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향 정광옥의 서예 작품론 - 석야 신웅순

[신웅순]

목향 정광옥의 서예 작품론

* 신 웅 순

1. 들어가며

   옛날 선비들이나 사대부들에게 시 ‧ 서 ‧ 화는 생활의 필수품였다. 그들은 자신의 심경을 시나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를 붓으로 쓰거나 그렸으니 시, 글씨, 그림은 저절로 같이 따라왔다. 시가 되었으니 글씨가 되고 글씨가 되니 그림이 되었다. 지금의 시인이며 서예가, 화가인 셈이다. 진정한 예술가는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목향 정광옥은 이런 점에서 거론할 수 있는 춘천의 몇몇 안되는 예술가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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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옥의 「춘천예찬」첫수

   위 시조는 자신이 시조를 짓고 자신이 직접 궁체로 쓴 작품이다. 아름다운 춘천을 시조 한 수에 집약시켜 놓은, 초대장에 실려 있는 작품이다. 님이 경춘선 복선 전철 개통 기념으로 초대된 것도 우연만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님은 춘천에서 오랫동안 살았고 누구보다도 춘천을 사랑했고 또 그만한 역량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에 삼화음이 있듯 서예에도 삼화음이라는 것이 있다. 시 ‧ 서 ‧ 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필자는 기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품은 저절로 태어나거나 저절로 가꾸어지는 것이 아니다. 천재라 해도 기품이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양을 통해 후천적으로 가꾸어지는 피와 땀과 눈물의 따뜻한 흔적이다.

   님의 선친은 한학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선친 밑에서 한학과 서예를 접했다. 누구든 한 집안의 가문이라는 것이 있어 그 가문의 정신은 무의식적으로 집안의 유전인자가 되어 후대로 이어져내려온다. 지금의 님이 있기까지는 그런 집안 내력과 분위기가 남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 경춘선 복선 전철 개통 기념전

   목향의 개인 시ㆍ서 ‧ 화전은 2011년 5월 1일에서 10.04일까지 6개월간이다. 4회에 걸쳐 전시하고 있다. 본 전시회는 경춘선 복선 전철 개통 기념을 위한 서예전이다. 전철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춘천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1회는 강촌역에서 시ㆍ서 ‧ 화전을 연다. 매 ‧ 난 ‧ 국 ‧ 죽을 비롯 김성휘, 전상국, 신웅순,이근구, 배동욱, 최복형, 민성숙, 유연선, 허문영, 이무상, 이문섭, 김금분, 이영춘, 윤용선, 이소웅, 박민님, 이경로, 정재억, 정주연, 정광옥 등 시인들의 작품이 목향의 그림과 함께 전시된다.

   두루 감상할 수 있는 목향의 서체들로 이루어졌다. 판서체와 궁체를 변형시킨 서체와 창작 민체들이 수묵화와 함께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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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춘 님의 「강촌연가」중에서

   이영춘 시인의「강촌연가」는 궁체 흘림을 약간 변형시켜 썼다.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춘천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강가에 앉아있는 연인이 강 건너 춘천인듯 먼 마을을 한가롭게 바라보고 있다. 세상 소리도 멀리하고 세상 인연 뒤로 한듯 아름다운 춘천의 호반 도시를 연상시키다.

   2회는 남춘천역에서 시ㆍ서전을 연다. 정광옥, 김학철, 이영춘, 박민수, 전상국, 최복형, 이은무, 송경애, 길건영, 유연선, 허문영, 이무상, 이근구, 최숙님, 현상언, 원태경, 신영수, 배동욱, 권준호, 김금분 시인 등의 작품이 궁체의 한글 정자, 흘림과 함께 새롭게 태어난다.

   시는 언어를 매개로 해서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언어로 된 시가 시각적 언어인 글씨나 그림의 도움을 받으면 시의 본의 말고도 또 하나의 새로운 이미지를 재창조할 수 있어 독자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

마지막 4회는 춘천역 전시회이다. 춘천의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 판본체의 작품들이다. 춘천역에는 박영희, 이무상, 정광옥, 반야월, 안종기, 김빈, 한승태, 정클립, 배동욱, 이영춘, 전상국, 이문섭, 기정순 등의 시인들이다. 한글 판본체에 사안에 따른 그림들이 전시된다.

   목향의 전시회는 궁체 흘림, 궁체 정자, 판본체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체들을 변형시킨 민체와 같은 창작품들도 다수 있다.

   본 목향의 경춘선 복선 전철 기념전은 27만인의 춘천 시민들의 생활과 문화 수준을 한층 높여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춘천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춘천의 대표 브랜드인 김유정 소설가를 비롯 많은 시인들이 함께하는 춘천 시민의 문화 마당이기도 하다. 그만큼 님의 전시회는 춘천의 뜻 깊은 역사적인 행사가 될 것이다.

3. 목향의 서예 활동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이다. 선비들은 문ㆍ사ㆍ철을 갖추었음은 물론이요 시ㆍ서 ‧ 화에도 능했다. 이것은 선비들이 갖추어야할 기본 덕목이었다. 그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해 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목향은 이런 점에서 닮아있다. 님은 서예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서예 못지 않게 『말에 대한 예절』을 비롯「한문교육의 필요성」「‘광개토대왕비’서체의 독창성과 한국서예사적 가치」같은 서예에 관련된 굵직한 평론과 논문들도 발표했다. 특히 천여년을 이어온 우리 시조에 대한 열정과 문인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한학자의 집안다운 교양미와 지성미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도 입상한 바 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상전, 대한민국서예문인화 오체상 초대작가를 비롯 초대 작가만도 열 개가 넘는다. 국내에는 물론 중국이나 일본 교류전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으로도 한국 문화 알리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초대작가상, 교육감 및 교육장, 서예 지도자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상도 받았다. 또한 각종 서예대전의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을 맡고 있어 춘천에서의 서예 활동의 역량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제 4 회 국제우호미술교류전(일본)에서 헝가리 작가와 함께

   충ㆍ효ㆍ예실천운동분부 춘천 지회장으로 춘천의 학생들의 서예를 통한 충효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한 님은 여성 컬링 전도사로 제 4 회 태백 곰기 컬링 대회와 전국동계체전 도대표로까지 출전까지 했다. 그야말로 향토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흔치 않은 서예가라 할 수 있다.

4. 목향의 서예, 시조 그리고 문인화

   님은 1980년 대부터 서예에 입문하기 시작하여 1990년 중반에서부터 본격적인 서예활동을 시작했다. 서예 활동만 해도 25년이 훌쩍 넘는다. 문인화에 입문한지도 15년이나 된다. 그리고 회원전 150회 이상을 주도했다. 이 정도면 춘천지역의 베테랑 서예가라 할 만 하다.

   그보다 필자가 주목하고자 한 것은 님의 시조에 대한 열정이다.

   님이 서예를 하면서 시조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었던 것은 서예가로서 필히 글을 써야한다는 그의 신념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이 지은 글을 자신의 붓글씨로 쓴다면 더 없는 진정한 예술가이리라. 흔히 문인들의 글씨에는 향기와 기품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쓴 글을 자신이 직접 쓰기 때문일 것이다.

   목향 시조의 대부분은 그의 직접 체험에서 얻은 것들이다. 이번에 전시될 「어머니」는 님의 새내기 작품으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대표작의 하나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의 고생하시는 모습을 반세기가 지나서야 이 시조에 담았다. 어머니의 마음은 자신이 어머니가 되어야 알 수 있는 법이다. 체험 없이 진실한 시조를 쓸 수가 없다. 체험이 육화되었을 때 글과 글씨는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외에 「강원예찬」,「워낭소리」,「하얀 자귀나무」등이 있다.

- 정광옥의 「어머니」1,2연

   또한 문인화도 서예 못지 않은 작품들이 많다. 님은 글 뿐만 아닌 그림에도 애정이 많아 글씨 못지 않은, 숨겨져왔던 작품들을 이번 전시회에 일부 보여주고 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니 님의 문인화에도 질곡의 15년 세월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있다. 사군자를 비롯한 일상 소품들과 산수화에 이르기까지 그의 터치는 매우 다양하다. 그만큼 장르 뿐만 아니라 대상에 대해서도 관심사가 매우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이번 기념 전시 「 소나무」의 작품을 소개한다.

- 정광옥의 「소나무」

   필자는 문인화에 대해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이리 굽고 저리 굽었서도 기상이 청청한 것을 보면 범접하지 못할, 대쪽 같은 선비의 기백이 흐르고 있다. 여백도 자연스럽게 처리되어 오랜 그림 공력의 먹빛 소유자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예가는 글씨만이 전부가 아니다. 진정한 예술에 이르기 위해서는 시 ‧ 서 ‧ 화는 어쩌면 현대인에게 필수품일지 모른다. 그래야 향기가 있고 기품이 있고 여유가 있다. 서예는 이조 시대만의 유물이 아니다. 과거에도 같이 있고 지금도 같이 있고 미래에도 같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자기를 만날 수 있는 길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에 이르는 길이 될 것이다.

5. 나가며

   목향의 작품 세계는 진행형이다. 그의 관심사는 다양한 실험 정신에 있다. 기본적인 궁체와 판서체, 그리고 이의 변형체, 민체, 창작체들을 다양하게 실험하고 있다.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다양성에서 깊은 님의 글씨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깊게 파기 위해선 많은 체험과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다. 님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지금도 꾸준히 집과 작업실을 오고가며 서예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님은 150여 차례나 되는 많은 전시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서예를 통한 충 ‧ 효 ‧ 예 실천 본부장으로서 많은 후학들도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님에겐 자신의 작품 세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사회에 되돌려 주려는 고귀한 정신도 아울러 갖고 있다. 자신의 신념이 국가나 사회에 실현되어 질 때 예술혼은 더욱 격조가 있고 아름다워지는 법이다.

   경춘선 복선 전철 개통 기념 목향 정광옥 개인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 시조시인ㆍ평론가ㆍ서예가, 중부대교수

[芝香]

저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목 향]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三道軒정태수]

축하 축하드립니다^^ 늘 깨어서 강원도의 별이 되시기 바랍니다^^