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맺힌 마음을 풀어주던 밤, 12월의 '우리가곡사랑회’
2025년 12월 13일, 여느 때처럼 매달 열리는 '우리가곡사랑회'의 정기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주회는 그저 연습한 곡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흐르는 선율 사이로, 지난 한두 달간 우리 삶을 스치고 간 기쁨과 슬픔,
그 진한 인생의 이야기들이 함께 들려오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유난히 가슴을 울렸던 것은, 노래 속에 담긴 '이별'과 '위로'였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한 회원님은 며칠 전 누님을 떠나보낸 슬픔을 안고 무대에 오르셨습니다.
6.25 전쟁 당시, 포탄이 쏟아지던 방공호 안에서 어린 자신을 무릎에 앉히고 지켜주었던,
그토록 각별하고 정 깊던 누님이셨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뒤 가눌 길 없던 그 깊은 슬픔이, 오늘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비로소 응어리가 풀리셨다는 고백에 모두가 숙연해졌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은 분은 또 계셨습니다.
남동생의 부인을 폐렴으로 떠나보낸 회원님의 사연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여행을 다닐 정도로 괜찮으셨던 분이 갑자기 입원 닷새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니,
그 허망함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분 역시 오늘 함께 대화하며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내셨다고 합니다.
아픔을 딛고 희망을 노래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암 투병과 힘겨운 항암 치료를 견뎌오신 회원님.
최근 다시 건강이 악화되었다가 겨우 회복 중인 몸으로 부르신 곡은 'O Holy Night'이었습니다.
노래하는 중에 스스로 벅차오르는 감사와 은혜를 느끼셨다는 그분의 모습은 그 자체로 기적과 같았습니다.
저는 이날 '그리운 마음'이라는 가곡을 불렀습니다.
노래를 준비하고 부르는 내내 가사에 담긴 애절함과 슬픔, 사랑, 그리고 아쉬움이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깨달았습니다.
지금 내 입을 통해 나가는 이 가사가, 사실은 현재 아프고,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요.
음악이 있어 다행입니다.
음악은 상처를 지워주진 못해도, 상처 곁에 앉아 “너 혼자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방식으로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
혼자 삭혀야 했을 슬픔을 꺼내어 놓고, 서로의 온기로 녹일 수 있었던 12월의 어느 날.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밤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2025/12/13/ 토요일 밤 / 한봉재
첫댓글 한봉재님의 글은 음악회를 더욱 향기롭고 따뜻하고 격조있게 마무리를 짓게 해줍니다
귀한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