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첫 영화제를 시작으로 호숫가마을영화제는 때가 되면 열리는 우리 마을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결과론적 해석일 수 있겠으나.
어느해 여름, 그러니까 2024년 행사에서 우리는 어떤 모멘텀을 마주합니다.
아이들은 이때 커뮤니티 시네마의 개념을 알게 되었고
향후 협력할 주요한 관계망, 재희 언니와 씨네인디U를 만나게 됩니다.
2026년 [남매의 여름밤] 상영회의 서사를 이해하려면
2024년 그 여름을 알아야합니다.
아래 2024년 여름 마을영화제 기록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2024년 마을 영화제 전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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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에서 자동차에서 마을회관에서 카페에서 이웃집 마당에서 공공기관에서,
역대 가장 다양하고 가장 많은 극장을 준비했습니다.
준비부터 탄탄했습니다.
어린이 기획단이 문헌을 조사했습니다.
아이들이 독립극장 프로그래머를 섭외하고 찾아가 인터뷰했습니다.
그때 알게 된 '커뮤니티 시네마'라는 개념.
오랜 전통의 영국 지역사회 영화 진흥운동이 우리가 한 일과 꼭 닮아있었습니다.
발바닥 닳도록 다니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뜨거워지면 머리가 돌아가 보아야할 것을 보게 되고 들어야 할 것을 듣게 된다.
문헌조사의 성과가 이 말의 증거였습니다.
우리의 일을 증명 받는 듯했습니다.
인터뷰 기록
정민이가 주선한 시내 영화관 개막식
헤어지기 아쉬운 서로네 안방 극장
아빠 차에 텐트를 연결해 만든 다온이네 자동차극장
마을회관을 빌려 연 선빈 규리네 극장,
도심 속 아파트를 우리 마을로 만든 서율이네 극장
영화보다 감격스러웠던 이웃 카페 이웃커피로스터스 극장
메시와 주성치와 지네가 출몰한 은우 은성이네 극장
천둥번개가 치던 날 동네 할아버지 댁 마당에 연 솔이네 극장
그리고 재희...
재희는 도서관에 오던 하얗고 작은 아이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재희도 자랐습니다.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하는 청년이 된 재희는
우연히 호숫가마을도서관 철거 소식을 듣게 되고
철거를 막으려고, 막지 못한다면 철거의 순간을 함께하려고 도서관 다큐멘터리를 찍었습니다.
청년이 되어 다시 마을로 돌아온 아이와 그의 카메라 속에서 평화롭게 무너져가는 도서관의 풍경.
이 영화를 틀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손으로 쓴 대본으로 연습해서 공무원을 만나 공공기관 강당을 빌린 선빈 서율 재원,
상영관을 안내하는 글씨와 약도를 만든 은성,
감독과의 대화와 폐막식 사회를 준비한 연우,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재희 친구들의 작은 동창회,
재희 고기 사먹이시며 응원하신 동네 아저씨들과 동네 아주머니들의 찬사.
영화를 보기 위해 오신 초등학교 교무 부장 선생님,
이 모두가 모인 곳에서 상영한 재희의 영화.
침묵과 감동과 갈채.
어쩌면 한 예술가의 삶을 통째로 바꿀 어떤 사건이 이번 여름 호숫가마을에서 일어난 걸지 모릅니다.
영화같던 여름을 마치며
추동 사회사업팀 최하영이 이번 영화제를 지원하는 담당자였습니다.
2024년 여름 영화제 시작과 끝을 이으니 영화였습니다.
빛나는 스크린 그 뒤 컴컴한 곳에 최하영이 서있었습니다.
이 영화에 그저 단역으로 가끔 등장했던 그는 '그들'의 영화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겁니다.
아이들과 마을이 영화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이름 없고 빛도 없는 나의 동료, 최하영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2024년 여름 호숫가마을 영화제의 마지막
첫댓글 그 여름을 함께했던 동료 하영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