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원로원광장으로 걸어와 버스를 타고 스톡홀름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올림피아 터미널로 향한다. 여기서 헬싱키 현지가이드와 이별하고 버스에서 짐을 내려 뒤돌아보니 이미 13층 짜리 거대한 크루즈 배(탈린크 실자라인 세레나데 호)가 터미널에 정박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배는 986개의 각종 객실을 갖추고 2,800명에 달하는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배로 헬싱키-스톡홀름 노선은 1928년 개설되어 지금까지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이어 오고 있으며 지금은 매일 2대가 이 항로를 운행하고 있는데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배는 오후 5시에 출항해 이튿날 오전 10시에 스톡홀름 항구에 도착한다.
터미널 안에는 이 배를 타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잠시 대합실에서 기다리니 동행한 신현주 가이드가 크루즈 승선권을 나누어 준다. 승선권에는 객실번호와 와이파이 비밀번호, 석식 및 조식권이 인쇄되어 있는데 승선권을 나누어 주면서 가이드는 이 승선권은 방 열쇠 역할도 하고 석식 및 조식 확인에도 필요하니 잘 챙겨야 한다고 당부한다.
체크인을 하고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가이드를 따라 탑승한다. 길이 있는 대로 쭉 따라가다 보면 화려한 거리가 우리를 맞이해준다. 이곳이 이 배의 7층인데 중앙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이곳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가면 화려한 조명을 한 BAR와 기념품가게 등 아케이드, 나이트 쇼를 진행하는 곳이 보이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6층에 그랜드 레스토랑이 있는데 가이드가 이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고 한다. 배 안에는 면세점부터 시작해서 마트, 식당, 술집, 공연장, 심지어 스파랑 사우나까지 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객실로 이동했는데 바닷가 보이는 아담한 2인용 침대를 갖춘 객실이다. 객실에 여장을 풀자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린 18시에 6층 그랜드 뷔페 레스토랑에 저녁식사가 예약돼 있어 짐을 대충 정리한 후 뷔페로 향한다. 뷔페식당에 들어서자 연어 등 스칸디나비아 메뉴와 글로벌 한 메뉴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고 와인과 생맥주, 음료수 등이 무제한 제공되고 있다. 우린 화이트와인을 곁들여 연어회, 구운 연어, 새우 등으로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식사 후 가벼운 산책과 선상 관광을 위해 12층 갑판으로 올라간다. 갑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바닷바람을 맞으며 주변 풍광을 즐기고 있다. 헬싱키 항 주변은 다도해처럼 수많은 섬들이 떠 있고 그 섬에는 별장처럼 보이는 집들이 드문드문 보여 장관을 이룬다.
20시 경 아내와 함께 나이트쇼를 구경하러 7층으로 가보니 이미 좌석은 물론 복도까지 관객이 꽉 차 있고 무대에선 현란한 노래와 쇼가 펼쳐지는데 흥에 겨운 일부 관객들은 객석이나 복도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있다. 30분 정도 구경하는데 무대에서 공연하는 노래와 춤이 영 내 취향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 객실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페리 객실에서 하룻밤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잔잔한 흔들림으로 멀미를 할 수도 있겠지만, 잠을 자는 데 있어서 불편함은 없었고, 객실 내 화장실에 샤워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편안한 하룻밤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차 적응이 안돼서 그런지 두 시간 정도 자고 깼는데 영 잠이 오지 않는다. 아내의 수면에 방해가 될까 싶어 조용히 객실을 나와 12층 갑판으로 나갔더니 밤 2시경인데도 젊은 서양 남녀들은 갑판에서 맥주 파티를 벌이고 있고 13층에 있는 NEW YORK CLUB & LOUNGE에선 해군 모자를 쓴 남녀들이 현란한 조명아래 뒤엉켜 춤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술이 많이 취했는지 흐느적거리며 시끄럽다.
조용한 갑판 뒤로 돌아가 보니 해가 지지 않고 수평선에 붉게 떠 있어 이곳이 말로만 듣던 북극이 가까운 북유럽에서 하지 무렵에 나타나는 백야현상임을 느낄 수 있어 신기하다.
새벽 4시경 우리 배는 Mariehamn 섬 선착장에 잠시 들러 일부 승객과 차량을 하선시킨다. 우리 배가 떠날 때 쯤 뒤 따라 오던 Viking Line 크루즈선이 선착장에 도착한다. 이 배도 선사만 다를 뿐 헬싱키-스톡홀름을 오가는 크루즈선인 것 같다.
수평선을 맴돌던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다시 섬들이 무수히 나타나는 걸 보니 이제 스웨덴으로 들어 선 것 같다. 크고 작은 섬엔 별장처럼 보이는 집들이 보이고 작은 바위섬엔 일찍 일어나 먹이 활동을 시작한 새들이 보인다.
아침 7시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6층 그랜드뷔페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갑판으로 올라가보니 스톡홀름이 가까워지는지 제법 큰 섬들에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페리는 정확하게 정시에 도착하는데, 도착하기 30분 전쯤에 방송을 한 번 해주고는 감감무소식이지만 배가 움직이지 않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나가는 소리가 들려 우리도 짐을 챙겨 하선 준비를 하고 약속 장소인 7층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