽
어왔으니 말이다. 솜사탕 같은 구름 위에, 천사들이 뛰놀고... 그리고 가즈나
이트도... 아아, 이건 아니고. 어쨌든...
하지만 실제 천계의 모습은 그렇게 낙천적이지 못했다. 천계의 모습도 인간
계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한데, 하나 다른 점이라면, 모든 건물이..
둥실.
... 공중에 떠 있다는 것이다. 대충 봐도 높이가 최소한 10km는 될만한 길쭉
한 건물들이 공중에 떠 있었다. 그것도, 수천개. 그리고 그 아래는...
비어 있었다. 한 마디로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더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이
세상 자체에 밑바닥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만약 이 세계에서
이 공중에 둥실 떠있는 건물만 제외한다면 완벽한.. 허공이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인간이 이해하기에는 정말 어렵고 난해한 세상이다.
인간관리국.
이곳 이 빌딩(물론 건물에 떠 있다)안에는 많은 산하지부들이 내재되어 있
었다. 워낙 건물 크기가 보통 큰 것이 아니라서, 대충 추정해봐도 이곳에 산
하지부가 수백 개는 있다고 추정된다.
그리고 그중 하나...
소원성취기관 -Desire-
... 그중 가장 작은 규모를 자랑하기도 하는 이 지부. 바로 데자이어였다. 데
자이어는 다른 지부보다는 좀 늦게 생긴 곳이라 상당히 규모가 작다. 이곳
인간관리국에서는 가장 작은 규모이기도 하고. 그 덕분에 고급인력, 아니 천
사들은 다른 지부로 가거나 아예 인간관리국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갔
다. 결국, 상담원이라는 천사도 사실 상 에넬리아 하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거의 존폐위기에 놓인 이 기관에도 최고 책임자인 부장은 있었으
니... 그 부장이라는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책이름은... 가즈나이트.
"정말... 인간이 이렇게 천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다루어 줄 수 있다니!
나는 정말 감격했다!"
가즈나이트를 보고서 감동을 받아 거의 눈물을 좍좍 뽑아낼 것만 같은 이
인물. 옅은 장발의 금발 머리에, 갸름한 미소년형 얼굴. 그리고 정갈하게 차
려입은 평복. 한 마디로... 잘생겼다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 잘생긴 얼굴에 비해 정신상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지만.
그가 앉아 있는 의자 앞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앞에는 천계
컴퓨터와 그의 직위와 이름을 확인 할 수 있는 명패가 놓여져 있었다.
[소원성취기관 데자이어. 부장: 루실리스]
그렇다. 그는 이곳의 최고 책임자라는 루실리스 였던 것이다. 비록 곱상한
얼굴을 하고, 그냥 자리나 앉아 있을 만한 인물로 보이지만, 이 사람은 그
생김새에 비해서는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루실리스란 이 천사는 지금은 나이가 524세에 이르는 천사로서, 등급 상 특
급 천사의 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겨우 524세의 나이에 말이다.(?)
특급천사라는 자리는 사실 굉장히 어려운 것이었고, 더욱 더 정확하게 서술
하자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만큼 특급천사라는 자
리는 천사의 능력이 뒷받침되는 곳이었다. 천사 하나가 처음에 갖는 등급은
3급. 거기서 2급으로 올리는데 대충 100년의 시간이 걸리고, 계속 올라갈 때
마다 걸리는 시간은 거의 10배씩 껑충 뛰어오른다. 하지만, 이 루실리스라는
천사는 그런 개념을 완전히 무시해 버린 채, 어린 나이에(?) 엄청난 능력을
가진 천사이기도 했다.
어쨌든, 차기 부천사장 자리를 거머쥘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는 몇 안되
는 인물중의 하나였다. 물론 중요한 건 지금의 부천사장이라는 천사가 물러
나려면 앞으로 적어도 1000년은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리고 루실리
스에게는 그럴 생각도 없거니와, 다른 천사들 역시 루실리스를 인정하려 들
지 않았다.
그는 순수한 천사의 피를 가진 천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약간은(?)
비정상적인 능력도, 사실은 그 비정상적인 혈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아~ 가즈나이트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 구나! 너무나 아쉬운걸?"
.... 물론 평상시에는 약간은 얼빠진, 그리고 문학을 좋아하는, 그 중 판타지
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녀석이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하여 적어도
부장 자리가 아니라, 심지어 국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건
만 승진하지 못하는 루실리스 였다. 본인은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하지만.
턱.
루실리스는 가즈나이트 15권을 굉장히 감명 깊게 보았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의 얼굴은, 또 하나의 대작이 끝났다는 생각에
상당히 허탈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의 잘못된 혈통의 원인인지, 천계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몇 안 되는
천사들 중의 하나였다. 아무리 천계가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이라고는 해
도, 따분한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루실리스야 혈통의 문제로 그런 따분함
을 느낀다고 하지만 루실리스 외의 따분함을 느끼는 다른 천사들은 대부분
원로 천사들이었다. 그들은 예전 인간계에서 활동하던 때가 많았기에 그렇
게 천계에서 따분함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어쨌든 524년 인간계라고는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루실리스 였다. 그는
기회만 된다면 인간계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미 자신이 타
의 반 자의 반으로 이 부장자리를 하고 있는 한 어떻게 나갈 방도가 없다.
그렇다고 2급 천사에 불과한 에넬리아에게 이 자리를 맡겨주면, 아마 데자
이어는 곧 폐쇄될 것이고...
이래저래 한 숨 밖에 나오지 않는 루실리스 였다.
그때였다.
팟!
"엥? 갑자기 모니터가 켜지다니? 무슨 일이 있나?"
순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진 컴퓨터 모니터가 갑자기 켜졌고, 이내 화면이
뜨기 시작했다. 천계의 컴퓨터는 인간계의 컴퓨터와 당연히! 다르다. 타자라
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마우스도 없다. 오직 손가락으로 허공에 휘
저으면 알아서 인식할 뿐. 상당히 편하지 않은가? 음성인식시스템에, 자체적
인 인공지능도 가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무한에 가까운 저장시스템과, 속
도 자체도 무한에 가깝다. 느려지게 하면 느려지는 것이고, 빨라지게 하면
빨라지는 시스템이다. 천계의 컴퓨터는 그런 기물(奇物) 이었던 것이다.
이내 화면이 뜨면서 자그마한 사운드도 들리기 시작했다.
"You've got mail..."
... 정말 루실리스의 정신상테에 대하여 다시 한번 의문을 갖게 한다. 천계의
사람이 인간계의 인터넷에서나 쓸 만한 말을, 그리고 이미 영화로 나온 말
을 이렇게 천계에서 버젓이 쓰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천계에서도 이것은
편지가 왔습니다... 라는 뜻이 맞지만 말이다.
루실리스는 별 흥미 없다는 얼굴로 이내 손가락을 튕겼다.
"또 무슨 편지야? 아마... 재미없는 사무적인 이야기나 담겨져 있겠지. 그런
데... 이거 휴대폰으로 보낸 편지잖아?"
딱.
그러자 모니터에서 편지가 열리는 듯한 모습이 나왔고, 이내 모니터에 글이
보이기 시작했다. 루실리스는 잠시 그것을 흥미없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
내 그 말머리에 붙여져 있는 한 천사의 이름을 보고는 흥미가 동하여 이내
자세를 고쳐앉았다.
"에넬... 리아? 갑자기 무슨 일이야? 이 녀석이 하라는 일(그래봤자 수화기
붙들고 있는 것...)은 안하고 편지나 쓰고 앉아 있어?... 엥? 그런데 이거 송
신지가 약간 이상한 걸?"
분명히 송신지가 천계의 주소가 아니었다. 저런 주소는 분명 인간계의 주소.
그럼 에넬리아가 인간계로 내려갔다는 말? 루실리스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 글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서서히 눈이 커지는 루실리스.
그는 이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뭐! 손님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출장 서비스! 에넬리아가! 으윽... 좋겠다..."
그는 원통한 듯이 책상을 두어번 두들 겼다. 자신도 못 가본 인간계를 자신
의 수하인 에넬리아는 벌써 두 번이나 간 것이 아닌가? 그리고 자기 혼자만
이렇게 떠날 줄이야... 왠지 에넬리아가 치사하게 느껴지는 루실리스 였다.
과연 에넬리아의 상관이 맞는지... 의심이 가는 천사이다.
......
그렇게 잠시 글을 읽어내려가던 루실리스의 표정은 아까까지 원통하다는 표
정에서 이제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고 있는 표정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루실리스는 이내 그것을....
"푸하하하하하하핫!"
발산해버리고 말았다. 약간의 분비물(?)과 함께 말이다. 과연 저 곱상한 얼
굴에서 저런 호탕쾌할명랑낙천적인 웃음이 나올 수 있는지... 우리모두 심사
속고할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어쨌든...
루실리스가 웃은 것은 그 손님이라는 작자의 소원때문이었다.
"소, 소원이... 여자친구가 되어 달라구?! 푸하하하! 정말 그 작자를 한번 보
고 싶구나!"
배를 잡고 낄길 대는 루실리스였다. 루실리스는 그렇게 한참을 웃더니만, 이
내 '폭소 후 복근 경직증' 으로 고통스러운 배를 움켜잡으며 이내 아까의 엄
숙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루실리스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면서 조용히 나직였다.
"과연... 결말이 기대되는 걸? 앞으로 한 동안은 심심하지 않겠어."
루실리스는 창 밖을 보면서 조용히 중얼거렸고... 만약 그 모습에 커피 한잔
을 음미하는 모습만 곁들어진다면 아마 그것은 최고의 커피 광고가 될 것이
다. 그럴 정도로 루실리스의 모습은 멋있었고, 운치가 있었다.
그렇게 잠시 창밖을 먼 눈으로 바라보던 루실리스는 이내 의자를 돌려 테이
블 위에 놓여져 있는 여러책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꺼낸 책은...
[선녀와 나무꾼]
대중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그러면서도 비극적 스토리를 자랑하는 아이
들의 수준에는 약간 어려울 만한 동화책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루실리스의 수준에도 역시 맞지 않다는 것.
그것을 잠시 슬픈 눈으로 바라보던 루실리스는 이내 무언가가 생각난 듯 고
개를 번쩍 들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에넬리아가 여자친구라는 말의 뜻을 알기나 할까?"
범진은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에넬리아가...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 것인가?
아니 들어주었다. 아까 한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도... 결론은 오직 그
것. 한가지였다. 나의 소원을 의외로 쉽게 들어주었다는 것.
범진은 약간은 황당한 얼굴을 지으며 그저 생긋 웃음을 짓고 있는 에넬리아
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 그런 어처구니 없는 소원도 들어줘?"
"예. 그러니까 소원성취기관이지요."
에넬리아는 언제나 그랬듯이 웃음을 지었고, 범진도 동시에 따라서 웃었다.
왠지 그녀와 함께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다. 지금까지 시커먼 선배들
과 이 하숙집에서 뒹굴었던 지금까지의 생활...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다니는
선택된 환경에서도 여자친구 없었던 그에게... 에넬리아의 존재는 보통이 아
니었을 것이다. 아마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찾았다던지...
그리고 순간 에넬리아가 말한 단 하나의 질문에, 범진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도대체 뭐죠?"
... 설마... 아무래도 그것을 모르고 소원을 들어준 것 같다. 과연 천사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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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 올릴 분량의 마지막이군요. 처음 시작하는 날 다섯 편을 올리
다니. 솔직히 평상시의 능력으로서는 가능하지 않죠. 지금까지 비축해온 분
량이니... 가능한 것이겠지만.
이번에는 가즈나이트라는 이름을 도용하고 말았군요. 으음... 제가 워낙 좋아
하는 소설이라. 재미 만으로 치자면 제가 읽어본 판타지 소설 중 아마 2위
일 겁니다. 1위는 누구나 알다시피 드래곤 라자이고. 라자보다도 더 재미있
는 책이 있지만 그 어떤 책도 라자를 저의 1순위에서 몰아내지는 못할 것
같군요. 라자는, 저를 판타지라는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게 한 소설이
기도 하니까요. 그런 만큼 꽤나 의미가 있죠. 음... 그리고 보니 라자를 읽은
지 거의 9달이 다 되어 가는군요. 다시 빌려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절판
이 안된거라면 한 질을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아아, 어쨌든 오늘 올리는 분량의 마지막이다 보니 잡담이 비정상적으로 길
어지고 말았군요. 그럼 이만 작별을 고할까 합니다. 음 이러니 왠지 영영 떠
나는 사람 같은데... 어쨌든 내일 분량 잡담에서 또 봐여~
바이*2
Name : 운영자 Date : 06-10-2000 06:49 Line : 233 Read : 277
[6] [데자이어] -Dreams come tru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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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FANTASY (go SF)』 61195번
제 목:[데자이어] -Dreams come true-...6
올린이:월화난영(김진환 ) 99/12/15 16:53 읽음:3144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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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re
-Dreams come true-
6
범진은 잠시 현기증을 느끼고야 말았다. 아아, 과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천사가 천사가 맞는지, 다시 한번 의심이 가게 하는 대목이었다. 여자친구라
는 단어 뜻도 모르면서, 그냥 소원을 들어주다니. 말 그대로... 무늬만 천사
일지도 모른다. 뭐 그러기에는 너무 아름답지만.
범진은 잠시 자신의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에넬리아에게 말하려
했다.
"그러니까... 여자친구라는 것은... 거 뭐냐. 그러니까..."
"예. 그러니까?"
"그, 그게..."
... 솔직히 이 녀석도 제대로 된 정의를 말하기에는 너무나 힘겨운 녀석이었
다. 얼굴 표정으로 볼 때 여자친구라는 것을 정확히 모르는 에넬리아에게
막상 말을 하려니 갑자기 말문이 콱 막히는 범진이었다. 아니 더 솔직히 말
하자면 자신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고.
범진은 잠시 머뭇머뭇 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여자 친구라는 것은... 저거야. 언제까지나 함께 있는 것. 그, 그
렇지. 언제까지나 함께 있는 것."
"언제까지 함께 있는 것? 그게 여자친구 입니까?"
"(솔직히 자신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고 있음) 아, 아마 맞을 거야."
너무나 순수한 표정의 에넬리아에게 너무나 힘겹게 말을 하는 범진이었다.
뭐, 여자친구라는 정의가 과연 이것인지는 범진도 잘 몰랐지만,(물론 아니겠
지...) 일단은 에넬리아가 그런데로 고개를 끄떡이며 이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 범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건 완전히... 어린애와 말을 하는 것 같잖아? 태어난 지 52년이나 되었다
면서 왜 이렇게 아는 게 없는지... 하아~'
"여자친구가 그런 뜻이었군요. 정말 좋은 단어로군요. 언제까지 함께 있는다
라... 굉장히 좋은 단어 같아요."
"...... 으, 응.(과연 이해나 한 건지...^^;;"
에넬리아는 여자친구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은 의미의 아주 순수하기 그지
없는 단어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소망이라든지, 사랑이라든지. 행
복이라든지... 그런 순수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범진이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 한 것도, 약간의 흑심이 있어서가 아닌가? 물론 그
녀석은 그 녀석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긴 했다.
범진은 순간 지금까지의 취기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 했고, 동시에 오늘의
피로도 마구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중요한 때에 그런 기분이라니... 범
진은 그런 피로를 느끼며 벽에다 몸을 뉘었다. 이렇게 소원을 말하고 나니...
기분도 편하고, 온몸이 나른했다.
"내일도 학교 가야 하는데... 왠지 지금 이 순간이 내일은 다 꿈이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두려워."
"......"
퍼러럭.
범진은 벽에다 몸을 기대고 조용히 눈을 감은 채로 에넬리아에게 말햇다.
그렇다 자신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렇게 에넬리아라는
천사, 그리고 지금은 여자친구가 된 이 천사와 함께 있는 것도... 내일이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런 범진의 혼잣말을 조용히 듣던 에넬리아는 약간은 쓸쓸한 얼굴을 지었
고, 이내 옷을 나풀거리며 자신도 범진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나풀거리는
옷을 몇 번 다듬어 이내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이내 자는지도 모르는 범진에게 조용히 말했다.
"내일이 두려워요? 범진 씨는 그런 감정을 느끼나요?"
"... 내일은... 이 지금 현실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내
일 역시... 똑같은 일상의 반복인데..."
"......"
"지금 나는..."
범진은 자꾸 감기려는 눈을 힘겹게 뜨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그대로 잠이 들까 두려웠다. 완전히... 갑자기 긴장이 풀리니 잠이 오
는 것도 순식간이다. 어쨌든 이렇게 눈을 감고 자 버리는 건 너무 싫었다.
단 1분 만이리도... 이 시간을 유지하고 싶은 범진의 마음이었다.
범진은 더듬거리며 이내 힘겹게 말한 후, 그대로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해. 동시에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일단은 너무..."
범진은 마지막 순간에 한없이 포근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며 이내 의식의
끈을 놓져버린 채 그대로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꿈이라도 좋았다. 적어
도... 한 순간만이라도 행복할 수 있었으니. 내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더라
도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눈을 감는 범진이었다.
쿨...
그대로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채, 자는 범진을 에넬리아는 잠시 아
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자신의 두 번째이기도 한 이 손님. 그리고 자신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상당히 황당한 소원을 말한 이 사람. 하지만, 에넬리
아는 이 사람에게 자꾸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 상 이 사람은 그의
첫 번째 손님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그녀를 그냥
돌려보냈고.
피식.
색색 하며 웃는 얼굴로 자고 있는 범진을 향해 에넬리아는 피식 웃음을 지
었다. 자신이 왠지 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기분이 들어 굉장히 보
람스러웠고, 자신 역시 기분이 좋았다.
스윽.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에넬리아는 자신의 손을 들어 무릎에 얼굴을 파 묻
은 패 새근 자고 있는 범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살짝 미소짓는 그
녀. 그녀는 그렇게 범진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다가 이내 조용히 그에게 말
했다.
그가 듣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절대로.... 꿈이 아니랍니다. 내일 당신은..."
".... 쿨..."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스윽.
... 8월 9일. 밤하늘이 아름답던 한 무더운 여름밤의 일이었다.
"으응..."
범진은 이내 부시시 눈을 뜨며 조용히 신음소리를 내었다. 벌서 아침이었다.
범진은 고개를 들어 팡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눈부신 햇살이, 창문사이로 쏟
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라는 것은...
"허억!"
범진은 이내 고개를 돌려 벽에 걸려있는 시계하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원형의 시계는 범진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이미 7시 20분. 넌 지각이
다, 푸후훗!"... 잠시 얼이 나간 채로 그 시계를 바라보는 범진이었다.
'난 죽었다...... TT;'
범진은 허겁지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 순간... 자신의 왼쪽 어깨에 무
언가가 있는 듯 했다. 범진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새근새근...
그곳에는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새근새근 자고 있는 에넬리아의 모
습이었다... 범진은 지금의 상황도 망각한 채,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자고 있는 에넬리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꿈은 아니었다.
알 듯 모를 듯한 안도감이 범진에게 밀려왔다.
"꿈은... 아니다... 다행이야..."
".... 코...."
편안한 모습이었다, 에넬리아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편안한 모습으
로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맡긴 채 자고 있는 에넬리아의 모습은 정말 그 누
구라도 단박에 반해버릴 일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범진은 이내 씨익 미소
를 지었다.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자신의 어깨에 이렇게 다른 누군가가 머리를 기댈
수 있다는 것. 물론 그것이 남자라면 정반대의 상황이겠지만, 지금은 에넬리
아가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행복해 미쳐버릴 범진이었
다. 어제의 소원이... 자신에게 이런 행복을 안겨준 것이다.
"으윽... 그러고보니, 학교에 가야 하잖아?!"
범진은 아까 전에 이미 깨달은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한탄했다. 이 상
황에서 일어나면 에넬리아가 깰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일단은 교복으로 갈
아입고, 학교에 가야한다. 범진은 그렇게 앉아있는 폼으로 힘겹게 손을 뻗어
저쪽 한구석에 쳐박혀 있던 베게 하나를...
턱.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땅바닥에 내려놓은 후, 에넬리아의 머리를 손으로 받
치고 이내 조금씩 그 베게에 올려놓았다. 베게에 누운 후, 에넬리아는 잠시
몸을 뒤척이다가 이내 조용해졌다.
'천사도 자는 건 인간들과 마찬가지로군. 하하하...;'
범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내 옷장으로 다가갔다. 혹시 에넬리아가 깰 지도
모르니 빨랑 교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범진은 옷장을 이리저리 뒤지며 이
내 교복 바지와 상의를 찾아내었다. 일단은 에넬리아가 볼지 모르니, 바지
먼저 입기로 하였다. 그리고 범진은 그것을 단 두 동작 만에 완벽하게 해
내었다.
스윽!(바지 내리는 소리) 스윽!(교복바지 올리는 소리)
정말 능숙한 솜씨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게 능숙한 솜씨로 교복바지를 입
은 범진은 이내 상의 역시 단 두 동작만에 갈아입는 민첩함을 보여주었다.
옷갈아 입을 때 에넬리아가 본다면 개망신이라고 생각하며 범진은 옷을 재
빨리 갈아입었다.
그렇게 범진은 바지의 벨트를 맞추려 하고 있었는 데, 그 순간...
덜컹!
"어이, 범진! 지금 지각이 아닌감?!"
... 그의 선배 하나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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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다시 데자이어라는 이상한 표절소설(?)로 찾아뵙는 월화난영입니다.
의외로... 데자이어에 관련된 글이 조금 있군요.
추천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구여, 그리고 관련된 글이라도 써 주신 분
들.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글에 대해서 누군가 무엇이라도 써 준다는 것.
이것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그럼 7편 잡담에서 또 봐여~
바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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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데자이어] -Dreams come tru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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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FANTASY (go SF)』 61196번
제 목:[데자이어] -Dreams come true-...7
올린이:월화난영(김진환 ) 99/12/15 16:53 읽음:3091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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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re
-Dreams come true-
7
"아, 여, 영진 선배?"
범진은 갑자기 방문을 열고 들어온 그 선배를 바라보면서, 이내 조용히 나
직였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우람한 체격을 가진 한 선배, 영진 선배가 앞에
있었다.
비록 생긴 것은 저렇다고 치더라도, 일단은 공부 하나만은 엄청난 녀석이다.
저 영진이라는 녀석은. 21살의 나이에 한양공대에 재학중이니 말이다. 그리
고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힘도 무지막지한 녀석이고...
범진은 그 선배를 바라보면서 이내 벨트를 잡고 있던 손을 그대로 내려놓은
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이곳이 금녀의 구역, 금녀의 하숙집이
라는 것을 이제야 안 것이다. 아마 영진 선배가 지금 에넬리아의 모습을 본
다면 쫓겨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이상한 오해를 받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
다.
"너 늦은 거 아냐? 벌써 7시 30분이라고."
"아, 예..."
그의 기대를... 무참히 우지끈 밟아 찌부러뜨리듯, 영진은 그대로 문을 연 채
안으로 들어오고야 만 것이었다. 으아악! 속으로 마구 절규하는 범진이었다.
어떻게듯 범진 선배를 막아야 했다. 지금 빨리 영진선배를 바깥으로 밀어내
지 않으면 쫓겨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는 범진이었다.
분명 힘으로 될 상대는 아니다. 자신이 아무리 전 힘을 다해도 저 선배의
힘의 1/10은 될지 자신도 몰랐다. 하지만 일단은 붙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범진은 용감무쌍하게 영진의 배를 향해 보디첵을 한번 날리기로
하였다. 그렇게 영진에게 달려가는 범진!
'어떻게든... 방 밖으로... 어?'
쉬익!.... 쿠당!!
하지만 세상은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았으니... 그는 그대로 무엇인
가에 미끄러져 땅바닥에 그대로 엎어지게 되었다. 정말.... 얼빠진 놈이 분명
했다. 영진은 피식 웃으면서도 범진에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보았고, "야,
괜찮냐?" 범진은 아픔을 가까스로 참으며 자신이 무엇 때문에 미끄러졌는지
밑을 바라보았다.... 벼룩시장. 또 어제의 그 신문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
갑자기... 불길한 기분이 드는 범진이었다.
"저게... 뭐야?"
'주, 죽었다...'
역시 범진의 불길한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영진은 이내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에넬리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까지는 저게 여자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왜? 에넬리아는 벽을 향해서 누워있어서, 영진이 얼굴을
볼 수는 없는 것이었다. 지금 영진의 눈에는 에넬리아가, 여러 색깔이 복합
되어 있는 이상한 나풀거리는 거...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못... 알아챈 건가?'
우웅.
"... !!!"
하지만... 언젠가는 다 들통이 나게 되 있었다. 순간 에넬리아는 몸을 뒤척이
며 자리에서 부시시 일어났고, 그것을 보는 영진과 범진의 눈은 경악의 수
준에 이르고 있었다. 범진은 사실이 들통났다는 생각에... 영진은 여자를 보
았다는 생각에...
그런 둘의 생각을 아는 지 모르는지, 에넬리아는 그저 눈을 비비며, 범진을
향해, 희망차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낼 뿐이었다.
"잘 잤어요, 범진 씨? 어? 다른 분도 오셨네요?"
"......"
"여... 여..."
에넬리아의 말에 둘은 잠시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런 둘을 에넬리아는 잠
시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이내 자신도 모르게 그냥 웃음을 짓고 말았
다. 그렇게 웃음을 짓는 건... 그녀의 습관이었나?
"여자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영진은 타잔이 자신의 표범을 부를 때 내는 소리와 비슷한 목소리로 이내
크게 소리쳤고, 그 소리에 자신의 방에서 편안히 자고 잇던 대학생들이 이
내 우르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이건... 비상사태였다. 군사경보로
치자면 데프콘 정도 될까? 어쨌든, 대학생들은 침대에서 일어나 빠르게 소
리가 난 쪽으로 달려갔다.
"아..."
에넬리아는 잠시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범진은 이 황당하고, 당혹함에 그대
로 축 늘어져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영진이 그렇게 소리를 치고 난 후, 이
내 계단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밀려들어왔고, 이내 범진은 정말 돌아버릴 지
경이 되고 말았다. 이제... 에넬리아가 왜 여기 있는 지에 대하여 선배들에게
집중 추궁을 당할 것이 뻔할 뻔 자였다.
......
영진을 필두로, 이내 나머지 선배들은 그 뒤로 좌라락 사열하여 에넬리아와
범진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은 매섭기 그지없었으며, 그런 시선을 차마 범
진은 바라볼 수 없었다. 에넬리아야 영문을 모르니 그저 어리둥절 하고 있
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영진은 이내 범진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녀석! 내가 일을 저지를 줄 알았다! 이 금녀의 구역에 여자를 끌고 들
어오다니! 만약 이 여자와 네가 관계가 있는 것이라면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그러면서 범진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에넬리아의 앞에 무릎을 턱 숙이는
영진이었다. 뭐, 뭐야? 어쨌든 영진은 아까와는 다른 얼굴로 에넬리아를 바
라보며 이내 조용히 말했다.
"아아,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마드모아젤."
"아, 예...."
그것을 잠시 바라보던 영진외의 다른 대학생들. 그들은 잠시 영진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영진을 마구 밟았다. "지금 뭐하는 짓
이야!" 퍽퍽퍽퍽...
그렇게 영진은 집단 구타에 넉아웃 되어서 구석에 쳐박혔고, 이번에는 안경
을 쓴 한 대학생이 에넬리아 앞에 나타났다.
서울 법대생, 김성택. 이 하숙집에서 최고의 두뇌를 자랑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법대를 갔지... 어쨌든 그는 안경을 번뜩이며 에넬리아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 범진이와 잘 아시는 사이입니까?"
"글쎄요. 그냥 여자친구인데요?"
"허어어억!"
모든 대학생들은 가증스럽다는 눈빛을 범진에게 보냈고, 범진은 그저 어이
없고 멋쩍은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조차도 왜 일이 이런 방향으
로 꼬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에넬리아는 아직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파악하지 못하는 듯 했고.
"이 녀석! 이곳에 여자친구를 끌어들이다니,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
나!"
"으, 으악!"
"어쨌든... 너의 여자친구는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구나~ 아아~"
"에...(말이 왜 이런 쪽으로 흘러가는 거야?)"
물론 최고의 두뇌를 자랑하는 서울 법대생 김성택도 다른 대학생들에게 무
지하게 밟힌 후 이내 영진이 쳐박힌 구석에 자신도 쳐박히게 되었다.
어쨌든, 그 둘은 그렇다 치고, 문제는 다음 일이었다. 이제... 쫓겨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아아, 학교도 가야 하는데, 이래저래 이상한 일에 꼬이는 범
진이었다.
이내 한 선배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곳, 이 하숙집에 여자를 끌고 들어오면... 퇴거하게 되 있다. 설마... 이곳
에 1년이나 하숙한 네가 그런 규정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 예."
"그렇다면..."
그 선배는 이내 한숨을 후욱 들어 마셨고, 다른 선배들 역시 모두 고개를
돌려버렸다. "으흑! 잘 가거라, 범진." "우린 너를 잊지 않으마." "그런데 쟤
정말 예쁘다..." <- 이 말을 한 인간도 다시 퍽퍽퍽퍽. 이제 구석에 처박힌
사람은 세명이 되었다.
그 선배는 이내 힘겨운 결정을 내리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돌
리며 범진에게 매몰차게 말했다.
"오늘 부로... 한범진을 퇴거조치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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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즐거운 잡담시간이 돌아왔군요. 솔직히 글쓰는 것보다 잡담쓰는 것
이 더 행복합니다. 제가 이상한 걸까요?
그러고 보니... 제 글이 오 나의 여신님과 굉장히 비슷한 모양이더군요... 라
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거의 여신님을 토대로 만든 소설이니...
하지만 지금까지 소설로는 이런 글이 전무했잖아요? 판타지 소설 같은 것은
요즘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제가 쓰는 이런 글 종류는 그리 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엥? 그러고 보니 이것도 판타지인가?...)
그럼 8편 잡담에서 또 봅시당~
바이*2
Name : 운영자 Date : 06-10-2000 06:50 Line : 249 Read : 201
[8] [데자이어] -Dreams come tru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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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FANTASY (go SF)』 61198번
제 목:[데자이어] -Dreams come true-...8
올린이:월화난영(김진환 ) 99/12/15 16:54 읽음:3067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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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re
-Dreams come true-
8
범진은 이내 한숨을 푸욱 쉬었다. 어차피... 예상하고 있던 결과였다. 이 금
녀의 구역에 여자친구가 있으니 말이다. 물론 에넬리아가 알고있는 개념의
여자친구가 저 선배들이 알고 있는 개념과는 많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단 학교에 늦게 가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은 앞으로 어
디서 생활해야 할지 걱정이 되는 범진이었다. 그렇다고 자기만 달랑 혼자
사나? 혹시... 에넬리아도 함께 동거... 그렇다면 집이 넓어야 하는 디... 어쨌
든 앞날이 걱정되는 범진이었다.
그때였다.
"어이, 어이. 잠깐만. 그렇게 매정하게 구는 건 너무 하잖아."
선배들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범진에게는 분명 구원의 목소
리로 들렸을지도...) 그리고 익숙한 담배냄새... 바로, '솔' 담배... 이런 구닥
다
리 담배를 피울 사람이라면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선배들은 모두 뒤를 돌아보면서 일제히 소리쳤다.
"성진이 형!!"
그렇다, 바로, 지금 범진을 구원해 줄지도 모르는 이 사람. 바로 강성진. 이
하숙집의 관리인이자, 최고 연령자이다. 그래봤자, 27살이지만.
선배들은 일제히 뒤로 사사삭 물러났고, 이내 성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잘 생긴 미남형의 얼굴에, 거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장발. 생김새로 봐서
는 과연 이 하숙집의 관리인인지, 날라리인지 구별이 안가는 옷차림새. 분명
27살의 나이에 입을 만한 옷차림은 아니었다. 그런 패션감각을 가지고 있는
이 인간의 이상한 특징. 바로 '솔' 담배. 정가 300원의 아주 저렴한 담배
이다...
강성진은 '솔' 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벅벅 뿜어대었고, 이내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으음, 범진아.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다니... 그럼 안돼지."
"예, 그게..."
"그런데 네 여자친구 정말 예쁘다. 옷차림이 특이한 것을 제외하면..."
"아하하하...^^;"
범진이 채 말하기도 전에, 에넬리아에게 눈을 돌려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성진이었다. 그리고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 그. 그 표
정은 완전히 "그 주제에, 제법이야..."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에넬리아는 그런 성진의 눈빛에 멋쩍게 웃을 뿐이었고, 그것을 잠시 얼이
나간 듯 바라보던 성진은 이내... 자신들 앞에 있는 범진의 선배들에게 말했
다.
"야야야, 규칙이고 뭐고, 여기서 살라고 하자. 응? 너무 아깝다."
"성진이 형!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성진이 형이 그렇게 말한 다면 어
쩔 수 없죠!"
그렇게 말하며 그들은 얼굴에 화색을 띄었고, 그것을 바라보는 범진의 얼굴
은 잠시 이상하게 일그러질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지금까지는 중심이라고
할 수 잇는 인물이 없어서, 그렇게 규칙이지 뭐지 따진 것이었지만, 성진이
등장한 이상 이미 그런 것을 따질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낀 범진은 이내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그 다음 선배들의 행동에 아주 입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우르르르...
"저는 영진! 마드모아제엘~"
"저는 성택이라고 합니다!"
"@#$@#$!!!"
"!@#$%@#$%"
... 아주 난장판이었다. 서로 에넬리아에게 앞다투어 달려가 자신을 소개하기
에 바빴다. 에넬리아는 약간은 당혹스럽다는 듯이 멋쩍게 웃으며 그저 고개
를 끄떡일 뿐이었다. "아, 예예..."
정말 인간은 갈대라는 파스칼의 한마디가 떠오르는 손간이 아닐 수 없었다.
역시 아무리 금녀의 구역이라고 하지만 미인에게는 어쩔 수 없는 것이 바로
남자의 심리. 지금 이들은 남자라고 하기보다는 수컷에 가까웠다. 지금 그래
도 이성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으면서 그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단
두명. 강성진과 한범진이었다. 한범진은 그렇다 치더라도 강성진은 의외였
다. 원래 이런 일을 저지른 장본인이 사실 강성진이니 말이다. 하지만 강성
진은 그냥 즐거운 듯 싱글벙글 웃으며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
을 바라보며 왠지 어이가 없어지는 범진. 도대체 이 사람은...
"저 아름다운 당신의 이름은!"
"에, 에넬리아라고 하는데요..."
"어어어억! 외국인이었어!?"
"그러고 보니 머리색도 갈색이야!"
"눈 색깔도 갈색에 가까운 걸!"
"아, 저, 저는 외국인이 아니라..."
천사라고 말하려 하던 에넬리아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손님이 아닌
사람에게는 자신이 천사라는 것을 밝힐 수 없었다. 그것은 천계의 규칙이니
말이다. 어쨌든 에넬리아는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고, 이내 범진을 힐끔
바라보았다. '히잉, 범진 씨. 좀 도와주세요.'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
게 웃음이 나오는 범진이었다. 사실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이미 구원군이 그쪽으로 가고 있었으니.
"이눔들아! 남의 여자에게 이게 뭐하는 짓이냐앗!"
빠각! 빠각! 빠각!...
"으어어어어억!"
성진은 에넬리아를 둘러싸고 있는 그 추잡한 대학생들에게 다가가서 이내
정의의 일격을 모두 한 대씩 돌렸다. 강하게 주먹으로 뒤통수를 내려찍음으
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얻어맞은 후, "아야야야~"... 자신의 머리를 감싸
고 고통스러워 하는 추잡한 대학생들.
성진은 대학생들에게 저스티스의 이름으로서 주먹을 날린 후, 이내 그들을
의기양양하게 내려다보며 한숨을 푸욱 쉬었다.
"이놈들아. 수컷이 되지 말고 남자가 되거라~"
그렇다. 지금 이렇게 추잡한 인간들만 득실대는 이곳에 아직도 정의는 살아
숨쉬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정의를 실현한 사람이 바로 강성진이었으
니... 어쨌든 그 모습을 보면서 범진은 한숨을 푸욱 쉬었고, 에넬리아는 약간
황당한 얼굴로 그 대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인간의 눈에 천사라는 것
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처럼, 천사의 눈에도 인간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일까? 그녀는 역시 아직 풋내기 천사였다.
성진은 잠시 담배를 한모금 쭈욱 빨아들인 후, 이내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
라보았다. 잠시 시계를 바라보던 강성진. 그는 시계를 바라보면서 가만히 담
배를 빨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범진
에게 조용히 말했다.
"... 범진아."
"예...? 형?"
"... 너 학교갈 때 되지 않았냐? 아니 늦지 않았냐?"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그렇다. 지금까지 범진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런 혼란한 와중에 끼여듦으로서 자신이 지금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조
차 까맣게 잃어버린 것이다. 역시 얼빠진 놈에는 분명하지만...
범짅의 얼굴은 잠시 파랗게 질렸고, 이내 지금의 상황을 다시 한번 각인시
켜주듯 이내 종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렸다.
땡... 땡.... 땡...
이렇게 정확히 여덟 번. 정확히 여덟 번 종은 울렸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아아, 어쨌든, 범진에게 지금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벌써, 여
덟 시인 것이다. 여덟 시. 이 정도면 지각을 하고도 충분히 남아 철철 흘러
내릴 정도였다. 사실, 지각이라고는 거의 해본적이 없던 범진이기에 그에게
다가오는 정신적 압력은 대단했다. 무슨 정신적 압력? 바로 학교에 늦었다
는 강박관념이었다.
어쨌든 여러 생각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운 터라 이내 머리를 부여잡고 갖은
궁상을 떠는 한범진이었다.
"으아아악! 이거 어떡하지!? 빨랑 학교를 가야 하는데!"
"그래, 빨랑 가야지. 나 같으면 그런 말 지껄이는 동안 학교에 도착했을 거
야. 으응~?"
"... 하, 하지만 에넬리아는 어떻게 하죠?"
지금까지 범진이 학교에 바로 가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때문이었다. 바로
에넬리아의 거처였다. 분명 이곳은 금녀의 구역이며 그리고 지금 에넬리아
가 이곳에 있으면 무슨 봉면을 당할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형들에게 에넬리
아가, "후우~ 사실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입니다." "야 밟아!" 퍽퍽퍽퍽! 이
런 꼴을 당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학교에 같이 데려간다는 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가뜩이
나 옷차림 역시 희한한데, 어떻게 데려간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바깥에 둘
수도 없고....
하지만 성진은 그런 범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성인군자도 아니었거니
와, 또 그런 것을 파악할 정도의 눈치는 가지지 못한 사람이었다. 성진은 담
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후, 이내 한숨을 푸욱 쉬면서 한심하다는 입을 열
었다.
"바보 아냐? 네 여자친구는 집으로 돌려보내면 될 거 아냐?"
"아, 아니 그, 그게..."
'시꺼. 일단은 자세한 얘기는 학교 갔다와서 들으마. 그리고, 거기 여자친구
분. 아! 에넬리아라고 하셨나요? 뭐, 아쉽긴 하지만 일단은 여기서 나가주셔
야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말한 후, 성진은 고개를 돌려, 그 추잡한 대학생들이 있는 곳을 바라
보았다. 성진은 그들을 바라보며 이내 턱을 살짝 들었고, 그것을 알아들은
듯 대학생들은 이내 범진을 잡고서 질질 끌고 가 문 밖에 말 그대로 '집어'
던졌고, 에넬리아는 정 반대로 마치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살살 손을 잡고
서 이내 문 밖으로 안내하였다. 그것도 백, 프론트, 양 사이드에 서서 마치
에넬리아를 호위하는 듯한 모습으로. 물론 에넬리아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떻
게 돌아가는지 알 턱이 없었고, 이내 멋쩍게 웃으며 그들이 안내하는 문 까
지 걸어갔다. 그리고 대학생들과 성진의 눈물 담긴(?) 작별식을 가진후 이
내 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쾅! 굳게 닫히는 문.
"에이... 이런."
툭. 질질...
범진은 이내 자신의 옆에 떨어져 있는 가방을 들어올려 가방에 묻어 있는
흙을 탁탁 털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어깨에 매었다. 가방의 묵직한 기
분이 범진의 양어깨를 짓눌렀다. 지금 그의 마음만큼이나 말이다.
'아아, 이제 어찌한담? 학교는 빨랑 가야하는 데, 그렇다고 에넬리아는 어떻
게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돌려보낸다는 것은... 너무 아깝잖아! 으윽...'
"참 재미있는 사람들이네요."
범진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넬리아는 그저 살짝 웃으며 문을 바라볼 뿐
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계속하여 이산화탄소 증가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한
범진. 학교를 가면 이 여자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천사라면 무슨 방법이라도 있겠지.'
"저, 에넬리아... 나 학교에 가야 하는데..."
"학교? 그러고 보니 학교가 뭐예요?"
... 정말 할말 없음에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범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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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마지막입니다... 아니 소설이 아니고, 오늘 올릴 분량이 말입니다.
앞으로는 세 개 올리기도 벅찰 것 같습니다. 빨랑 방학을 해야 하루에 4개
씩 올리고 그럴 텐데... 앞으로는 하루에 두 개 정도 밖에 못 올릴 것 같으
니 많은 양해를.. 퍽퍽퍽퍽!
으윽. 차마 저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퍽퍽퍽퍽!... 하지
만 방학만 하면... 방학식때는 화려한 연참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그런데 비축분이 없습니다... 아아, 갈수록 문제군요. 연재하는 것도 부지런
하지 않으면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겨우 이틀 째인데...)
그럼. 내일 다시 또 뵙길 기대하며 이만 안녕을 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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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이:월화난영(김진환 ) 99/12/16 16:40 읽음:3006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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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에넬리아에게 때아닌 단어설명을 해야 하는 범진이었다. 다행히
도 이번에는 단어가 그저 그런, 한 마디로 정의가 꽤나 명확한 단어였기에
별 횡설수설 없이 에넬리아가 알아듣게 설명을 할 수 있었다.
에넬리아도 대충 학교라는 것이 '신성한 교육의 장' 이라는 개념을 파악하
고 있었다. 뭐, 그녀에게는 또 신성하다는 표현이 어떤 뜻으로 받아들여질지
그것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학교라는 곳은 그런 곳인데... 아무래도 에넬리아는 갈 수 없을
것 같아."
"왜요? 여자친구는 항상 함께 하는 것이라면 서요. 그럼 그 학교에 갈 때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 그건..."
에넬리아는 고개를 갸우뚱했고, 범진은........ 답답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는 여실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천사와 인간사이의 대화는 정상적으로
진행될수 없다는 것을. 뭐, 솔직히 에넬리아가 학교에 오지 말라는 법은 없
지만, 지금 대부분의 상황들은 에넬리아가 학교에 와서는 안될 상황으로 흘
러가고 있다.
그 예로...
"왜냐면... 일단 에넬리아는 우리 학교의 학생도 아니잖아. 또, 옷차림도 너
무 눈에 띄고. 아니 특이하고."
"으음... 이 옷이 상당히 신경쓰이나요? 천계에서는 늘 입는 평복인데..."
"(그 나풀거리는 옷이?!) 어, 어쨌든, 여기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복장이야."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저도 한번 학교라는 곳을 보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범진 씨와 함께 있다는 그 소원을 지켜야 할 임무도 있고 하니 말이
에요."
에넬리아는 손가락 하나를 펴 보이며 범진에게 말했고, 범진은 과연 에넬리
아가 무슨 일을 할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범진은 뭘 하려는 건지도 모르
면서 그저 고개를 한번 끄떡였고, 에넬리아는 조용히 손을 모으고 눈을 감
았다.
그리고 상당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위잉.
갑자기 에넬리아의 발 밑에 육망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만화에서나 나올 만
한 말 그대로 '마법진' 이 형성되었고, 이내 그 위에서 나풀거리는 천이 나
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는 범진의 입을 쫘악 벌어졌고... 에넬리아는 그저
두손을 모으고 앞에다 둔 채,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그 마법진인지 뭔지
에서 위잉하는 소리와 빛이 나오기 시작하자, 에넬리아의 갈색 머리칼과 나
풀거리는 옷은 상승기류라도 탄 듯, 위로 치솟았다.
"이, 이건 또 뭐람?"
이제는 하도 익숙해져서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범진이었다. 그 마법진에서
나온 나풀거리는 그 무언가는 이내 에넬리아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에넬
리아의 몸을 감쌌고, 이내 그 안에 있는 에넬리아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스르륵. 스르르르륵.
이내 에넬리아의 몸을 감싼 그 무언가는 그대로 공중에서 흩어졌고,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아니 있어야 할 에넬리아는 오데로 갔냥!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분명 아까까지 에넬리아가 있었던 자리에는 허공뿐이었던 것이다.
범진은 눈이 휘둥그래져가지고 이내 에넬리아를 찾기 시작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에, 에넬리아?"
"저 여기 있어요, 범진 씨."
"히에엑!"
범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조건 반사적으로 그대로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갑자기 자신의 귀에 에넬리아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었다. 그것도 굉장히 가
깝게. 심지어 귀에 숨결까지 닿을 정도로 말이다. 그 바람에 약간은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범진이었다. 약간은 놀라고, 또 약간은 흥분되고...
범진은 놀란가슴을 추스리며 이내 그곳을 바라보았고, 이내 조그만 인형 같
은 것이 둥실 떠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범진의 시각능력은 이내 그
것이 무엇인지 금방 파악하게 되었으니...
"에, 에넬리아? 그렇게 조그맣게 변한 거야?"
"후훗. 예. 이렇게 하니까 꼭 인형 같죠?"
그렇게 말하고서는 에넬리아는 쪼르르 하늘을 날아와, 범진의 어깨에 앉았
다. 그렇다. 지금 에넬리아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 인형과 같은 모양이었다.
기껏 해봐야 길이 8cm정도. 크기가 줄은 것 외에는 옷이나 머리색, 여러 가
지 등등 변한 것이 전혀 없었지만, 이미 크기가 줄은 것만으로도 인형 같다
는 느낌을 팍팍 주고 있었다.
'귀, 귀엽다... 완전히 피카츄 저리 갈 정도인데? 아, 아니 원래 비교가 안
되
나? 어쨌든! 디지캐럿이나 사쿠라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이런 모습으로 변해서 범진 씨와 함께 다니면 별로 눈에 띠이지 않겠죠?"
"정말... 와이셔츠 윗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정말 신기하다!"
"천사의 능력으로서는 기본이죠."
그렇게 말하고서는 에넬리아는 쪼르르 날아가, 범진의 와이셔츠 주머니에
들어갔다. 쏙 들어가고 자시고, 에넬리아에게 아주 딱 맞는 공간이었다. 에
넬리아가 만약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정말 인형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
다. 뭐, 이것도 나름대로 범진에게 불편하기도 했다. 자신의 옷 속에 무언가
이질 적인 무언가가 들어있다는 생각. 그리고 땀이 나서 에넬리아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것 등등을 고민하는 범진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학교가야 한다면서요?"
"아 맞다! 이런 지각인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버스 타고 30분은 가야 하
는데! 이러다가는 더욱 늦을 거야!"
"많이 늦은 모양이네요?"
"응. 차라리 날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범진은 그렇게 한숨을 푸욱 쉬면서 이내 뛸려는 모션을 취했고, 이내 실제
로 뛸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에넬리아가 범진에게 잠깐이라고 말했고,
이내 범진의 몸은 잠시 덜컹했다.
범진은 고개를 내려 자신의 주머니 안에 있는 에넬리아를 바라보았고, 에넬
리아는 지금은 너무나 앙증맞은 얼굴로 범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왜... 에넬리아?"
"정말 날아갈 수 있게 해줄까요?"
"... 그런 것도 가능해?"
"예."
범진은 이내 무언가 맥이 탁 풀려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범진의 질몬
에 에넬리아는 그저 주머니 안에서 무슨 주문을 외우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에넬리아는 그 조그만 손을 위로 향하게 하며 이내 외쳤다.
"나에게 창공을 가를 한 쌍의 날개가 되리니. 나의 소환에 응답하라."
'이젠 놀랍지도 않아.....^^;'
쉬이익.
"나의 분신, 에넬린느여."
쉬이이익.
그리고 이내 범진의 눈앞에서 한차례 광풍이 이는 가 싶더니만 이내 다시
눈을 떠보니 무언가 이상한 것이 둥실 떠 있었다. 이제는 이런 황당한 광경
에도 더 이상 놀라지 않게 된 범진. 어쨌든, 범진의 눈앞에는 에넬리아가 에
넬린느라고 부른 그것이 떠 있었다.
그것의 생김새는 대체로 에넬리아와 굉장히 흡사한 모양이었다. 다만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머리칼의 끝이 꼭 연기 같다는 것. 그리고 밑 부분 역시
연기같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 꼭 알라딘의 지니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
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마치 반투명한 흰색을 띄고 있다는 것.
말 그대로 유령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범진은.
"이, 이게 뭐야?"
"저의 분신이에요."
"아니, 그게 뭔데..."
"글쌔요. 그냥 분신인데요..."
"......"
끝내 입을 먼저 다무는 쪽은 범진이었다. 다시 한번 답답한 기분을 느끼는
그였지만, 그래봤자 그것뿐이었다. 그렇다고 뭐 어쩔 수 있겠는가?
"어쨌든... 저걸로 뭐하려고?"
"날아가야죠."
"어.... 떻게?"
그 말에 에넬리아는 생긋 웃었고, 이내 범진의 앞에 있던 그 분신인지 뭔지
하는 것은 이내 픽 하고 공중에서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이내 범진의 몸을
휘르륵 휘감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는 범진. 그리고 이내 범진
의 몸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범진은 약간, 아니 많이 불안한 테도로 자신의 주머니 안에 들어가 머리만
빼꼼이 내밀고 있는 에넬리아에게 물었다.
"... 이거 안전한 거야?"
"천사들은 잘 날아다녀요."
"...;;;;;;"
그 말을 어떻게 의역하면 한 마디로 인간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의역으로 들리는 범진이었다. 범진은
아까보다도 더 꽤나 불안한 얼굴을 지었지만 이내 얼굴을 폈다. 힘들게 미
소짓는 범진.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다만, 그의 입가 오른쪽이 약
간 일그러졌다는 것이 좀 걸리지만.
그런 범진을 올려다보며 에넬리아는 생긋 웃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위험한 거 아니에요."
"천사가 위험하지 않다면... 위험하지 않은 모양이네."
"범진 씨는 이제 목적지가 어디인지 가리키시면 되요. 물론 날아가면서."
"그, 그래... 일단 한번 출발하지."
범진은 약간은, 아니 꽤나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에넬리아에게 말했고,
에넬리아는 오른손을 위로 들더니 이내 범진의 몸을 휘감고 있는 그 에넬린
느에게 외쳤다.
"에넬린느. 이제 우리들의 날개가 되어줘."
"......"
그러자 범진의 몸을 휘감고 있는 그것은 이내 범진의 뒤로 이동하더니만 말
그대로 날개가 되었다. 그리고 이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스스스스...
"으, 으으음..."
범진의 얼굴도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런 범진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에넬리아는 그저 범진을 올려다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을 뿐이었
다.
이내 그 날개는 빠르게 퍼덕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범진의 몸은 빠르게 치
솟았다.
쉬이이이익!
"꺄울?! 으아아아아아악!"
"범진 씨. 학교에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죠?"
하지만 에넬리아의 질문에 비명으로 대답하는 범진. 역시 언제나 그렇듯이
출발은 결코 순탄치 못한 법이다. 과연 학교에 제대로 도착할 수나 있을지...
~~~~~~~~~~~~~~~~~~~~~~~~~~~~~~~~~~~~~~~~~~~~~~~~~~~~~~~~~~~~~~~~~~~~~~
이제는... 아주 작정하고 패러디 소설이 되려는 모양입니다. 사실 데자이어
기획할 때 이런 소설이 아니었는데... 저도 어떻게 된 모양입니다.
앞으로 더욱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이건 어떤 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오, 나의 여신님 코리안 버전 2.0' 정도 밖에 안 될 거예요. 흐흑...
역시 이런 소재로 소설을 시작한 저의 잘못일까요...
아아, 힘겨움에 지친 필자. 다음 편 잡담에서 또 봐여~~~
바이*2
Name : 운영자 Date : 06-10-2000 06:50 Line : 249 Read : 165
[10] [데자이어] -Dreams come true-...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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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0; Windows 98; DigExt)
『SF & FANTASY (go SF)』 61327번
제 목:[데자이어] -Dreams come true-...10
올린이:월화난영(김진환 ) 99/12/16 16:41 읽음:2981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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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re
-Dreams come true-
10
"헉... 헉... 헉... 헉..."
범진은 날아가는 동안 내내 현기증으로 죽을 것만 같았다. 공중에 떠서 날
아가고 있다는 두려움은 둘째 치고서라도 말이다. 솔직히 에넬리아의 분신
에넬린느는 그리 빨리 난 것이 아니었지만, 아마 범진에게는 그리 느리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범진은 비행기 같은 밀폐된 공간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정면으로 부딪쳐 오는 바람을 맞으며 학교에 겨우겨우 도
착한 것이었다. 아마, 그에게 느껴진 체감속도는 실제 속도보다도 몇 배는
더 빠르게 느껴졌을 것이다.
"......"
[한서 인문고등학교]
범진은 고개를 들어 정문 앞에 있는 교패를 바라보았다. 맞다. 자기 고등학
교 맞았다. 이제서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정말로 학교에 도착한 것
이 맞다는 것을. 이제야 버스로 30분이나 걸리는 이 학교에 겨우 1분만에
도착한 것을 믿는 눈치였다.
"에넬린느. 다음에 또 부탁해."
"......"
파아아아아아...
범진의 와이셔츠 윗 주머니에서 얼굴만 쏙 빼놓은 채 에넬리아는 에넬린느
롤 다시 돌려보냈다. 이제 학교에 도착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
다.(?)
범진은 방금 에넬리아가 한 말이 왠지 마음에 걸리는지 약간은 황당한 눈으
로 자신의 주머니 안에 있는 에넬리아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인형같은 그녀
를... 인형을 바라보는 눈이 아닌 정말 얼빠진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
다.
'다음에 또 부탁한다니... 다음에도 또 이렇게 날아갈 셈인가... 으윽.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어. 싫어, 싫어. 다시는 날기 싫어.'
"저 범진 씨... 여기가 학교인데, 안 들어가세요?"
에넬리아의 말은 잠시 고뇌에 빠져 있는 범진의 정신을 다시 현실로 돌아오
게 하기에 충분했다. 범진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이내 정문 안으로 당
당하게도 걸어갔다. 지금 그는 지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치 보면서 들어
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왜? 지금은 하도 늦은 시간이라 선도부
원 하나 나와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하하... 지각하니까 왠지 기분이 묘한걸?"
"지각이란 것은... 한 마디로 늦었다는 건데 빨리 들어가봐야 하지 않아요?"
"글세. 어차피 늦은 거 슬슬 여유있게 들어가지."
솔직히 지각하는 건 처음이라 지각을 했을 경우 어느 정도의 응징이 따르는
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범진이었다. 바로 이럴 때,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다. 모르는 것이 사람잡는다 라고...
동시에 사람을 이렇게 까지 당당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시각... 8시 14분. 이 시간이면 바로 1교시가 시작한지 14분이나 지난
것이다. 왜 이렇게 수업이 일찍 시작하냐고?
이곳 한서고등학교는 이 지역에서 손꼽아주는 최고 명문 고등학교 중의 하
나인데 그것은 바로 이 학교의 명문대 진학률이 다른 학교보다 월등히 놓았
기 때문이다. 작년 3학년 수능 평균이 330점이 나올 정도의 엄청난 명문!
그런 만큼 이곳은 상당히 까다로운 교칙을 요구하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그
중 가장 악명이 높은 교칙중의 하나가, 지각과 수업시작에 관한 것이었다.
이 학교의 특징이랄 것은 다른 학교의 등교시간이 끝나갈 때, 1교시를 시작
한다는 것. 다른 학교보다도 30분은 더 일찍 하는 수업이 아닐 수 없다. 그
렇다고 또 일찍 끝나기도 하냐? 그것도 아니다.
[3-11]
한범진이 속해 있는 반이기도 한 이 반 역시 지금은 공부의 열기가 후끈 달
아올라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상승기류는 이내 분필가루를
대류시키고 그것은 이내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허파와 입속에 들어간다. 그
리고 그것은 학구열을 더욱더 내게 하는 박카스 같은 존재가... 될 리가 없
다. 어쨌든, 그리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보이지 않는다. 너무 수업을
일찍 하는 후유증 때문인지, 책상위에 엎어져 있는 인간들이 태반이다.
"#@$%@$#&%#^%#@$%%$&~!!!!!"
만약 공부에 집중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수업내용은 이렇게 들리는 것이
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수업내용이 이렇게 암호화되어 있는 문자
로 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졸린 기운에 모두들 축 늘어져 있는 학생들. 그런데 그 중 책상 하
나가 비어있다. 바로 이것이 한범진의 자리인 것이다. 그 옆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하나가 앉아서 뒤에 있는 여자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야. 범진이가 왜 안 오지?"
"글쎄... 걔 원래 지각하는 애 아니잖아. 오히려 등교시간보다 일찍 오는 앤
데... 무슨 일 있나보지?"
"음... 별일 있는 건 아니겠지?"
그녀는 약간은 걱정되는 투로 뒤에 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뒤에 있는 여자
애는 자기 알 바 아니라는 듯이 양팔을 옆으로 벌렸고, 그 바람에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는 자신의 짝의 옆구리를 찌르긴 했지만.
"하아~ 무슨 일이 있나?"
그녀는 한숨을 푸욱 쉬며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진영. 지금 이렇게 한숨을 쉬며 자신의 짝 한범진을 걱정하고 있는 이 여
자의 이름이다. 한국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
었고... 한범진의 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그 외모가 아까웠다. 그렇다고 이
반의 최고 킹카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상당한 인기를 끄는 여자였다.
공부도 상당한 편이고. 그런 고상한 그녀가 한범진을 걱정할 이유는 흰개미
코딱지만큼도 없었지만, 그녀에게는 범진을 걱정할 다른 이유가 있었다.
순간 뒤에 있는 여자가 손을 들어 자신의 앞에 있는 유진영의 등을 콕콕 찔
렀다.
콕콕.
"응? 왜 그래?"
"왜 이렇게 범진이를 걱정 하냐?"
"응? 그, 그건..."
진영은 잠시 말을 흐렸고, 뒤에 있는 여자는 약간은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무언가 파악하고 있다는 저 눈빛! 사람의 마음을 궤 뚫어보는 듯한 저 눈빛
에 이미 진영의 생각은 파악된 듯 하다. 이쯤 되면 뻔하지, 뭐~
"너, 범진이 좋아하지?"
" ! "
그녀가 핵심을 찌르는 듯한 말을 한 듯, 순간 진영의 얼굴은 화악 붉어졌다.
진영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그냥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척!을 하고 있
었다. 자신의 무안해 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뒤에 있는 여자는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한 듯 계속 해서 진영의 등을
콕콕 찔러댔고, 이내 참다참다 못한... 선생님이 나섰다.
"야아! 너 조용히 못해!"
".... 예."
우리는 지금까지 교실붕괴의 한 단면을 보고 있었다. 선생님 앞에서 이렇게
버젓이 떠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학생들도 보았고. 정말로 앞날이 기대되
는 한국의 교육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뒤에 있는 그녀는 이내 조용히 하며 진영의 등을 찔러대던 짓을 이
내 그만 두었다. 그렇게 그 짓을 그만 두었건만, 진영의 얼굴색은 쉽사리 정
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들킨 것이다. 자신의 맘을.
"휴우우~"
그렇다. 그녀는 사실 범진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몸매 좋고, 얼굴
좋고, 공부 잘하는 그녀가 범진 따위를 좋아하겠냐마는... 어쨌든 그런 것은
묻지 말라. 작가 골 깨진다.
오래전부터 범진을 보아오고 또 좋아했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범진에게 자
신의 마음을 고백한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그럴 만한 용기도 없었거니와,
또 범진이라는 미생물 같은 존재가 그런 마음도 모른 채 한 여자에게 얼이
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영 같은 킹카를 옆에 두고도 얼이나가 있을 여
자라면... 결론은 보통 킹카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바로 이 반에서 가장, 아니 전교에서 가장 킹카라고 두루 칭송 받는(?) 여자
때문이었다. 범진 뿐만이 아닌 이 학교 모든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 율리시
스에서 많은 그리스 폴리스 지도자들이 율리시스의 아내 페닐로페를 선망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었다.
왠만한 모델 뺨친다는 그녀의 이름은 바로, 신혜영. 이 학교, 아니 더 나아
가 이 지역 최고의 미인이라고 소문난 그녀였다.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
다는 말까지 들은 여자니 범진이 얼이 나가버린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
다.
진영은 그런 생각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런 생각에 고개를 돌려 3분단 맨 끝에 앉아 있는 혜영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예쁘긴 한데... 하지만 약간 날라리라는 소문도 많아. 왜 범진은 저
런 여자에게 얼이 나가버린 걸까?'
... 솔직히 여자가 남자 맘을 알 리가 없었다. 어쨌든 그런 막연한 생각에 혜
영을 마구 질투하는 진영이었다. 외모로는 안되도 적어도 성격 면에서는 자
신이 훨씬 낫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왜냐? 혜영은 정말로 좀 '비행하는' 영
어로 플라잉 하는 애에, 콧대가 굉장히 높았다. 자신은 그러지 않았지만.
솔직히... 이렇게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콧
대가 높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진영은 그런 생각을 할 만
한 여유는 가지지 못했다.
탁탁탁탁...
누군가 복도를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
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범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그녀에
게는 들릴 리가 없었다.
그 때였다.
드르르륵!
" ! "
" ! "
누군가가 급하게 문을 열어 제끼는 소리에 공부를 하고 있던 학생이나 가르
치고 있던 학생이나 순식간에 그쪽으로 시선이 쏠리고 말았다. 그곳에는 범
진이 약간은 힘들다는 표정으로 헥헥 대고 있었고, 선생님 외 학생들은 약
간은 황당한 눈빛으로 범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이제야 교실이 4층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겠다!'
그렇다. 지금 그는 그 많은 계단을 순식간에 뛰어 올라왔던 것이다. 사실 느
긋하게 교실로 들어가겠다는 범진 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하니
끝내는 심리적 압박에 이기지 못하여 이렇게 뛰어 올라온 것이었다.
범진은 비틀비틀 거리며 교실안에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약간은 힘 없는
눈동자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24번 한범진~! 지금 등교했습니다!"
과연... 이 녀석이 비굴하고 구차한 모습을 보여야 할 지각생이라는 것에 믿
기지 않는가.
그런 생각에 선생 외, 학생들은 그저 얼빠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