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지리산 (전남 남원시, 구례군) 산 행 일 : 2017. 06. 10.(토) 산행코스 : 정령치~만복대~묘봉치~고리봉~성삼재~노고단대피소~임걸령~반야봉~중봉~투구봉~쟁기소 (산행거리 19km, 10시간) 산행참가 : 19백두. <산행지도>
정령치에서 성삼재를 지나 반야봉까지야 지리산 주능선에 속해 있어서 몇 차례 가 본 곳으로 별반 무리가 없을 것이나, 반야봉에서 투구봉을 지나 쟁기소로 하산하는 구간은 법으로는 정해지지 않은 등산로이고, 산행기로도 잘 나와있지 않은 곳이라 사뭇 우려가 되었다. 그럼에도 믿는 구석은 지도에 등산로 표시가 분명하고, 내려받은 오프라인 지도에도 등로가 표시되어 있어서 통신이 되지 않더라도 길을 잃지는 않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동안 점점 줄어드는 회원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으나, 무박산행이라는 점과 '최소 8시간 산행 가능'이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하는 인성 좋은 사람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래서 회원들의 지인들 중에서 한두 분씩 산행에 참가했다가, 또 그들 중 일부만이 회원 수준으로 함께 산행하게 되는 게 관례였었다. 그런데 산행을 며일 앞두고, 그동안 우리 백두산우회에 한번도 없었던 경사가 있을 뻔했다. 카페에 올린 산행 공지를 보고 함께 산행을 하겠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어렵게 통화가 되어 함께 산행을 하기로 했었지만, 분명치 않은 이유로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고, 동승을 허락했었던 나도 괜스레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무박산행이 어려운 회원들이 많이들 생겨나고 있는 상황인지라, 산우회의 앞날에 대한 그림을 다시금 정립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하며 양재에서 지리산으로 향한다.
캄캄한 밤을 달려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버스는 구불구불 산길을 한참 동안 더 달리고 난 후에야 멈춰 서고, 잠시 더 눈을 감고 뒤척이다가 산행 준비를 시작한다. 요즘 날씨가 6월임에도 30도를 훌쩍 넘어서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어서 지난밤 긴팔 티를 입고 나서려는데 너무 덥지 않겠느냐는 예기를 들었다. 그런데 막상 정령치에서 버스 문을 나서니 바람이 거세고 느낌도 무척이나 쌀쌀했다. 하는 수 없이 배낭에 챙겨 온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서 산행을 시작한다.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보니, 백두들은 이미 정령치를 떠나고 없다. 옆에 있던 송 기사님이 산행대장이 아직 여기 있는데, 다들 가버렸다고 한마디 한다. 이번 코스야 한두번씩은 가 본 코스라 서슴없이 들머리로 들어선듯하여, 나도 서둘러 정령치 휴게소를 출발한다.
어제가 보름이어서 그런지, 만복대 방향 지리산 주능선 위에 걸린 달이 흐린 날의 태양인 듯 둥그렇다. 정령치 생태통로 위에 올라서니 정령치를 지키는 정도령 대신에 산행이 너무 길다며 투덜거리는 손 점장을 만나 함께 만복대로 향한다.
만복대를 향해 쉬엄쉬엄 오르며 돌아본 고리봉 방향. 지난번 산행에서 걸었던 서북능선의 윤곽이 어둠 속에서 어슴프레 가늠된다.
한고비 오르막을 올라서니 가야 할 만복대 방향의 능선도 가늠되고,
지난번 산행에서 위안리 방향으로 하산하기 위해 갔던 다름재 방향 지능선 갈림길을 지난다.
거의 한 시간여 만에 도착한 만복대에는 백두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요즘 해가 5:10 정도에 뜨니, 잠시만 기다리면 되겠지만, 오늘처럼 옅은 구름이 드리운 상태라면 일출 조망은 어려워 보인다.
<만복대(萬福臺, 1,437m)> 전라남도 구례군과 전라북도 남원시 사이의 지리산 주능선 도계(道界)에 있는 산으로, 노고단(老姑壇, 1,507m), 반야봉(盤若峰, 1,732m)과 함께 지리산 국립공원의 서부를 구성하며,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지리산의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여 만복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산 전체가 부드러운 구릉으로 되어 있어 산 높이에 비해 산세가 부드러운 편이며, 작은고리봉(1,305m)까지 3km에 이르는 남쪽 능선에는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억새 군락지가 있어 주변의 정경과 대조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정상에서는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1,915m) 등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다. 북쪽에 있는 정령치(1,172m)와 남쪽에 있는 성삼재(1,090m) 고개에는 도로가 나 있어, 두 고갯마루를 잇는 당일 산행을 할 수 있다. 섬진강의 지류인 서시천(西施川)이 만복대의 서(西)사면에서 발원한다. 인근 구례군의 산동면(山洞面)에 있는 온천관광지와 연계한 등반지로서 찾는 이들도 많다.
지난 산행 하산길에 걸었던 서쪽 다름재 방향.
지나온 지리산 서북능선 방향.
일출에 대한 기대를 접은 탓인지 사진 몇 장 남기는 사이에 다들 만복대를 떠나버려, 샛길 가는 사람 잡겠다며 따라온 국공파에게 부탁하여 홀로서 만복대 인증을 남긴다.
가야 할 작은고리봉 방향 녹색바다의 파도 마루에는 백두들이 점점이 떠 가고 있다.
만복대 오름길에 헐레벌떡 추월해 갔던 국공파 두 분이 만복대 정상에서 샛길 통행 산객을 잡겠다고 기다리는 통에, 만복대에서의 느긋한 조망을 포기하고 나도 서둘러 만복대를 뒤로 한다.
돌아본 만복대가 짙푸른 초록 이불을 덮고서 새벽잠을 즐기고 있고,
옅은 운무에 덮인 공룡의 등줄기에 올라탄 듯, 약간의 설레임과 스릴을 느끼며 나도 서둘러 앞서간 분들의 족적을 따른다.
다시 한번 돌아본 초록의 만복대. 사실 만복대는 늦가을과 겨울에만 왔었기에 이런 초록의 만복대는 첫 대면이다.
가야 할 작은고리봉 방향의 지리산 등줄기!
상위마을 갈림길 이정목에 누가 '묘봉치'라 적어 놓았는데, 다른 글자는 반듯한데 '묘봉치'라는 글자만 묘하다.
호젓한 숲길을 따라 몇 개의 자그마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사이에 노고단과 종석대가 가까이 보이더니,
작은고리봉 정상에 도착한다.
작은고리봉 정상에서 본 지리산 파노라마.
돌아본 만복대 방향.
반야봉 방향. 고리봉과 잘 보이지 않는 반야봉 사이의 골짜기 어디쯤에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쟁기소가 있을 텐데.
가야 할 성삼재 방향.
성삼재 우측 간미봉능선에 시암재 휴게소도 보이는데, 2년 전 어는 추운 겨울날 태극종주하려 성삼재로 오르다가 버스가 눈에 갇혔던 곳이다.
우측 구례군 산동면 방향.
작은고리봉을 뒤로하고 성삼재를 향하는 길에 당동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성삼재 직전 헬기장에서 아침식사 장소로 제격이라며, 후다닥 서둘러 달아난 사람들을 못내 야속해한다.
성삼재로 이어지는 도로에 내려서고,
성삼재에 도착하는데, 옆에서 걷던 손점장이 휴게소에 가서 국밥 한그릇 하고 가자며 부추긴다.
이곳 성삼재는 삼한시대 때 마한 군에 밀리던 진한 왕이 전란을 피하여 달궁 계곡에 왕국을 세우고, 북쪽 능선에는 8명의 장군을 배치하여 지키게 하였다고 하여 팔랑치, 서쪽 능선은 정씨 성을 가진 장군이 지켰다 하여 정령치, 그리고 남쪽은 가장 요지였으므로 성씨가 다른 3명의 장군이 방어케 하였다 하여 성삼재라 부르게 되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성삼재 휴게소에서 노고단으로 통하는 도로를 따라 오르면서, 아주 먼 옛날, 지리산 산행팀에 따라왔다가 백두대간을 시작하면서 지나갔던 종석대 방향 들머리를 찾으러 부지런히 우측을 살폈으나, 한 군데 흔적만 확인해 놓았다. 별이 총총한 종석대에서의 기억이 나의 발길을 자꾸 끌어당기지만, 오늘은 갈길이 멀고 하니 후일을 기약하고 노고단을 향한다.
식사 시간이 늦어지는 듯하여 노고단에서의 아침식사 예정을 접고 무넹기에서 조금 늦은 아침식사를 한다. 대부분 빵과 떡을 가지고 와서 조금씩 나눠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노고단을 향한다. 이곳의 지명이 왜 '무넹기'인지 길 옆 도랑의 물을 보고서야 깨닫는다.
<무넹기> '무넹기'는 물을 넘긴다는 전라도 방언이다. 문제는 이 물줄기가 백두대간을 넘고 있다는 점이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란 말이 무색하다. 낙동강으로 가야 할 물이 대간을 넘어 섬진강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묘하게도 백두대간 능선인 지리산 주능선에서 솟아난 샘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섬진강으로 흘러가는 곳이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화엄사 아래 못을 파고 물을 담는다는 이유로 물줄기를 돌려놓은 곳으로, 이로 인해 지리산의 반야봉과 천왕봉이 육지의 섬 아닌 섬이 되어 버렸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복원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 많다.
빙빙 돌아가는 임도를 두고 지름길 등로를 따른다.
식사를 했던 무넹기에서 10여분 만에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한다.
이곳 노고단 대피소는 1920년대 남부지방에서 활동하던 외국 선교사들이 풍토병(나병)을 치료하기 위해 지었던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대피소로 이용되고 있다. 대피소 옆 식당에는 앞서간 백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낮선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아마도 벌써 식사를 마치고 떠난 듯하여 우리도 서둘러 노고단 고개를 향한다.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니 앞서갔던 분들이 왜 이리 늦었냐며 성화다. '너무나 거한 아침을 먹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둘러대고는, 후미들도 금방 도착할 것이니 같이 가자고 했더니 슬슬 몸을 풀면서 먼저 가겠다고 한다.
노고단고개 돌탑.
노고단 정상에는 돌탑의 모습이 선명하다. 노고단 정상은 아침 10시부터 산행이 가능하다며 막아 놓았는데, 막은 이유를 짐작키 어렵다. '아마도 늙은 시어머니의 아침잠이 요즘 들어 많아졌나 보다'고 짐작할 뿐이다.
널찍하고, 평탄하고, 서늘한 숲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쉬엄쉬엄 걷다 보니 돼지령에 도착한다.
이곳 돼지령은 노고단 능선 안부로 진달래와 철쭉 산행지로 유명한 돼지평전이라 불리는 곳인데, 멧돼지가 나무뿌리를 파먹던 곳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돌아본 왕시루봉 전망대 방향.
앞쪽으로 '대판'이란 이름의 봉우리가 보이고, 우측으로 갈림길이 있어 가 보았더니 그냥 전망대까지만 연결되어 있다. 오늘은 옅은 안개로 시야가 없어서 그냥 돌아선다.
피아골 갈림길이다. 우측 길로 가면 피아골로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봄철의 진달래, 여름의 짙고 푸른 계곡의 녹음, 겨울철의 설경 등 어느 하나 빼놓기 힘든 곳이라 한다.
임걸령은 옛날 의적과 도적들의 은거지가 있었다 한다.
조선 명종 때 의적 임걸의 은거지였기에 '임걸령'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말을 키웠다는 예기도 있다. 노고단에서 이곳 임걸령까지는 평탄하다는 얘기를 할 때, 노고단에서 화살을 쏘고 말을 달리면 말이 임걸령에 먼저 도착할 정도로 평탄하다고 하는 옛 예기가 있다. 아마도 임걸령에서 키우던 말이라 그리 빨리 달렸나 보다..ㅋㅋ
진주에서 오신 여성 등산객이 이곳 임걸령샘의 물맛이 지리산 최고의 맛이라고 귀띔하는 바람에, 너도나도 샘물을 한 모금씩 떠 마신다.
임걸령을 지나니 등로는 오름길로 바뀌고,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쉼을 하기로 한다.
지리산 주능선 등산코스와 반야봉 방향 등로가 갈라지는 노루목에 도착한다.
노루목은 지형이 노루가 목을 쳐들고 피아골을 내려다보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노루의 머리에 해당하는 바위 위에서 돌아본 노고단 방향.
피아골과 불무장등 능선.
노루목에는 지리산 주능선 산행을 하는 많은 산객들이 쉼을 하고 있다.
우측으로 불무장등 능선을 분기하는 삼도봉도 지척으로 보인다.
노루목 암릉 위에서 포즈를 한번 잡아 봤다.
노루목에서 반야봉 방향으로 200m쯤 오르니 또다시 천왕봉 방향 갈림길이 나온다.
반야봉 방향으로 계속 고도를 높여가다가 돌아본 불무장등 능선 방향.
우측 천왕봉 방향.
반야봉에서 지척인 삼도봉이 바로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삼도봉에서 남으로 뻗은 불무장등 능선.
전방으로 보이는 반야봉이 제법 높아 보인다.
옛날에는 없던 철계단이 암릉길을 대신하고 있다.
철계단을 올라서 돌아본 반야봉 능선.
반야봉 정상부에 도착하여 바라본 노고단 방향.
반야봉은 지리산 8경의 하나인 반야낙조로 유명한 곳이다. 지리산 어느 곳에서나 이 산은 아기 엉덩이처럼 보이기 때문에, "아기 궁둥이처럼 보이는 산이 반야봉이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산의 곡선미가 우아하고 여성스럽다. 이런 반야봉이 사실은 남성을 상징하는 산이라 한다. '반야'는 산스크리트어의 프라냐(prajna)를 음역 한 것으로, 불교경전의 반야경(般若經)에 의해 알려진 명칭이다. 반야의 뜻은 '절대 변하지 않는 완전한 지혜'를 의미하므로, "지리산에서 지혜를 얻는다"라는 말은 반야봉에서 유래된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전설에 따르면 천왕봉의 마고할매가 반야 도사를 만나 혼례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반야는 훗날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며 서쪽으로 떠난 뒤,
영영 돌아오지 않고 불도를 닦았다. 그 후 그가 도를 닦았던 산은 반야봉이라 불리면서 남성미를 상징하는 산이 되었지만, 생김새가 한없이 부드러워 여성성도 가지고 있는 산으로 알려졌다.
지리산에는 불교와 관련된 지명이 제석봉 등 여러개 있는데,
반야봉을 제일 꼭대기에 있는 봉우리라 해석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천왕봉이지만, 불교적인 관점에서는 반야봉을 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 말한다. 반야봉보다 높은 제석봉, 중봉, 하봉을 제쳐두고 반야봉을 천왕봉 다음의 제2봉으로 치는 것도, 반야봉에는 불교적인 관점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먼저 도착해 있던 분들이 먼저 반야봉 인증을 한다.
천왕봉 방향.
반야봉까지만 법정 등산로 이고, 이후 중봉 방향은 비법정 등산로여서 출입을 막아 놓았다.
후미팀들도 도착하여 모두 함께 인증을 한다. 카메라는 대구에서 홀로 산행을 온 성서군청 공무원 아가씨가 담당했다.
반야봉까지는 늠름한 걸음걸이로 아무 걱정 없이 걸어왔는데, 반야봉에서 중봉 방향의 등로로 들어서며 숨소리도 날까 조심하게 된다.
우측 천왕봉 방향 조망.
반야봉과 중봉 사이의 안부에 있는 헬기장에 내려서며,
돌아본 반야봉 방향.
중봉 정상부에 올라서서 바라본 천왕봉 방향.
키가 큰 나무들은 세찬 바람에 견디기 힘들어서 그런지, 중봉 정상부는 작은 관목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중봉 정상부를 통과하는 백두들.
중봉 정상부에는 커다란 묘지가 자리하고 있는데 말끔히 단장되어 있다. 출입이 금지된 곳인데 어찌!
중봉 정상 헬기장에서 좌측 길이 우리가 가야 할 봉산골능선과 심마니능선 방향 등로이고, 우측길이 묘향대를 지나 나름 유명한 이끼폭포를 거처 뱀사골로 이어지는 등로다.
우리는 무심코 뚜렷한 우측 길로 들어섰다가 바로 돌아나와, 좌측의 봉산골(어름골) 능선길로 들어가는데, 대구의 산악회에서 온 분들이 앞서 들어서고 있다.
투구봉 방향의 능선길로 들어서서 지도를 꺼내 한번 더 확인하고 출발하는데,
이내 쟁기소 방향 표지목을 만나 우리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음을 확신한다.
지리산의 한가운데 개방되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수목들이 '자연이란 이런 거야'라고 하는 듯하고,
온갖 종류의 나무들이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고 있다.
혹불이 영감의 혹을 훔쳐간 도깨비가 혹을 이곳에다가 붙여 놓았고,
아름드리 주목도 수없이 보인다.
반야가 불경 공부를 하다가 쉬는 틈에 만들어 놓은 분재일까?
좌측 봉산골(어름골) 방향으로 조망이 트이지만, 옅게 끼여 있는 안개로 골짜기 건너편도 보이지 않는다. 이 안개만 아니었으면 만복대에서의 일출과 노고단에서의 섬진강, 반야봉에서의 지리산 조망을 누렸을 텐데...
능선길임에도 우거진 숲이 있고 등로 또한 뚜렷한 편이다. 아마도 달궁으로 가는 등로가 갈라지기 전까지는 이런 등로가 계속되는 듯하다.
언제였는지 모를 나무의 죽음, 그 후가 더욱 아름다울 수도 있는가 보다.
창병 대장에게 쉴 자리를 찾아보라 했는데도 도무지 쉬지를 않아서, 시원한 그늘이 있는 등로에서 잠시 쉼을 한다.
불과 5분 거리에서 좋은 쉼터를 찾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ㅉㅉ 이곳이 투구봉 직전 안부로 우측으로 심마니능선 방향 갈림길이 있는 곳이다.
이번에는 우측 명선봉 방향으로 시야가 트이고,
투구봉 오름길에는 이런 암릉도 지난다.
투구봉을 우회하여 지나서는 급경사 내림길이 나오고,
나무들이 햇볕을 가리고 있는 풀밭이란 참으로 좋은 느낌이다.
그렇게 한참을 급하게 고도를 낮추더니, Y자 갈림길을 만나 좌측 길로 접어든다. 우측은 달궁 방향이다.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나지 않을 듯이 계속 내려가는데,
엇~ 주능선을 두고 좌측 사면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인데, 그래도 뚜렷한 등로를 따를 수 밖에는.
능선 방향으로 등산로가 아니라는 표지판이 보이는데, 아마도 쟁기소로 이어지는 지능선 인가 보다. 등로는 우측 사면으로 내려가 봉산골(어름골)로 내려서는 지능선으로 연결된다.
다시 봉산골(어름골)로 떨어지는 지능선을 두고, 우측 사면으로 내려서며 봉산골로 내려서게 된다.
사면길을 따라 조심조심 내려서면,
멧돼지들의 목욕탕도 지나게 되고,
계곡 물소리가 가까워지는 사면길을 잠시 더 내려서면,
봉산골(어름골/얼음골) 계곡에 도착한다. 잠시 발을 담그고 가도 좋으련만, 늘 그렇듯이 하산길에는 여유가 없다.
봉산골(얼음골) 계곡물이 얼마나 차가운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자그마한 폭포들을 스쳐 내려가면,
이정목의 쟁기소 거리 표시가 '0'이 되고,
쟁기소를 건너는 출렁다리가 보인다.
쟁기소를 건너는 다리 위에서 본 상류 방향.
하류 방향.
다리 아래의 쟁기소 모습이 정말 쟁기처럼 생긴 듯도 하다.
샛길 출입금지 팻말을 보며, 그럼 우리는 돌아나가야지 라며,~~ㅋㅋ
쟁기소 위 출렁다리를 벗어나오며 때 이른 안도의 숨을 내쉰다.
나무 계단을 따라 사면을 올라가면,
도로로 통하는 계단이 나오고,
도로로 통하는 울타리 문이 잠겨 있어서, 울타리 우측으로 돌아서 도로에 올라선다.
기다리던 버스를 불러 타고는, 목욕탕이 있는 남원으로 향한다.
쟁기소에서 인월로 돌아 88고속도를 타고 남원으로 들어갔어야 하는데, 지도상 짧은 거리로 표시되는 정령치를 넘어가는 길로 가는 바람에 30분 이상 더 걸렸다. 나의 판단 착오!
땀을 닦고 상쾌한 기분으로 남원시 춘향테마파크 내에 있는 '두부마을'이란 식당으로 이동하여,
기~인 산행의 고단함을 잊는다.
두부요릿집인데...ㅉㅉ
식사를 마치고 두부과자를 먹으며 서울로 향한다.
춘향테마파크 전경.
산행지가 멀어서 그런지 아니면 식당의 술이 부족해서 그런지, 강남역에 모두 하차하여 생맥주집으로 향한다.
맥주를 마시며 오늘 산행이 너무 길어서 힘들었다고 이구동성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산행은 팀을 나누어 분리해 달라고!
분리의 문제점을 설파했으나 중과부적. 다음 산행부터 백두는 두 개의 팀으로 분리하여 산행 스케줄을 짜야한다. 시간도 없는데 머리가 아프다. 이제 백두의 산행도 당일산행으로 바꿔야 할 시점인데...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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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반야봉서 쟁기소까지 원시림을 걸었네요. 힘든 산행이었지만 아직도 원시 그 자체가 생생합니다. 늘 그렇듯 다 함게 가야 멀리 가는데요. 멀리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