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환영해주시니 솔직히 기분 좋습니다. ㅎㅎ
그래서 기념으로 첫 번째 이야기로 '더사'에 정말 어울리는 더키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처음 이 게시판에 연재를 제안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 오른 생각이 더키 이야기부터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배경에는 '더사'회원들 중 정말 많은 분들이 더키를 갖고 있거나 더키를 타고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 더키를 더키답게(?)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신 부분도 많겠지만 그냥 이야기라고 생각하시고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더키(Ducky)는 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인플래터블 카누(Inflatable Canoe) 혹은 인플래터블 카약(Inflatable Kayak)입니다.
원래 여러 명이 타는 래프트(Raft)에서 파생된 보트로 1~2명 정도가 카누 노(외날)나 카약 노(양날)로 조종하면서 타는데요.
무겁고 기동성이 다소 떨어지며 여럿이서 같이 타는 래프트보다는 좀더 가볍고 단촐하게 자유롭게 즐기고 싶다는 요구에 부응해서 탄생된 보트입니다.
더키라는 이름이 붙여진데는 더키가 물 위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 마치 물오리가 헤엄치는 듯 보이고 이름도 짧게 부를 수 있어 더 즐겨 부르는 일종의 애칭입니다.
래프트가 여러 명이 타는 것이다보니 보통 래프트의 스펙이 약 1.6 m에서 2 m 가까이 되는 폭(width)이라서 바위같은 장애물이 많은 강에서는 어지간한 조종기술이 없으면 맥을 추지 못하는 등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죠.
그리고 탑승자가 많으면 선체가 잠기는 깊이도 제법 되어 수량이 부족한 때는 재미는 고사하고 보트를 끌고 가야하는 고생길이 열리죠.
반면 더키는 고작 1~2명이 타니 얕은 수심이나 좁은 수로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운행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1990년대 들어오면서 강 상류지역을 마치 트레킹하듯 여행하고픈 이들의 요구에 부응해서 AIRE, HYSIDE, NRS, METZELER 같은 해외 유명 보트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더키를 내놓으면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에도 거의 같은 시기에 선을 보였다고 기억합니다.
HYSIDE나 NRS같은 브랜드는 국내 기업인 삼공물산으로 부터 최고급 수준의 하이팰론 더키를 OEM 방식으로 공급받았고, 동서산업이나 우성아이비 같은 국내 보트 제조사들 역시 상당량의 PVC재질의 더키를 해외에 역시 OEM 방식으로 공급했으니 적어도 더키만큼은 우리나라가 상당한 산업적 배경을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우리가 더키를 잘 만드는 등 하드웨어적 부분은 잘 갖춰져 있는데 이것을 갖고 노는 소프트웨어적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부족하지 않나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이 부분만 잘 보완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더사'의 회원 여러분이 해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더키는 바닥 튜브에 철퍼덕 앉아서 양날 노로 젓는 카약(Kayak) 타입이 있고, 좌우 튜브에 좌석을 걸쳐 놓고 그 위에 앉거나 무릎을 꿇고 타면서 외날 노로 젓는 카누(Canoe) 타입이 있습니다.
자기 취향대로 스타일을 선택하면 됩니다.
(아래 이미지 위가 카약 스타일, 아래가 카누 스타일)
여담이지만 더키의 전체적인 선형으로도 스타일을 구분하는데요.
대략 뭉툭하고 길이가 짧은 편이며 튜브가 커서 부력이 좋은 것은 낙차가 크고 복잡한 급류 지역에서 강점이 있어 미국 서부산맥을 의미하는 로키(Rocky) 스타일이라 부르기도 하고, 길고 뾰족하며 튜브가 약간 슬림해서 스피드가 좀더 좋은 스타일은 강 폭이 대체로 넓고 긴 거리를 여행하기에 좋아 미국 동부산맥을 의미하는 애팔라치안(Appalachian) 스타일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더키는 확실히 물살이 있는 강에서 타는 용도의 보트임에 틀림없습니다.
고형 카약에 비해 느린 것은 분명하고 보기에도 그렇듯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풍선 떠 밀리듯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수면을 밀고나가는 저항도 여간 만만치가 않아 탁 트인 호수나 바다에서 타고 놀기엔 장점보다는 약점이 더 많으니 물살 좋은 강을 타고 유유자적하며 여행하기에 딱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급류에서 유유자적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 자기 하기 나름이거든요.
게다가 하루는 물론 1박2일 캠핑여행에 필요한 짐도 싣고 강을 떠내려갈 수도 있으니 강 트레킹에 이보다 좋은 것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더키에도 등급을 매길 수 있겠습니다.
오지 탐험용으로 탈거라면 좀 비싸더라도 도중에 터지거나 문제가 생겨서는 안되므로 10년 이상 써도 끄떡없는 고강도 재질인 하이팰론 코팅원단에다 부력도 좋게 만든 더키를 선택해야 하고, 그냥 가볍게 물놀이용으로 쓸 요량이면 비닐 코팅원단을 고주파 접합방식으로 만든 저렴한 더키도 괜찮습니다.
많은 더사 회원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PVC 코팅원단을 본드접합 방식으로 만든 더키는 값도 제법 나가지만 웬만한 바위에 쓸려도 잘 터지지 않아 최소 5년 이상은 충분히 운용할 수 있어 가성비가 꽤 좋다고 봅니다.
더키 역시 카약(카누)입니다.
조종술을 잘 배워서 타면 더 없이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여유만만하게 즐길 수 있는 보트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여기저기 부딛치고 브로우칭되어 파손되고 물에 떠내려가는 곤혹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는 보트입니다.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내어 조종술을 배우는 투자만으로도 동강정도는 가볍게 타고 내려갈 수 있습니다.
제 아무리 좋은 더키도 주인을 잘못 만나면 실력 발휘도 못하는 그냥 튜브에 불과합니다.
더키는 물살이 흐르는 강에서 타야 제 실력을 발휘합니다.
그걸 타고 바람부는 바다나 호수로 나가면 신경질을 부리며 뒷걸음치면서 주인을 애먹이기도 합니다.
더키가 얼마나 빨리 달리냐는 순전히 주인의 체력과 노젓는 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더키도 저질 체력이고 형편없는 조종술을 가진 주인을 거저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자동주행보트가 되지는 못합니다.
여러분이 더키에 태우고 다니는 이들의 반응을 보세요.
어린 자녀나 아내를 태우고 물살도 없는 호수에서 일광욕을 시키면서 몇 시간씩 태우고 다녀보면 반응은 대략 '다시는 안탄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 재미없고 지루하며 완전 죽을 맛이거든요.
만약 이런 반응이 나왔다면 여러분이 정말 잘못하신 겁니다.
대충 젓는둥 마는둥해도 슬슬 잘 떠내려가는 더키를 뒤에서 키를 잘 잡고 내려가 보세요.
물살이 정말 빠르고 파도도 좀 치는데도 여러분이 더키를 잘 몰고 다녀보세요.
대체 어떤 반응이 나오나. 애들에게는 급류가 완전 워터파크처럼 느껴질 것이고 가끔 나오는 깊은 소에서는 물로 점프해서 뛰어들어 수영도 즐기고 다시 올라올 수 있는 멋진 플랫폼이라는 느낌이 들겁니다.
너무 늦어서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편에서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