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에서 추출한 강력한 독성 물질로 암 관련 통증과 헤로인 금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지가 연구되고 있다. 복어는 위협을 받으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가시가 있는 물고기로, 지금까지 발견된 독 중 가장 강력한 독 중의 하나인 테트로도톡신을 품고 있다.
테트로도톡신은 신경 전달을 방해하고 신체의 주요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신경 전달이 일어나려면 나트륨 채널을 통해 주변 체액에서 신경으로 나트륨 이온이 유입되어야 하는데, 테트로도톡신은 이 나트륨 채널을 차단한다.
1990년대 초부터 베이징 의과대학의 연구자들은 적절한 용량의 테트로도톡신이 신경 전달을 충분히 방해하여 통증을 차단하면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해왔는데, 이 물질이 암 통증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페티딘 하이드로클로라이드(모르핀 유사체)를 지속적으로 투여받아도 통증 완화를 거의 느끼지 못하던 중국의 암 환자들에게 하루 두 번씩 3일간 테트로도톡신을 주사하였더니 모두 통증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테트로도톡신은 헤로인 중독 치료에도 성공적으로 사용되었는데, 단 3~7일간의 주사 치료만으로 헤로인 중독자들이 금단 증상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이들 사례는, 화학 물질은 본질적으로 좋거나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그 효과는 오직 용량과 사용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