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정보의 늪에서 살아남기
김철교(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정보통신의 발달이 인류사회를 참 많이도 바꾸어 놓았다. 인공지능(AI)까지 가세하면서 유익한 정보와 거짓 정보들이 온통 뒤섞여 가히 정보의 늪 속에 점차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는 떠도는 지식 정보에 대해 판별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최소한 10% 정도는 거짓 정보가 필연적으로 섞여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온통 거짓인 이야기보다 10개 중에서 9개쯤 진실이 섞여 있을 때, 그 거짓말이 더 위험하다.’라는 것이다. SNS를 악용하는,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와, 거짓으로 밝혀져도 끝까지 우겨대는 뻔뻔한 모습도 사회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대부분 읽고 또 응답도 보내곤 했으나, 이제는 공적(公的)인 글 외에는 자세히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기저기서 퍼 나르는 자기개발서에 있는 내용이나 거짓 뉴스를 들어줄 만큼 세상은 한가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너무 많은 정보에 너무 많은 사람이 피곤해지고 있다.
SNS는 소통을 쉽게 하고, 좋은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으며, 전문적인 네트워킹에도 유용하고,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에 관해 토론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염된 정보로 인해 이러한 장점들이 점차 퇴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와 아내는 심리상담소를 거의 십 년째 운영하고 있다. 심리상담은 내담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도록 하고, 상담자는 공감하고 들어주는 것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SNS에 쏟아내는 글에 가끔은 공감해주는 것도 바람직하리라 생각하면서도, 그리 못하고 있는 나는, 성격상 좋은 상담사가 되지 못해, 상담사 역할은 아내에게 일임하고 있다.
나날이 삭막해져 가고 있는 사회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나날이 훈훈한 소식들이 넘쳐나야 하지 않을까. 거짓 정보와, 생명을 천시하는 잔혹한 뉴스와, 잘못을 잘못인 줄도 모르는 양 뻔뻔하게 SNS를 오염시키는 콘텐츠를, 시청자가 일부러 외면해주는 것도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방법이겠다. 참다운 민주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건강해야, 말로만 국민과 민주를 외치는 정치인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류사회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오면 지금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면서 오염된 정보들이 힘을 잃어가는 건전한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