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덕팔이팀에서 운문지맥 중 가지산-운문산-억산-구만산 줄기를 종주한다고 하여 처음에는 오치령까지 운문지맥을 쭉 이어서 타볼까도 생각했으나, 구만산에서 구만계곡을 따라 내려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이 정도로도 운문지맥 맛보기는 충분할 것으로 생각되어 다른 일정을 접어두고 일단 운문지맥으로 가보기로 한다.
2. 백두대간의 인연들
덕칠이와 덕팔이는 백두대간을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다. 덕유산악회 7차 백두대간 종주팀을 약칭하여 ‘덕칠이’로 부르게 되면서 그냥 덕칠이로 굳어져버렸고, 8차 종주팀 ‘덕팔이’는 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백두산우회’로 개명하여 어울림 산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 달에 2차례씩 700여km의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경우 1년 반이라는 세월이 걸린다. 1년 반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간길에서 같이 땀 흘리고 걷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서로 끈끈한 정이 붙게 마련이다.
덕칠이는 백두대간종주를 마친 후 낙동정맥종주를 마치고 현재 매달 1, 3주 금요무박으로 호남정맥을 종주중인데, 중간 중간에 특별산행을 하면서 백두대간이 만들어준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덕팔이는 주관 산악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중간에 떠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끝까지 백두대간종주를 마치고 매달 2, 4주 금요무박으로 명산 중심의 산줄기 이어가기를 하고 있다. 덕팔이는 앞으로 전용 리무진버스까지 구입한다고 하니 그 응집력이 대단하다.
마침 우리들의 호남정맥 일정 사이에 비어있는 11월 4주차에 덕팔이들이 운문지맥 가지산-운문산-억산-구만산 종주일정을 잡고 있어서 할일이 없거나 영남알프스 중서부능선종주에 관심이 있는 덕칠이 일부가 응원 겸 합동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3. 들머리 : 석남터널
2006. 11. 24. 금요일 밤 11시 30분 양재동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모이기로 되어있어 나가보니 덕팔이 20명과 덕칠이 9명이 함께 산행을 하기로 되어있다. 덕칠이 중에 경로님은 오늘이 조상 제삿날인 줄도 모르고 산행을 신청했다가 부득이 빠졌다. 회장님 이하 모두 9명이 합류, 덕칠이의 본류 1진은 한 사람도 없고 전부 2진들이다. 만약에 2진들이 헤매고 오거나 덕칠이의 명예에 떡칠을 하고 왔을 때에는 정예 1진들이 덕칠이의 본 실력을 보여줄 것이다.
버스는 41인승버스라 28인승 우등고속버스에 길들여져 있던 터에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회비는 1인당 3만원이고, 덕팔이의 흑자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회비충당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덕칠이는 정맥 1구간당 회원은 5만원, 비회원은 4만원으로 비회원을 우대하고 있다. 물론 그 돈으로 우등고속버스로 편하게 오고 갈 수 있고, 온천욕 등 목간에다 훌륭한 먹거리와 문화탐방도 곁들여지므로 결코 비싼 돈이 아니다.
3S님과 같은 뒷자리에 앉아 눈을 붙였다가 깨어나 보니 2006. 11. 25. 새벽 1시 30분경 금강휴게소이고, 다시 눈을 붙였다 깨어나 보니 또 어떤 휴게소이고 새벽 4시 20분경 석남터널 앞 식당가에 도착한다.
석남고개에서 가지산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가지산에서 조망을 즐기기 위해서는 좀 늦게 출발하기를 기대했으나, 산행준비를 마치고 체조도 없이 ‘갑시다!“라는 덕팔 회장님의 신호에 따라 그냥 터널 우측의 등로 입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4. 영남알프스 최고봉 : 가지산(迦智山, 1,240m)
새벽 4시 35분 울산에서 밀양으로 가는 24번 국도상의 석남터널 우측 등로로 달라붙는다. 이정표에는 이곳에서 가지산 정상까지 3km로 되어 있다. 돌계단과 나무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긴 오르막을 오른다. 우측으로 멀리 울산과 언양쪽의 야경이 들어온다.
15분쯤 오르막을 올라서니 능동산에서 넘어오는 길과 합류한다. 이곳에서부터 가지산까지는 낙동정맥 마루금이다. 2003년 가을에 표충사에서 재약산-천황산-능동산을 거쳐 가지산-운문산으로 가면서 초면인 탱크님 등과 함께 이 길을 갔었고, 작년(2005년) 가을에는 산정무한님과 지경고개에서 영축산-신불산-간월산-배내봉-능동산을 거쳐 가지산-상월산-운문령을 지나 고헌산 직전의 외항재까지 30여km의 정맥길 종주를 하면서 이 길을 갔었다.
낙동정맥길과 합류하여 우측으로 5분쯤 내리막을 내려서면 석남고개다. 돌탑과 이정표가 있다. 좌측으로는 밀양쪽 석남터널(0.8km), 우측으로는 살티마을(2.2km), 직진하여 가지산까지는 2.5km. 작년 낙동정맥종주를 하면서 이 부근에서 푹신한 낙엽위에서 낮잠을 자고 갔던 추억이 있다.
새벽어둠이 짙게 깔린 팍팍한 자갈길을 무작정 터벅터벅 올라간다. 어둠 속이라 주변의 대피소나 제일관광농원 갈림길 등 갈래길을 무시하고 랜턴불빛을 쫓아 긴 오르막을 올라간다. 길이 넓어 거추장스러운 것도 없고 일사천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위로 올라설수록 길가에는 물기가 축축하고 석남고개에서 50분만에 가지산 전위봉인 중봉(1,168.8m)에 올라선다. 어두워 보이는 것도 없고 그냥 이곳에서 내리막으로 내려섰다가 올려치기를 하면 중봉에서 20여분 만에 가지산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표석 두개가 세워져 있고, 1등 삼각점(언양11)도 박혀있다.
석남터널 입구에서 가지산까지 3km를 오는데 1시간 30분여가 걸렸다. 가지산 정상은 커다란 바위, 마침 밀려오는 차가운 바람과 구름떼가 산정을 휘감으면서 추운 한기가 몸속을 파고든다. 손이 시려 장갑을 낀다. 일행들은 바람을 피하여 정상에서 내려선 지점의 매점 앞에 모여 있다.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숱한 봉우리 중 최고봉이자 중심 봉우리다. 오늘은 새벽시간이고 안개로 아무 것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대낮에 가지산 정상에 서면 영축산에서 신불산-간월산-배내봉-능동산에서 가지산으로 이어져 온 후 쌀고개-상월산-고헌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장중한 줄기와 운문산-억산으로 이어지는 운문지맥줄기,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에서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줄기, 상월산 북쪽으로 문복산으로 이어지는 줄기들이 첩첩 산그리메를 이루고 그 줄기 사이사이로 깊은 골을 이루며 가없이 파도처럼 일렁거리는 산의 바다를 연출하고 있는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이다.
[가지산 정상표석]
가지산의 가지가 加智인지 迦智인지 정설이 없으나 정상표석은 ‘지혜를 더해주는 산’으로 읽힐 수 있는 ‘加智山’으로 되어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정보서비스에서는 옛날 전라도 지리산에서 수도하던 어느 도인이 이 봉우리에 올라와 사방을 둘러보니 그 신비스런 경치가 ‘지리산보다 더 하다’고 하여 가지산이라고 하여 지금은 가지산으로 부르고 있다는 요상한 설명을 하고 있다.
[가지산 매점 앞에서]
5. 구름의 문 : 운문산(雲門山, 1,195m)
추위를 피하며 매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후미일행들이 전부 도착하여 6시 25분 가지산을 떠나 운문산으로 향한다. 매점에서 남서쪽으로 내려선 지점의 넓은 헬기장을 지나 본격 운문지맥길로 들어선다. 새벽 운무 속에 서설이 살짝 내린 눈길이다.
산과 하늘의 구분이 모호해졌던 시간이 흘러 어렴풋이 산들이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확 트인 새벽 능선길을 걷는 맛이 삼삼하다. 계절은 가을과 겨울 사이의 접점에서 방황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는 산]
1,092.3m봉 전망대를 지나고 제일관광농원 갈림길을 지나 백운산 갈림길도 지난다. 모든 것을 털어낸 허허로운 길이다.
[백운산 갈림길에서 보는 백운산]
이어서 급경사의 내리막을 내려서면 아랫재이다. 앞에 우뚝 버티고 서있는 운문산의 위용이 주위를 압도한다. 운문산을 새로 오르기 위해 가지산을 오른 만큼 내려서야 한다.
[우뚝 선 운문산]
아랫재는 가지산과 운문산을 이어주는 고갯길이다. 이곳에서 새로 운문산을 올라야 한다. 좌측으로는 남명초등학교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는 운문사로 가는 길이다.
[아랫재 이정표]
[아랫재에서 운문사 방향]
아랫재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천사님이 새로 담근 김장김치를 가져왔고, 들꽃님이 제육까지 가지고 와 소주 한 잔까지 곁들이니 풍성한 조찬이다. 운문사에서 내려오는 일단의 산꾼들이 오르고파님을 알아보고 서로 인사를 나눈다.
[아침식사 중] 먹어야 산다!
아랫재에서 30분간의 식사 및 휴식을 마치고 운문산으로 오른다. 아랫재에서 운문산까지 1.2km.로 되어 있으나 오르막과 암릉지대 통과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위로 올라설수록 아침 햇살을 받는 산줄기가 눈이 부시다.
편안하게 올라가던 흙길 오르막이 암릉지대를 만나면서 운문산의 이색지대를 경험하게 된다. 우측으로 우회로가 있지만 당연히 좌측의 암릉지대 오르막으로 올라선다. 가히 운문산의 공룡이ㄹ 할만 하다.
[암릉지대로 올라서면서 본 풍경]
[찬란한 햇살]
[가로막는 바위]
[암릉지대 통과]
암릉지대 오르막을 통과하면 편안한 오름길이다. 우회로와 합류하여 다시 올라가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가을산의 모습에 매료된다.
[산과 빛]
[뒤돌아본 가지산]
텅 빈 들녘을 가볍게 올라가는 기분이다. 운문산 정상으로 가는 직진길을 유보하고 배낭을 벗어두고 우측으로 운문산 직전의 암봉 전망대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가지산 정상부위에는 구름이 살짝 가려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고, 사방으로 만추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전망대 풍경 1] 가운데 봉우리는 문복산
[전망대 풍경 2] 멀리 천황산 방향
[전망대 풍경 3] 추색의 향연, 좌측의 봉우리는 백운산
[전망대 풍경 4] 구름에 가린 가지산 정상
[운문산 정상으로 가는 길]
암봉 전망대에서 조망을 즐기고 운문산 정상으로 가는 길로 복귀하여 오르막을 올라서다보니 정상도 아닌 곳에 정상표석이 박혀져 있고, 조금 더 올라서면 넓은 공터의 정상이 나오고 큰 맷돌 정상표석도 세워져 있다.
[정상 직전의 운문산 정상 표석]
[운문산 정상 표석]
‘雲門山’은 如初 金應顯님의 글체, 산정에서 명필을 만난다.
[정상표석 뒷면]
如初 金應顯은 얼마 전에 작고한 一中 金忠顯과 형제간으로 한국 서예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운문산은 이 산 일대가 모두 운문사 소유였다고 하여 절 이름을 따서 운문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산이다. 운문사에 관하여는 유홍준(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운문사의 문화사적 내력과 비구니들에 대한 인상이 잘 그려져 있다.
[운문산 조망 1] 운문지맥 줄기, 우측으로 범봉과 억산이 보인다.
[운문산 조망 2] 멀리 천황산, 남명리 방면
[운문산 조망 3] 밀양시 산내면 방향
[운문산 조망 4] 문복산 방향
[운문산 조망 5] 구만산 방향
[운문산의 찍사]
6. 億萬乾坤의 산 : 억산(億山, 954m)
운문산 정상에서 덕칠이와 덕팔이 합동기념사진을 박고 억산으로 향한다. 나로서는 억산이나 구만산은 처음으로 올라보는 산이다. 북쪽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니 돌탑이 있는 4거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직진한다. 산죽길 내리막을 편안하게 내려간다.
[억산 가는 길]
좌측으로 내려가는 갈래길이 두 군데 있는 곳을 직진하니 암봉이 가로막고 있고, 좌측으로 내려가 우회하는 길이 있으나 암봉 위로 올라선다. 암봉으로 올라서니 사방으로 조망이 확 트인다.
[막아서는 암봉]
[암봉 조망 1] 청도군 운문면 일대
[암봉 조망 2] 문복산-가지산 줄기
[암봉 조망 3] 청도군 금천면 일대
[암봉 조망 4] 밀양시 산내면 일대
[암봉 조망 5] 앞에 보이는 억산과 범봉, 좌측에 뾰족한 봉우리는 사자바위
암릉을 따라가니 바위 밑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고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이 직벽바위 때문에 우회로가 마련된 것이다.
[암릉 내리막길]
[딱밭재로 가는 길]
[조망] 대비골 방향
다시 오르막을 오른 봉우리에서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서면 딱밭재이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석골사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는 운문사로 가는 길이다.
[딱밭재]
[딱밭재 이정표]
딱밭재에서 10분간의 휴식을 취하고 범봉으로 올라간다. 오르막에서 암봉을 좌측으로 우회하여 오르면 딱밭재에서 20분만에 범봉으로 올라선다. 정상은 그리 넓지 않은 공터로 되어 있고 119위치표찰에 ‘범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범봉 표찰] 앞에 보이는 산은 운문산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지명을 검색해보니 두 개의 억산이 있는데, 청도군 금천면 박곡리 억산(962m)은 이 마을 근처 산 중에서 제일 큰 산이라고 하여 억산이라고 부르고 있고,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억산(954m)은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이무기가 되자 억울하여 꼬리로 산을 쳤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형도상 이 범봉(962m)이 억산일진데 이곳에서는 범봉으로 부르고 있고, 깨진바위가 있는 954m봉을 억산으로 부르고 있어 혼선이 있다. 962m봉을 범봉으로 부르든 억산으로 부르든 별 신통치 않은 그저 그런 산이다.
억산에서 우측 방향의 내리막으로 내려서서 참나무숲 내리막으로 이어가는데 앞에 우뚝 선 억산의 깨진 바위가 주위를 압도한다. 저 산을 오르려면 ‘억’소리가 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억산의 자태]
[준ㆍ희 표지기]
‘그대와 가고 싶은 山/그리움으로 솟아나고/그리움. 보고 싶은 마음!’
이 표지기의 주인공은 부인과 사별하고 표지기에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표지기를 달면서 마음만은 항상 부인과 함께 산행을 하는 최남준씨(65세)다. 2001년에 남한의 대간과 정맥을 전부 종주하고 웬만한 지맥줄기도 모두 답사한 분인데 가히 烈夫라 할만 하다[월간 산, 2006년 2월호 박성태님의 “운문지맥 산줄기타기”].
나는 기막힌 풍경에 감동하기보다는
앞서간 사람의 흔적에 더욱 가슴이 뛴다
산으로 가는 것은 풍경에 탐닉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 산 오르내렸던 사람들
시방 나와 함께 땀 흘리며 걷는 사람들
앞으로도 이 산 올라가야 할 사람들
그 사람들 가슴속 불덩어리 읽어보며
걷는 일이다 이것이 나를 키운다
- 이성부, “표지기를 따라” 부분
갈림길에서 좌측 사면을 따르다 낙엽길을 따라 간단한 봉우리 하나를 넘어 내리막으로 내려서면 4거리 안부가 나온다. 범봉에서 20여분 만에 바로 팔풍재에 도착한다. 좌측으로는 상운암 계곡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는 대비사로 가는 길이다.
[팔풍재 안내판]
[팔풍재에서 억산으로 가는 길]
[운문지맥 표지기]
포항의 산꾼 최중교님의 표지기, 최근에 운문지맥 답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억산의 깨진 바위(동봉)를 보노라니 마이산과 같은 거대한 통바위다. 저걸 어찌 넘어가나 했더니 좌측으로 완만한 우회길이 마련되어 있다.
[억산 동봉의 위용]
거대한 바위를 좌측으로 돌아 올라가다 보니 바로 우측으로 직등하는 코스가 있고, 좌측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다. 직등코스를 따라 바위 위로 달라붙었다가 바위 틈으로 나온 후 발줄을 잡고 올라서면 바위 상부로 가는 길이 있다. 암봉 전망대 위로 올라서니 이곳 역시 조망이 죽여주는 곳이다.
[암봉 조망 1] 범봉과 운문산
[암봉 조망 2] 운문산과 가지산
[암봉 조망 3] 대비지
암봉에서 깨진 바위쪽으로 진행하여 오르막을 올라 둔덕위에서 조망을 즐기며 휴식을 취한다. 참으로 멋진 산의 모습이 안전에 펼쳐진다.
[조망 1] 가지산의 위용
[조망 2] 펑퍼짐한 모습의 운문산
10여분 휴식을 취하고 억산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야 말로 바위가 잘려나갔는지 동강이 나 있다. 전설처럼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이무기가 되자 억울하여 꼬리로 산을 쳐서 이처럼 바위가 깨어진 것인가?
[깨진 바위]
밑으로 내려섰다가 우측으로 오르막을 올라서니 억산 정상석이 있다.
[억산 정상석]
억산 정상석이 있는 곳에서 조금 진행하면 갈림길이다. 좌측(남쪽)으로 진행하면[이정표상의 밀양 산내면 방향] 사자봉과 문바위능선으로 가는 길이다.
[문바위쪽으로 가는 길]
7. 실크로드 구만산(九萬山, 785m) 가는 길
[깨진 바위 전경]
생각없이 문바위쪽으로 가다가 머리를 돌려 좌측으로 바라보니 깨진 바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알바의 위기] 덕팔이가 문바위쪽으로 가는 덕칠이들을 부르고 있다.
그런데 아차! 이 길은 운문지맥이 아니다!! 멀리서 덕팔이가 손짓하며 부른다. 다행히도 얼마 가지 않아서 되돌아와 갈림길에서 오봉리방향 우측으로 떨어졌다가 오봉리 갈림길 헬기장에서 좌측 임실기도원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덕팔 선두 7~8명은 문바위쪽으로 내려가 1시간 반 이상 된통 알바를 하고 돌아왔단다. 이제부터는 억산과 이별하고 구만산으로 가는 길이다.
[오봉리 갈림길 이정표]
내리막은 철쭉숲길이고, 수북이 쌓인 낙엽길이다. 종종 종주꾼들이 보여 외진 산속에 들어왔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편안하다. 지그재그로 내리막을 내려가다 안부에서 오르막을 오르다가 어떤 봉우리 좌측 사면을 타고 진행한다.
한 봉우리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서서 낙엽길 오르막을 오르는데 너무 길이 좋다. 참나무 낙엽도 좋고 솔잎도 좋다. 실크로드다. 억새평원을 떠올리는 영남알프스의 다른 곳과는 다른 영남알프스의 이색지대이다. 적당한 Up-Down과 요리조리 휘어지는 능선길에 마음을 빼앗겨 정신없이 걷는다.
한 암봉을 좌회하여 오른 봉우리에서 내려서서 다시 한 봉우리 위로 올라서니 솔잎이 잔뜩 쌓여있다. 솔잎 위에 드러누우니 까칠한 솔잎의 감촉이 전해지면서 물침대의 쿠션보다도 더 안락하다. 이곳에서 10분간 휴식.
[솔봉 휴식]
휴식을 마치고 10여분 내려가니 포장임도가 나오고, 이 포장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좌측의 솔숲으로 들어가니 바로 인재가 나온다. ‘인곡재’ 안내판이 서있고, 좌측으로는 임마누엘기도원으로 가는 길이다. 구만산 방향은 직진하는 산판길이다.
[인재]
[구만산 가는 길]
인재에서 좌측으로 인곡저수지로 가는 갈래길을 무시하고 직진하여 15분쯤 오르막을 올라서니 바위 전망봉이다. 우회로도 있는데 바위 위로 올라가 주변을 조망해본다.
[전망봉 조망 1] 억산에서 인재로 내려온 능선, 우측은 기도원
[전망봉 조망 2] 사자바위 능선
[전망봉 조망 3] 구만산 방향
[전망봉 조망 4] 금천면 오봉리 일대
[전망봉 조망 5] 육화산 방향
[부처손] 석화같이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부처손, 한약재로 쓰인다고 함
전망암에서 뒤돌아 내려와 다시 암봉을 지나 봉우리 하나를 더 넘으니 인곡저수지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도 10분 휴식, 바람이 제법 차갑다. 과일과 떡들을 나누어먹는 사이에 덕팔이 선두가 오고 있어 방을 빼주고 구만산으로 간다.
[인곡저수지 갈림길 이정표]
산행시간이 10시간이 가까워지면 피로도가 쌓일 만 하나 길이 좋아서 그런지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인곡저수지 갈림길에서 8분쯤 오르막을 올라서니 분기능선과 합류하고 좌측으로 오르막을 올라서니 운문지맥 육화산으로 가는 길과 구만산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 분기봉에 이른다.
운문지맥과 작별을 고하고 좌측길로 들어선 후 조금 진행하니 또 갈래길이 나오는데 좌측으로 양촌리 방향으로 [→구만산장] 표찰이 걸려있고, 잠시 헷갈린다. 구만산까지 500m라는 표찰이 나무에 걸려있으나 서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구만산이라고는 너무 가깝게 느껴진다.
[양촌리 갈림길]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구만산
양촌리 방향에서 길을 바꾸어 5분쯤 올라가니 바로 구만산이다. 산들이 숫자놀음을 하는데 억(億)산도 그렇고 왜 하필 구만(九萬)산인가? 산봉우리들이 헤일 수 없이 많아 무인지경이므로 산봉이 많다고 하여 구만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
[구만산 정상 표석]
8. 숨겨진 비경, 구만계곡
일단 구만산을 찍음으로써 오늘 가지산-운문산-억산-구만산 연결종주는 마침표를 찍는다. 이미 산행시간은 10시간이 걸렸고, 앞으로 구만계곡을 내려가는 것도 족히 2시간은 더 걸릴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오르막은 없으리라는 기대가 발걸음을 편하게 한다.
[구만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자갈길을 털털거리며 내려간다. 전망대도 지나고 계속 내려가는데 설마 앞에 우뚝 선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계속 밑으로 떨어졌다가 좌측으로 계곡을 건너고 다시 우측으로 계곡을 건넌다.
[웬 표석?]
길가에 깨진 구만석 표석이 모셔져 있다.
본격적으로 좌측에 구만계곡을 끼고 가는 길이다. 구만계곡이 만만한 계곡이 아니다. 울퉁불퉁 거대한 바위들이 진을 치고 있고 계곡은 깊다.
[구만계곡의 바위]
갈래길에서 좌측으로 밧줄을 타고 내려가보니 구만폭포가 나온다. 이 구석에 거대한 폭포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수량이 없어 썰렁하기는 하지만 여름철 장마철에는 이 폭포에서 쏟아지는 폭포수가 장관이겠다.
[구만폭포]
구만폭포를 지나면서부터는 본격 계곡 트레킹이다. 거대한 바위와 너덜지대가 이어진다. 밀양에 얼음골이 있다는 것은 알았어도 구만계곡이 있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 밀양의 숨겨진 비경이라 할만 하다. 그런데 이 일대는 학교법인 소유림으로 되어 있다.
[암벽]
[너덜지대]
[학교법인 소유림 안내]
구만폭포에서 40여분 계곡을 따라 진행하다 보니 철계단도 나오고 바위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구만약수도 나온다.
[철계단 지대]
구만약수를 지나면서부터는 계곡길을 벗어나 편한 산길이다. 덕팔이 총무 축지님이 언제 내려갔다가 일행들을 마중하러 다시 올라오고 있다. 필시 축지법을 쓴 모양이다.
[계곡을 벗어난 길]
[구만산장]
구만암을 지나고 구만산장을 지난다. 길가이 감나무에 달려있는 까치밥이 운치를 더해주는 길이다.
[까치밥]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를 남겨 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옛 마을을 지나며” 전문
이어서 구만산자연농원을 지나는데 방앗간을 참새가 어이 그냥 지나리! 이곳에서 덕팔이들이 내려올 때를 기다리며 시원한 막걸리와 손두부로 속을 채워넣는다. 날씨도 차가운데 록수님은 웃통을 벗고 등목까지 한다. 역시 젊음은 다르구나!
[흑염소 탕]
흑염소 한 마리에 50만원 정도, 15명이 푸지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입맛만 다시고 일어선다. 덕칠이 망년회 때에는 이런 걸 한번 먹어볼 수 있었으면…
9. 날머리 : 양촌마을
속속 일행들이 도착하고 우리는 다시 양촌리로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보는 사과밭과 배추밭도 그렇고 맥문동재배지까지 정겨운 시골의 풍경이다.
[맥문동] 누런 들판에 녹색의 물결
[또 까치밥]
우리민족은 이렇게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경배의 마음을 갖고 살아왔다.
[양촌리 입구]
시간은 저녁 4시 55분, 중간에 많이 쉬고 놀기도 했지만 12시간 20분간의 산행을 마치는 시간이다. 너무 시간이 늦어 목간할 여유가 없어 일행들이 도착하는 대로 언양으로 이동하여 저녁을 먹고 귀경한다.
[우뭇가사리]
10. 돌아오기
일행들이 전부 도착하고 버스는 언양으로 이동하는데 언양이라면 불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덕팔이의 경제사정상 언양불고기집 옆의 닭도리탕집으로 간다. 시간도 지체되었고, 목욕도 하지 못해 찝찝하지만 우선 먹고 본다.
서울에 편하게 가기 위해서는 취한 상태에서 잠에 빠져있어야 한다. 괜히 어설프게 마셨다가는 잠만 달아나고 좁은 버스에서 생고생을 하게 된다. 잠에 푹 빠질 정도로 소폭을 연달아 마셔대니 이 술은 수면제에 다름 아니다.
소폭 수면제의 위력으로 잠에서 깨어나 보니 버스가 입장휴게소에 서 있다. 다시 잠속에 빠졌다가 깨어나 보니 양재역이고 밤 11시 30분이다. 길게 하루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우연한 기회에 영남알프스 중서부능선을 밟아봤는데 다음에 시간에 되면 영남알프스의 전 산을 한 줄에 꿰어 종주해보고 싶다.
백두산우회 회장님, 총무님 이하 여러분들 수고하셨습니다. 백두산우회의 모토처럼 “행복하게 삽시다!!”
마음으로 말하는 사랑
친구여...패티김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
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
우리 굳센 약속 어디에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
첫댓글 훌륭한 글과 멋진 사진 즐감했습니다. 찍사도 완전히 찍혀 버렸네요.. 덕칠덕팔의 전설도 이제 기록으로 남게 되었군요. 감사합니다. 자주 뵐수 있길...
찍사가 찍혀버려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덕팔이의 산행일정을 유심히 챙겨보았다가 가보지 않은 길은 같이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유천하님 좋은 글 감사드리고 다음기회에는 더욱 좋은 모습으로 행복한 만남이 되도록 노력하겠읍니다.
축지 총무님, 감사합니다. 총무님의 모습이 너무 믿음직스러웠습니다.
주유천하님 좋은 글 감사드리고 다음기회에는 더욱 좋은 모습으로 행복한 만남이 되도록 노력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