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도원에서의 감동을 잊지 못해 빨리 다시 갈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가족들 눈치가 보였지만 여름휴가를 써서 가기로 마음을 먹고 9월 초 3박 4일(토 일 월 화) 개인 피정을 신청했다.
토요일 수도원으로 가려고 하니 주말에 가족들과 마트 가서 한때를 보내야 되는데 떼놓고 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비도 많이 왔었고 가는 도중에도 괜히 가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었다. 도착을 하니 기도시간만 알려주시고는 나머지는 자유롭게 하시라는 안내를 받고 방에 가서 누웠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에 수도원 피정 이틀 째였던 것 같다. 아침기도하고 미사 드리고 8시 아침 먹고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수도원 책장에 있는 책을 벤치에서 읽고 있었다. ‘천주교유 개신교’ 라는 박도식 신부님으로 기억하는데 그냥 읽는 도중에 나도 모르게 ‘천주교에서 가르치는 게 진리다.’라는 생각에 막 흥분이 돼 주체를 할 수 없었다.
냅다 다시 경당으로 내려갔는데 부끄러운 지도 모르로 제대 앞에 바로 무릎을 꿇고는 무슨 영문인지 수도꼭지 물 틀어놓은 것처럼 눈물이 나면서 그동안 잘못한 것을 하느님 앞에 다 일러바쳤다. 말하면서도 그동안 내가 너무너무 많이 하느님께 잘못한 게 많았다는 생각에 몸을 가누지를 못할 정도였던 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하니 너무 마음이 편하고 가벼웠고 침착해졌다.
나는 기도시간 외에 수도원 책장에 있는 책들을 계속 읽었다. 십자가의 성 요한 성인의 ‘무에의 추구’ 라는 책도 읽었는데 빨대로 빨아먹듯이 구구절절 가슴을 적시는 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난 기분이었다.
나만 몰랐던...
하느님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